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하겐다즈 나뚜루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 레몬 소르베

좀좀이 2020. 9. 19.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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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먹어본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은 레몬 소르베에요.


여의도에서 친구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어요. 이왕 서울에 왔으니 조금 돌아다니다 집으로 가기로 했어요. 어디를 갈까 고민하면서 일단 여의도역을 향해 걸어갔어요. 날씨가 선선하고 하늘이 참 맑았어요. 파란 하늘을 보면서 아직 초록색이 남아 있는 은행나무 아래를 걸었어요. 은행나무 잎은 아직 제대로 노랗게 물들지는 않았지만 길바닥에는 은행이 이미 많이 떨어져 있었어요.


'여의도에서 갈 만한 곳이 어디 있지?'


여의도 공원을 따라 여의도역을 향해 걸으면서 여의도에서 어디를 갈까 고민했어요. 여의나루역으로 가서 마포대교를 걸어서 건넌 후 마포로 넘어가는 방법이 있었어요. 이건 여의도 와서 돌아다닐 때 항상 마지막 코스였어요. 그러나 이번에는 그렇게 많이 걷고 싶지 않았어요. 새로 구입한 구두가 발 모양에 맞지 않아서 발목이 신발에 자꾸 쓸리고 있었거든요. 그렇지만 그렇게 가지 않으면 여의도에서 갈 만한 곳이 딱히 없었어요.


'어디 가지?'


여의도역에 거의 다 왔어요. 하지만 아직까지도 여의도에서 마땅히 갈 만한 곳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어요. 여의도 버스 환승센터를 지나 여의도역까지 왔어요. 여전히 어디 갈 지 결정하지 못했어요. 이제 어디에 갈 지 결정해야 했어요. 이대로 계속 길을 따라 걸어간다면 여의나루역으로 가는 것이었고, 그게 싫다면 여의도 버스환승센터로 가서 버스를 타고 가든가 여의도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야 했어요.


'아, 맞다. 여의도에 하겐다즈 매장 있었지?'


여의도에 하겐다즈 매장이 있다는 것이 떠올랐어요. 하겐다즈 매장은 지금까지 한 번도 안 가봤어요. 하겐다즈도 오프라인 매장이 몇 곳 있어요. 정말 보기 어렵기는 하지만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에요. 강북권에는 하겐다즈 오프라인 매장이 유일하게 여의도에 딱 한 곳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하겐다즈 오프라인 매장 한 번 가볼까?'


하겐다즈 오프라인 매장은 지금까지 한 번도 안 가봤어요. 하겐다즈 오프라인 매장 자체가 몇 곳 없는 데다가 강북권은 여의도에 있기 때문에 갈 일이 아예 없었어요. 여의도 자체를 갈 일이 별로 없는데 여의도역 쪽은 그 중에서도 갈 일이 더욱 없었거든요. 여의도로 놀러가면 여의도 한강변을 따라 돌아다니며 놀다가 여의나루역으로 가서 마포대교를 건너는 식으로 항상 일정을 끝냈으니까요. 여의도 한가운데에 있는 여의도역은 가봐야 할 것도 없고 갈 이유도 없는 곳이었어요.


하겐다즈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판매하는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이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한 번 가보기로 했어요.


하겐다즈 오프라인 매장 중 여의도에 있는 것은 여의도역 6번출구 근처에 있었어요. 여의도역 6번출구 옆에 있는 건물 구석에 하겐다즈 매장이 있었어요.


하겐다즈 매장 안으로 들어갔어요.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하는 아이스크림 1스쿱 가격은 4900원이었어요.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하겐다즈 미니컵 가격은 4800원이니까 정말 잘 골라야 했어요.


100원의 승부.


하겐다즈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판매하는 아이스크림 종류에 대한 정보는 없었어요. 하겐다즈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찾아봤지만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판매하는 아이스크림 정보는 전혀 없었어요.


평소에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을 즐겨먹었다면 편의점 같은 곳에서 구할 수 있는 미니컵 아이스크림 종류를 꿰고 있었을 거니까 별 상관 없었을 거에요. 그렇지만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은 제 인생에서 지금까지 딱 한 번 먹어봤어요. 작년에 갑자기 하겐다즈 아이스크림도 한 번 먹어보고 싶어져서 충동적으로 편의점 가서 하겐다즈 로얄 밀크티 아이스크림 미니컵 하나 사와서 먹은 것이 전부였거든요.


