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두 개의 장벽 (2012)

두 개의 장벽 - 22 카스피해

좀좀이 2012. 8. 31.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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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르바이잔에서 얼마나 머무를 수 있지?'


배에 누워 있는데 마음이 무작정 편하지는 않았어요.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예상보다 지출이 컸던데다 아제르바이잔 바쿠는 숙소비 비싸기로 유명한 곳. 친구가 숙소를 찾아보았는데 저렴한 숙소는 딱 한 곳 밖에 없다고 했어요. 론니플래닛 구 버전 (2012년 최신판 나왔음)에 나온 저가 숙소는 죄다 없어졌어요. 당장 숙소비가 문제였어요. 투르크메니스탄은 시간과의 싸움이었고, 아제르바이잔은 돈과의 싸움이었어요.


남아 있는 달러는 얼마 안 되었어요. 이 돈으로는 아제르바이잔에서 정해진 일정까지 버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 우즈베키스탄으로의 귀국일은 2012년 7월 16일이었어요. 7월 16일까지 버텨야 하는데 물가 비싼 아제르바이잔에서의 일정은 오히려 투르크메니스탄에서 4일날 떠나게 되어서 하루 더 늘어난 5일부터 시작이었어요. 하루 비용이 더 늘어난 셈. 작년 카프카스 여행에서도 경비의 대부분은 아제르바이잔에서 나갔어요.


바쿠야 작년에 다녀온 적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바쿠 외에 다른 곳을 다녀보고 싶었어요. 셰키, 라흐즈, 이스마일르, 게벨레, 샤마크, 겐제를 가는 것이 원래 목표. 이래서 16일날 귀국으로 일정을 잡았어요. 하지만 이렇게 아제르바이잔 여행은 고사하고 당장 16일까지 버틸 돈이 안 되었기 때문에 문제였어요.


'비행기표를 앞당겨야 하나?'


친구도 아제르바이잔 물가 때문에 걱정하고 있었어요. 아제르바이잔 물가는 투르크메니스탄은 물론이고, 주변 모든 나라의 물가와는 비교도 안 되는 곳. 1유로가 1마나트 채 되지 않는 나라에요. 1달러가 불과 0.78마나트 (78개픽)밖에 안 되요. 친구는 어떻게 16일까지 버틸 수 있으나, 제 수중의 돈으로 16일까지 버티기는 무리였어요.


'은행에 돈이 있던가?'


은행에 있는 돈 중 딱 500마나트만 인출하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졌어요. 하지만 500마나트를 인출할 수 있는 돈이 있는지 없는지 정확히 알 수가 없었어요. 투르크메니스탄에서는 인터넷을 쓰지 못했고, 그래서 7월에 들어오기로 한 돈이 들어왔는지 안 들어왔는지 확인을 하지 못했어요. 만약 이 돈이 들어왔다면 500마나트를 아제르바이잔에서 인출해서 쓰면 되고, 그러면 여행 경비 문제는 해결이 되었어요. 하지만 안 들어와 있다면 통장에서 500마나트를 인출할 수 없기 때문에 돈 문제가 걸렸어요. 책을 안 사면 문제가 될 것도 없었지만, 아제르바이잔에 가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책을 사기 위해서였어요. 단순히 구경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만약 책을 못 산다면 여행 일정을 대폭 줄이고 책만 사서 우즈베키스탄으로 돌아가든지 해야 했어요. 바쿠는 전에 보았던 도시였고, 책을 포기하든 포기하지 않든 돈이 부족한 것은 마찬가지였으니까요.


'이번 여행은 뭐 이렇게 문제 투성이냐.'


