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치요다구 간다 진보초 고서점 거리 日本 東京 神田 神保町 古書店街 에 도착하자마자 이런 저런 헌 책들이 눈에 들어왔어요.
간다 고서점 거리는 동대문역 청계천 헌책방 거리와 비슷하게 생겼어요. 조그만 헌책방이 쭉 있었어요. 헌책방 밖에는 책이 담긴 책장이 배치되어 있었어요. 책 정리가 일반 서점처럼 깔끔하게 되어 있지 않아 보이는 것도 공통점이었어요. 차이점이라면 간다 고서점 거리는 대로변에 있고, 청계천 헌책방 거리는 청계천 산책로 길 건너편 좁은 인도에 자리잡고 있다는 점 정도였어요. 사진 찍고 구경하면서 다니기에는 인도가 훨씬 넓은 간다 진보초 고서점 거리가 훨씬 더 나았어요.
'괜찮은 거 건질 수 있을 건가?'
간다 고서점 거리에 있는 헌책방을 보며 좋은 책 하나 건질 수 있기를 바랬어요. 어떤 특정한 주제 서적을 구입하러 온 것은 아니었어요. 그런 것은 정하지 않고 무턱대고 일단 왔어요. 즉흥적으로 마음에 드는 책이 있으면 하나 구입할 생각이었어요. 이왕이면 일본 전통 음식을 소개하는 책으로요. 키노쿠니야 신주쿠 본점에서 일본 음식 관련 서적은 구하지 못했거든요.
'뒤져보면 음식 서적도 있지 않을 건가?'
일본 음식 관련 서적을 구입해서 귀국하고 싶었어요. 이왕이면 예쁜 사진이 많이 수록되어 있는 책으로요. 좋은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사진 실력이 많이 올라가거든요. 이렇게 예쁜 일본 음식 사진이 많이 들어 있는 책은 키노쿠니야 신주쿠 본점에 없었어요. 헌책방을 잘 돌아다니며 찾아보면 하나 정도 마음에 딱 드는 책이 있을 것 같았어요. 헌책방이니 너무 귀한 책만 아니라면 일반 서적보다 더 저렴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꼭 일본 음식 관련 서적으로 한정하지 않았어요. 일본 도쿄와 관련된 책이라면 무엇이든 마음에 든다면 구입하고 싶었어요. 전통 의복도 좋고, 풍습과 관련된 것도 좋았어요. 아름다운 사진이 많이 들어 있어서 굳이 글을 읽지 않아도 기념품으로 소장할 만한 책이 있기를 바랬어요.
간다 진보초 고서점 거리를 쭉 둘러보며 마음에 드는 책이 있나 살펴봤어요.
일본 도쿄 간다 고서점 거리는 1880년대에 이 근방에 법률 학교가 여러 곳 세워지면서 형성되었다고 해요. 당시 이 근방에 세워진 법률 학교들로는 明治法律学校 (오늘날 일본 메이지 대학교 明治大学), 英吉利法律学校 (오늘날 일본 츄오대학교 中央大学), 日本法律学校 (오늘날 일본 니혼대학교 日本大学), 専修学校(오늘날 일본 센슈 대학교専修大学) 가 있었대요.
이렇게 이 지역에 법률학교가 여러 곳 설립되자 법률학교 학생들의 유입을 기대하면서 헌책방 거리가 조성되었다고 해요. 초기에는 법률학교 학생들의 유입에 기대한 헌책방들이었기 때문에 주로 법률서적을 판매했다고 해요.
이후 위 학교들에 여러 학과가 생겨나면서 간다 고서점 거리에 전문 서점들이 증가했다고 해요. 현재는 서점마다 전문분야가 있대요. 문학, 철학, 사회과학, 연극, 자연과학, 양서, 단행본 등 서점마다 집중적으로 다루는 전문분야가 있다고 해요.
간다 고서점 거리는 1880년대에 형성된 헌책방 거리로, 역사가 100년이 넘은 곳이에요. 간다 고서점 거리는 2차세계대전 당시 도쿄 공습의 화마도 피해간 곳이라고 해요.
