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어둠의 소리 (2020)

제주도 2박 3일 심야시간 야간 여행 여행기 어둠의 소리 02 - 제주도 제주시 구제주 칠성로 쇼핑거리

좀좀이 2020. 2. 14.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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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차에 탔어요. 친구들과 어디로 갈지 논의하기 시작했어요.


"동문 쪽은 먹을 곳 없지 않아?"

"여기는 좀 일찍 문 닫지."


동문시장 쪽은 밤 늦게까지 시간을 보내며 먹을 곳이 거의 없어요. 친구는 일단 인제 방향으로 차를 몰았어요.


"여기가 이제 국수거리."

"인제도 별 거 없잖아."


동문시장 동편으로 올라가면 제주여자상업고등학교 - 일명 '여상'이 나와요. 여상 너머부터는 '인제'라고 부르는 지역이에요. 인제에는 신산공원과 고기국수로 유명한 국수거리가 있어요. 고기국수집은 늦게까지 해요. 그러나 그것 뿐이었어요. 고기국수를 먹고 싶지는 않았어요. 고기국수에 별 감흥도 없을 뿐더러 그건 식사거든요. 고기국수 먹고 카페라도 가려면 천상 또 다른 곳으로 가야 했어요.


"그냥 시청 가자. 시청엔 뭐 있겠지."


제주시에서 밤에 선택지는 딱 두 개 뿐. 시청 아니면 제원이에요. 이건 예나 지금이나 딱히 변하지 않았어요. 과거에는 칠성로 - 보통 '칠성통'이라고 부르는 곳과 중앙로도 밤에 번화한 곳이었어요. 구제주는 시청과 칠성로, 신제주는 제원사거리를 중심으로 한 제원이 노는 곳이었어요. 이 중에서 칠성로는 밤 10시 정도까지 노는 곳이고, 진짜 밤 늦게까지 노는 곳은 시청과 제원 뿐이었어요. 이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에요.


"너 뭐 먹고 싶어?"

"고기. 무한리필 없어?"

"명륜진사갈비?"


그러자 다른 친구가 말했어요.


"거기 사람 줄 엄청 서잖아."

"그러면 다른 곳 없어?"


운전하는 친구가 말했어요.


"시청에 엄청 후줄근하고 싼 고깃집 있는데 거기 갈래?"

"거기?"

"거기 잡고기 막 5천원 해."

"오, 거기 가자!"


매우 끌렸어요. 사람들은 제주도 왔으면 흑돼지 먹어야한다고 해요. 그러나 저는 흑돼지는 그렇게 맛있는지 모르겠어요. 오히려 제주도에서 식당 가서 고기 구워먹을 때는 잡고기 같은 저렴한 고기가 더 맛있었어요.


친구들과 시청으로 갔어요. 운전하는 친구가 데려간 식당은 보자마자 웃음 빵 터지게 생긴 곳이었어요. 진짜 너무 후줄근한 외관이라 도민이라 해도 웬만해서는 가지 않게 생긴 외관이었거든요. 도민 차원이 아니라 완전 동네 30년 토박이들이나 알 법한 숨어 있는 맛집 같은 곳이었어요.


밥을 먹으면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눴어요.


"너 언제 올라갈 거?"

"모레. 비행기표 편도 4천원 하길래 바로 예약해서 왔어. 그런데 4천원은 너무했더라. 비행기 만석이었어."


완전히 즉흥적으로, 그리고 충동적으로 내려왔어요. 제주도 갈 생각이 아예 없었어요. 이스타항공 김포-제주 편도 4천원 보고 바로 예약했고, 예약한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바로 제주도에 도착했어요. 계획 같은 것이 제대로 있을 리 없었어요.


"바오젠 거리랑 신라면세점에서 롯데면세점 이어지는 길 가보니까 우한 폐렴 때문에 중국인 완전 확 줄었더라?"

"어. 완전 좋아졌어."


친구들 말에 의하면 제주도 무비자 일시중단으로 인해 제주도 상황이 갑자기 엄청 괜찮아졌다고 했어요. 중국인들 상대로 장사하는 몇몇은 죽어나겠죠. 그러나 그런 소수를 제외하면 모두가 오히려 대만족하고 있었어요. 온통 중국인으로 미어터지고 온 도로 꽉 막히던 것에 숨통이 트인 것은 당연한 이야기. 여기에 심지어 치안마저도 상당히 좋아졌다고 했어요. 그 전까지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행패부리고 사고치는 것이 많았지만 그게 확 줄었대요.


