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패스트푸드

맥도날드 신메뉴 한라봉 칠러

좀좀이 2020. 5. 28.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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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마셔본 패스트푸드 체인점 음료는 맥도날드 한라봉 칠러에요. 맥도날드 한라봉 칠러는 2020년 5월 28일에 출시된 맥도날드의 신메뉴 음료에요.


아침에 일어나서 할 것 하고 있었어요. 전날 이유없이 너무 피곤하고 정신이 산만하기만 해서 일찍 잠을 잤어요. 잠에서 깨어나자 아침이었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잠기운이 가시기를 기다리며 앉아 있다가 슬슬 할 것 시작했을 때였어요. 카카오톡 알림이 울렸어요. 맥도날드가 아침에 카카오톡으로 메세지를 보내왔어요. 맥도날드를 플러스친구에 추가해놓으면 맥도날드에서 신메뉴나 이벤트가 출시될 때 맥도날드가 메세지를 보내줘요.


"이번에는 뭐지?"


카카오톡 메세지를 확인해봤어요.


"어? 신메뉴?"


맥도날드가 제게 보내준 메세지 내용은 맥도날드에서 신메뉴를 출시했다는 내용이었어요. 무엇을 출시했는지 봤어요.


"한라봉 칠러?"


내 안의 하이에나 본능을 깨우는군.

이런 건 물고 뜯어야 제 맛이지.


맥도날드에서 출시한 신메뉴가 한라봉 칠러인 것을 보자 심장 깊은 곳에서 이건 제가 좋아하는 물고 뜯기 딱 좋은 메뉴라는 감이 딱 왔어요. 심장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어요. 올해 프랜차이즈 회사 메뉴들은 현재까지 전반적으로 모두 퀄리티가 상당히 좋았어요. 이번 질병 사태 이전부터 올해 우리나라 경제 상황이 매우 안 좋을 거라고 모두가 예상하고 있었거든요. 작년에 가을까지 우리나라 경제성장이 0%를 찍는다 마이너스 성장한다 말이 엄청 많았어요. 마지막에 정부가 노인층 대상으로 공공 일자리를 무지막지하게 많이 만들면서 통계상 2% 성장했다고 마사지를 했죠.


그래서 프랜차이즈 회사들이 단단히 각오를 하고 준비한 모양이었어요. 2019년에 출시된 것들과 비교해봤을 때 비교도 안 될 정도였거든요. 한두 개 성공하는 정도가 아니라 거의 전부 다 그랬다는 것이 중요해요. 이런 전체적인 상승은 어지간해서는 기대하기 어렵거든요. 거를 타선 없이 전부가 못 해도 2루타는 치는 맛이었어요.


신메뉴에 도전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즐거운 일이었어요. 저도 신메뉴 도전을 좋아하는 편이라 먹는 동안은 즐거웠어요. 그러나 글을 쓸 때는 작년에 비해 훨씬 더 어려웠어요. 이게 망작도 있고 신작도 있고 해야 글 쓸 때 편하고 재미있거든요. 글 쓰는 것도 음식 먹는 것과 비슷해요. 단맛도 있고 짠맛도 있고 쓴맛도 있고 신맛도 있고 매운맛도 있고 해야 음식을 여러 종류 즐기며 먹을 수 있어요. 글도 똑같아요. 좋았다는 글도 있고 열받았다는 글도 있어야 제 블로그 와서 글을 쭉 읽는 사람들이 질리지 않고 볼 수 있어요. 글 쓸 때도 그래야 이런 저런 말을 하기 편하구요. 하지만 전부 안타, 2루타, 3루타, 홈런이면 온통 맛있다는 칭찬 일색의 글로 가득 차기 때문에 글 보는 사람은 물려버려요. 글 쓰는 입장인 저도 계속 맛있다고 쓰려고 하면 중복되지 않는 표현 찾기 힘들어요. 그렇다고 맛있는 것을 맛없다고 쓸 수는 없는 노릇이구요.


그런 와중에 맥도날드가 내놓은 것은 바로 한라봉 칠러였어요.


나는 한라봉 제품은 기대치가 언제나 마이너스 1000%부터 시작한다.

