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반려 증권계좌 지독한 연애

반려 증권계좌 지독한 연애 3화 - 과금은 과금을 부르고...현질을 시작하면 안 되는 이유

좀좀이 2022. 1. 5.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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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릴 때 바짝 벌어야 하는데..."

 

돈이라는 게 모아보면 참 재미있어요. 이게 벌릴 때는 엄청 잘 모여요. 반대로 안 벌릴 때는 뭘 해도 안 벌려요. 1년 내내 고르게 돈이 벌리는 일은 의외로 별로 없어요. 호황이 있고 불황이 있어요. 성수기가 있고 비수기가 있어요. 이건 공돈 버는 것도 마찬가지에요. 여기저기에서 돈을 마구 뿌릴 때 확실하게 바짝 주워서 챙겨야지, 나중에 아무 것도 없는데 혼자 공돈 벌려고 해봐야 시간과 전기만 낭비하고 얻는 것은 없어요.

 

투자도 마찬가지에요. 정말 될 때는 기세를 몰아서 쭉 치고 나가야지, 기세 좋은데 꺾어버리면 그 다음 안 될 때 매우 힘들어져요. 보통 '기세'라고 하지만 과학적으로 분석한다면 여러 객관적 이유가 있어요. 단순히 운이 좋은 것도 있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패턴이 연달아 터지는 날이 있어요. 자기가 분석한 것과 딱 맞아떨어지는 경우도 있구요. 단순히 운이라기 보다는 자기와 잘 맞는 것을 잘 찾는 날이라고 해야 할 거에요. 이렇게 기세 좋을 때 꺾었다가 자기와 정말 안 맞는 패턴, 자기가 잘 모르는 패턴이 연달아 터지면 순식간에 계좌 녹아버려요.

 

투자 이야기와 공돈 이야기를 합쳐서 아주 좋은 예가 있어요. 2020년 하반기부터 2021년 초까지는 증권사마다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아주 통 크게 신규 가입자 대상 투자지원금 이벤트를 실시했어요. 투자지원금도 인플레이션이었어요. 2020년 3월만 해도 투자지원금이라고 5천원 주는 곳도 허다했고, 그것보다 더 적게 주는 곳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어요. 이후 주식 투자 붐이 불고 동학개미운동이라고 무수히 많은 개인이 주식 시장에 뛰어들자 증권사들은 신규 고객 유치에 혈안이 되었어요. 그 당시나 지금이나 한 방에 투자지원금 제일 많이 주는 곳은 키움증권이에요. 키움증권은 국내주식 100만원 거래 내역 있으면 4만원 제공하고, 해외주식 거래 신청만 하면 투자지원금 40달러를 주고 있어요. 키움증권을 제외하고 나머지 증권사들은 2020년 말에서 2021년 초에 투자지원금을 시원하게 뿌렸어요.

 

그렇지만 한국 증시가 횡보하다가 코스피 3000선도 붕괴되고 개인 투자자가 한국 증시에서 계속 이탈하자 증권사 신규 가입 이벤트 투자지원금도 많이 줄어들었어요. 2021년 1월과 2022년 1월을 비교해보면 극명하게 드러나요. 투자지원금 받기 위해 걸어놓은 조건이 너무 말도 안 되게 높거나, 그나마도 없는 곳도 여러 곳이에요. 이러니 사람들이 아주 욕하면서도 키움증권으로 주식을 시작하죠. 키움증권은 꾸준히 국내주식 100만원 거래시 4만원에 해외주식 신청만 하면 40달러를 계좌에 꽂아넣어줘서 압도적으로 신규혜택이 좋거든요.

 

2022년 1월 4일 기준으로 키움증권을 제외하면 신규 가입 혜택은 신한금융투자가 가장 좋아요. 신한금융투자는 신규 가입자 대상 국내주식 가입 이벤트 금액을 2021년 12월보다 조금 더 높였어요. 개인적인 추측으로는 2022년 1월 신규 가입 유치는 LG에너지솔루션 청약 영향을 매우 크게 받을 거에요. 증권사 신규 계좌 개설 제한이 있기 때문에 이제부터 가입하면 LG에너지솔루션 공모주 청약까지 신규 가입이 막혀요. 신한금융투자는 LG에너지솔루션 물량을 매우 많이 배정받았기 때문에 이쪽으로 사람들이 꽤 몰릴 거고, 이렇게 기회가 왔을 때 신규 고객 많이 유치해보려고 그러는 거 아닌가 싶어요. 어디까지나 제 추측이지만 신한금투 쪽에서 2022년 1월 신규 가입 이벤트 결정할 때 LG에너지솔루션 청약을 아예 고려 안 했을 거라고 보지는 않아요. 단지 얼마나 고려했는지 정도의 차이죠.

 

'언제까지고 이렇게 잘 벌릴 리 없잖아.'