이게 웃을 수 없는 이유가 있어요. 중국인 관광객들이 행패부리고 사고치는 곳이 제주도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외진 곳에 있는 중국인 관광객들만 모여 있는 곳에서 일어나는 거라면 그래도 괜찮아요. 문제는 제주도 전역이 난개발되면서 중국인 관광객과 제주도 일반 도민들 거주지가 난잡하게 뒤섞여버렸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중국인 관광객이 행패부리고 사고치는 곳이 그들만의 체류지가 아니라 제주도 일반인들이 살고 있는 곳이에요.


이해하기 쉽게 비유하자면, 서울은 홍대입구, 이태원, 동대문처럼 외국인들이 밤에 잘 가는 곳이 있어요. 외국인 관광객들이 사고를 쳐도 대체로 이태원, 홍대입구, 동대문 같은 곳에서 사고쳐요. 왜냐하면 거기에만 몰려 있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서울 사람들에게 외국인 관광객이 사고치는 것은 좀 먼 일이에요. 외국인 관광객들이 잘 가는 곳에서 벗어나 있는 곳에 있는 집에서 발 뻗고 잠 자는 동안은 그런 일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그게 아니라 엉뚱한 평범한 아파트 단지, 빌라 및 단독주택 밀집지역에서 사고친다고 상상하면 되요. 한두 번이면 짜증나는 일이겠지만 이게 반복적으로 일어난다면 돌아버릴 거에요. 이게 제주도 상황이었어요.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제주도 심야시간 풍경 영상 찍겠어. 우한 폐렴 때문에 제주도 난리라고 하니까 한 번 영상도 찍어서 올려보구. 그래서 바로 내려와버렸어."

"어디어디 갈 건데?"

"아까 낮에 중국인 밀집지역 일단 돌았고, 밤에 동문시장부터 도두까지 가려고."

"도두? 거기는 왜?"

"아, 시내에 찜질방이 거기 딱 하나 있더라."

"완전 우한 폐렴 코스 도는 거?"

"어?"


친구가 제게 우한 폐렴 코스 도냐고 말했어요.


아, 진짜네?


순간 머리에 불이 번쩍. 제주도에서 발견된 중국인 확진자 이동 동선이 떠올랐어요. 그 사람은 당연히 신라백화점과 롯데백화점을 연결하는 연동1길을 갔어요. 제주도 와서 그 길을 안 가는 중국인이 없으니까요. 그리고 도두도 갔대요. 왜 갔는지 몰라요. 어쨌든 도두를 갔대요. 여기에 칠성로 쇼핑거리도 갔대요. 칠성로 쇼핑거리는 계획에 없던 곳이었어요.


"그런데 도두는 왜 간 거?"

"도두? 거기 아마 밥 먹으러 갔을걸? 거기 식당들 좀 있어."

"아..."


차를 몰고 나온 친구 말로는 도두에 식당들이 좀 있대요. 공항 근처이고 하니 거기로 밥 먹으러 간 거 아닐까 했어요.


식당 안으로 사람들이 계속 들어왔어요. 근고기 가격은 5천원이었어요. 근고기 3인분을 먹은 후 앞다리 3인분을 추가로 주문했어요. 앞다리 가격은 8천원이었어요. 성인 남자 셋이 근고기 3인분에 앞다리 3인분 먹으니 엄청 배불렀어요. 고기 맛도 매우 좋았어요. 여기에 공기밥 3개에 음료수 4개 주문했어요. 공기밥 추가하면 김치찌개가 서비스였어요. 김치찌개만 추가하면 5천원이었지만 공기밥 추가하면 서비스로 김치찌개가 나왔어요. 그래서 공기밥 3개 주문하고 김치찌개를 서비스로 받았어요. 김치찌개도 꽤 괜찮았어요.


전부 다 해서 가격이 5만원 나왔어요. 매우 훌륭한 가게였어요. 부담없이 배부르게 먹기 좋은 가게였어요.


밥을 다 먹은 후 근처에 있는 탐앤탐스 제주시청점으로 갔어요. 탐앤탐스 제주시청점은 구제주에 있는 유일한 24시간 카페거든요. 지난 번 제주도 왔을 때 직접 가서 24시간 하는 것을 확인해본 적 있었어요. 글도 썼구요.


