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가본 서울 24시간 식당은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대림동 대림역 12번 출구에 있는 봉선마라탕이에요.
아주 야심한 시각. 비를 맞으며 길을 걷고 있었어요. 영상을 촬영하고 사진을 찍기 위해 영등포구 대림동으로 갔어요. 날씨가 정말 안 따라주고 있었어요. 왜 안 춥나 했더니 비가 좍좍 퍼부으려고 안 추운 것이었어요. 비를 맞으며 돌아다니다 더 이상 그냥 맞고 다닐 수준이 아니라 우산을 펴고 돌아다니던 중이었어요. 중국인, 조선족 최대 밀집 지역인 대림역 12번 출구답게 중국 음식 냄새가 저를 강하게 유혹했어요.
'중국 음식 하나 먹고 가?'
서울에 중국 음식 판매하는 식당은 여기저기 있어요. 양꼬치 판매하는 가게는 이제 발에 채일 정도로 많아요. 서울에 체류중인 중국인들이 한둘이 아니거든요. 대학교들이 돈벌이를 위해 경쟁적으로 중국인 유학생을 유치하면서 서울 대학교 주변에는 중국인 관련된 것이 이것저것 많이 있어요. 당연히 중국 음식 판매하는 식당들도 있구요. 꼭 대학가 주변이 아니더라도 그냥 많아요. 이제는 전국 각지에 퍼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니까요.
그렇지만 대림역 12번 출구까지 왔는데 그냥 가기는 왠지 섭섭했어요.
여기는 한국 체류 중국인들의 최고 중심지잖아.
서울에는 중국인들이 집단 거주하는 동네가 몇 곳 있어요. 이 중 대표적인 곳 세 곳을 꼽으면 구로구 가리봉동, 영등포구 대림동, 광진구 자양4동이 있어요. 이 가운데에서 한국인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곳은 단연 대림동 대림역 12번 출구에요.
대림역 12번 출구는 사실상 한국 체류 중국인들에게 수도 같은 곳이에요. 한국인들이 서울 강남, 명동 등을 최고 번화가로 보는 것처럼 이들 세계에서는 대림역 12번 출구가 최고 번화가에요. 대림역 12번 출구쪽이 중국인, 조선족 번화가로 바뀐 지는 꽤 오래되었어요. 초기 가리봉동 벌집촌에서 거주하던 중국인과 조선족 중 한국 정착에 성공하고 돈을 모은 사람들이 보다 인간적인 거주 생활을 누리기 위해 인근 지역으로 옮겨간 곳이 대림동이거든요.
"봉자마라탕 24시간 하네?"
봉자마라탕은 봉선마라탕으로 이름이 바뀌었어요. 제가 한국에서 처음 마라탕을 먹어본 곳이 봉자마라탕이었어요. 여기는 봉선마라탕으로 이름이 바뀌면서 맛이 변했어요. 많이 한국화 되었어요.
'오랜만에 봉선마라탕 가봐?'
일단 이 식당이 24시간 한다는 것이 놀라웠어요. 예전에는 24시간 영업 안 했을 거에요. 대체 얼마나 서울 체류 중국인, 조선족이 많아졌으면 24시간 영업을 할까 싶었어요.
중국 음식점이 서울 도처, 더 넓게 보면 경기도 도처에 있다지만 대림역에 왔으니 중국 음식 하나 먹고 돌아가고 싶었어요.
'저기 진짜 24시간 하는 거 맞아?'
분명히 24시간 영업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가게 안 불도 환히 켜져 있었어요. 실제로 24시간 하는지 궁금해졌어요.
'이따가 와봐야겠다.'
다른 곳도 돌아볼 계획이었기 때문에 새벽에 와서 진짜 24시간 영업하는지 확인해보기로 했어요. 만약 진짜 24시간 영업한다면 가서 먹어보기로 했어요.
다른 곳을 다 돌아보고 새벽 6시에 봉선마라탕 앞으로 돌아왔어요.
"어? 지금도 하네?"
24시간 영업 간판을 그냥 걸어놓은 것이 아니었어요. 진짜로 24시간 영업하고 있었어요. 주변 다른 식당들도 24시간 영업중이었어요. 말 그대로 불야성인 곳이었어요. 식당에는 식사하고 술 마시는 사람들이 하나 둘 있었어요. 아마 심야시간에 놀러 오는 중국인들이 있고, 새벽과 아침에는 밥 먹으러 오는 중국인들이 있고, 낮 시간에는 한국인들이 밥 먹으러 오고 하다보니 24시간으로 영업하는 식당이 많지 않나 싶었어요.