친구와 나름 열심히 계획하고 준비한다고 했는데도 이 모양이었어요. 정보가 매우 부족한 곳을 여행하려다 보니 노력으로 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았고, 그게 결국은 중요한 문제였어요. 똑같이 정보가 없다 하더라도 타지키스탄보다는 확실히 난이도가 높았어요. 제가 갔던 타지키스탄 서부는 물론 아제르바이잔 바쿠에 비해 정보가 더 부족했어요. 하지만 여기는 무슨 실수를 하든 돈으로 해결할 수 있었어요. 외국인 입장에서 물가 자체가 비싼 곳은 아니었으니까요. 실수를 하고 바가지를 쓰고 하더라도 경제적으로 감내할 만한 수준이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투르크메니스탄도 마찬가지. 뒤돌아서서 '내가 바가지를 썼구나' 깨우쳐도 '에휴...그 나라 사람들 지지리 못 사는데 적선했다고 하자'라고 웃어 넘어갈 수 있는 동네였어요. 하지만 아제르바이잔은 아니었어요. 작년 갔다왔던 경험이나, 그 외 들은 이야기, 인터넷으로 읽은 이야기 모두를 종합해 보았을 때 여기는 실수하고 바가지 쓰는 것이 웃고 넘어갈 동네는 아니었어요.


한 가지 예를 들자면 바쿠 시내에서 공항까지의 택시비를 들 수 있어요. 택시를 어떻게 아는 사람을 통해 타고 가면 20마나트, 그냥 잡아 타면 25마나트, 바가지쓰면 그 이상이에요. 5마나트면 6달러가 넘는 돈이에요. 20마나트 자체가 25달러 조금 넘는 돈이니까 5마나트 더 내는 것도 큰데, 여기에 바가지 쓰면 더 커져요. 1000삽에 한 삽 더 얹는다고 달라질 거 없다는 말이 있지만, 삽으로 한 삽과 포크레인 한 삽은 다르고, 포크레인 한 삽과 포크레인 두 삽은 또 달라요.


물가가 싼 동네라면 '될 대로 되라'고 할 텐데 아제르바이잔은 '될 대로 되라'고 할 수 있는 동네는 아니었고, 그렇다고 해서 무슨 답이 나오는 동네도 아니었어요. 믿을 거라고는 친구가 며칠 동안 버벅대는 인터넷과 씨름하며 찾아낸 '카스피안 호스텔' 뿐. 그나마도 언제 아제르바이잔 들어가는지 정확히 몰랐기 때문에 예약도 안 했어요. 일단 찾아가서 들이밀어 보기는 하는데 만약 자리가 없다고 하면 정말로 난감했어요.


"호스텔 자리 없으면 어떻게 하지?"

"글쎄...노숙할 수는 없으니까 호텔 들어가야지."

"싼 숙소 못 구하면 그냥 일찍 우즈벡 돌아갈까?"


친구가 곰곰이 생각하더니 그러자고 했어요. 둘 다 아제르바이잔에서 호텔에서 자며 16일까지 버틸 능력은 안 되었거든요.


눈을 감았어요. 일단 바쿠에 있는 저렴한 숙소인 카스피안 호스텔에 무조건 들어가야 했고, 500마나트도 인출이 되어야 했어요. 둘 중 하나만 안 되어도 큰 타격. 신경이 많이 쓰이기는 했지만 지금 상황에서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어요.


아제르바이잔은 아제르바이잔 대로 신경쓰이는 일이 또 남아 있었지만, 일단 투르크메니스탄 일정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놓였어요. 아제르바이잔은 오직 돈이 문제였고, 일정을 앞당겨 우즈베키스탄으로 돌아가기 위한 돈 정도는 있었어요. 아제르바이잔에서도 아제르바이잔어 교과서를 사야 했지만 이것은 살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도 않았어요.


출항하기를 기다리는데 한 시간이 넘도록 배는 출항할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세면장에 가서 샤워를 했어요. 배에 사람이 얼마나 탈 지 모르지만 공용세면장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서로 이용한다고 하면 불편할 것이 뻔했으니까요. 세면장에서는 온수가 잘 나왔어요.


샤워를 하고 왔는데도 배는 출항할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다시 침대에 드러누워 잠을 청했어요. 남은 일도 걱정이었지만 일단 큰 문제는 해결되었다는 생각에 편히 잘 수 있었어요.


잠깐 깨었는데 배가 움직이는 기척이 없었어요. 시간을 확인해보니 오후 4시. 배 타면 금방 출항할 줄 알았는데 여기도 기다림이었어요. 지루했지만 할 것이 없어서 다시 잤어요.