저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어요. 그리고 여기에 시럽을 9번 짜서 넣었어요. 특제 울트라 초강력 파워 포션이 완성되었어요.


"파워포션 만들었다."

"파워포션? 그게 뭐?"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시럽 아홉 번 넣은 거."

"어? 그거 어떻게 마셔?"


차를 갖고 나오지 않은 친구에게 맛 한 번 보라고 했어요. 친구가 맛을 보더니 이거 완전 설탕물이라고 경악했어요.


"야, 이거 최고야. 두뇌회전에 체력회복에 정신 번쩍 든다니까."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시럽을 엄청나게 많이 짜넣고 마시면 상당한 효과가 있어요. 순간적으로 두뇌 회전과 체력을 쫙 끌어올려줘요. 시럽 자체가 액체이기 때문에 당 흡수가 엄청 빠르거든요. 여기에 카페인까지 많이 들어가니까 효과가 꽤 있어요. 단, 자주 사용해서는 안 되요. 이것도 결국은 미래의 능력을 끌어다 사용하는 것이거든요. 게다가 이걸 자주 마시면 안 마셨을 때 인간이 멍청해지는 후폭풍이 있어요. 정말 급할 때에만 사용해야 하는 방법이에요.


이때는 이렇게 마셔야만 했어요. 전날 밤 11시부터 잠을 안 자고 있었거든요. 이미 잠 안 잔 지 24시간이 되어 가고 있었어요. 하지만 제 일정은 이제 시작이었어요.


친구들과 잡담하다가 밤 11시가 되자 카페에서 나왔어요. 친구가 제게 어디로 데려다주냐고 물어봤어요.


"동문시장에 데려다주라. 나 거기부터 찍으려구."

"우한 폐렴 코스 찍으려면 칠성통 가."

"아, 그러면 칠성통 갈까? 나 아까 칠성통은 안 찍었는데."

"그래. 칠성통에 내려줄께."


친구가 차를 몰고 칠성로 쇼핑거리로 갔어요.


"칠성통 한가운데에서 내려줄께."


친구가 칠성통 한가운데에 차를 세웠어요.


"여기가 칠성통 한가운데. 저쪽으로 가면 탑동."

"고마워."

"촬영 잘 해."


친구 둘이 웃으며 제게 작별인사를 했어요. 저도 둘에게 잘 가라고 하고 차에서 내렸어요.


친구 차가 사라지자 칠성로 쇼핑거리 탑동쪽 끄트머리로 가서 영상 촬영을 시작했어요. 칠성로 쇼핑거리는 십자형 구조에요. 제주도에서는 칠성로 쇼핑거리 보다는 보통 '칠성통'이라고 이야기해요.


일단 탑동에서 중앙로로 이어지는 길을 다 찍었어요. 사진을 찍으며 다시 걷기 시작했어요.


제주도 제주시 칠성로 쇼핑거리 입구


칠성로 쇼핑거리는 제주도에서 명동 같은 존재에요. 제주시 주요 상권 중 하나에요. 칠성로 쇼핑거리가 있고, 지하에는 중앙로 지하상가가 있어요.


제주도 제주시 칠성통


제주도 심야시간 야경 풍경


제가 어렸을 적만 해도 칠성로 쇼핑거리는 사람이 매우 많은 곳이었어요.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신제주 상권은 그렇게까지 큰 곳이 아니었거든요. 쇼핑하러 간다고 하면 전부 칠성통과 중앙로로 가던 시절이었어요.


그러나 1980년대 말부터 연동과 노형동이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하면서 주요 상권이 신제주 쪽으로 급격히 쏠리기 시작했어요. 2001년에 연동3차지구 입주가 시작되면서 급격히 상권이 재형성되기 시작했어요. 2000년대부터는 칠성로와 중앙로, 동문시장 상권이 급격히 침체되어서 슬럼화되기 시작했어요.


제주시 야경


제주시 칠성통


1990년대 말부터 제주시 구제주 상권 - 특히 칠성통, 동문시장, 중앙로 상권이 큰 침체에 빠졌다는 뉴스가 종종 보도되기 시작했어요. 2000년대 들어서는 대놓고 망한 상권이라는 소리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구요. 이 당시는 일본 버블 경제가 붕괴되었고 우리나라는 IMF 금융위기 여파에서 완전히 헤어나오지 못한 시기였기 때문에 제주도는 이중고를 겪던 때였어요.


