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야시장 구경을 마치고 DDP로 나왔어요. 어느덧 새벽 2시 40분이었어요. 동대문 야시장 구경은 재미있었어요. 심야시간인데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활기가 넘쳤어요. 노점상에서 음식을 사서 먹는 사람들도 있었고, 여기저기 식사 배달 나가는 아주머니들도 계셨어요. 카페도 문을 열고 테이크아웃으로 커피와 음료를 판매하고 있었어요. 서울 전역이 깜깜한데 동대문 야시장만큼은 밝았어요.
"슬슬 다른 곳으로 가야겠다."
동대문야시장은 새벽 3시면 끝나요. 그렇기 때문에 동대문 야시장에서 더 있을 필요가 없었어요. 슬슬 동이 트기 전에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했어요. 매우 오랜만에 서울을 심야시간에 돌아다니는 거라 아주 무난한 코스로 걸으며 서울 심야시간 풍경을 구경할 계획이었어요. 동대문야시장에서 청계천 따라서 걸어서 종각쪽으로 가서 홍대입구역까지 걸어갈 예정이었어요.
횡단보도를 건넜어요. DDP 맞은편에는 헬로apm, 동대문패션타운, 밀리오레, 국립중앙의료원이 있어요. 이쪽은 동대문 야시장이 아니에요. 동대문 야시장 위치를 모르는 사람들은 동대문 야시장이 이쪽에서 열릴 거라고 착각하기 좋아요. 이쪽에 있는 시장에서 야시장이 열리기는 해요. 그러나 진짜 크게 열리고 붐비는 야시장은 DDP 뒷편이지 헬로apm, 동대문패션타운, 밀리오레 쪽이 아니에요.
"여기는 완전 죽었네."
2019년까지만 해도 심야시간에 헬로apm, 동대문패션타운, 밀리오레, 국립중앙의료원 쪽도 사람들이 꾸준히 있었어요. 심야시간에 동대문은 큰 길을 중심으로 DDP쪽과 동대문패션타운 쪽으로 나눠서 볼 수 있어요. DDP쪽은 의류, 패션 야시장이 크게 열리는 곳이에요. 큰 길 건너서 맞은편인 헬로apm, 동대문패션타운, 밀리오레, 국립중앙의료원 쪽은 식당과 숙소들이 몰려 있는 곳이에요. 심야시간에 동대문 국립중앙의료원 담벼락 맞은편에 있는 식당들은 주로 동대문 야시장 이용하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식당이에요. 그리고 국립중앙의료원 및 국립중앙의료원 넘어서 청계천 방향으로 쭉 걸어가면 숙소들이 많이 밀집해 있어요. 그래서 2019년까지 심야시간에 가보면 동대문 야시장에서 일 보고 숙소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이 길로 많이 다녔어요.
당연히 헬로apm, 동대문패션타운, 밀리오레, 국립중앙의료원 쪽은 심야시간에 완전히 불이 꺼져 있었어요.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이쪽은 식당, 카페들이 몰려 있는 곳인데 심야시간에는 현재 실내 영업 금지에요. 숙소로 돌아가는 사람도 별로 없었어요. 지방 사람들이 서울로 관광 많이 올 시즌도 아니고, 이쪽에서 숙소 잡는 사람들은 대체로 외국인이었어요. 한국인이 동대문 야시장에서 볼 일이 있다면 밤에 올라와서 다음날 아침에 내려가면 되기 때문에 굳이 숙소까지 잡고 머무를 필요는 없거든요.
'24시간 카페는 씨가 말라버렸겠다.'
동대문은 24시간 카페가 꽤 많이 있는 곳이었어요. 동대문 야시장 때문에 24시간 영업하는 카페도 여러 곳이고, 심야시간에 영업하는 카페도 여러 곳이었어요. 이쪽은 오후 늦게 오픈해서 새벽까지 장사하는 카페들도 여러 곳이었어요. 하지만 서울이 사실상 심야시간 통행 제한 상황이다 보니 24시간 카페가 남아 있을 리 없었어요.
