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먹어본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메뉴는 타코벨 하바네로 브리또에요.
모처럼 서울에서 친구와 만나서 놀고 돌아다니던 중이었어요. 정말 오랜만에 종로를 돌아다니며 놀았어요. 예전에는 종로에 많이 갔어요. 그렇지만 요즘은 종로에서 노는 일이 거의 없어요. 예전에나 종로였지, 요즘은 종로 가봐야 사람도 없고 재미있는 것도 거의 없어요. 과거에는 종로 가면 종로 및 그 일대에 돌아다니며 놀 것이 매우 많았어요. 삼청동 가도 되었고 명동 가도 되었어요. 그러나 삼청동, 명동 둘 다 이제는 서울의 대표적인 망한 상권 소리 듣는 곳이에요. 인사동도 예전이나 인사동이었지, 지금은 아주 휑하기 그지없어요.
그래도 찾아보면 갈 만한 곳들이 있기는 해요. 북촌 한옥마을도 있고 을지로도 있어요. 그런데 이쪽은 가려고 하면 가는데 의도하고 가지는 않는 편이에요. 을지로는 서울 종로 갈 때마다 지나다니는 곳이고, 북촌 한옥마을은 경사진 곳이라 한여름에 가면 무지 더워요. 종로에서 조금 걸어들어가야 하구요.
그렇다고 해서 제가 경복궁, 덕수궁을 돈 내고 입장해서 구경할 것도 아니에요. 이런 곳 돈 내고 들어간다면 사진 찍고 놀러 가는 건데 요즘은 사진 촬영도 거의 안 하고 있어요. 예전에 한때 카메라 들고 열심히 돌아다녔었지만 지금은 심지어 여행갈 때도 카메라 잘 안 들고 가요. 얼마 전 경주 여행 갔을 때는 나름 멀리 갔다 오는 건데도 카메라를 아예 안 들고 갔어요.
그나마 갈 만한 곳이라면 익선동. 익선동 가면 재미는 있어요. 그런데 범위가 너무 좁아요. 익선동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데에는 시간 얼마 안 걸려요. 금방 휙 다 둘러보고 올 수 있어요. 조금 긴 시간 돌아다니며 놀 만한 곳은 아니에요. 한 바퀴 둘러보고 카페나 식당 가서 논다면 알차게 시간 보낼 수 있지만 순전히 걸어다니고 구경하는 목적만으로 갈 만한 곳은 아니에요. 그러기에는 너무 좁고 금방 끝나요.
혼자 가서 돌아다니고 노는 거라면 익선동도 괜찮아요. 익선동 주변은 서울의 게토 중 하나에요. 악명 높은 돈의동 쪽방촌도 있고 성소수자 집합지이기도 해요. 노인들 집합장소이기도 하구요. 여기에 노숙자도 꽤 있어요. 알고 돌아다녀도 재미있고 모르고 돌아다녀도 재미있어요. 모르고 돌아다니면 조금 위험할 수도 있는 공간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가보면 괜찮아요.
하지만 이날은 저 혼자 간 것이 아니었어요. 친구와 같이 갔어요. 친구와 이런 곳 돌아다니며 놀고 싶지 않았어요. 모처럼 친구와 만나서 돌아다니며 노는데 백주대낮에 어두운 곳 탐험이 아니라 밝은 곳을 돌아다니며 좋은 것 보고 잡담이나 하고 싶었어요.
종로 길을 따라 광화문까지 갔어요. 날이 뜨거웠어요. 카페에 가서 놀기는 시간이 애매했어요. 저녁을 먹기도 애매한 시간이었어요. 뭘 해도 전부 다 애매했어요.
"타코벨 가서 뭐 먹으면서 조금 쉴까?"
"타코벨?"
그때 문득 떠오른 것이 있었어요. 타코벨이었어요. 광화문 근처에는 타코벨 매장이 있어요. 타코벨 메뉴는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돈 생각만 안 한다면 잠깐 간식 먹으며 쉬기 딱 좋아요. 열량은 아마 적지 않을 거에요. 그렇지만 양이 매우 적어요. 매우 적게 먹는 사람이라면 타코벨에서 뭐 사먹고 식사가 된다고 좋아할 수 있을 거에요. 그렇지만 성인 남성 기준으로 보면 타코벨은 양이 너무 적어요. 눈 깜짝할 사이에 하나 다 먹어치울 수 있어요. 김밥 한 줄 먹고 배부르다고 할 정도 아니라면 타코벨 양은 많지 않아요.
친구와 타코벨 가서 뭐 먹으면서 땀 좀 식힌 후에 나오기로 했어요.
타코벨로 갔어요. 무엇을 먹을지 봤어요.
"하바네로 브리또 먹어야겠다."