현재 간다 고서점 거리에는 헌책방이 180곳 있다고 해요. 이들 헌책방에 있는 장서량은 1000만권에 달한다고 해요. 그래서 일본 도쿄 간다 고서점 거리는 세계에서 가장 큰 헌책방 거리 중 하나로 손꼽히는 곳이에요.
재미있는 점은 간다 고서점 거리가 2001년 일본 환경성 선정 향기로운 풍경 100선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는 점이에요. 環境省選定のかおり風景100選 를 번역하면 일본 환경성 선정 향기로운 풍경 100선이에요. 헌책방에서 나는 특유의 책 곰팡이 냄새가 좋은 향기라고 느꼈나봐요. 한국이나 일본이나 책 곰팡이 냄새 좋아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은 모양이에요.
마음에 드는 책이 있는지 천천히 살펴봤어요.
일본 도쿄 국립박물관 안 간 건 신의 한수였다.
간다 헌책방 거리를 돌아다니며 마음에 드는 책을 고르겠다는 것은 희망사항에 불과했어요. 일본 도쿄 국립박물관 안 간 것은 정말 신의 한 수였어요.
일본어를 잘 알아야 뭐가 재미있지!
일본어를 아예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유창하게 잘 하는 것도 아니에요. 일본어 공부 안 한 지 10년도 넘었어요. 간단한 것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지만 정말 많이 잊어버렸어요. 일본어를 보고 미간에 주름 잡아가며 한참 보면 무슨 말인지 대충 알 수는 있어요. 그렇지만 바로 보자마자 모국어처럼 술술 볼 수준은 절대 아니에요. 제게 일본어란 알기는 알지만 어색하기 그지없는 외국어에요. 일본 여행 와서 과거 기억이 조금씩 살아나기는 했지만 여전히 그렇게까지 익숙하지는 않았어요.
일본어가 익숙하지 않으니 봐도 머리가 아팠어요. 그 이전에 책 제목이 눈에 바로 들어오지도 않았어요. 한자 읽고 일본어 읽고 유추하기에는 시간도 없고 머리만 아팠어요. 보자마자 '이거는 이런 거다!'라는 느낌을 받을 수 없었어요. 한참 들여다보고서야 '아, 이건 이런 거구나'라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이게 책 하나하나마다 다 그랬어요. 그러니 재미가 있을 래야 있을 수 없었어요.
고등학교때까지 공부한 것만 갖고도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일본 도쿄 국립 과학 박물관과는 아예 달랐어요. 이건 일본어 난이도 중 고급 난이도를 요구하고 있었어요. 단순히 일본어 난이도만 요구하는 것이 아니었어요. 일본의 사회, 문화에 대한 지식도 상당히 많이 요구하고 있었어요.
일본 도쿄 국립박물관 갔다면 대참사 났겠지.
여기는 그래도 길거리 풍경이라도 구경할 수 있었어요. 별 생각 없이 '일본 옛날 책들은 이렇게 생겨먹었구나'하면서 쭉 훑어보며 지나가도 되었어요. 그러나 박물관 전시물은 달라요. 더욱이 문과쪽 전시물은 설명을 반드시 읽어봐야만 하는 전시물이 태반이에요. 보자마자 말이 필요 없이 바로 감탄할 수 있는 것도 있어요. 그렇지만 대부분은 조금 둘러보다 보면 다 그게 그거 같아요.
게다가 제가 학교 다닐 때는 일본 역사, 일본 문화에 대해 정말 안 배우던 시기였어요. 한국이 일본에 어떤 문화를 전수해줬는지 배우기 위해 곁다리로 일본 역사를 아주 조금 배우는 정도였어요. 세계사 교과서에 오다 노부나가도 안 나오던 시절이었으니까요. 일본 역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배운다는 게 고작 '전국시대를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내부 불만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조선을 침공했다. 이게 임진왜란' 정도였어요.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하면 '에도 막부를 끝내고 메이지 유신을 단행한 일본이 조선을 침략했다' 정도였어요. 이게 제가 학교 다닐 때 배운 일본 역사 거의 전부에요. 삼국시대에 고구려 화가 담징이 호류사에 벽화 그려줬다는 등의 내용 조금 있었구요.
