이번에 읽은 소설책은 발칸 유럽에 위치한 국가인 알바니아 소설로, 이스마일 카다레가 쓴 잘못된 만찬이에요. 이스마일 카다레의 잘못된 만찬은 문학동네에서 출판된 책이에요.
지난 설 연휴에 제가 과거에 썼던 여행기를 쭉 읽었어요. 본격적으로 해외여행을 다니기 시작한 계기는 바로 알바니아였어요. '알바니아'라는 나라를 한 번 가보고 싶었어요. 지금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관광으로 잘 가는 나라가 아니지만, 이 당시에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관광객이 별로 안 가는 나라였어요. 인터넷에 정보도 거의 없는 나라였구요.
그나마 알바니아에 대해 검색하고 자료를 찾아보면 나오는 자료라고는 모두 우울하고 어두운 정보 뿐이었어요. 국제적으로 스스로를 고립시킨 국가, 엔베르 호자의 공산 독재 정권, 그리고 공산 독재 정권 붕괴 후 전국민이 엮인 거대한 피라미드 사기 사건과 그로 인한 내전 같은 내용이었어요. 여기에 덤으로 코소보가 나왔구요. 코소보도 이 당시에는 독립한 지 얼마 안 된 분쟁지역이었어요. 알바니아 수도 티라나 사진이라고 해봤자 나오는 것이 스칸데르베그 광장 사진이 전부라 해도 될 정도였구요.
이때 알바니아 여행을 가기로 결심한 데에는 오직 이런 알바니아에 대한 부정적인 이유들 뿐이 아니었어요. 알바니아라는 나라가 궁금하던 차에 우리나라에 알바니아 작가인 이스마일 카다레의 소설이 번역되어 판매중이라는 사실을 알았어요. 꿈의 궁전과 부서진 사월이었어요. 꿈의 궁전과 부서진 사월 모두 너무 재미있고 저를 사로잡았어요. 이 소설들을 읽고 알바니아만큼은 꼭 가보고 싶었어요.
꿈의 궁전과 부서진 사월을 읽자 알바니아가 못 견딜 정도로 궁금했어요. 그러다 기회가 와서 알바니아를 비롯해서 발칸 유럽과 중부 유럽 여행을 다녔어요.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 나라는 알바니아였어요. 이 당시만 해도 발칸 유럽 전체에서 영어가 정말 잘 안 통했는데, 알바니아 역시 마찬가지였어요. 정보도 아무 것도 없고 말도 안 통하는 나라를 맨땅에 헤딩하는 정신으로 다녔어요. 하지만 너무 재미있었고, 너무 마음에 드는 나라였어요.
알바니아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이후 몰타에 잠깐 있었을 때 또 알바니아를 갔어요. 이때는 가보고 싶었던 지로카스트라를 가봤어요. 알바니아 지로카스트라는 알바니아 역사에서 중요한 인물 중 무려 두 명이나 이곳이 고향이에요. 바로 엔베르 호자와 이스마일 카다레에요.
알바니아 자체는 매우 좋아하게 되었지만, 알바니아어를 독학으로 공부하는 것은 알바니아 여행을 다녀온 후 관뒀어요. 그 당시는 유튜브를 보며 공부할 수 있는 시절도 아니었고, 발칸 유럽에 대해 관심가질 때도 아니었거든요. 그리고 이후에 본격적으로 튀르크 언어들을 공부하기 시작해야 했구요.
이와 더불어서 이후에 읽은 이스마일 카다레 소설은 저와 잘 맞지 않았어요. 광기의 풍토, 아가멤논의 딸, 누가 후계자를 죽였는가를 읽었지만, 제 취향은 아니었어요. 이 세 소설 중에서 누가 후계자를 죽였는가는 나름대로 재미있게 읽었지만, 나머지는 저를 크게 사로잡지 못 했어요. 그래서 이후 이스마일 카다레를 잊고 있었어요.
그러다 설 연휴에 제가 쓴 여행기를 읽자 이스마일 카다레 소설들이 떠올랐어요.
"우리나라에 또 출간된 소설 있을 건가?"
이스마일 카다레로 검색해봤어요.
"소설 꽤 출간되었네?"
이스마일 카다레 소설이 여러 종류 출간되어 있었어요. 이 중에서 가장 흥미로워 보이는 소설은 잘못된 만찬이었어요.
"잘못된 만찬 읽어봐야겠다."
이렇게 해서 이스마일 카다레의 잘못된 만찬을 읽었어요.