"여기도 엄청 유명해졌어?"
제가 봉선마라탕 처음 갔을 때만 해도 유명한 집은 아니었어요. 아는 사람만 아는 집 수준이었어요.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봉선마라탕이 엄청나게 유명해졌어요. 맛이 많이 한국화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믿고 먹을만한 곳이기는 해요.
식당 안으로 들어갔어요.
"탄탄면이랑 꿔바로우 주세요."
탄탄면과 꿔바로우를 주문했어요. 여기는 마라탕 맛집으로 유명한 곳이에요. 그러나 저는 마라탕 안 좋아해요. 마라탕 국물은 좋아하지만 당면 면발은 안 좋아하거든요. 봉선마라탕은 마라탕이 유명하지만 탄탄면도 상당히 맛있는 집이에요. 오히려 식사로 무난하게 먹기에는 탄탄면이 더 좋아요. 그래서 마라탕이 아니라 탄탄면을 주문했어요.
직원분이 밑반찬을 가져다 주셨어요.
"땅콩 좀 더 주세요. 많이요."
제가 중국 식당 밑반찬 중 제일 좋아하는 것은 볶은 땅콩이에요. 짜사이는 별로 안 좋아해요. 김치도 안 좋아하구요. 그래서 땅콩을 많이 달라고 했어요. 볶은 땅콩은 음식 나오기 전에 에피타이저로 먹어도 되고, 음식 먹을 때 반찬으로 먹어도 되고, 음식 다 먹은 후 디저트로 먹어도 되요.
직원분이 땅콩을 인심 좋게 수북히 퍼서 갖다주셨어요. 아주 만족스러웠어요.
땅콩을 숟가락으로 퍼먹으며 가게 내부 사진을 찍었어요.
식당 내부는 매우 청결했어요. 볼 일을 보러 잠시 화장실에 갔어요. 화장실도 매우 청결하게 유지하고 있었어요. 확실히 한국인들도 많이 가는 식당이다보니 청결과 위생에 꽤 신경 쓰는 것 같았어요.
먼저 탄탄면이 나왔어요.
"우왁!"
음식 담아주는 그릇이 예전과 다른 그릇이었어요. 그리고 양이 과거보다 훨씬 더 많아졌어요. 예전에 여기에서 탄탄면 먹었을 때는 양이 이것보다 적었어요.
'아...잘못 시켰나...'
예전에 먹던 것 생각하고 탄탄면과 꿔바로우를 주문했어요. 탄탄면 양이 과거보다 더 많아졌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국물만 가득 준 것이 아니라 면도 엄청 많이 줬어요.
탄탄면 위에 고추기름을 올렸어요.
'예전에는 탄탄면도 붉은 국물 아니었나?'
기억이 가물가물했어요. 예전에는 봉선마라탕 탄탄면도 붉은 국물이었을 거에요. 아예 매운맛 없는 흰국물이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매운 것 잘 못 먹는 친구와 왔을 때 탄탄면 주문하면서 안 맵게 해달라고 했던 기억이 있거든요.
봉선마라탕 탄탄면은 흰 국물로 나왔어요. 고추기름을 넣어서 매운맛을 맞춰야 했어요.
"역시 여기 맛있네."
맛이 한국화되기는 했어요. 중국 음식 특유의 냄새가 많이 약했어요. 맛은 고소하고 부드러웠어요. 국물과 청경채, 면발의 조합이 좋았어요. 한국인들이 무난하게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맛이었어요.
더 놀라운 것은 가격이었어요. 탄탄면 한 그릇 가격은 5천원이었어요. 가성비 대폭발이었어요. 이 정도 양과 맛이라면 6천원 받아도 사람들이 별 말 안 할 거였거든요.
꿔바로우가 나왔어요.
꿔바로우는 정말 많이 한국화되었어요.
예전 처음 한국에서 꿔바로우를 먹었을 때는 식초향이 상당히 강했어요. 식초 냄새가 강한 것은 아니었어요. 꿔바로우를 입에 넣는 순가 식초향이 목을 자극했어요. 그래서 꿔바로우 입에 넣을 때 숨을 들이마시면 캑캑거려야 했어요. 맛있기는 한데 캑캑거리며 먹어야 하는 것이 꿔바로우였어요.
그러나 그 캑캑거리게 만드는 강렬한 식초향이 없었어요.
꿔바로우는 바삭하고 날카로웠어요.
탄탄면과 꿔바로우를 깔끔히 다 먹었어요.
대림역 근처에서 24시간 식당을 찾는다면 대림역 12번 출구 근처에 봉선마라탕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