배경지식도 없고 일본어도 유창하지 않은데 일본 국립 박물관에 갔다? 보나마나 대참사 났을 거에요. 간다 고서점 거리는 일본 도쿄 국립 박물관 맛보기에 가까웠어요. 여기 있는 책들을 보며 '일본이 이렇게 학문이 발달하고 일본에 이렇게 다양한 서적들이 있구나' 생각하며 엄청난 감흥을 느낀다면 일본 도쿄 국립 박물관 가도 괜찮아요. 그렇지만 그게 아니라 '아, 책 많네. 다 일본어네' 수준으로 끝난다면 아마 안 가는 게 좋을 거에요.
아쉽게도 저는 '아, 책 많네. 다 일본어네' 수준. 일본 음식 관련 서적이라든가 전통 의상 관련 서적 같은 것을 찾아볼 엄두도 못 내었어요.
일본 역사 서적들이 있었어요.
일본에서는 일본 고대 역사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는지 조금 궁금하기는 해요. 일본에서는 '극한'하자고 고고학 유물 조작하다가 걸린 사건이 있어요. 그렇지만 일본의 태도를 가만히 보면 자기들의 기원이 한반도라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해요. 쌍둥이 형제가 서로 머리채 움켜쥐고 족보 따져가며 내가 정통이라고 싸우는 것 같은 꼴이라고 표현해도 무방할 정도로요.
고대사만 따지고 본다면 일본 내부에 두 가지 기류가 존재한다는 느낌을 종종 받아요. 일본 귀족 계층의 기원을 두고 한반도 유래설와 일본 자생설을 놓고 내부에서 치열하게 다투고 있는 것 아닌가 싶어요.
단, 저도 일본 고대사에 대해서는 정말 잘 모르기 때문에 이것은 어디까지나 제 추측에 불과해요.
책을 쭉 둘러보며 간다 고서점 거리를 걷던 중이었어요.
"이거 뭐야?"
日本エロ本全史
일본 에로 서적 전체 역사?
두 눈이 휘둥그래졌어요. 뭐라고 써있나 자세히 읽어봤어요.
とうとうエロ本の歴史は終わってしまった。
僕たちの体と心を作ってくれた
その素晴らしき世界に
愛を込めて。
마침내 에로 서적의 역사는 끝나버렸다.
우리들의 몸과 마음을 만든
바로 그 근사한 세계에
사랑을 쏟아부어라.
学校やTVが教えてくれない大切なエロ本から教わった。
학교랑 TV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중요한 에로 서적으로부터 배웠다.
1946年から2018年までの創刊号100冊をオールカラーで完全紹介!
入手困難、貴重な図版満載!!
1946년부터 2018년까지의 창간호 100권을 올 컬러로 완전 소개!
입수 곤란, 귀중한 도판이 가득!!
"아놔, 진짜!"
엄청 웃었어요. 문구가 아주 그냥 에로에 대한 극찬이었어요.
우리들의 몸과 마음을 만든 근사한 세계. 아...에로란 그렇게 위대한 것입니까. 일본의 성과 관련된 산업은 세계 최강 인정합니다. 여기에 일본 특유의 꼼꼼함과 집요함이 더해진 일본 에로 역사의 세계!
이건 꼭 사야 해!
...라고 외치고 싶어졌어요. 그러나 이건 한국에 들고 올 방법이 아예 없는 데다 일본어를 그렇게 유창하게 잘 하지 못하기 때문에 정말로 무리였어요. 일본의 성 산업, 성문화는 단순히 AV 많이 찍는 수준이 아니었어요. 감탄했어요.
일본의 성 산업은 세계 최고!
이건 절대 부정 못 하겠다.
동양인이 그래도 인정받을 수 있는 이유는 전세계적으로 일본이 잘 사는 나라로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에요. 만약 일본이 없었다면 동아시아인들은 모두 중국인인 줄 알고 엄청난 멸시와 차별을 받았을 거에요. 이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에요.