"마지막 불꽃이었을까?"
한국 경제는 문재인 대통령 집권 후 엉터리 소득주도성장으로 끝없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었어요. 이때 자영업 탈출은 지능순이었어요. 최저임금인상은 강력한 구조조정 효과가 있어요. 최저임금만큼 노동력을 제공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노동시장에서 나가라는 소리에요. 그리고 최저임금만도 못 버는 회사는 회사 정리하고 시장에서 나가라는 명령이에요. 얼핏 보면 최저임금 인상시키면 경제가 잘 돌아갈 것 같지만 실제로는 경제를 침체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그런데 희안하게 2020년 전까지 24시간 카페는 여기저기에 꽤 많이 생겼어요. 오히려 24시간 카페는 호황이라고 해도 될 정도였어요. 청년들이 일자리가 없어서 대부분 백수로 지내게 되자 심야시간에 24시간 카페 가서 공부하고 노는 청년들이 급증했어요. 무인카페까지 합치면 더욱 많이 증가했어요. 스터디카페는 독서실의 변종이니까 논외로 쳐도 진짜 점원이 일하고 있는 24시간 카페 및 무인 24시간 카페 둘 다 여기저기 더 늘어났어요.
아마 그게 24시간 카페의 마지막 불꽃이었을 거에요. 갑작스러운 폭우에 순식간에 모든 게 침수되어버린 반지하 방처럼 24시간 카페는 사회적 거리두기 심야시간 영업 금지 조치로 싹 다 멸종당했어요. 가게를 아예 폐업한 곳들도 있고, 영업시간을 낮에만 영업하는 것으로 바꾼 곳들도 있어요. 하지만 서울에서 24시간 내내 영업하는 카페는 없어요. 있기는 할 거에요. 배달 전문으로요. 그러나 그런 곳조차 몇 곳 없어요.
굿모닝시티 뒷편 골목길로 들어갔어요. 어둠이 짙게 내리깔려 있었어요. 롯데리아는 불이 켜져 있었어요. 여기는 배달 때문에 24시간 영업하는 모양이었어요. 골목 조금 더 들어가자 에그드랍이 나왔어요. 에그드랍도 원래 24시간 카페였어요. 그러나 당연히 불이 완전히 다 꺼져 있었어요.
청계천을 향해 계속 걸어갔어요. 골목길을 쭉 따라 위로 올라가면 교보문고가 있는 빌딩이 나오고, 여기에서 큰길로 나가서 다시 더 올라가면 청계천이 나와요. 청계천을 따라서 종각쪽으로 걸어가면 상당히 빠르게 종각까지 걸어갈 수 있어요. 낮시간에는 조금 복잡해서 청계천 산책로 내려가서 걸어가지 않으면 시간 차이가 별로 안 나지만, 심야시간은 달라요. 청계천 따라 걸어가면 을지로나 종로 따라 걸어가는 것보다 확실히 더 빨라요. 청계천 산책로로 걸어가면 더 빨리 가구요.
"메가커피 불 켜져 있네?"
어둠 속에서 메가커피 동대문점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어요. 메가커피 옆에 있는 이디야 커피는 원래 24시간 카페였어요. 그러나 이디야 커피는 완전히 불이 꺼져 있었어요. 대신 메가커피가 밝게 빛나고 있었어요.
'여기 동대문 야시장 문 닫을 때까지만 하는 거 아냐?'
동대문에서 24시간 카페 찾을 때 주의해야 하는 점은 이쪽은 동대문 야시장 폐장할 때까지 영업하는 카페들이 꽤 있다는 점이에요. 아예 저녁부터 심야시간까지만 운영하는 카페도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심야시간에 장사하고 있다고 해서 당연히 24시간 카페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에요.
메가커피 동대문역점으로 갔어요.
"여기 24시간 영업하나요?"
"예, 24시간 해요."
24시간 카페가 아직 남아있다니!