 

열심히 앱테크도 하고 다른 경로로 공돈도 벌었어요. 이게 언제까지 잘 될 지 알 수 없었어요. 운이 매우 좋다면 설날까지는 괜찮을 거에요. 설날까지는 이런 저런 풍요로운 혜택과 이벤트가 꽤 있어요. 설날 이후부터는 아주 긴 보릿고개가 시작되요. 봄이 되면 마케팅이 신입생, 10대, 20대, 신입사원에 맞춰져요. 여기에 해당 없으면 찬밥이에요. 지금까지의 제 경험상 그래요.

 

그러므로 채권을 최대한 모아야 한다.

 

앞으로 공돈 수입이 확 줄어들 것은 자명한 사실. 공돈 수입이 줄어드는 것을 채권 이자로 메꿔야 했어요. 그래야 신한금투 계좌와 KB증권 계좌 둘 다 꾸준히 성장할 거였어요. 연애를 하려면 돈이 있어야 해요. 계좌들에 채권도 사주고 주식도 사줘야 무슨 연애가 되죠. 가만히 놔두면 돈 얼마 들어가 있지도 않은데 깡통 계좌랑 뭐가 달라요. 공돈을 모아 채권 매수하는 건 나름의 데이트에요. 만났으면 밥도 먹고 서로 선물도 주고 받고 놀아야죠. 서로 멍하니 눈만 빤히 쳐다보고 있으면 그게 무슨 데이트에요. 아무 변화 없는 증권계좌 맨날 들여다보는 게 무슨 연애고 데이트에요. 가끔 만나더라도 채권도 좀 사서 넣어주고 주식도 사서 넣어줘야 계좌도 '오빠 이거 내가 만든 선물이야'하고 알람도 울려주고 채권 이자, 주식 배당금도 선물로 주고 하죠.

 

2022년 1월 2일이었어요. KB증권 계좌 육성용으로 하고 있는 오케이캐쉬백에서 매일 하는 행운스탬프를 했어요.

 

 

"앗싸!"

 

행운스탬프 했더니 1000p가 나왔어요. 1000p는 리브메이트에서 현금화하면 1000원이에요. 1000원이면 채권 1주에요. 수익률 2%짜리 회사채에 투자한다면 1년에 16원쯤 수입이 발생할 거에요. 16원이면 NH포인트 이틀치에요. 행운스탬프 1000p 덕분에 향후 1년에 걸쳐 NH포인트 이틀치에 해당하는 금액을 벌게 되었어요.

 

 

제가 이사하던 날, 친구가 제 이사를 도와주러 방에 왔어요. 제 방은 친구가 오기 전에 이미 거의 다 치운 상태였어요. 자잘한 것만 치우면 끝이었어요. 친구가 자잘한 것들을 모으고 먼지를 털다가 고급 색연필 세트를 발견했어요.

 

"너 그림 그려?"

"아니."

 

제 방에 굴러다니던 고급 색연필 세트는 저도 지인 이사 도와주러 갔다가 지인이 버린다고 해서 들고 온 거였어요. 그게 몇 년 전 일이었어요. 그때 그림 한 번 그러볼까 하고 버린다기에 들고 왔는데 제가 그림을 그릴 리 없었어요. 그림 정말 못 그리고, 그림 그리는 것을 그렇게 즐기지도 않거든요. 그림 그리는 그 순간은 재미있지만 그림을 엄청 못 그리기 때문에 그려가다 보면 의욕을 잃어요. 여기에 그림 그리려고 종이 꺼내는 것 자체가 엄청 귀찮았어요. 그래서 고급 색연필 세트는 제 방 한쪽 구석에서 먼지가 수북히 쌓여가고 있었어요.

 

"이거 당근에 올려서 팔아."

"나 당근 안 써."

"너 이거 어떻게 할 거야?"

"들고갈까? 버릴까?"

"버리게?"

"응. 나 필요 없어."

"야, 그러면 이거 나 주라. 내가 당근에 팔께."

"그래? 그래라."

 

친구가 고급 색연필 세트를 당근마켓에 올려서 팔라고 했어요. 저는 당근마켓을 아예 안 사용해요. 그래서 관심없다고 했어요. 친구는 자기가 팔아보겠다고 했어요. 어차피 필요없는 색연필이었기 때문에 친구에게 갖고 싶으면 가지라고 했어요. 팔든 말든 알아서 하라고 했어요. 이사할 때 되면 이삿짐 줄이느라 정신없어요. 잡다한 것 다 챙겨가려고 바둥거리는 게 아니라 하나라도 더 버리려고 바둥거려요. 저야 친구가 조금이라도 짐 덜어주니 좋았어요.

 

1월 2일 일요일이었어요. 친구가 갑자기 제게 카카오페이로 돈을 보내줬어요.

 

"무슨 돈이야?"

"색연필 판 돈. 절반은 너 가져. 너꺼잖아."

"어? 너 다 가져. 너가 들고가서 판 건데. 너한테 줬잖아."

