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식당, 카페

서울 안국역 운현궁 익선동 한옥거리 레트로 카페 숙녀미용실

좀좀이 2022. 4. 2.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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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 유즈라멘에서 저녁을 배부르게 잘 먹고 나왔어요. 원래는 저녁 먹고 아주 많이 돌아다니려고 했어요. 그런데 배불러지자 만사 귀찮아졌어요. 너무 멀리까지 가기 싫었어요. 가려면 갈 수 있었지만 그러면 영업 시간 제한 때문에 길거리만 돌아다니다 집으로 돌아가야 했어요. 커피 한 잔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려면 슬슬 주변에서 카페를 찾아서 가야 했어요.

 

"근처 한 번 돌아볼까?"

 

삼청동으로 완전히 올라갈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적당히 익선동 쪽을 돌아다녀보기로 했어요.

 

"익선동은 참 희안한 곳이야."

 

게토.

 

지리학을 공부할 때 '게토'라는 단어를 접하게 되요. 어원은 당연히 과거 유태인들 집단 거주지에요. 유태인들을 도시 특정 구역에 몰아넣고 살게 한 게 게토에요. 도시에서 강제적으로 격리시키고 몰아넣는 공간을 '게토'라고 표현하곤 해요.

 

인문지리학에는 여러 가지 분야가 있어요. 인간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연구하는 것이 인문지리학이니까요. 계층별로 공간이 분리되는 경우도 있고, 인종별로 공간이 분리되는 경우도 있어요. 그리고 문화에 따라 공간이 분리되는 경우도 있어요.

 

서울을 보면 문화적으로 대다수가 싫어하는 문화를 격리시켜놓은 공간이 있어요. 바로 이태원과 익선동 근방이에요. 둘 다 성소수자 중심지로 상당히 유명한 곳이에요. 물론 성소수자도 여러 종류가 있기 때문에 이태원을 중심으로 하는 성소수자 그룹의 주류 세력과 주류 문화와 익선동을 중심으로 하는 성소수자 그룹의 주류 세력과 주류 문화는 달라요.

 

익선동 근방에는 서울 4대 쪽방촌 중 하나인 서울 돈의동 쪽방촌이 있어요. 여기에 락희거리, 파고다 공원 등은 노인들의 집결지에요. 노숙자, 노인, 동성애자 문화를 격리시켜놓은 문화적 게토가 바로 종로 익선동, 돈의동 일대에요.

 

그런데 익선동이 젠트리피케이션을 통해 관광지화되었어요. 요즘 종로 상권의 중심은 과거 종각 젊음의 거리에서 익선동으로 많이 넘어갔어요. 종로는 직장인들이 밤새 술마시고 노는 곳이고 익선동은 주로 데이트하러 가는 곳이라 성격이 다르기는 하지만 종각 쪽은 많이 쇠락했고 익선동이 매우 뜨거운 동네에요. 그 주변이 어떤 곳인지 떠올려보면 볼 때마다 참 신기해요.

 

"익선동은 어떻게 될 건가?"

 

익선동 한옥거리의 가장 큰 약점은 공간이 너무 협소해요. 확장에 한계가 있어요. 하지만 익선동은 매우 인기 좋은 곳이에요. 상권이 확장되기는 할 건데 어떻게 확장될지 궁금했어요.

 

"익선동 주변을 돌아다닐까?"

 

익선동은 많이 갔어요. 그리고 익선동은 주로 데이트하러 가는 곳이에요. 혼자 간다고 문제될 것 없기는 하지만 대부분 놀러 나온 연인들이에요. 더욱이 익선동 한옥거리는 매우 작아요. 조금 돌아다니면 금방 끝나요. 같은 길을 몇 번이고 왔다갔다 할 게 아니라면 익선동은 갈 이유가 없었어요. 가봐야 아주 익숙한 것들만 보고 올 거였어요. 그럴 바에는 익선동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안 가본 카페를 찾아서 가는 것이 훨씬 더 나았어요.

 

익선동을 향해 걸어갔어요. 익선동 한옥거리를 가는 게 아니라 그 외곽을 돌아다니며 느낌 오는 카페가 있으면 들어가기로 했어요. 그렇게 익선동 한옥거리를 향해 걸어가던 중이었어요. 큰 길 건너서 서울 우는소리 박물관 옆길로 들어갔어요. 근처에는 운현궁과 운현초등학교가 있었어요. 안국역에서 가깝고, 일본문화원도 근처에 있었어요. 깜깜한 골목길이었어요.

 

"저기 술집인가, 카페인가?"