그렇지만 일본이라고 해서 반드시 긍정적인 면만 수출한 것은 아니에요. 비록 동아시아 여성에 한정된 것이기는 하지만요. 일본 AV 영상이 전세계 각지로 수출되면서 동아시아 여성에 대한 이미지가 야메테 이쿠 이쿠로 퍼진 것도 사실이에요. 동아시아인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없는 지역에서 이게 특히 심해요. 인터넷 세계에서 일본의 야메테 이쿠 이쿠 AV 보고 현실에서 중국인 윤락 여성 보니 동아시아 여성들은 조금만 건드리면 쉽게 관계 맺을 수 있는 여성이라고 보는 시선도 상당히 강해요.
이게 무턱대고 일본을 비하하려고 하는 소리가 아니에요. 실제로 일본 AV 영상이 전세계로 쫙 퍼지면서 현지 체류자들 및 여행자들 사이에서 이게 상당히 심각한 문제였던 적이 있거든요. 특히 성에 대해 매우 폐쇄적인 문화권에서 이런 잘못된 편견이 널리 퍼져서 동아시아 사람들 사이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였던 적이 있어요. 이렇게 성에 대해 매우 폐쇄적인 문화권에서는 AV를 보고 저것이 연출된 거라고 생각 못 하고 진짜 사실이라고 판단해버리는 경우가 많거든요. 지금은 얼마나 덜 해졌을지 모르겠어요. 그러나 아마 지금도 기저에는 이런 생각이 깔려 있지 않을까 해요. 멀리 갈 거 없어요.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 일본 AV 영상을 보고 일본 여성들은 진짜 저러겠지 착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꽤 있어요.
인터넷 세계에서는 야메테 이쿠 이쿠, 현실 세계에서는 차올러 차올러...
진심으로 한 번 어떻게 생긴 책인지 봐보고 싶었어요.
"여기는 뭔데 이렇게 크지?"
매우 큰 서점이 하나 있었어요.
'이거나 들어가볼까?'
일단 주변을 조금 더 둘러본 후 서점 안으로 들어가기로 했어요.
서점 안으로 들어갔어요.
어떤 책이 있는지 천천히 둘러봤어요.
1층은 이렇게 생겼어요.
엘리베이터 옆에는 라이트 노벨이 진열되어 있었어요.
라이트 노벨이 재미있는 것은 재미있지.
일본 라이트 노벨은 한국에서도 인기가 괜찮은 편이에요. 저는 친구가 하나 사줘서 딱 하나 읽어봤어요.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은 읽어봤어요. 구성이 꽤 참신하고 재미있었어요.
그러나 제가 읽어본 라이트 노벨은 오직 하나 뿐. 친구가 사줘서 읽은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외에는 읽어본 것이 없어요. 그래도 일본 라이트 노벨 중 괜찮은 것도 많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이유는 라이트 노벨 원작을 토대로 제작한 일본 애니메이션이 여러 종류 있거든요. 라이트 노벨 기반 애니메이션 보면 내용 괜찮은 것들이 여러 가지 있어요.
2층으로 올라갔어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어요.
2층은 만화책이 진열되어 있었어요.
그렇게까지 인상적인 것은 없었어요. 일본 만화책을 구입할 생각이 전혀 없었거든요. 2층을 대충 둘러본 후 3층으로 올라갔어요.
3층은 보드 게임과 음반이 진열되어 있었어요.
대충 둘러보고 4층으로 올라갔어요.
4층은 역사, 어학, 실용서적과 종교 및 사상과 관련된 서적이 진열되어 있었어요.
경마, 마작은 또 뭐야?
책 구분에는 경마와 마작도 있었어요. 마작까지는 좋아요. 마작은 족보 무시하고 무조건 패를 떠는 것만 겨룬다면 게임으로 즐길 수 있거든요. 족보 무시하고 게임으로 즐긴다면 마작도 장기 같은 게임으로 볼 수 있어요. 그런데 경마는....경마는...경마도 전문 서적이 있다는 것이 놀라웠어요.
일본도 인도 못지 않게 오만 잡신들의 나라 아냐?
별별 종교 서적이 다 있었어요. 이게 종교 서적 코너인지 컬트 분야 서적 코너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였어요. 세상에 종교가 이렇게 많을 줄 몰랐어요. 불교, 가톨릭, 개신교, 이슬람, 힌두교에 잡다한 종교 몇몇만 있을 줄 알았어요.