왜냐하면 나는 제주도 사람이거든.


근거 없이 제가 한라봉을 이용해 만든 먹거리에 대해 기대치를 무조건 마이너스 1000%로 잡는 것이 아니에요. 제가 제주도 출신이거든요.


기본적으로 이렇게 과일을 이용해 만드는 제품들은 비상품 선과인 '파치'로 만들어요. 상품으로 팔지 못하는 파치 중에서 괜찮은 것은 그 지역 사람들이 먹어요. 공짜로 이웃에게 주기도 하구요. 그리고 그렇게조차 선택받지 못한 것들이 가공식품 원료가 되요.


여기에서 파치가 반드시 질이 나쁜 과일이라고 해석하면 절대 안 되요. 과일 세계는 그야말로 극단적인 외모 지상주의 세계에요. 무슨 맛을 따져서 과일에 일일이 주사기 찔러넣어서 당도 측정해서 좋은 것만 판매하는 게 아니라 정해진 크기와 무게 등 '외모'에서 합격점을 받은 것들만 선별해서 상품으로 판매되요. 똑같은 귤 중 아무리 맛과 향이 엄청나게 뛰어나도 외모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 파치로 전락해요. 이것은 과일 재배하는 지역 사람들은 잘 아는 사실이에요.


겨울 감귤철에 제주도 가서 감귤 하나 못 얻어먹고 오면 제주도 여행을 무슨 그 따위로 하고 왔냐고 해도 될 정도에요. 진짜 감귤은 제주도에서 넘쳐나요. 오죽하면 삼다수에서 감귤 과즙 100%짜리 감귤주스를 만들어 판매하는 패기까지 부릴 정도였어요. 홍보가 안 되고 유통도 잘 안 되어서 못 뜨고 감귤 과즙 50%짜리로 다운그레이드되어서 광동제약이 현재는 판매를 담당하고 있어요. 감귤 과즙 50%로 다운그레이드되었지만 오렌지 주스, 감귤 주스 통합 챔피언에 가까운 맛을 보여줘요.


제주도에 귤은 진짜 넘쳐나요. 감귤 수확기인 겨울에는 진짜 제주도 도처에 넘쳐나는 것이 귤이에요. 육지 사람들은 이 시기에 제주도 와서 제주도 사람들이 감귤 퍼주는 것 보고 경악하지만 제주도 사람들 사이에서는 놀라울 것이 없어요. 그래서 제주도 감귤 가공 식품들은 대체로 퀄리티가 매우 훌륭한 편이에요. 파치가 먹다 먹다 남아서 마구 퍼줘도 남거든요. 파치가 남아돌다보니 가공 식품 재료로 흘러가는 감귤의 질도 좋을 수 밖에 없어요. 위에서 이야기했지만, 파치라고 해서 무조건 질이 떨어지는 게 아니에요. 상품으로 판매할 사이즈에 맞지 않아서 파치로 전락한 것이 많거든요. 감귤 파치 물량이 넘쳐나니 맛 좋은 감귤 파치도 많고, 결정적으로 진짜 감귤즙이 진하게 들어간 제품을 만들 수 있어요. 홍보와 유통망 확보에 실패한 감귤 과즙 100% 짜리 삼다수 감귤 쥬스처럼요.


하지만 한라봉은 아니에요.


야, 한라봉은 사람 먹을 것도 없다.


한라봉은 제주도에서도 진귀한 과일이에요. 아직도 자비 없이 비싸요. 제주도 망고 같은 것이 등장해서 1위 자리에서 밀려나기는 했지만 여전히 절대 저렴하지 않아요. 한라봉 파치는 한라봉 농사 짓는 사람들이 주변 지인들에게 조금 주는 것 외에는 공짜로 돌아다니는 일이 없어요.