이스마일 카다레의 잘못된 만찬 표지는 하얀 바탕에 집이 그려져 있는 표지였어요. 그리고 두께는 얇은 편이었어요. 장편소설이지만 그렇게 길지 않은 편이었어요.
이스마일 카다레는 1936년 알바니아 지로카스트라에서 태어났어요. 공산 알바니아에서 살다가 공산주의 독재 정권이 무너지기 직전에 프랑스로 망명한 후, 프랑스에서 작품활동을 펼쳤어요.
이스마일 카다레는 1992년 프랑스 문화재단에서 수여하는 치노 델 두카 국제상을 수상했고, 2005년 제1회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했어요. 2009년에는 스페인 아스투리아스 왕자상(문학부문)을 수상했고, 2016년에는 레지옹 도뇌르 최고 훈장을 수훈했어요.
이스마일 카다레는 노벨문학상 후보로 꾸준히 거론되던 작가였어요. 하지만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지는 못 했고, 2024년 7월 1일에 향년 88세로 타계했어요.
문학동네에서 출판한 이스마일 카다레의 잘못된 만찬의 한국어 저작권은 와일리 에이전시를 통해 프랑스 파야르출판사와 독점 계약한 (주)문학동네에 있어요.
이스마일 카다레의 잘못된 만찬 ISBN은 978-89-546-5839-3 이에요.
이스마일 카다레의 잘못된 만찬의 시작은 책 맨 뒤의 소개에 나와 있어요.
알바니아 남부 도시 지로카스트라에는 '구라메토'라는 이름을 가진 의사가 2명 있었어요. 한 명은 독일 유학파인 구라메토로, 사람들은 이 의사를 '대구라메토'라고 불렀어요. 다른 한 명은 이탈리아 유학파인 구라메토로, 사람들은 이 의사를 '소구라메토'라고 불렀어요. 둘은 서로에게 신경 안 쓰는 것 같았지만, 사람들은 누가 더 뛰어난 의사이고 영향력 있는 의사인지 항상 떠들고 있었어요.
알바니아가 이탈리아의 지배에서 벗어나자, 그리스를 점령한 나치 독일 군대는 이탈리아를 대신해 알바니아를 점령하기로 결정하고 진군했어요. 나치 독일 군대를 이끄는 폰 슈바베 대령은 뮌헨 유학 시절의 옛 친구인 대구라메토 의사를 다시 만날 꿈에 부풀어 있었어요. 폰 슈바베 대령은 뮌헨 유학 시절에 대구라메토 의사가 들려주는 알바니아의 풍습 - 전통법 카눈에 대해 들으며 알바니아를 직접 가보기를 꿈꾸었어요. 폰 슈바베 대령은 대구라메토 의사가 들려준 알바니아 풍습인 카눈의 손님맞이 법 베사에 따르기 위해 알바니아에 자신들은 알바니아에 '선물을 들고 온 손님' 같은 존재라는 전단지를 뿌리고 알바니아로 진군했어요.
그런데 하필 지로카스트라에서 독일군 척후병이 저격병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어요. 폰 슈바베 대령은 격분했고, 알바니아가 선물을 들고 손님으로 온 자신들을 공격했기 때문에 베사를 어겼다면서 알바니아인들을 인질로 잡아 광장에 묶어놨어요. 그리고 나서 폰 슈바베 대령은 대구라메토 의사를 찾았고, 대구라메토 의사는 폰 슈바베 대령을 비롯한 나치 독일 장교들을 알바니아 손님맞이 관습법 베사에 따라 자신의 집으로 손님으로 초대했어요.
대구라메토 의사는 폰 슈바베 대령을 손님으로 초대한 자리에서 광장에서 처형을 기다리고 있는 인질 24명의 석방을 요구했어요. 밤새도록 둘은 대화를 나눴고, 폰 슈바베 대령은 인질 24명을 석방했어요.
이렇게 대구라메토 의사의 이야기가 시작되요.
이제부터는 스포일러가 있어요.
먼저 이 소설은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뉘어요. 전반부는 나치 독일이 알바니아를 점령한 시기, 후반부는 공산당 파르티잔이 알바니아 전역을 해방시키며 알바니아가 공산화된 시기의 이야기에요.
이스마일 카다레의 잘못된 만찬은 3인칭 시점 소설이에요. 이 소설 스토리에서 주인공은 대구라메토 의사에요. 대구라메토 의사가 스토리상 주인공이고, 대구라메토 의사의 내면도 묘사되기는 하지만, 전반부는 지로카스트라 주민들의 관점이, 후반부는 공산 알바니아 심리국 샤코 메지니 판사의 관점이 주된 관점이에요.