여기에 상권 재편성까지 이루어지고 있었어요. 제원사거리를 중심으로 한 신제주 상권이 엄청나게 급성장했고, 시청 상권도 상당히 커졌어요. 반면 칠성통, 동문시장, 중앙로 상권은 대규모 택지 개발에서 완전히 소외되다시피 한 곳이라 급격히 위축될 수 밖에 없었어요. 이쪽이 성장하려면 관덕정 서쪽인 용담 쪽이 재개발되어야 하는데 용담 쪽은 재개발에 커다란 장애물이 있는 곳이었어요. 바로 제주국제공항이었어요. 제주국제공항 동쪽 끝은 용담이고 서쪽 끝은 도두에요. 공항 바로 옆이다보니 이런 저런 제약이 있는 곳이었어요. 동문시장 동쪽 인제 방향은 1980년대 즈음 난개발 느낌 나게 개발된 동네라 재개발 들어갈 상황이 아니었구요.


칠성로 쇼핑거리


제주도 2박 3일 심야시간 야간 여행 여행기 어둠의 소리 02 - 제주도 제주시 구제주 칠성로 쇼핑거리


칠성통, 중앙로, 동문시장 상권 침체는 제주도 내에서 심각한 문제였어요. 이는 단순히 제주도 경제에서 중요 상권 하나가 침체된다는 것 이상의 큰 의미가 있었거든요.


제주도는 정가운데에 한라산이 있어요. 그리고 제주도는 가로로 긴 형태에요. 제주도 전체를 놓고 보면 제주도는 남북 차이보다 동서 차이가 훨씬 커요. 날씨는 한라산을 경계로 남쪽과 북쪽 차이가 크지만 지형과 풍광은 동쪽과 서쪽 차이가 커요. 자연지리, 인문지리 모두 남북 차이보다는 동서 차이가 더 커요.


인문지리적으로 제주도를 동쪽과 서쪽으로 갈라볼 경우, 제주도 서부의 중심지는 신제주 지역이에요. 제주도 동부의 중심지는 구제주 지역이구요. 칠성통, 중앙로, 동문시장 침체는 구제주 지역 상권의 침체를 의미했고, 이는 단순히 제주시 동지역 구제주 상권 침체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제주도 동부 지역 경제의 침체를 의미했어요.


가뜩이나 제주도는 동쪽과 서쪽의 격차가 큰 편이에요. 경제적으로는 서쪽이 훨씬 더 우위에 있어요. 지세만 봐도 서쪽이 동쪽보다 훨씬 완만해요. 여기에 오래 전부터 서쪽 땅이 동쪽 땅보다 훨씬 비옥하고 농사짓기 좋았고, 제주도에서 관광산업이 발전할 때 서쪽이 집중적으로 개발되었어요. 이래서 제주도 동쪽과 서쪽의 균형 발전이 제주도 내에서 상당히 중요한 문제인데 칠성통, 중앙로, 동문시장 상권 침체는 가뜩이나 동쪽과 서쪽의 경제 불균형 문제를 더 극단으로 치닫게 만들 수 있는 문제였어요.


Jeju island night view photo


제주도 여행


여러 방법을 동원했지만 인구 밀집지역이 완전히 바뀌어버렸기 때문에 답이 없었어요. 결국 칠성로 쇼핑거리와 중앙로 지하상가 상권 침체에 대한 해결책으로 들고 나온 것이 중국인 관광객 유치였어요.


제주도 관광


'산지천으로 이어지는 길도 찍어야겠다.'


칠성로 쇼핑거리 중 산지천 쪽으로 뻗어 있는 길도 영상으로 찍기로 했어요. 이러면 칠성통 영상이 2개가 될 거였어요. 이것은 이어붙여서 동영상 하나로 만들기로 했어요.


아래에 있는 영상이 바로 이때 찍은 제주도 제주시 구제주 칠성로 쇼핑거리 심야시간 야경 풍경 영상이에요.



산지천으로 가는 길을 보면 시설물 때문에 매우 깨끗해 보여요. 잘 보면 오래된 건물들 앞에 시설물을 설치해서 생긴 지 얼마 안 된 거리처럼 보이게 해놓은 것을 볼 수 있어요. 칠성로는 제주도에서 원도심, 또는 구제주로 부르는 지역으로 오래 전부터 제주도 주요 상권이었던 곳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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