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어둠의 소리 (2020)

제주도 2박 3일 심야시간 야간 여행 여행기 어둠의 소리 01 - 야간 여행은 무슨 정신나간 소리인가요

좀좀이 2020. 2. 13.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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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10일 아침. 전날 밤 11시에 일어나서 계속 컴퓨터로 글을 쓰다 맞이한 아침이었어요. 아침 9시가 되자 인터넷에 어떤 뉴스가 올라왔는지 쭉 살펴봤어요.


"뭐? 제주도 비행기표 4천원? 이거 진짜야?"


요즘은 기사 제목을 도저히 믿을 수 없어요. 사람을 낚는 어부는 베드로 하나로 충분해요. 그런데 어찌 된 게 자신이 베드로가 되고 싶은 기자가 너무 많아보여요. 요즘 기사들 제목 보면 아주 사람 못 낚아서 안달났어요. 제목만 보고 '이거 꼭 봐야 해!'하고 클릭하는 순간 붕어 대가리 되는 경우 진짜 많아요. 자극적이다 못해 낚시질하는 제목이 창궐하고 있어요.


'4천원짜리 제주행 비행기표 등장' 같은 뉴스는 대체로 낚시성인 경우가 많아요. 홍보만 엄청 해놓고 막상 들어가보면 아무 것도 없는 허탕인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쓸 만한 할인 정보라고 기사 보고 홈페이지 접속해보면 이미 다 매진인 경우가 전부라 해도 될 정도거든요. 아무리 제주도에서 중국 우한 폐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 중국인 한 명이 발견되었다고 해도 제주도 비행기표 편도 4천원은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거 진짜야? 낚시 아냐?"


기자가 또 베드로 빙의해서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된 거라고 강하게 의심했어요. 그러나 밑져야 본전이었어요. 그리고 이건 낚이지 않을래야 안 낚일 수가 없었어요. 제주도는 타지역 사람들에게 '짱깨의 섬'라는 비하 발언을 들을 지경으로 중국인이 바글거리는 곳이었거든요. 저도 제주도 출신이라 이런 소리를 들으면 기분 진짜 안 좋아요. 그렇지만 반박할 수도 없어요. 사실이니까요. 무비자 정책하면서 중국인만 대규모로 들어왔어요. 단체 관광객 뿐만 아니라 타지역으로 밀입국하기 위해 제주도를 중간 기착지로 삼는 미래의 범법자 중국인도 엄청 많아요. 제주도에 중국인 불법체류자도 꽤 있구요. 그나마 사드 보복 때문에 중국인들이 좀 안 와서 조금 나아졌어요. 그래도 여전히 보따리상인 따이공은 득시글하지만요.


그런 상황에서 중국인 확진자 한 명이 등장하자 한국인들이 제주도를 갈 리 없었어요. 뒤늦게 정부에서 제주도 무비자 입국 정책 일시 정지를 발표했지만 너무 늦었어요. 여행 자체를 기피하는 상황에서 가뜩이나 전국적으로 '짱깨의 섬' 소리 듣는 제주도에서 확진자가 나와버렸으니까요. 중국은 전국적으로 우한 폐렴이 창궐하고 있는 중이구요. 제주도 여행 갈 사람이 있을 리 없었어요.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스타 항공 홈페이지에 접속해 봤어요.


"어? 뭐야! 진짜네?"


회원 특별가 4천원, 일반 7천원이었어요. 이런 가격이면 당연히 매진되야 해요. 그러나 매진 안 된 표가 수두룩했어요.


충격이었어요. 4천원짜리 비행기표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충격적인 일인데, 그게 매진도 안 되고 수두룩하게 남아 있었어요.


"제주도 확 가?"