그렇게 자다가 다시 깨었는데 배가 움직이고 있었어요.


"배 언제 출발했어?"

"조금 전."

"조금 전이면 언제?"

"5시 반쯤?"


시계를 보니 저녁 6시. 일어나서 갑판에 나갔어요. 보이는 남자들은 죄다 담배를 당당히 태우고 있었어요. 다시 한 번 내가 투르크메니스탄에서 벗어났다는 것이 실감나는 순간. 갑판에 나가 조금 둘러보다 다시 객실로 돌아왔어요. 옆방에서 아제리인들이 도미노를 하며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어요. 그리고 배에 탄 사람들은 정말 적었어요. 객실 하나가 4인실이었는데 4명 들어간 방도 없었고, 아무도 안 들어간 방도 많아 보였어요.




카스피해의 수평선.


확실히 이게 내해이다 보니 파도는 확실히 덜했어요. 예전에 스페인 세우타에서 알헤시라스로 넘어갈 때 배멀미를 한 적이 있어서 배멀미를 하면 어쩌나 걱정했어요. 그런데 이 정도는 그렇게 흔들린다고 할 수 없었어요. 아니, 흔들린다고 하기에 부끄러울 정도. 아예 안 흔들리는 것은 아니었어요. 버스 흔들리는 정도로 흔들리고 있었어요. 흔들림이 적어 그냥 있는 데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사진을 찍을 때에는 지장이 있었어요. 아직 저녁 6시라고 하기에 민망할 정도로 밝았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 아제르바이잔까지 전부 우리나라에서 4시간 느린 시차에요. 그런데 지금 우즈베키스탄에서 더 서쪽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시차는 없으나 해가 더 길어지는 것은 당연한 자연 법칙.


곧 어느 알 수 없는 섬이 나타났어요.






이 섬에는 과연 사람이 살까?


사람이 사는 섬인지 안 사는 섬인지 분간이 어려웠어요. 카스피해 해수면이 쉽게 높아질 리야 없겠지만, 조금만 높아지면 이 섬은 잠길 것 같이 보였어요.



낙타 산다!


저 낙타는 대체 어떻게 들어간 거지? 여기까지 헤엄쳐서 올 수 있는 거리는 아닌데...저것은 분명히 누가 일부러 데리고 온 낙타일 거에요.



이렇게 보면 영락없는 무인도.



"또 낙타다!"


사진 찍은 낙타만 총 세 마리. 저건 과연 야생 낙타인지 알 수가 없었어요. 누가 처음에 데리고 왔다가 놓고 나갔을 수도 있으니까요.



"여기 진짜 사람 사나?"



이렇게 보면 사람이 어느 정도 사는 섬이었어요. 아까 보았던 모습은 분명히 무인도. 그러나 지금 보는 풍경은 분명히 유인도. 




과연 이 섬은 무인도일까요, 유인도일까요? 그리고 유인도라면 여기 사는 사람들은 무슨 일을 하며 사는 것일까요? 거의 불모지처럼 생겼는데요. 담수를 어디에서 얻을 지도 궁금했어요.



하지만 배는 이 미지의 섬에 관심을 주지 않고 제 갈 길을 갔어요.


섬을 지나간 후에 나타난 것은 지루한 수평선. 그냥 수평선 뿐이었어요. 수평선만 보인다는 것은 사막만 보인다는 것보다 더 지루한 일. 이것도 잠깐 보아야 좋은 것이지 계속 보면 이보다 지루한 것도 없어요. 배는 바쿠까지 약 12시간 걸린다고 했어요.


지루한 풍경을 보다 보니 배가 고팠어요.


'내가 뭐 먹었더라?'


7월 1일 - 만트

7월 2일 - 콜라, 과자

7월 3일 - 케밥 1개, 콜라, 멜론 반 통

7월 4일 - 굶음


아...내가 투르크메니스탄에서 먹은 게 없구나...