이스마일 카다레의 잘못된 만찬 줄거리는 매우 단순하고 간단해요. 아주 간략히 전체 줄거리를 이야기하자면, 알바니아 남부 도시 지로카스트라에 독일 유학파 구라메토 의사가 있었어요. 이탈리아군이 알바니아에서 철수하자 나치 독일 군대가 알바니아로 진격해 알바니아를 점령하기로 결정했어요. 알바니아로 진격하는 나치 독일 군대 지휘관은 폰 슈바베 대령이었어요. 폰 슈바베 대령은 알바니아의 손님맞이 관습법 베사를 기대했지만, 오히려 지로카스트라 초입에서 척후병이 알바니아 저항군에게 살해당했어요. 이에 폰 슈바베 대령은 분노해서 알바니아인 24명을 인질로 잡아서 광장에서 처형할 준비를 하고 뮌헨 유학 시절 친구였던 구라메토 박사와 해후했어요. 구라메토 박사는 인질이 잡혀 있음을 알았기 때문에, 그리고 베사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폰 슈바베 대령을 초대했어요. 구라메토 박사는 폰 슈바베 대령에게 모든 인질을 풀어줄 것을 간곡히 부탁했고, 폰 슈바베 대령은 구라메토 박사의 끈질긴 설득에 결국 총살될 예정이었던 알바니아인 인질 24명이 풀려났어요. 이 인질 중에는 유대인 1명이 포함되어 있었어요.
하지만 알바니아가 공산화된 후, 정부 심리국 판사인 샤코 메지니 판사와 아리안 치우 판사는 당시 그 일로 구라메토 의사를 체포했어요. 구라메토 의사가 스파이가 아님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샤코 메지니의 잘못된 개인적 감정과 유대인 의사들이 스탈린을 암살하려 했다는 음모를 완성시켜야 한다는 공산권 국가들의 음모로 결국 처형당했어요.
더 자세한 내용들이 있지만, 간단한 줄거리는 위와 같아요.
이스마일 카다레의 잘못된 만찬은 크게 세 가지 관점으로 볼 수 있어요.
1. 권력의 욕심을 위해 희생당하는 개인들
대구라메토 의사 역시 나치 독일 장교를 초대하면 분명히 훗날 나치 독일 협력자라는 비난을 감수할 수 없을 정도로 받을 것 정도는 당연히 예상하고 있었어요. 그렇지만 대구라메토 의사는 어쩔 수 없었어요. 광장에는 알바니아인 인질 24명이 총살당할 위기에 처해 있었어요. 이들의 총살을 막아볼 유일한 방법이라고는 자신이 뮌헨 유학 시절 폰 슈바베 대령과 친구였다는 점을 이용해 개인적 친분으로 폰 슈바베 대령에게 인질을 풀어달라고 부탁하는 것 뿐이었어요. 자신 외에는 광장에서 총살당할 위기에 처한 알바니아인 인질 24명을 구할 방법이 없었어요. 대구라메토 의사는 이를 알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스스로 총대를 메고 폰 슈바베 대령을 비롯한 나치 독일 장교들을 자신의 집에 손님으로 초대했어요.
나치 독일 점령 시절에도 대구라메토 의사의 나치 독일 장교들을 초대한 행위에 대해 말이 많았어요. 하지만 인질을 구했다는 점에서 비난할 일이 아니라는 쪽이 대부분의 의견이었어요. 이는 공산정권이 집권한 후의 알바니아에서도 마찬가지였어요. 대구라메토 의사를 체포해서 심문하던 판사들도 대구라메토 의사가 나치 독일 협력자로써 그들을 초대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은 알았어요.
하지만 상황이 변했어요. 공산권 국가들이 스탈린이 유대인 의사들에게 살해당할 뻔 했다는 음모를 만들기 위해 과거 대구라메토 의사가 나치 독일 장교들을 집으로 초대했던 사건을 재료로 사용하기로 결정했어요. 하필 그때 풀려난 인질 24명 중 대구라메토 의사와 친하게 지내던 유태인도 있었고, 이 점에 주목해서 대구라메토 의사와 유대인 의사들이 스탈린을 암살하려 했다는 조작된 사건을 만들려고 했어요.
스탈린을 충실히 따르던 알바니아 공산당은 스탈린에게 멋진 선물 - 스탈린을 암살하려 한 유대인 의사들의 국제적인 음모를 만들고 싶어했고, 판사 두 명은 자신의 출세욕을 위해 이 음모를 자신들이 만들고 싶어했어요. 게다가 샤코 메지니 판사는 대구라메토 의사를 괜히 시샘하다가 자신과 헤어진 여자친구를 진료했다는 사실에 질투심이 폭발해 감정적으로 매우 험하게 고문했어요.