'잘 찍어야 하는데...'


절대 미니컵이 없을 것 같은 것으로 잘 골라야 했어요. 안 그러면 편의점 가서 4800원 주고 하겐다즈 미니컵 하나 사먹는 것만 못한 게 될 거였어요. 추리 소설과 SF 소설을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데 엄청난 추리력과 SF적 상상력을 총동원해야 했어요. 오직 그 100원의 소중함 때문에요. 100원을 더 투자한 보람을 찾아야만 했어요. 매장에 있는 아이스크림 종류는 그렇게 아주 많지는 않았어요. 20개 남짓 되는 것 같았는데 그 중 3개는 없었어요. 이 중에서 미니컵으로 판매되지 않는 것을 정확히 골라내야 했어요. 하겐다즈 미니컵이 뭐가 있는지도 모르는데요.


두뇌 풀가동! 삐삐삐삐삐삐삐삐!


두뇌 풀가동한다고 해결될 리 없는 난제였어요. 제가 유일하게 종종 먹는 아이스크림이라고는 배스킨라빈스31 뿐이에요. 배스킨라빈스31은 베스킨라빈스 매장 외에는 판매하지 않아요. 그러니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아요. 그렇다고 다른 아이스크림을 잘 사먹냐 하면 반대로 다른 아이스크림은 절대 잘 안 먹어요. 거의 안 먹어요. 1년에 많아야 세 번 정도 사서 먹을 거에요. 그간 먹어온 베스킨라빈스31 아이스크림 종류는 선택에서 아무 도움이 안 되고, 도움이 될 만한 일반 아이스크림은 애초에 관심 자체를 하나도 안 주고 있어서 참고 자료로 삼을 기억 자체가 없었어요.


일단 절대 피해야 하는 건 바닐라, 초코 같은 것. 이런 건 분명히 미니컵 아이스크림으로 있을 거였어요. 편의점 가면 아주 쉽게 구할 수 있을 거였어요.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종류를 몇 개 안 갖다놓는 편의점이라 해도 바닐라, 초코는 있을 게 분명했어요. 그러므로 바닐라, 초코는 제외.


그 다음에는 과일이었어요. 멜론은 뒤져보면 미니컵 아이스크림으로 나와 있을 거였어요. 기억을 더듬어보니 인스타그램에서 본 기억이 있었어요. 그러므로 멜론 들어간 것도 전부 생략.


남은 것 중 미니컵 아이스크림으로 다른 곳에서 구하지 못할 것을 찾아내야 했어요.


레몬이다!


하겐다즈 레몬 소르베 아이스크림은 오프라인 매장에 가야만 먹을 수 있는 아이스크림일 거였어요. 레몬 소르베 아이스크림은 아이스크림 전문점 외에는 잘 안 보이는 아이스크림이거든요. 여기에는 이유가 있어요. 레몬 소르베 아이스크림을 맛을 살린다고 신맛을 강하게 만들면 많이 못 먹어요. 정말 먹기 힘들어요. 그래서 맛을 살리면 먹는 양이 필연적으로 줄어들게 되요. 반대로 신맛을 많이 줄이면 이번에는 맛이 엉망이 되요. 레모나, 비타500 만도 못한 맛이 되어버려요. 그럴 거면 차라리 비타민 아이스크림이라고 팔아먹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해요.


그래서 레몬 소르베를 골랐어요.


하겐다즈 레몬 소르베 아이스크림은 이렇게 생겼어요.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 레몬 소르베


하겐다즈 레몬 소르베 아이스크림은 새하얀 색이었어요. 따로 추가로 들어간 것은 없었어요.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이라면 아이스크림에서 광택이 별로 없었다는 점이었어요. 하얀 탁구공보다 조금 더 반질거리는 정도였어요. 광이 나는 동그란 부분만 보면 광 내는 물질을 덜 발라놓은 사기 구슬 같았어요.


하겐다즈 레몬소르베


하겐다즈 레몬 소르베는 미니컵 아이스크림으로 판매하지 않는 아이스크림이 맞았어요. 하겐다즈 레몬 소르베 아이스크림은 오프라인 매장 가야만 먹을 수 있을 거에요.


