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친구가 깨웠어요. 씻고 나가서 6시부터 등산을 시작하는 것이 목표였어요. 하지만 다시 냉탕과 온탕을 왔다 갔다 하면서 놀다가 5시 반에 나와 근처 편의점에 갔어요.
“아침 먹어야지.”
“나는 괜찮아.”
그다지 아침을 먹고 싶은 생각이 없었어요. 그래도 굶으면 등산이 힘드니 삼각김밥으로 때우기로 했어요. 친구가 냉동 짬뽕면을 골라 전자렌지에 돌리는 동안 편의점에서 짐을 다시 꾸렸어요. 편의점에서 구입한 물과 스포츠 음료, 점심으로 먹을 김밥까지 다 챙겼어요. 빠트린 것은 없었어요. 한 사람당 이온 음료 500ml 한 통, 물 500ml 3통, 참외 2개, 김밥 1줄, 캔커피를 준비했어요. 그리고 같이 먹을 간식으로는 초콜릿 한 봉지와 소시지 한 봉지, 제과점에서 구입한 미니 갈릭 소보로 한 봉지가 있었어요.
“사장님, 여기에서 설악산 가려면 어떻게 가나요?”
“길 건너서 버스 타고 가세요. 어느 코스로 가는데요?”
“당일치기로 설악동에서 대청봉 갔다가 백담사로 내려가려구요.”
“그러면 좀 많이 늦었는데…그래도 젊은 친구들이니까 가능하겠네요.”
전날 찜질방 카운터에 계신 아저씨와 마찬가지로 편의점 주인 아저씨께서도 속초 설악동으로 올라가는 코스가 매우 좋다고 극찬하셨어요. 만약 시간이 없으면 오색 쪽으로 내려가면 되는데 오색은 힘들기만 무지 힘들고 볼 것은 하나도 없다고 하셨어요.
“오색?”
제대로 잘 조사하고 가는 것은 아니었지만 나름 조사를 했어요. 그런데 설악산 오색은 찾지 못했어요. 오색도 속초에 있는 건가? 일단 사기와 의욕이 충천해 있었고 표지판에 적힌 시간보다는 분명 우리가 빨리 갈 것이라는 생각에 충분히 백담사로 내려갈 수 있을 거라고 믿었어요. 오색은 그냥 ‘그런 곳이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새로운 코스를 하나 알게 되었다고 좋아했어요. 그러나 그쪽으로 갈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아침 7시 20분을 조금 넘었을 때. 버스로 설악동 입구에 도착했어요. 버스로 40분 조금 안 걸렸어요.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 입구에 들어갔어요. 생각만큼 날이 덥지 않았어요. 구름이 껴서 흐린 날씨에 온도도 선선했어요. 등산하기 최고의 날씨. 새벽에 자기 전, 그리고 일어나서 냉탕과 온탕을 번갈아 드나들며 몸을 충분히 풀었어요. 준비도 제대로 했고 아침도 챙겨 먹었어요. 친구가 더워서 잠을 잘 자지 못했지만 저는 잠도 푹 잘 잤어요. 게다가 입장하자마자 권금성을 비롯한 설악산의 아름다운 모습이 저희를 계속 기쁘고 행복하게 만들었어요.
“이야, 저 케이블카 어떻게 매달아 놓았지?”
“그러게…저거 장난 아닌데?”
세 번째 보는 권금성 케이블카였지만 세 번째 보아도 그저 신기. 저걸 도대체 어떻게 설치했는지 궁금할 뿐이었어요. 마음 같아서는 권금성 케이블카도 타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빠듯한 감이 있어서 이것은 그냥 지나쳤어요. 조금 걷자 신흥사가 나타났어요.
설악동 입구에서 입장료를 지불하는 이유는 신흥사 때문이에요. 그래서 신흥사를 둘러보았어요. 신흥사의 백미란 바로 거대한 청동좌불 내부에 있는 법당이에요. 하지만 여기는 이번에도 들어가지 못했어요. 볼 것이라면 청동좌불이 전부였어요. 절이 특별히 아름다운 것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설악산이 너무 아름다워서 청동좌불이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입장료 받는 절 중에서 불상과 절 모두 볼만한 곳은 속리산 법주사. 여기는 솔직히 인정해요. 어렸을 때 ‘쎄멘 미륵 쎄멘 미륵’이라고 놀렸던 법주사 미륵불. 시멘트로 만들어서 ‘쎄멘 미륵’이라고 놀렸는데 이제는 청동으로 바꾸었어요. 법주사는 일단 건축물로 팔상전이 있고 국보와 보물도 여러 개 있어서 볼 만 해요. 신흥사 청동좌불도 볼 만은 하지만 솔직히 법주사 청동미륵불이나 팔상전에 비할 것은 못 되요. 절이 잘 나서 볼 게 있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빽’이 좋아서 그나마 볼만한 것이 신흥사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