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먹어본 아이스크림은 나뚜루팝 아이스크림 중 하나인 P.S 아이러브유에요.
나뚜루팝은 안 가본 지 상당히 오래되었어요. 마지막으로 나뚜루팝 가서 먹은 아이스크림이 아몬드 봉봉쇼 먹으러 갔던 거였어요. 그게 2017년 늦가을이었어요. 그 이후 나뚜루팝은 전혀 안 갔어요.
'나뚜루팝이나 한 번 갈까?'
나뚜루팝도 새로운 아이스크림이 나왔을 것 같기는 했어요. 그러나 계속 안 갔어요. 나뚜루팝은 매장이 많은 편이 아니에요. 그래서 여기는 '나뚜루팝에 가야겠다'는 정확한 목적 없으면 어지간해서는 갈 일이 없었어요. 여기저기 도처에 매장이 있어서 그냥 한 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베스킨라빈스31과는 많이 달라요.
제가 사는 동네에 나뚜루팝 매장이 하나 있기는 해요. 그런데 매장도 작고 거기를 가려면 일부러 횡단보도를 한 번 더 건너야 했어요. 그래서 항상 한 번은 가봐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가기 귀찮아서 안 갔어요. 횡단보도 한 번 더 건너는 것이 정말 큰 마음 먹고 길을 건너야 하는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그렇게 계속 안 가다보니 어느덧 1년 넘게 안 가게 되었어요.
날이 더우면 더워서 횡단보도 한 번 더 건너기 귀찮았고, 날이 추우면 추워서 횡단보도 한 번 더 건너기 귀찮았어요. 그렇다고 제가 다니는 길에 다른 나뚜루팝 매장이 있는 것은 또 아니었어요. 그나마 큰 길 근처에 있는 나뚜루팝 매장이라면 신촌에 있는 곳 딱 하나였어요. 신촌은 몇 번 갔어요. 그러나 거기는 제가 홍대에서 밥 먹고 소화시키려고 시청으로 걸어가는 길에 있는 곳이라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전혀 안 들었어요.
그러다 어제였어요. 포천 신읍시장에서 등갈비 2인분을 혼자 먹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어요.
'뭐 시원한 거 없나?'
등갈비를 먹을 때에는 맛있게 잘 먹었어요. 그런데 2인분을 먹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목이 마르고 시원한 것을 먹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졌어요. 등갈비가 기름지고 약간 짭짤했거든요. 상큼하고 깔끔한 것을 하나 마시고 싶었어요. 탄산수도 좋고 주스도 좋았어요. 무언가 마실 게 없을까 고민하며 길을 걷고 있었어요. 역시나 딱히 확 떠오르는 것이 없었어요.
'나뚜루팝이나 갈까?'
그렇게 미루고 미루어서 1년 넘게 안 간 나뚜루팝이 떠올랐어요. 시원한 것 먹고 싶으니 아이스크림 하나 먹어도 괜찮을 것 같았어요. 이왕 나온 거 조금만 더 걸어가면 나뚜루팝에 갈 수 있었어요. 딱히 피곤하거나 집에 일찍 들어가고 싶은 생각은 없었어요. 그래서 나뚜루팝으로 갔어요.
아이스크림 뭐 새로 나온 거 없잖아?
나뚜루팝 매장으로 들어가 어떤 아이스크림이 있는지 살펴보았어요. 지금까지 나뚜루팝 아이스크림은 총 아홉 종류 먹어보았어요. 그 아홉 종류 제외하고 제가 안 먹어본 아이스크림이 뭐가 있나 살펴보았어요. 딱히 끌리는 게 없었어요. 시원하고 깔끔한 소르베 같은 것을 찾아보았어요. 소르베 같은 것은 딱 하나 있었어요. P.S 아이러브유였어요.