하겐다즈 오프라인 매장에서 아이스크림을 고를 때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아이스크림을 고르는 간단한 방법이 있었어요. 하겐다즈 홈페이지 들어가서 온라인 구매로 들어간 후 미니컵 사이즈를 선택하면 온라인으로 주문할 수 있는 하겐다즈 미니컵 아이스크림 리스트가 나와요. 거기에 없는 것을 고르면 되요. 저는 이걸 다 먹고 집에 돌아와서 글 쓸 때에서야 생각났어요.


하겐다즈 레몬 소르베 아이스크림 영문명은 LEMON SORBET 에요.


하겐다즈 오프라인 매장에서 아이스크림 1스쿱 가격은 4900원이고, 2스쿱 가격은 9000원이고, 3스쿱 가격은 10800원이에요.


하겐다즈 레몬 소르베 아이스크림


"아, 셔!"


하겐다즈 레몬 소르베 아이스크림은 엄청나게 셨어요. 레몬 소르베 아이스크림을 스푼으로 조금 떠서 먹자마자 관자놀이가 찡했어요. 목 근육도 긴장해서 뼈가 솟아나왔어요. 신맛이 엄청나게 강해서 충격적이라 해도 될 정도였어요. 베스킨라빈스31 아이스크림 중 가장 셨던 아이스 레모나 아이스크림보다 이것이 더 셨어요. 아이스크림 중 신맛 강도는 이것이 아마 가히 최고일 거에요.


베스킨라빈스31 아이스크림 중에서 신맛 강한 아이스크림으로는 레인보우 샤베트가 있고, 레인보우 샤베트보다 훨씬 더 셨던 아이스크림으로는 아이스 레모나 정도가 있는데, 베스킨라빈스31 아이스 레모나 아이스크림보다 하겐다즈 레몬 소르베 아이스크림이 훨씬 더 셨어요. 베스킨라빈스31 아이스크림 중 레몬맛이 메인인 아이스크림으로는 마이 레몬 트리, 블랙 소르베 같은 것이 있어요. 그러나 마이 레몬 트리, 블랙 소르베 둘 다 먹어보면 신 맛이 레인보우 샤베트보다 별로이기 때문에 당연히 하겐다즈 레몬 소르베 아이스크림의 신맛과 비교할 바가 아니에요.


하겐다즈 레몬 소르베 아이스크림 맛의 가장 큰 특징은 강한 신맛이 아니었어요. 신맛 강한 건 그러려니 할 수 있어요. 진짜 중요한 맛의 특징은 바로 신맛은 강했지만 단맛의 후폭풍은 그렇게 강하지 않았다는 점이었어요. 하겐다즈 레몬 소르베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강력한 신맛의 폭풍이 몰아닥쳤어요. 그 뒤에 찾아오는 단맛의 반작용은 4월의 부드러운 산들바람이었어요. 보통 신맛이 강하면 단맛의 후폭풍도 상당히 격하기 마련인데 하겐다즈 레몬 소르베는 신맛의 강도에 비해 단맛의 후폭풍이 약했어요.


학창시절의 악몽이 떠오른다.


학창시절 학교에서 선생님에게 호되게 매맞고 맨소레담 바르는 느낌이었어요. 베스킨라빈스31에 있는 레인보우 샤베트 같은 신맛 강한 아이스크림 및 레몬 음료들과 느낌이 달랐어요. 베스킨라빈스31에 있는 신맛 강한 아이스크림들 및 매우 신 레모네이드 같은 것은 신맛의 충격에 버금가는 단맛의 끝내주는 후폭풍이 있어요. 그런데 하겐다즈 레몬 소르베는 단맛 후폭풍이 미약해서 신맛의 충격에 모든 힘을 쏟아부은 맛이었어요.


신맛이 매우 강하고 단맛의 후폭풍은 미약했지만 다행히 쓴맛은 없었어요. 어떻게 보면 맛이 참 단순했어요. '엄청나게 시고, 뒤에 단맛이 살짝 느껴진다'라고 간단히 정리해서 끝낼 수 있는 맛이었어요.


하겐다즈 레몬 소르베는 잠 깰 때 먹으면 매우 좋을 맛이었어요. 그리고 이거 많이 먹으면 왠지 잠 푹 잘 자고 다음날 개운한 아침을 맞이할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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