제주도는 작년에 한 번 다녀왔어요. 아직까지 그 여행기를 다 쓰지 못했어요.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작년 여행기부터 일단 해결한 후에 제주도를 또 가는 게 맞아요. 그러나 김포-제주 왕복 비행기표가 8천원이었어요. 이건 쉽게 오지 않는 기회였어요. 아니, 어쩌면 다시는 안 올 기회일 수도 있었어요. 이런 할인 같은 거 또 할 수야 있죠. 하지만 그 기회를 제가 잡을 수 있느냐가 문제였어요. 평소에 김포-제주 편도 항공권 가격이 4천원이면 홈페이지 접속도 안 되야 정상이니까요.


'이럴 때 아니면 제주도 심야시간 풍경 영상 언제 찍어?'


요즘 취미로 심야시간에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풍경 영상을 찍고 있어요. 영상을 찍은 후 좀좀이의 여행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하고 때 되면 하나씩 공개하고 있어요. 지금까지는 서울에 있는 곳만 돌아다니면서 촬영했어요.


내 토정비결 올해 2월 보면 동쪽, 서쪽 가면 풍파를 만난대. 남쪽으로 가면 처음에는 고생하지만 나중에 2배의 이익을 취할 수 있대.


토정비결은 평소에 한 달 간의 격언 정도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아요. 사실 거기 나오는 내용들 보면 거의 다 뻔한 거 조심하고 뻔한 거 하라는 소리거든요. 그래서 토정비결을 보며 한 달 간 당연히 신경써야 하는 것 중 무엇을 특별히 더 신경쓰자는 식으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그런데 2월 것은 희안하게 방향도 정확히 딱 나와 있었어요.


동쪽, 서쪽은 위험.

남쪽은 헤매다 이익 따블.


평소라면 그냥 그러려니 했을 거에요. 제게 딱히 달라질 것도 없었어요. 제가 사는 곳은 의정부거든요. 의정부에서 서울은 일단 남쪽이에요. 의정부에서 지하철 타고 갈 수 있는 곳 중 동쪽이면 춘천 정도 있을 거고, 서쪽이라면 일산 정도 있을 거에요. 추워 죽겠는데 춘천을 갈 리도 없고, 아무 것도 없는 일산 같은 동네에 갈 일도 없었어요. 홍대고 강남이고 전부 제가 살고 있는 의정부 기준으로 보면 남쪽에 있는 곳이에요. 남서쪽에 가깝냐 정남쪽에 가깝냐 정도의 차이만 있구요.


그런데 우한 폐렴 확진자와 그들의 동선이 하나 둘 공개되자 저의 올해 2월 토정비결 내용이 엄청나게 신경쓰이기 시작했어요. 진짜로 의정부 기준으로 서쪽 방향에 확진자 동선이 많았거든요. 인천은 서쪽, 일산도 서쪽, 게다가 확진자가 신촌, 홍대 갔다고 하는데 신촌, 홍대는 의정부에서 서북쪽. 아직 동쪽은 조용하지만 의정부 기준으로 서쪽은 우한 폐렴 위험이 점점 올라가고 있었어요.


제주도는 무조건 남쪽이지.


제주도는 의정부의 어느 방향이냐고 물어보면 100이면 100 전부 남쪽이라고 대답할 거에요.


'확 내려가? 내려가서 제주도 심야시간 풍경 영상 찍어?'


왕복 비행기표 8천원. 이럴 때 아니고서는 제주도 가서 심야시간 풍경 영상 찍을 수 있을까? 일단 누군가와 같이 간다면 심야시간 풍경 영상 찍으러 돌아다닐 수 없어. 어떤 놈이 자정 넘어서 심야시간 풍경 영상 찍겠다고 하는데 그걸 따라다니겠어? 뻘짓 말고 잠이나 처자라고 하지 않으면 다행이지. 아무리 취미라지만 평소 같으면 비행기표 값만 거진 10만원 나온단 말이야. 숙박비 더해지면 여행 경비가 마구 불어나. 이건 나도 부담스러워. 심야시간 풍경 영상 찍으면 낮에 자야 하는데 이건 친구들한테 신세지자고 할 수도 없단 말이야.