제주도에서 한라봉은 감귤보다 훨씬 적게 재배해요. 감귤은 노지 재배 - 그러니까 과수원에서 그냥 밖에서 키워도 되요. 그러나 한라봉은 원래 하우스 재배로 키워야 해요. 한라봉은 감귤에 비해 훨씬 더 돈 많이 들어가고 손 많이 가는 과일이에요. 제주도 사람들이 한라봉 돈 되는 것을 몰라서 한라봉을 광범위하게 재배하지 않는 것이 아니에요. 한라봉은 원래 하우스 재배로 키워야 하고 손도 귤보다 더 많이 가야 하기 때문에 인기와 수요에 비해 상당히 제한적으로 재배중이에요. 요즘은 한라봉도 적당히 노지 재배를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이러면 한라봉 맛과 향이 확 떨어져요.


한라봉은 제주도에서도 고급 과일이고 물량도 별로 없어요. 감귤 파치야 아무한테 뿌려도 될 정도지만 한라봉 파치는 절대 그 정도 물량이 못 나와요. 솔직히 무슨 파치가 있어서 가공 식품을 만드는지 의문이 들 정도거든요.


한라봉도 극단적인 외모 지상주의 세계인 과일 상품 세계에서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파치가 발생할 수 밖에 없어요. 그러나 이게 감귤처럼 진짜 물량이 넘쳐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애초에 기대 안 하는 것이 좋아요. 감귤 가공 제품은 감귤 원액을 인심 좋게 팍팍 넣어주지만, 한라봉은 그나마 얼마 안 되는 것을 찔끔찔끔 아껴서 집어넣어야 할 걸요? 이런 가공 제품은 무조건 원액을 얼마나 인심 좋게 쏟아붓는지에 따라 질이 갈릴 수 밖에 없어요. 사람 먹을 것도 부족한 한라봉이 무슨 파치가 그렇게 쏟아져 나와서 인심 좋게 한라봉 과즙 원액을 쏟아붓겠어요. 조금만 생각해보면 바로 답 나오는 문제죠. 감귤 가공 제품이야 파치가 워낙 많아서 원액을 쏟아부어도 될 정도지만 한라봉은 절대 그렇지 않아요.


이번에는 마이너스 몇 퍼센트까지 만회할 수 있을까?


그래서 이게 궁금해졌어요. 제주 감귤 가공 제품은 일단 기대치 100%는 깔고 들어가요. 하지만 한라봉은 기대치 마이너스 1000% 깔고 들어가요. 위에서 한 바닥 적어놨지만 이것은 근거 없는 것이 아니라 확실한 근거가 있어요.


세렝게티 초원에서 뼈까지 씹어먹는 하이에나의 심장으로 맥도날드에 갔어요. 망설임 없이 바로 한라봉 칠러를 주문했어요.


맥도날드 한라봉 칠러는 이렇게 생겼어요.


맥도날드 한라봉 칠러


오렌지 쥬스로 만든 슬러쉬와 비슷하게 생겼어요. 사실 이런 가공 제품은 외관만 봐서는 한라봉인지 감귤인지 알기 어려워요.


한라봉 칠러


맥도날드 한라봉 칠러 스몰 사이즈 가격은 2000원이에요. 저는 가볍게 한 잔 마시려고 스몰 사이즈로 주문했어요.


Mcdonald's Hallabong chiller


맥도날드 홈페이지에서 한라봉 칠러에 대해 '제주 한라봉의 상큼함을 한잔에! 한라봉 칠러 출시'라고 소개하고 있어요.


Mcdonald's Hallabong chiller in korea


맥도날드 한라봉 칠러 영문명은 Hallabong Chiller 에요.


맥도날드 음료


많이 노력했네.


맥도날드 한라봉 칠러는 단맛과 신맛 둘 다 강했어요. 신맛이 단맛보다 더 강했어요. 한 모금 마시면 새콤한 맛이 혀 뒷부분을 톡 찔렀어요. 숟가락으로 머리를 맞을 때 느껴지는 둔탁하지도 날카롭지도 않지만 찌릿하긴 한 고통과 비슷한 신맛의 자극이 혀 뒷부분에 퍼지고 혀 양쪽 가에를 자극했어요. 그리고 자연스럽게 찌푸려지는 눈. 신맛이 괴롭게 시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약하지는 않았어요. 신 거 잘 못 먹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이거 시다고 할 만큼 셨어요.