'왜 배고픈가'를 궁금해할 것이 아니라 '왜 지금껏 배고픔을 잊었는가'를 궁금해하는 것이 정상. 저렇게 먹으면 당연히 배가 고프죠. 고작 저거만 먹었는데도 투르크메니스탄에서는 단 한 번도 배가 고프다는 생각을 안 했어요. 7월 3일 먹은 멜론 반 통과 케밥 1개는 절대 배가 고파서 먹은 게 아니에요. 멜론은 투르크메니스탄 멜론이 그렇게 질이 좋고 맛있다고 해서 사먹어 본 것. 케밥은 먹은 것이 하도 없어서 안 먹으면 다음날 힘들 것 같아 그냥 먹은 것. 얼마나 목적 달성을 위해 집중했는지 드러나는 식단이었어요.


그래서 밥을 먹으러 식당에 갔어요. 그러나 식당에 밥은 없었어요. 이러면 답은 하나. 차를 시키고 설탕을 왕창 넣었어요. 이러면 당분은 보충할 수 있으니까요. 일단 최소한의 에너지 보충. 차 값은 1마나트였는데 당연히 아제르바이잔 마나트는 없었어요. 그래서 5달러를 내었더니 3달러와 1 아제르바이잔 마나트를 거슬러 주었어요.


차를 마시고 다시 방에 들어와 일정을 수첩에 적고 사온 책도 꺼내서 펼쳐 보았어요. 그런데 무엇을 해도 시간이 가지 않았어요. 밖에 콘센트가 있어서 아이팟 터치를 꼽아 놓았어요.


"이거 너꺼야?"

"응."

"아이폰?"

"아니, 아이팟 터치."


충전하는 것을 보고 온 아제르바이잔인들이 와서 구경하더니 갑자기 자기들한테 팔라고 했어요. 아이팟 터치라고 했는데 자기들에게 200마나트에 팔라고 했어요. 아무리 아이팟 터치라고 해도 계속 팔라고 했어요. 그러나 팔지 않았어요. 자꾸 팔라는데 고장난 아이폰을 확 팔아버릴까 생각도 했지만 그것은 절대 좋은 짓이 아니었어요. 아이팟 터치는 절대 팔 수 없었구요. 아이팟 터치는 탈옥한 것이라 오히려 이쪽이 더 쓸모가 많았거든요. 아이폰은 고장난 거라 못 팔고, 아이팟 터치는 제가 쓰기 때문에, 그리고 걔네들은 아이폰을 중고로 어떻게 사보려고 하는 거라 안 팔았어요.


충전이 다 되자 아이팟 터치를 들고 방으로 들고 왔어요.



하늘에 달이 떴어요.



카스피해를 밝게 비추는 달. 밝게 찍어서 달이 실제보다 크게 나오기는 했지만 바다에 비친 달빛은 저만큼 되었어요. 하늘에 별이 가득하기를 바랬지만 별이 가득하지는 않았어요. 많기는 했지만 타지키스탄에서 샤흐리스탄 내려왔을 때 보았던 그 정도로 하늘에 별이 가득찬 정도는 아니었어요. 게다가 제가 정말 보고 싶어하는 은하수는 보이지도 않았구요.


밤이 깊어질 수록 배는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어요. 친구는 습하고 멀미할 것 같다고 먼저 잠을 청했어요. 친구까지 자니 정말 할 게 없었어요. 그래서 저도 잠을 청했어요.


눈을 떴을 때에는 해가 훤히 뜬 아침이었어요.



드디어 아제르바이잔인가? 저 배는 아제르바이잔 배. 그런데 딱 보아도 투르크메니스탄과 아제르바이잔을 왔다 갔다 하는 배는 아니었어요.



"저 어슴프레 보이는 거, 바쿠 아니야?"



이것은 아제르바이잔이 확실했어요. 저 지하 자원과 관련된 시설. 이 배가 10시간 동안 바다 위에 있으며 다시 투르크메니스탄으로 회항했을 리는 없었으니까요.


"육지다!"