지금 이렇게 비행기표 가격이 말도 안 되게 저렴할 때 아니면 제주도 심야시간 풍경 영상을 찍을 기회가 아예 없었어요.


'그런데 어디 촬영하지?'


이미 손가락은 바들바들. 결제를 향한 소리없는 아우성. 왕복 8천원이면 1박 2일로 다녀와도 돈이 하나도 안 아까웠어요. 가뜩이나 나가고 싶어서 몸이 근질거리던 차에 매우 잘 되었어요.


문제는 어디를 촬영하느냐였어요.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거든요.


"몰라! 가서 생각하지."


그딴 건 일단 가서 생각해보기로 했어요. 제주도는 심야시간 길거리 풍경 영상을 단 한 곳도 촬영하지 않았어요. 아무 데나 가도 되었어요. 그때 마침 즉흥적으로 떠오른 것이 있었어요.


"우한 폐렴 특집 찍자!"


제주도 제주시 동지역 중 중국인들이 유독 바글거리는 곳이 몇 곳 있어요. 신제주는 바오젠 거리와 연동1길, 구제주는 용두암과 동문시장이에요. 제주도가 지금 관광객 발길 뚝 끊겨서 어렵다는데 아주 우한 폐렴 특집으로 가서 실제 어떤지 낮에 영상 촬영하면 매우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가뜩이나 우한 폐렴 때문에 사람들이 마스크를 열심히 써서 사람들 얼굴이 자체 자연적 모자이크 처리되고 있었어요. 이럴 때 아니면 낮에 영상 찍기 어려워요.


나머지는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어요. 일단 내려가자마자 바로 낮에 바오젠 거리, 연동1길, 용두암, 동문시장을 촬영하기로 했어요. 밤에 촬영할 것은 나중에 생각해보기로 했어요. 제주도에서 태어나서 고등학교까지 나왔고, 제주도 영상은 단 하나도 안 찍었기 때문에 어떻게 해도 찍을 게 있었어요.


'1박2일로 갈까, 2박3일로 갈까?'


2월 10일. 이틀 뒤면 제주시 도두동에서 제주민속오일장이 열릴 거였어요. 오일장은 갔다 오고 싶었어요. 그래서 2박 3일로 다녀오기로 했어요. 그러자 새로운 문제가 등장했어요.


'어디에서 1박 해?'


친구집에서 신세질 수 없는 상황. 숙소를 찾아야 했어요. 찜질방을 알아봤어요. 제주시 동지역에는 도두동에 딱 하나 있었어요.


'아...도두면 진짜 먼데...'


도두는 제주공항 서쪽 끝자락이에요. 여기는 신제주에서 매우 멀어요. 어지간해서는 절대 안 걸어갈 거리에요. 게다가 심야시간이니 버스가 있을 리 만무했어요. 그러나 방법이 없었어요. 밤에 심야시간 촬영을 이틀 하려면 무조건 목욕탕 가서 냉찜질을 한 번 해야 했어요. 이건 선택의 여지가 존재하지 않았어요. 무조건 1박은 도두봉 근처에 있는 찜질방으로 가서 잠을 자야 했어요.


"빨리 나갈 준비해야지!"


카메라 배터리를 충전시키고 보조배터리도 충전시켰어요. 그리고 샤워를 했어요. 샤워하고 나와서 옷을 입고 짐을 주섬주섬 챙기기 시작했어요.


'카메라 가져가지 말까?'


심야시간에 사진 촬영하기에는 스마트폰이 카메라보다 나았어요. 스마트폰은 화질은 떨어지지만 초고감도 ISO를 자동설정해서 찍어주기 때문에 손떨림에 강해요. 반면 카메라는 이런 걸 일일이 그때마다 상황에 맞게 세팅해야 하고, 손떨림 때문에 몇 번을 다시 찍어야 했어요. 삼각대 따위는 애초에 안 키워요. 그거 들고다니는 것 자체가 짐이고 삼각대 설치하는 것이 엄청 귀찮거든요.