2020년까지만 해도 24시간 카페 중 매장에 테이블이 없는 테이크아웃 전문 24시간 카페는 쳐다보지도 않았어요. 제가 24시간 카페를 찾아간다고 하면 무조건 테이블이 있고 심야시간에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카페였어요. 그러나 이제 매장이 있는 24시간 카페는 없어요. 한두 곳 있을 수도 있어요. 그러나 심야시간에는 매장 이용이 불가능해요. 그 이전에 테이크아웃만으로라도 24시간 영업하는 카페 자체가 엄청나게 드물어요. 거의 없는 수준을 넘어서 아예 없다고 생각해도 크게 틀리지는 않아요. 있다고는 하지만 진짜 몇 곳 없어요.
정 궁금하면 새벽 3시 넘어서 요기요 카페 검색해보면 되요. 새벽 3시 이후에 검색해야 하는 이유는 간혹 새벽 2시~3시까지 테이크아웃 및 배달 영업하는 카페들이 있기 때문이에요. 24시간 카페는 새벽 3시부터 손님이 급격히 줄어들어요. 새벽 5시쯤 되면 손님이 몇 사람 없어요. 그래서 새벽 3시 이후에도 영업하는 카페들을 찾아봐야 하는데 새벽 3시 넘어가면 영업하는 카페들이 없어요.
멸종당했다는 도도새를 다시 발견했다.
이건 정말 멸종당했다는 도도새를 다시 발견한 수준이었어요. 위치도 상당히 의외인 곳에 있었어요. 동대문 일대가 동대문 야시장 때문에 심야시간까지 운영하는 카페 및 식당이 여러 곳 있다고 하지만 국립중앙의료원 쪽은 24시간 운영하는 카페가 별로 없는 곳이에요. 동대문 일대에서 동대문 야시장 때문에 심야시간까지 운영하는 카페가 몰려 있는 곳은 당연히 동대문 야시장 및 그 일대라 할 수 있는 DDP 뒷편이에요. 이쪽을 잘 안 가본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DDP와 헬로apm 사이는 길 건너기 별로 안 좋은 곳이에요. 가운데에 매우 넓은 차로가 자리잡고 있고, 횡단보도도 DDP 양 끝자락에 있어서 횡단보도 간격도 상당히 멀어요. 그래서 둘이 완전히 떨어져 있다시피 해요.
그런데 전혀 기대 하나도 안 했던 헬로apm 뒷편에서 24시간 카페를 찾아내었어요. 헬로apm 뒷편에서 24시간 카페 발견할 거라 기대 안 한 정도가 아니라 이날은 아예 24시간 카페 발견할 거라는 기대가 완전히 없었어요. 있을 리가 없잖아요. 실내 영업 못 하고 커피 배달이 나가봐야 얼마나 나간다고 카페들이 24시간 영업을 하겠어요. 24시간 카페는 아예 존재하지 않을 거라 예상하고 나왔는데 의외로 한 곳 발견했고, 그 장소 또한 의외의 장소였어요.
이건 정말 멸종당했다는 도도새를 다시 발견한 급이었어요. 도도새를 찾아 멀리 헤메었는데 알고 보니 집 뒷마당에서 닭처럼 돌아다니던 새가 전설의 도도새였다는 급이었어요. 서울에 24시간 카페가 아직도 남아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어요.
서울 24시간 카페 중 하나인 메가커피 동대문점은 실내 매장이 아예 없었어요. 테이크아웃 전문점이었어요. 여기에 배달도 되는 카페였어요.
서울 동대문 24시간 카페인 메가커피 동대문점 주소는 서울특별시 중구 장충단로13길 13이에요. 지번 주소는 서울특별시 중구 을지로6가 18-97이에요. 매장 운영은 없고 테이크아웃 및 배달 전문 카페에요. 심야시간이나 매우 이른 아침에 동대문역 근처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싶다면 메가커피 동대문점이 있어요. 메가커피 동대문점은 서울에 24시간 영업하는 카페가 아직도 남아 있다는 것에 엄청나게 큰 의의가 있는 카페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