타코벨 하바네로 브리또는 안 먹어본 메뉴였어요. 타코벨에서 김치 치즈 브리또를 매우 맛있게 먹었어요. 그걸 또 먹고 싶었지만 안 먹어본 메뉴로 먹어보기로 했어요.
제가 먹을 것으로 타코벨 하바네로 브리또가 나왔어요.
포장지를 풀었어요.
여기까지는 아주 특징이 없었어요. 특징 없음 그 자체였어요. 타코벨은 포장지가 모두 똑같아요. 포장지가 참 튼튼하고 디자인은 밋밋한 편이에요. 여기에 부리또는 속 내용물이 아예 안 보여요. 타코라면 이렇게 돌려서도 사진 찍어보고 세워서 사진 찍어보고 입을 벌려서 사진 찍어볼 수 있어요. 그렇지만 부리또는 그렇게 뱅뱅 돌려가며 찍어봐야 다 거기에서 거기에요.
부리또도 또띠야를 펼쳐서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거에요. 타코벨은 부리또 끝부분을 붙여놔요. 억지로 뜯어내려고 하면 뜯어내서 완전히 펼칠 수 있어요. 하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만약 억지로 붙여놓은 부분을 뜯어서 활짝 펼칠 경우 사진으로 타코벨 하베네로 브리또 속재료를 보다 잘 찍을 수 있겠지만 먹을 때가 문제였어요. 보나마나 질질 다 옆으로 새고 아래로 흐르고 난리날 거였어요. 저는 먹는 것이 우선이었기 때문에 접착된 부분을 뜯지 않았어요.
'칼로 예쁘게 자를 걸 그랬나.'
별 생각없이 베어먹다가 단면 사진을 찍었어요. 당연히 예쁘게 나올 리가 없었어요. 타코벨 부리또만큼은 칼로 절반 잘라서 사진 찍고 싶었어요. 저는 귀찮아서 그렇게 하지 않지만 음식 사진을 성의 있게 찍는 사람들이라면 타코벨 갈 때 참고하면 좋을 거에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외관을 찍으면 이게 무슨 부리또인지 전혀 알 수 없고 베어먹다가 단면 찍으면 사진이 매우 지저분하게 나오거든요.
타코벨 하바네로 브리또를 주문할 때만 해도 이게 매워봤자 얼마나 맵겠냐고 얕봤어요. 그렇지만 먹기 시작하면서 생각이 달라졌어요.
"이거 왜 이렇게 매워?"
타코벨 하바네로 브리또는 매운맛이 꽤 강한 편이었어요. 양념 자체도 매운 맛이 있었어요. 그런데 특히 더 매우라고 할라피뇨 조각이 아주 크고 예쁜 덩어리로 여러 개 들어가 있었어요. 할라피뇨 조각은 진짜로 매웠어요. 양념도 매콤한데 할라피뇨 조각 씹으면 뻣뻣한 구두솔로 꽉 누르는 것처럼 매운맛이 혓바닥을 촘촘하게 찔러대었어요. 매운맛이 아주 확실했어요.
또띠야는 맛이 부드러웠어요. 만두피 비슷한 맛이었어요.
타코벨 하바네로 부리또 속에는 쌀밥도 들어가 있었어요. 쌀밥과 다진 고기가 섞여 있었어요. 둘은 의외로 식감이 매우 비슷했어요. 고기를 씹는 것 같은데 쌀밥이고, 쌀밥 씹는 것 같은데 고기였어요. 눈으로 봤을 때도 둘이 잘 섞여 있었어요.
타코벨 하바네로 브리또는 맛있었어요. 짜고 매콤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좋아할 맛이었어요. 음식이 전반적으로 단맛이 매우 강한 서울쪽 음식보다 단맛 억제된 음식맛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 좋아할 만한 맛이었어요. 매운 것 잘 못 먹는 사람이라면 안 먹는 것이 좋을 거에요. 김치 치즈 브리또가 워낙 맛있어서 그렇지, 이것도 꽤 맛있는 편이었어요.
그래서 최종 소감은?
곱빼기 말고 이거 2개 분량 어떻게 안 되겠니?
양 적은 것은 곱빼기 정도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어요. 애초에 제가 이때 친구와 돌아다니다 잠깐 쉬고 땀 좀 식히려고 타코벨 간 이유는 타코벨 양이 적어서 타코든 브리또든 하나 시켜서 먹다가 일어나면 딱 맞기 때문이었어요. 맛은 좋지만 식사로 먹기에는 양이 너무 적었어요. 이때는 간식으로 사먹은 것인데도 한 개로는 부족하고 2개 먹고 싶었어요. 식사로 먹기에는 부족하고 간식으로 먹기에는 가격이 문제였어요. 타코벨 하바네로 브리또 가격은 단품 6000원, 세트 8000원이거든요.
타코벨 하바네로 브리또는 1+1이라면 열심히 사서 먹을 의향이 아주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