사상 초유의 야간 여행. 야간 이동 경험한 사람은 많아요. 그러나 야간 여행을 한 사람은 전세계적으로 없을 거에요. 주침야활의 끝판왕이니까요. 보통 여행 가면 낮에 돌아다니고 밤에 잠을 자요. 밤에 돌아다니고 낮에 자려고 하지 않아요. 하지만 저는 이번 제주도 가는 것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는 제주도 심야시간 길거리 풍경 촬영이었어요. 그러므로 야간에 돌아다니고 낮에는 자든가 해야 했어요.


이런 상황에서는 카메라가 매우 부적합했어요. 들고 다니며 사진 찍을 때 시간이 많이 걸려요. 친구집에서 신세질 것이 아니라 절도 문제도 엄청 신경쓰였어요. 카페 같은 곳 갔을 때 노트북까지 들고 화장실 가는 거야 괜찮아요. 그렇지만 카메라 들고 화장실 가면 다 쳐다봐요. 그렇다고 가방을 메고 화장실 가버리면 이거 제 자리인데 잠시 자리 비운 거라고 표시하기 고약하구요.


'카메라는 가져가지 말자.'


카메라는 포기했어요. 스마트폰과 보조배터리 2개로 버티기로 했어요.


이제 대망의 비행기표 결제해야 할 시간. 결제 버튼을 눌렀어요. 유류할증료와 공항이용세가 붙자 왕복 8천원에서 27000원으로 바뀌었어요. 그래도 매우 저렴했어요.


"아, 공인인증서!"


결제 방법이 몇 가지 있었어요. 구글 크롬으로 접속해서 결제하려고 하자 뭘 깔라고 했어요. 구글 크롬에서는 이런 경우 제대로 동작 안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요. 게다가 노트북 컴퓨터에 ISP, 공인인증서가 있어야 결제될 게 뻔했어요. 노트북 컴퓨터에 ISP, 공인인증서 둘 다 없었어요. 스마트폰에 있는 공인인증서를 노트북 컴퓨터로 옮기려면 그것도 시간 꽤 걸릴 게 분명했어요.


'이거 결제 어떻게 하지?'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있었어요. 첫날 우한 폐렴 특집으로 바오젠 거리, 연동1길, 용두암, 동문시장 일반시간 영상을 촬영하려면 빨리 의정부 자취방에서 출발해야 했어요. 머리를 쥐어짜내야 했어요.


'카카오페이로 하자.'


카카오페이에 돈을 충전하고 카카오페이로 결제했어요. 이제 빨리 의정부역으로 가야 했어요. 허겁지겁 의정부역으로 갔어요. 의정부역 플랫폼에 도착하니 2020년 2월 10일 오전 11시 56분이었어요. 가방에서 마스크를 꺼내 착용했어요. 우한 폐렴 초위험 지역인 서울역에서 우한 폐렴 초위험 지하철 노선인 공항철도로 환승해 역시나 우한 폐렴 초위험 지역인 김포공항으로 가야 했거든요.


의정부역


1호선 지하철을 타고 서울역으로 갔어요. 초위험 지역에서 초위험 노선을 타야 했어요.


서울역


서울역에 있는 사람들 거의 전부 마스크를 매우 잘 착용하고 있었어요. 모두가 스스로의 안전을 잘 챙기고 있었어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이 없지는 않았어요. 그러나 진짜 어쩌다 한 명 수준이었어요.


옆에서 중국어가 들릴 때마다 숨을 참았어요. 어떤 중국인이 바퀴벌레처럼 바이러스를 뿌리고 다닐지 모르니까요. 중국인들은 자기들이 바이러스가 아니라고 하지만 중국인이 바이러스 퍼뜨리고 다니는 것은 사실이에요.


서울역 환승


공항철도 서울역 플랫폼으로 갔어요. 에스컬레이터에서 공항철도가 출발하는 것을 봤어요. 내려가서 몇 시에 올 건지 시각을 확인했어요. 약 10분 기다려야 했어요. 승강장에 서서 지하철이 오기를 기다렸어요. 오후 1시 17분. 공항철도를 탔어요.