 

 

허름한 건물이 있었어요. 붉은빛이 섞인 노란 백열등 빛이 반짝이고 있었어요. 밖에는 밖에서 마실 수 있는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었어요. 참고로 이때는 매우 추운 날이었어요. 누가 밖에서 저기에 앉아서 시간을 보낼지 모르겠지만 밖에 저렇게 테이블과 의자를 설치해놓은 것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한 번 가볼까?"

 

만약 술집이라면 그냥 나오면 되었어요.

 

"여기 이런 곳이 있었네?"

 

위치가 상당히 어정쩡한 곳이었어요. 위치가 좋기는 한데 표현하기 애매한 곳이었어요. 익선동 한옥거리에서도 가깝고 안국역에서도 가까웠어요. 운현궁에서도 가까웠고, 창덕궁에서도 가까웠어요. 여러 곳과 가깝기는 하지만 어두컴컴한 길가에 있었어요. 어디라고 설명하기도 애매하고 위치도 큰 길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골목길 들어가야 하는 곳이라 신경 안 쓰면 갈 일이 없거나 지나치기 딱 좋은 곳이었어요.

 

 

안을 살짝 들여다봤어요. 카페였어요.

 

"여기에서 커피 마셔야겠다."

 

안으로 들어갔어요.

 

 

자리를 잡고 앉았어요.

 

"여기 레트로 카페네?"

 

 

 

서울 레트로 카페 숙녀미용실은 운니동에 있는 카페였어요. 그러나 운니동은 사람들이 잘 모를 거에요. 익선동 한옥거리 근처라고 해야 잘 알 거에요.

 

카페 내부를 쭉 둘러봤어요. 진짜 미용실을 개조해서 만든 카페였어요. 미용실의 흔적이 여기저기에서 보였어요.

 

 

"이런 곳이 숨어 있었네?"

 

숨겨진 보물을 찾은 기분이었어요. 이런 카페가 숨어 있을 줄 몰랐어요. 익선동 한옥거리 상권이 커지자 운니동, 북촌 입구 쪽으로 조금씩 확장해나가고 있는 것 같았어요.

 

 

커피를 주문했어요.

 

 

 

 

커피에는 예쁘게 진주 같은 구슬 초콜렛이 올라가 있었어요. 커피를 홀짝였어요. 커피 자체가 엄청나게 굉장하지는 않았지만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모습이라 맛있게 마셨어요. 커피를 마시며 분위기에 녹아들었어요. 오래된 과거로 돌아온 기분이었어요.

 

"잠깐만, 이건 돌아온 느낌이 아니잖아?"

 

별 생각없이 오래된 과거로 돌아온 느낌 같다고 속으로 중얼거렸다가 스스로에게 한 마디 던졌어요. 솔직히 저는 이런 분위기를 과거에 느껴본 적이 없어요. 제가 카페를 다니기 시작한 건 2010년 후반 일이에요. 그 전까지는 혼자서는 카페를 가지 않았고, 누군가와 만나도 카페를 잘 가지 않았어요. 천하의 스타벅스를 혼자 가기 시작한 것이 2018년이었어요. 그 이전에 혼자 카페를 간 건 2017년에 심야시간에 24시간 카페를 찾아다니기 시작하면서였어요.

 

2017년에는 이미 이런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었어요.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해서 레트로 분위기는 안 나요. 저런 벽지라면 1990년대쯤 될 거에요.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 친구집 놀러가면 저런 벽지로 도배한 집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초등학생이 무슨 카페를 가요. 지금이야 초등학생들도 커피를 사먹는 시대지만 그 당시에 커피는 어른들만 마시는 음료였어요. 중학생들도 커피를 마시지 않을 때였어요. 커피를 마신다는 건 담배 몰래 태우는 것만큼 큰 비행은 아니지만 어른 흉내 내는 행동에 속했어요. 그러니 저런 분위기의 카페는 제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고 해서 다시 볼 풍경은 아니었어요.

 

진짜 좋은 카페 찾았다.

 

카페에 좌석은 별로 없었어요. 그렇지만 너무 마음에 드는 카페였어요. 익선동 한옥거리에서 멀지 않다는 점도 매우 좋았어요. 익선동 한옥거리 구경하고 조금 북쪽으로 올라가면 있는 카페였어요. 익선동 한옥거리는 사람도 너무 많고 카페도 비싼 편이에요. 거기에서 조금 살짝 벗어나면 이런 곳이 있었어요.

 

"여기 나중에 또 와야지."

 

서울 운니동 레트로 카페 숙녀미용실은 매우 마음에 드는 카페였어요. 안국역, 익선동 한옥거리와도 매우 가까운 카페였어요. 나중에 익선동 한옥거리 놀러가면 또 갈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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