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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서울에 올라와서 서울에 머무르고 있을 때였어요. 때는 엄청나게 뜨거운 더위가 살짝 꺾인 8월 중순 조금 지나갔을 때였어요. 친구는 관악구 친구집에서 머무르고 있었고 저는 당연히 의정부에서 잘 지내고 있었어요. 친구를 보러 놀러가고 싶기는 했지만 서울 관악구까지 가는 건 너무 귀찮았어요. 의정부에서 관악구면 완벽히 정반대에요. 동서로 봐도 반대고 남북으로 봐도 반대에요. 대각선 반대쪽이기 때문에 의정부에서 친구 보러 관악구까지 가고 싶지는 않았어요.
"너 오늘 뭐해?"
"집에 있는데?"
주말이었어요. 친구가 제게 뭐하냐고 물어봤어요. 친구는 많이 심심한 모양이었어요. 의정부에 놀러가도 되겠냐고 물어봤어요. 친구가 의정부를 궁금해할 이유는 단 한 가지도 없었어요. 예전에 제 방에서 상당히 오래 머무르면서 의정부 여기저기 잘 돌아다녔거든요. 그때와 달라진 것이 거의 없는데 궁금해할 게 있을 리 없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악구에서 의정부까지 놀러오겠다고 하다니 진짜 심심하고 저와 놀고 싶은 모양이었어요.
"너 점심 먹었어?"
"아니."
"점심 같이 먹을래?"
친구는 제게 점심 같이 먹지 않겠냐고 물어봤어요. 나가기 조금 귀찮았어요. 귀찮은 것은 둘째치고 서울까지 가려면 한 시간은 잡아야 했어요. 집에서 뒹굴거리고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씻지도 않았어요. 씻고 준비하면 아주 늦은 점심이 될 거였어요. 말이 좋아 점심이지 점심 겸 이른 저녁 먹어야할 시간은 될 거였어요. 빨리 대충 씻고 나간다고 해도 서울까지 가는 데에 걸리는 시간이 있어서 그렇게 일찍 만날 수는 없었어요.
"지금 좀 늦은 거 같은데...너 점심 안 먹었어?"
"어."
"어디에서 봐?"
"모처럼 회기 갈까?"
"회기?"
친구는 회기 가서 저와 회기에서 같이 고시원에서 찌질찌질하게 지냈던 옛날 추억을 다시 경험해보고 싶은 모양이었어요. 그러나 그건 제가 거절했어요. 주말이라서 회기는 가봐야 할 것이 아무 것도 없었어요. 회기 가서 밥 먹을 만한 곳도 마땅히 있을 거 같지 않았어요. 게다가 예전에 친구와 달동네 탐험했던 곳은 재개발 공사 들어가서 다 철거되었고 경희대학교 놀러가기엔 날씨가 너무 뜨거워서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청량리 가?"
"청량리?"
"너 콩국수 좋아해?"
"당연히 좋아하지."
"그러면 청량리 갈래? 거기 콩국수 맛집 하나 있는데."
"그러자."
친구와 청량리에서 만나기로 했어요. 청량리는 의정부역에서 30분이면 가요. 제가 의정부 자취방에서 출발할 때 대충 한 시간 잡으면 아주 널널하게 가요. 청량리도 가보면 매우 재미있어요. 청량리부터 제기동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재래시장을 돌아다니면 시간 잘 가요. 청량리 시장은 서울 주요 도매시장 중 하나라서 구경할 것도 꽤 있고 돌아다닐 범위도 넓어요.
게다가 마침 여름이 끝나기 전에 청량리 가서 콩국수 한 그릇 먹고 싶었어요. 그러던 차에 잘 되었어요. 바로 씻고 전철 타고 청량리로 갔어요. 친구와 만나서 콩국수 먹었어요. 역시 맛있었어요.
콩국수를 먹고 나서 청량리 시장을 돌아다니며 구경하던 중이었어요. 청량리 시장은 여러 시장이 모여 있어요. 수산물 도매시장은 청량리역쪽에 있고, 나머지 시장은 전부 청량리역 길 건너편에 있어요. 청량리역 청량리 청과물 도매시장부터 제기동 약령시까지 쭉 이어져 있어요. 지도상으로는 여러 시장으로 구분되어 있지만 실제 가보면 거대한 시장 하나에요.
시장을 구경하다가 청량리역으로 돌아가던 중이었어요. 간식거리가 여기저기 보였어요.
"마스크만 아니면 저거 하나 사서 먹고 갈 건데..."
만약 마스크만 안 쓰고 다닐 수 있다면 간식거리도 많이 사서 먹었을 거에요. 원래 시장 구경이 그런 재미니까요. 적당히 물건 구경도 하고 사람 구경도 하다가 간식 하나 사서 입에 물고 다니고 식혜 같은 것도 하나 사서 쪽쪽 빨아먹으면서 다니구요. 그런데 마스크 써서 그렇게 뭔가 먹으면서 돌아다니기는 조금 많이 그랬어요. 여기저기에서 온갖 간식거리가 저를 유혹하고 있었어요.
"빵집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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