공항철도 김포공항역


오후 1시 42분. 김포공항역에 도착했어요. 아직은 긴장을 절대 늦춰서는 안 되었어요. 김포공항도 국제선이 있거든요.


지하철 김포공항역


오후 1시 48분.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에 도착했어요. 공항 안에 있는 사람 전부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있었어요.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


'예약한 사람 별로 없겠지?'


체크인 기계로 갔어요.


"어? 뭐지?"


거의 만석이었어요. 창가쪽은 한 자리만 남아 있었어요. 손님 없어서 김포-제주 편도 항공권 가격을 4천원까지 낮췄다고 했어요. 4천원 소식 듣고 다 몰려온 모양이었어요. 뉴스 보고 이스타항공 홈페이지 접속해 비행기표 예매할 때 홈페이지 접속이 매우 잘 되었어요. 그래서 김포-제주 편도 4천원 해도 아무도 안 가는 모양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막상 공항 와서 체크인하며 좌석을 보니 아주 대흥행하고 있었어요.


체크인을 하고 나서 떠오른 것이 있었어요. 전날 밤 11시에 일어나서 오후 2시가 되도록 아무 것도 안 먹었어요. 오직 커피만 계속 타서 마시고 있었어요.


'밥 먹어야겠다.'


김포공항에서 뭐 먹을 것 없나 봤어요. 롯데리아가 있었어요.


롯데리아로 갔어요. 오후 2시에 주문했어요. 제 비행기는 탑승시각이 오후 2시 30분 예정이었어요.


'괜찮아. 10분 안에 다 먹어치우면 돼.'


제가 주문한 햄버거는 주문한 지 5분 뒤에 나왔어요. 햄버거 세트를 5분 만에 다 먹어치우고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보안 검색을 통과했어요. 조금 피곤했어요. 비행기 타자마자 잘 생각이었어요. 조금이라도 눈을 붙여야 했어요. 안 그러면 이따 밤 11시가 될 때 정확히 잠을 안 잔 지 24시간 될 거였어요.


비행기에 탑승했어요. 비행기에 탑승한 승객 모두 마스크를 하고 있었어요. 저도 마스크를 하고 비행기를 탔어요.


이스타항공 비행기


'잠이나 자자.'


잠을 자려고 노력했지만 잠이 하나도 오지 않았어요. 그래서 창밖을 계속 바라보기만 했어요.


이런 게 전화위복인가?


이스타항공에서 음료수를 무료로 제공하지 않았어요. 이게 전화위복이었어요. 음료수를 무료로 제공하면 이걸 마시기 위해 마스크를 벗어야만 해요. 마스크 쓰고 음료를 마실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런데 음료수를 제공하지 않으니 마스크 벗을 일이 아예 없었어요. 승객들 모두 마스크를 벗지 않았어요. 모두 비행 내내 마스크를 잘 끼고 있었어요.


제주 공항에 도착했어요. 역시 모든 사람들이 다 마스크를 쓰고 있었어요. 수하물이 없었기 때문에 공항에서 바로 빠져나왔어요. 신제주로 가는 버스를 탔어요. 바오젠 거리와 연동1길은 신제주 제원아파트 근처에 있거든요. 여기부터 간 후에 용담에 있는 용두암을 가서 구제주에 있는 동문시장으로 넘어갈 계획이었어요. 친구들에게 제가 제주도에 왔다고 연락을 한 후, 신제주 가는 버스가 오자 버스를 탔어요.


'우한 폐렴 준비 엄청 철저하네.'


이미 중국인 발병자 1명이 발견된 제주도. 사람들이 다 마스크를 쓰고 있었어요. 버스 안에는 손 소독제가 비치되어 있었어요.