"아니야, 그래도 상도의가 있지."

 

친구가 색연필 판 돈이라고 제게 돈을 줬어요. 고맙게 받았어요. 이 돈은 KB증권 계좌로 입금되었어요.

 

 

"월요일에 채권 7주 사겠다!"

 

리브메이트에 쌓인 포인트리 현금화하고 친구가 제 방에 굴러다니던 색연필을 팔고 그 돈 일부를 준 것을 합치면 1월 3일 월요일에 채권 7주를 살 수 있었어요. 월요일이 기대되었어요.

 

 

신한플러스도 이벤트가 되어서 마이신한포인트가 400포인트 넘게 모였어요.

 

'신한금융투자 계좌에 돈 더 넣을까?'

 

이미 해버린 과금. 캐릭터 육성에 돈을 발랐더니 현질 또 지르고 싶었어요. 원래 뭐든지 처음 한 번이 어렵지, 한 번 하면 그 다음부터는 아주 거침없고 거리낌없이 계속 하게 되요. 게임도 마찬가지에요. 현질을 안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번이라도 현질을 하면 안 되요. 한 번 현질을 시작하면 그 다음부터는 계속 하게 되요. 무슨 이번이 마지막 현질이에요. 이미 현질로 더럽혀진 캐릭터, 현질로 정화시켜야죠. 과금은 과금을 부르기 마련이에요.

 

신한금융투자 계좌에 들어간 제 돈은 15만원이었어요. 숫자가 참 마음에 안 들었어요.

 

"5만원만 더 넣어서 20만원으로 맞출까?"

 

계좌를 보자마자 직관적으로 상황을 알 수 있게 금액을 맞추고 싶었어요. 그래서 5만원 입금했어요.

 

"5만원으로 뭐에 투자하지?"

 

채권에 투자한다면 아무리 현질이라 해도 괜찮았어요. 회사채가 은행 예적금보다 수익률이 대체로 좋거든요. 제2금융권 은행 계좌 하나 만들고 싶은데 이것은 신한금융투자 계좌 개설로 인해 1월 하순이 되어야 가능해질 거였어요. 예적금보다 리스크가 있는 빚문서 사서 이자 받고 때 되면 원리금 상환받는 거니까 만기가 그렇게 길게 남지 않은 채권에 투자하면 현질이기는 해도 '은행 예금 금리가 너무 낮아서 어쩔 수 없었다'고 스스로 현질을 부정할 수 있었어요.

 

아니, 이왕 하는 현질, 주식을 해야지.

 

당연히 주식이죠. 미국 주식이죠. 나는 미국 믿어요. 지금 물리더라도 언젠가는 오르겠죠. 지수 ETF에 넣어놓고 당장 3월부터 미국 증시로부터 연금 받기 시작할 거에요.

 

5만원을 입금한 후 포트폴리오를 짜봤어요. 돈이 조금 부족했어요.

 

"10만원 더 넣으면 30만원이잖아?"

 

명분이야 만들면 됩니다.

그까짓 명분 만드는 거 10분도 안 걸립니다.

 

신한은행 계좌에는 매달 한달애저금통 돌리는 30만원이 있었어요. 한달애저금통 돌리는 30만원은 제가 벌어서 모은 돈이에요. 공돈이 하나도 안 섞여 있어요. 한달애저금통 이자와 그 외 푼돈으로 공돈이 생기면 모아서 천원이 될 때마다 자유적금에 넣었어요.

 

신한금융투자 계좌에 10만원 더 입금하면 사고 싶은 미국 ETF를 매수할 수 있었어요. 10만원만 더 입금하면 신한금융투자 계좌에 들어간 제 돈이 30만원이었어요. 이러면 나름대로 신한은행 계좌와 라이벌 구도를 만들 수 있어요. 매달 열흘간 예뻐라 예뻐라 매일 관심가져주던 신한은행 계좌와 새로 키우기 시작한 신한금융투자 계좌의 대결이었어요. 공돈이 다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 계좌로 들어갈 거니까 신한은행 계좌는 이제 순전히 한달애저금통 이자와 자유적금 이자로 돌아갈 거에요. 이러면 신한금융지주에 있는 제 계좌끼리 또 대결 구도가 만들어져요. 과연 신한금융투자 계좌는 신한은행 계좌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요.

 

신한금융투자 계좌에 10만원을 또 입금했어요.

 

 

역시 과금은 과금을 불렀어요. 현질은 단 한 번이라도 시작하면 안 되요. 신한금융투자 계좌는 이제 30만원 발라놓은 계좌가 되었어요. 처음에는 5만원 과금으로 시작했는데 벌써 30만원이었어요. 2022년에는 투자 금액 절대 안 늘리기로 다짐했는데 2022년 1월 한국 증시 첫 거래일 되기도 전에 신한금융투자 계좌는 벌써 30만원 들어가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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