선택지가 없었어요. P.S 아이러브유 아이스크림을 고르지 않으면 우유가 들어간 아이스크림을 먹어야 했어요. 우유가 들어간 아이스크림은 깔끔한 느낌이 전혀 없어서 느끼하고 짭짤한 맛을 씻어내는 것에는 매우 안 맞았어요. 그래서 P.S 아이러브유를 골랐어요.
나뚜루팝 P.S 아이러브유 아이스크림은 이렇게 생겼어요.
얼핏 보면 자두맛 캔디처럼 하얀색에 분홍빛 아이스크림이 살짝 섞여 있어요.
일단 생긴 것은 매우 시원하게 생겼어요.
P.S 아이러브유 아이스크림에 대한 나뚜루팝 소개 문구는 '레몬의 상큼함과 딸기의 달콤함을 동시에'에요.
싱글컵 100g 기준으로 매장에 걸려 있는 이름표에는 열량이 110kcal 라고 되어 있는데, 나뚜루팝 홈페이지에서는 105kcal 이라고 나와 있어요.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원산지 정보를 보면 과채가공품(칠레산), 레몬농축액(이스라엘산),사과농축액(국산)이래요.
이건 대체 무슨 사랑의 맛이야!
무지 셨어요. 장난 없이 셨어요. 베스킨라빈스31에 레인보우 샤베트가 있다면 나뚜루팝에는 p.s 아이러브유가 있었어요.
딸기맛은 딸기잼 맛 같았어요. 그리고 레몬맛이 무지 강했어요. 레몬향은 딸기잼향과 섞여서 잘 안 느껴질 때도 있지만 흰색 아이스크림을 많이 떠서 먹으면 레몬의 시원상큼한 향이 확 느껴졌어요. 끝맛은 완벽한 레몬맛이었어요.
어렸을 적 아이셔 캔디를 처음 먹고 괴로워했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그때 그 고통급이었어요. 그 고통은 한동안 못 느꼈어요. 신맛 자체를 피했기 때문이었어요. 그러다 베스킨라빈스31 아이스크림 하나씩 먹어보겠다고 레인보우샤베트를 먹었다가 다시 느꼈어요. 이후 레인보우샤베트 정도의 신맛에 적응했다 싶었더니 나뚜루팝 p.s 아이러브유에서 다시 느끼게 되었어요. 아니, 레인보우샤베트를 먹을 때는 너무 셔서 눈을 쉴 새 없이 깜빡이는 정도였는데 이건 그걸 넘어서 인상이 구겨지고 눈이 쪼그라들었어요.
일단 맛 자체는 레모나에 딸기향 조금 섞어놓은 맛이었어요. 맛은 괜찮았어요. 그러나 의문점이 있었어요.
이게 왜 사랑의 맛이라는 거지?
이게 대체 왜 아이러브유일까? 사랑은 달콤한 거잖아. 차라리 쓴맛에 아이러브유라고 이름 붙였으면 이해라도 하겠다. 이건 무슨 극단적 짝사랑이야? 내것이 안 되면 차라리 부셔버리겠어야? 이건 대체 어떤 사랑일까? 지독한 신맛은 대체 어떤 사랑을 할 때 느낌일까? 이건 가학적 사랑 외에는 떠오르지 않는데...
맛 자체는 괜찮았어요. 레모나에 딸기향 조금 첨가된 것 같았거든요.
그러나 이게 대체 왜 p.s 아이러브유인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어요.
무슨 호러물이야? 미저리야? 실컷 괴롭히고 부셔놓은 후 마지막에 '추신. 너를 사랑하기 때문이야'인거야?
신맛이 아주 공격적이었어요. 상큼한 수준이 아니었어요. '너를 칼로 찔러버리겠어, 부셔버리겠어' 급이었어요. 이게 왜 P.S 아이러브유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었어요. 비뚤어지고 잔인한 사랑이라고나 해석하지 않으면 도저히 이름과 맛의 연관성을 찾을 수 없었어요.
나뚜루팝 P.S 아이러브유 아이스크림은 맛은 좋았지만 대체 이름을 왜 이렇게 붙였는지 이해 못할 아이스크림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