진실은 중요하지 않았어요. 권력의 욕심에 의해 개인들은 맛있게 요리될 뿐이었어요.
2. 강한 믿음은 결국 이루어진다
대구라메토 의사는 자기가 자신을 스스로 수술하는 악몽을 강하게 기억하고 있었어요. 이와 더불어 어렸을 적에 그의 아버지가 들려준 이야기를 계속 기억하고 있었어요. 이 이야기는 아버지가 자식에게 손님에게 초대장을 전달하라고 시켰는데, 자식이 공동묘지 근처를 지나갈 때 무서워서 무덤 위에 올려놓고 집으로 돌아와서 아버지께 초대장을 제대로 전달했다고 말했어요. 그런데 진짜 망자가 초대장을 들고 집으로 손님으로 초대받았다고 찾아왔다는 이야기였어요.
강하게 믿었더니 실제로 이런 식으로 일이 흘러갔어요. 물론 이렇게 보면 인과관계는 거의 없는 해석이지만, 문학에서 흔히 사용하는 이야기 전개이기도 해요.
3. 꽉 짜여진 사회 구조 속에서의 인간
이스마일 카다레 소설은 특유의 느낌이 있어요. 완전히 꽉 들어맞아서 꼼짝할 수 없는 퍼즐 조각의 답답함 같은 느낌이 이스마일 카다레의 여러 작품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특징이에요.
이스마일 카다레 소설의 배경이 되는 알바니아는 대부분 현대 알바니아가 아니에요. 공산 독재 시기의 알바니아와 그 이전에 알바니아 관습법 카눈이 지배하던 알바니아에요. 공산 독재 시기의 알바니아까지의 알바니아는 꽉 짜여진 사회 구조에 의해 개인의 삶이 통제당하고 개인은 사회 구조 속에서 주어진 역할과 규칙에 따라 살아가는 수동적 삶을 살았어요.
물론 아무리 꽉 짜여진 사회 구조 속에서 수동적 삶을 산다고 해도 어느 정도의 능동적 삶은 있어요. 약간의 자유와 선택 정도는 있어요. 일상 모든 것이 정해진 규칙에 의해 이뤄지지만, 그 속에서도 개인이 자유롭게 선택할 부분은 있어요. 예를 들어서 샴페인을 몇 모금에 다 마실지, 규칙과 통제를 건드리지 않는 시덥잖은 잡담을 하는 것 같은 소소한 일상과 작은 행동들은 자유가 있어요.
그렇지만 이런 꽉 짜여진 사회 구조 속의 수동적 삶에서 중요한 순간의 선택은 결국 주어진 규칙과 역할을 따르게 되요. 또한 이는 자발적인 선택인지 스스로조차 혼란스러워요.
어느 정도까지 규제와 규칙이 적용되는지에 따라 다르지만, 우리의 삶도 이와 비슷해요. 규제와 규칙이 우리 삶의 세세한 부분까지 전부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자신에게 주어진 지위에 따라 기대되는 행동양식과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칙과 규제는 무의식적으로 우리를 통제해요. 왜 피곤하고 싫은데도 회사에 가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해 먹고 살기 위해 회사에 가야 하고, 회사의 직원이니 회사에 가야 한다고 대답할 거에요. 왜 차도에 차가 단 한 대도 없는데도 횡단보도 신호등이 빨간 불이면 횡단보도를 건너지 않는가? 횡단보도 신호등이 빨간 불이면 건너면 안 되니까 안 건넌다고 할 거에요. 이런 거에요.
이런 규칙과 규제, 자신에게 주어진 지위에 따라 기대되는 행동양식이 극도로 세세하다면 극도로 수동적이고 하나의 꼭두각시처럼 살아가요. 이것이 바로 이스마일 카다레가 직접 겪었고 살았던 알바니아 상황이었어요. 매우 극단적인 상황이기는 했지만, 우리에게도 공감이 되는 이유는 정도의 차이일 뿐, 우리도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이렇게 규칙과 규제, 자신에게 주어진 지위에 따라 기대되는 행동양식에 따라 살아간다는 것은 안정적인 삶을 의미하지도 않아요. 결정적인 순간에 무의식적으로 이런 것들을 따르며, 또는 선택을 합리화하며 자신을 파멸시키는 선택을 하게 만들기도 해요.