신맛이 지나가면 입 안에서 향긋한 한라봉 향기와 달콤한 맛이 느껴졌어요. 한라봉 향기는 완벽히 살리지 못했어요. 풋풋하고 싱그러운 향이었어요. 하지만 귤 향기와 그렇게 큰 차이를 느낄 정도는 아니었어요. 오렌지 주스 냄새보다 풋풋함이 더 가미된 정도였어요. 원래 한라봉 향기는 상당히 강하고 매우 향긋해요. 그리고 귤 냄새와는 차이가 있어요. 한라봉 향기는 원래 귤 냄새보다는 귤 화장품 냄새에 더 가까워요.


진짜 한라봉 향기는 마신 후 잠깐 느껴졌어요. 맥도날드 한라봉 칠러를 삼키면 신맛이 지나가고 짧은 순간 단맛이 입안에 확 퍼져올라왔어요. 바로 그 순간이 원래 한라봉 맛이었어요. 진짜 품질 좋은 한라봉 맛은 그 잠깐 1~2초 정도에 느낄 수 있었어요.


몇 모금 마신 후 배에서 트림이 올라왔어요. 이때 느껴지는 향은 시트러스 계열 과일 껍질에서 느껴지는 휘발성 있는 향이었어요. 이건 금귤 향과 비슷했어요. 금귤보다는 '낑깡'이라고 해야 더 와닿지만 표준어는 낑깡이 아니라 금귤이에요.


조주연 전 한국 맥도날드 대표이사가 많이 노력했구나.


조주연 전 한국 맥도날드 대표이사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맥도날드 햄버거를 망쳐놨다고 비난을 받았어요. 실제로 맥도날드 햄버거 크기와 질은 조주연 전 한국 맥도날드 이사가 취임하기 전에 비해 많이 떨어졌어요.


조주연 전 대표이사가 대표이사직에 재임했을 때 맥도날드가 비약적으로 성장한 분야가 하나 있어요. 그건 바로 음료에요. 엉뚱하게 음료 분야는 상당히 크게 발전했어요. 일반 카페 음료와 비교해도 괜찮을 정도까지 퀄리티가 많이 좋아졌어요. 문제는 맥도날드는 기본적으로 카페가 아니라 햄버거 먹으러 가는 곳이라는 것이었죠.


맥도날드 한라봉 칠러는 지금까지 제가 먹어본 여러 한라봉 가공 식품 중 그나마 제일 맛있었어요. 신맛 강한 오렌지 주스 맛에 가깝기는 했지만 아주 잠깐 동안 질 좋은 한라봉 맛을 느낄 수 있었거든요. 한라봉 맛을 이 정도까지 살려낸 것 자체가 상당히 대단했어요. 한라봉 음료를 이 정도 퀄리티까지 만들어낸 건 조주연 전 대표이사의 공이라고 해야할 거에요. 조주연 전 대표이사 재직시 맥도날드가 음료 퀄리티 끌어올리는 데에 엄청나게 노력했거든요.


왜 굳이 너무 어려운 길을 가려고 할까? 쉬우면서 너무 좋은 길도 있는데...


맥도날드가 한라봉 칠러를 만들지 않고 제주 감귤 칠러를 만들었다면 어땠을지 궁금해졌어요. 위에서 언급했듯이 제주 감귤은 파치가 워낙 많아서 질 좋은 감귤 원액 구하기 쉬운 편이에요. 제주 감귤 가공 식품은 대체로 질이 뛰어난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한라봉은 프리미엄, 감귤은 보급형 이미지가 있기는 하지만 제주 감귤도 '제주도'라는 상징성이 매우 강해요.


만약 제주 감귤 칠러를 만들었다면 한라봉 칠러보다 훨씬 더 맛있고 좋은 품질의 음료를 만들 수 있었을 거에요. 방법도 더 쉬웠을 거구요. 삼다수가 무능한 건지 맥도날드가 정보 수집을 많이 못 했는지 모르겠어요.


맥도날드 한라봉 칠러는 지금까지 나온 한라봉 가공 음료 중에서는 최상급이었어요. 사서 마실 만 했어요. 그러나 마시는 내내 '이거 만들 노력이면 차라리 제주 감귤 칠러를 만들지'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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