버스에서 내리기 직전에 출구에 비치되어 있는 손 소독제를 짜서 손에 잘 발랐어요. 이제 바오젠 거리와 연동1길을 촬영할 때가 되었어요. 이건 나름의 시차 적응 과정 같은 것이었어요. 그리고 이날 빨리 촬영을 끝내야 했어요. 이따 밤에 돌아다닐 건데 이걸 촬영해놓지 않으면 2일째 일정이 엉망이 되버릴 거였거든요.


먼저 바오젠 거리를 촬영했어요.




바오젠 거리 촬영을 마친 후 신라면세점으로 갔어요. 신라면세점에서부터 시작해 제주한라병원 근처에 있는 롯데면세점까지 걸었어요. 이 길이 바로 제원아파트 근처 연동1길이었어요.




"빨리 용두암 가야겠다."


제주한라병원에서 용두암 가는 버스 노선을 찾아봤어요. 검색 결과를 보니 전부 환승을 한 번 해야 했어요.


'이렇게 갈 필요 없을 건데?'


버스 환승은 상당히 귀찮았어요. 용두암은 버스가 별로 없는 동네에요. 용두암 근처에는 제주대학교사범대학부설고등학교 - 제주도에서 흔히 '사대부고'라고 부르는 학교가 있어요. 보통 국립대학교의 사대부고는 인기가 좋은 편이에요. 그러나 제주도에서 사대부고는 제주시내 평준화 8개 인문계 고등학교 중 가장 인기없는 고등학교에요. 남녀공학이라 인기가 그렇게 높지 않은 점도 있지만, 버스 교통편이 매우 안 좋아서 사대부고를 기피하거든요. 신제주에 거주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남자는 일고와 남녕고가 있기 때문에 사대부고까지 갈 필요가 없어요. 여자는 신제주에 있는 제주시내 평준화 8개 인문계 고등학교 중 여학생이 진학할 수 있는 학교가 남녕고 밖에 없어서 그 다음 사대부고가 선택지가 될 수 있어보이지만 실제로는 달라요. 신제주에서 사대부고까지 바로 가는 교통편이 거의 없기 때문에 거리상 더 멀더라도 중앙여고를 더 선호해요.


용두암 버스 교통편 나쁜 건 용두암이 유명해서가 아니라 사대부고 버스 교통편 안 좋은 것 때문에 제주시 안에서 잘 알려져 있어요. 제주한라병원에서 용두암까지 직통으로 가는 버스가 없는 것은 당연했어요.


굳이 용두암 코앞까지 시내버스로 안 가도 돼.


제주한라병원에서 용두암 코앞까지 가는 버스는 없었어요. 그러나 꼭 환승 없이 바로 용두암 코앞까지 가겠다고 고집부릴 필요는 없었어요. 제주한라병원에서 용담으로 가서 걸어가면 되었거든요. 제주한라병원에서 용담에 있는 제주중학교 - 일명 '제중' 가는 버스는 무지 많아요. 제주한라병원에서 공항 들려서 관덕정 가는 버스들이 다 지나가는 곳이거든요. 관덕정이 중요해서 수요가 많은 게 아니라 관덕정 근처에 중앙로, 동문시장이 있기 때문에 항상 수요가 많아요. 제중에서 용두암까지는 1km 정도 되요. 매일 통학하는 학생들에게는 부담되는 거리이지만 용두암을 가는 사람에게는 별로 부담되는 거리가 아니에요.


제주시 동지역 지리에 대해 큰 틀은 알고 있지만 세부적인 버스 노선은 잘 몰랐어요. 제가 제주도에서 살던 때와 비교하면 신설된 버스 노선도 있었고, 서귀포까지 가는 버스까지 합쳐진 노선도 있었거든요.


'어쨌든 제중만 가면 돼.'


'용담'이라고 부르는 범위는 상당히 커요. 제가 가려는 곳은 용두암. 버스 많이 다니는 길에서 용두암에 가장 가까운 버스 정류장이 있는 곳은 제주중학교였어요. 제주중학교 옆에는 제주향교가 있어요. 제주향교도 유명하지만 보통 길 물어볼 때는 제주향교보다는 제주중학교를 더 많이 물어봐요. 특히 버스 노선 알아볼 때는 제주향교보다 제주중학교로 물어보는 것이 더 좋아요. 중학생들이 버스를 많이 타니까요.