이스마일 카다레의 잘못된 만찬도 이 주제가 담겨 있어요. 대구라메토 의사는 나치 독일 장교들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면 분명히 훗날 자신이 배신자로 몰리며 비극을 초래할 수 있음을 알고 있었고, 그들을 초대하고 싶지도 않았어요. 하지만 그나마 총살당할 인질을 구출하기 위해 인질 협상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자신 뿐이라는 상황도 상황이었지만, 대구라메토 의사는 알바니아 손님맞이법 베사를 따르기 위해 이들을 초대했어요. 안 해도 되고 광장에 있는 알바니아인들이 처형당해도 자신의 잘못이 아닌데도 그랬어요.
그 결과, 알바니아에 공산 독재 정권이 들어선 후, 이 일을 구실로 대구라메토 의사는 고문받고 처형당했어요. 공산 독재 정권이 들어서며 사회에 적용되는 규칙과 규제, 주어진 지위에 따라 기대되는 행동양식이 달라진 점도 있지만, 공산 독재 정권이 들어서지 않았다면 대구라메토 의사가 나치 독일 장교들을 집으로 초대한 것은 후에 아무 일도 일으키지 않았을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해 대답하기 쉽지 않아요.
중요한 것은 대구라메토 의사가 나치 독일 장교들을 결국 자신의 집으로 초대한 결정적 이유는 바로 알바니아 손님맞이법 베사 때문이었어요. 대구라메토 의사는 처형당하러 가는 차량 안에서 창 밖으로 공동묘지를 보고 환영을 보면서 그제서야 발악해봤지만 의미없는 짓이었어요.
여기에서 생각해볼 점은 대구라메토 의사가 알바니아 손님맞이법 베사를 따르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지에요. 자신을 통제하던 규칙과 규제, 그리고 주어진 상황에 반대하는 상황이요. 인질 24명은 죽었겠지만, 대구라메토 의사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두고두고 스스로 뱉은 말을 지키지 못했다는 점과 베사를 어겼다는 비난은 따르겠지만, 대신에 나치 독일 협력자로 엮이고 국제적인 음모를 만드는 획책의 희생자만들 대상으로 간택당할 일은 없었을 거에요.
이런 점에서 잘못된 만찬은 부서진 사월과 꽤 비슷해요. 부서진 사월은 주인공의 30일간의 복수 유예 기간 동안의 이야기에요. 주인공에게 남은 날이 한 달 남짓이었던 이유는 그 또한 주어진 규제와 규율을 따랐기 때문이고, 그가 주어진 규제와 규율을 따랐던 이유는 따라야 했기 때문일 뿐이었어요. 잘못된 만찬의 주인공 대구라메토 의사가 나치 독일 장교들을 초대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도 이와 같구요.
부서진 사월과의 차이점은 잘못된 만찬은 특히 주어진 삶, 주어진 규제와 규율을 생각없이 따라가는 것이 과연 좋은 일인지 생각해보게 만드는 내용이에요. 권력의 만행이 더욱 자세히 나오구요. 반면 부서진 사월은 살아 있지만 죽은 자와 죽어 있지만 살아 있는 자 중 어떤 삶을 택할지가 매우 중요한 문제에요.
겨울 강행군 - 05 알바니아 지로카스트라
지로카스트라 관광 참고 사이트 : http://www.gjirokastra.org/ 드디어 출발한 버스. 나름 빨리 달리는 것 같았지만 여기는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은 알바니아. 모든 일정이 망했어요. 중간에 휴게소를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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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여행기는 저의 알바니아 지로카스트라 여행기에요. 소설의 배경인 알바니아 지로카스트라가 어떤 곳인지 궁금하신 곳은 한 번 보셔도 좋을 거에요.
이스마일 카다레의 잘못된 만찬은 매우 재미있는 소설이었어요. 우리의 삶과 관련해서 생각해볼 부분도 있었구요.
그리고 이 소설은 배경지식을 거의 요구하지 않아요. 알아야할 점이라면 나치 독일, 스탈린 정도가 전부에요. 알바니아가 어떤 나라인지 전혀 몰라도 잘 읽고 즐길 수 있는 소설이에요.
만약 잘못된 만찬과 더불어 이 작가의 다른 소설을 읽어 보고 싶다면 부서진 사월과 꿈의 궁전을 추천해요. 이렇게 읽으면 작가 특유의 '꽉 짜여진 사회 구조 및 규제와 규율 속에서의 인간'이라는 주제에 대해 더 확실히 느끼게 될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