콜롬부스가 신대륙 발견한 것처럼 기뻤어요. 버스로도, 기차로도, 배로도, 비행기로도 10시간 야간 이동을 해 보았어요. 그 중 가장 지루한 것은 단연코 배였어요. 진짜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저 아제르바이잔을 보기까지 너무나 지루했어요. 제일 덜 지루한 건 버스. 버스는 휴게소에서 내릴 수 있으니까요. 휴게소에서 내려서 간식이나 식사도 사 먹고 바람도 쐬고 하기 때문에 제일 덜 지루했어요. 그 다음은 비행기. 이건 도중에 기내식도 주고 원하면 스튜어디스에게 가서 먹을 거나 마실 거 달라고 하면 되기 때문에 먹는 재미로 그나마 버틸 만 했어요. 그 다음은 기차. 같은 객실에 탄 사람이 잘 맞는다면 비행기보다 덜 지루하지만, 아니라면 비행기와 비교할 수도 없이 지루했어요. 왜냐하면 일단 먹는 걸 안 주니까요. 이와 관련해 김포-제주 노선에 저가 항공이 들어간 초기에 저가 항공을 탄 친구가 말한 명언이 있어요. '비행기에서 주는 음료수가 그렇게 소중한 줄 몰랐다'. 먹는 것을 준다는 게 단순히 갈증 해소해 주고 허기 채워주는 효과만 있는 게 아니에요. 한 번씩 분위기를 바꾸어주는 효과도 커요. 그런데 기차는 그런 게 없어요. 게다가 10시간 야간 이동이면 기차에서 서로 잠 자기 바빠요. 최악은 배. 수평선 외에 볼 게 없어요. 풍경의 변화 따위도 없어요. 게다가 수평선은 지긋지긋해요. 바다라면 어려서 집에서 창문으로 보던 것. 풍경의 변화도 없고, 먹는 것도 안 주고...



멀리 보이는 큰 모스크.



"바쿠다!"


저것이 세계에서 가장 큰 깃대. 아제르바이잔의 자랑이에요. 저게 실제로 보면 엄청 커요. 지금 배와 육지가 가까운 거리는 아닌데도 엄청 잘 보이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죠.



"이 도시 또 바뀌었잖아!"


올해 유로비전 개최한다고 했고, 지난해에 왔을 때 '뉴 바쿠 플랜'이라는 계획하에 도시 곳곳이 공사중이었어요. 멀리서 보았는데도 바뀌었다는 것이 티가 날 정도였어요.



아슈하바트와는 전혀 다른 도시. 만약 여기를 아슈하바트처럼 하얀 대리석으로 도배질을 해 놓았다면 정말 장난이 아니었겠죠.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멀리서 보았는데 꽤 괜찮아 보였어요. 그리고 바쿠는 그렇게 하얀 대리석 도배질을 할 필요도 없어요. 그 이유는 도시가 원래 미녀거든요. 소련 시절에 관리를 안 해서 피부가 많이 상했는데 요즘 돈 좀 들여서 관리 좀 많이 하고 있는 중이에요. 메이크업도 배우고 있구요. 그런데 얘가 고급스럽게 노는 것을 너무 사랑해서 데이트 한 번 하려고 하면 돈이 왕창 깨져요. 이 이야기가 무슨 말인지 아마 작년 여행기를 읽으신 분들은 이해를 하실 거에요. 그리고 뒤에 나오는 내용들을 보면 이해하실 수 있으실 거에요.



"저기 갔던 데다!"


작년에 걸었던 그곳이었어요. (http://zomzom.tistory.com/233) 저기라면 분명 처녀의 탑 Qız qalası도 보여야 하는데? 처녀의 탑 (그즈 갈라스)은 옛날 바쿠의 상징. 그런데 하도 건물이 많이 들어서서 찾기가 쉽지 않았어요. 열심히 집중해서 보니 보이기는 보였어요.



바다와 땅의 경계를 따라 가다 사진 한가운데를 보면 무슨 기둥이 하나 보여요. 그게 바로 처녀의 탑이에요. 옛날 바쿠의 상징인데 이제는 건물들이 하도 들어서서 멀리서 찾으려고 하니 꽤 찾기 어려웠어요.



드디어 바쿠 항구가 보였어요. 이제부터는 또 새로운 시작. 2012년 7월 5일의 아침은 이미 시작되었어요. 그러나 잠시 후, 배가 항구에 정박하면 제게 진짜 2012년 7월 5일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7월 5일이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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