버스가 왔어요.


"이거 제중 가요?"

"예."


버스를 탔어요. 친구 두 명에게 연락했어요. 둘 다 지금 하는 일이 저녁 6시 조금 넘어서 끝날 거라고 했어요. 저도 동문시장까지 촬영하면 저녁 6시가 넘을 거였어요.


"그러면 6시 반쯤에 동문시장에서 보자. 내가 시청 넘어가도 되구."


약속을 잡았어요. 일단 동문시장 촬영까지 마치는 것이 중요했어요. 이게 언제 끝날지는 저도 잘 몰랐어요. 그래서 시간은 대충 6시 반 정도로 약속했어요. 장소는 동문로타리에서 보든 제가 시청으로 넘어가든 그때 되서 정확히 정하자고 했어요. 동문시장에서 본다면 동문시장 입구가 있는 동문로타리에서 만날 거였어요. 동문시장은 입구가 여러 곳 있어요. 이 중 차가 다닐 만한 입구는 동문로타리 쪽 입구에요. 골목길에 있는 입구는 약속장소로 잡기 매우 나쁘거든요.


동문시장은 밤 늦게까지 노는 곳이 아니에요. 밤 늦게까지 논다면 결국 시청이나 제원으로 가야 했어요. 구제주 번화가는 제주시청 일대인 시청, 신제주 번화가는 제원사거리를 중심으로 그 일대에요. 저는 밤에 돌아다니며 심야시간 풍경 영상을 촬영하고 도두봉과 도두항이 있는 도두로 넘어가야 했어요. 도두는 신제주 서쪽이기 때문에 제원에서 만나자고 하면 친구들을 만난 후 택시 타고 동문시장까지 넘어가야 했어요.


심야시간 풍경 영상을 찍으며 걸어갈 길의 시작은 무조건 동문시장이었어요. 동문시장에서 시청 쪽으로 걸어올라갈 생각이었어요. 용담 쪽도 찍으면 재미있는 것들이 이것저것 있을 거였어요. 그러나 한밤중에 용담 쪽을 통해 신제주로 걸어가고 싶은 마음은 아예 없었어요. 이쪽은 공항이 있기 때문에 토 나오게 질리고 힘든 길이거든요. 자동차와 버스로 지나갈 때는 별 거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길이지만 실제 걸어보면 엄청 길어요. 게다가 공항 활주로 따라 걸어가는 길이라 똑같은 장면이 끝없이 반복적으로 나와요. 이 길을 지나가면 공항 입구에서 연동입구로 이어지는 가파른 오르막길이 나와요. 제주도 가본 사람들 모두가 아는 그 길이에요. 이 길이 차로 지나가면 우습게 보이지만 걸어가면 이것도 무지 길어요.


버스에서 약속을 대충 정했어요. 버스가 제주중학교/제주향교 버스정류장에 도착했어요. 버스에서 내려서 용두암으로 갔어요.


용두암 주간 시간 영상을 촬영했어요.




친구들에게 지금 제가 어디 있는지 계속 카카오톡 메세지를 보내며 알려줬어요. 동문시장 촬영을 마친 후에야 둘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그래야만 했어요.


오후 6시 반이 되어서야 동문시장에 도착했어요. 제 예상보다 30분 늦었어요. 동문시장에 도착하자마자 촬영을 시작했어요.


동문시장 저녁 시간 영상을 촬영했어요.




동문시장 풍경 영상 촬영을 마친 후 친구들에게 이제 다 끝났다고 메세지를 보냈어요. 친구가 다른 친구를 자기 차에 태우고 가고 있다고 했어요. 제가 동문시장에 있다고 하자 그쪽으로 오겠다고 했어요.


저녁 7시 조금 넘어서 동문시장 3번 출구 앞에서 친구들과 만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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