아...일본 옴진리교!
일본 지하철 사린 가스 살포 테러를 일으켰던 일본 옴진리교. 한국도 사이비 종교가 여럿 있지만 일본 옴진리교처럼 체제 전복을 시도한 사이비 종교는 광복 이후 지금까지 없어요. 1990년대에 휴거 소동이 있기는 했지만 그건 자기들끼리 종말 온다고 울고불고 난리피운 거구요.
듣도 보도 못한 종교와 관련된 서적이 다 있었어요. 종교 서적 코너라고 해서 성경 있고 쿠란 있고 불경 있는 정도일 거라 추측했어요. 완전히 틀렸어요. 한국의 종교 서적 코너 생각하면 안 되는 곳이었어요.
외국어 코너로 갔어요.
한국에 있는 일본어 교재 종류를 떠올려보면 매우 적은 편이었어요. 그래도 SNS 한국어 교재도 있었어요.
이제 서점으로써 사실상 마지막 층이나 다름없는 5층으로 갈 차례였어요.
5층은 밀리터리, 자동차, 오토바이, 버스, 동식물 등과 관련된 서적이 배치되어 있다고 나와 있었어요. 6층은 철도이고 7층은 이벤트 스페이스라고 되어 있었어요. 6층, 7층은 딱히 갈 필요 없어 보였어요.
밀리터리 관련은 관심 없어서 대충 보고 사진만 찍고 지나갔어요. 밀리터리라면 군대 2년 다녀온 것으로 아주 충분해요. 굳이 여기까지 와서 군대 시절 다시 떠올리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딴 것은 전혀 좋은 기억이 아니니까요.
자동차 서적도 관심 없었어요. 저는 운전 면허가 없거든요. 운전 면허가 있어야 차에 관심이 생기죠.
버스 모형도 판매하고 있었어요.
이건 정말 대단하다.
비행기 서적이 항공사 별로 분류되어 있었어요. 더욱 놀라운 것은 세계 기내식 서적도 있다는 것이었어요. 한 가지 분야에 깊게 파고드는 일본 문화, 그리고 '오타쿠'라는 말을 한국에까지 퍼트린 일본 문화에 걸맞는 코너였어요. 우리나라에 있는 그 어떤 서점에서도 도서 분류를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이라고 다룬 곳은 없어요. 그 이전에 이렇게 한 개 항공사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룬 책이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항공사 회장들 자서전 같은 거 말고 제대로 항공사 그 자체를 다룬 서적은 아마 없을 거에요.
게다가 세계 기내식 서적은 할 말을 잃어버리게 만들었어요. 저런 걸 좋아하는 오타쿠 매니아가 있다는 말이니까요. 일본의 한 가지를 파고드는 집요함과 노력은 한국과 차원이 달랐어요.
이거야말로 진짜 일본의 힘 아닐까?
오타쿠와 학자는 달라요. 매니아와 오타쿠는 정도의 차이라 할 수 있어요. 학자와 전문가는 최종 학력과 직업에 따른 차이가 있어요. 그러나 오타쿠와 전문가는 관점부터 시작해서 추구하는 모습까지 차이점이 상당히 커요. 매니아 및 오타쿠는 희소성에 집중하는 성격이 상당히 강해요. 그에 비해 학자와 전문가는 이론화에 집중하는 성격이 상당히 강해요. 물론 매니아 및 오타구도 이론화가 필요없는 것은 아니고, 학자와 전문가도 희소성 있는 자료가 필요없는 것은 아니에요. 오타쿠에서 전문가로 바뀐다는 것은 귀납법에서 연역법으로 바뀌는 것과 같아요. 그렇게 차이가 있다고 보면 되요.
중요한 것은 귀납법도 연역법도 다 중요하다는 거에요. 이렇게 세세한 것, 어떻게 보면 진짜 하찮고 신경 하나도 안 써도 될 것 같은 것에 열광하고 집중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큰 학문적 토대가 되고 일국 전체 지성의 힘이 되요. 아무리 쓸모없어 보여도 자료가 있다는 것과 없다는 것은 천지차이니까요.
너무 심각하게 이야기할 것까지는 없더라도, 이렇게 서점에 책이 진열되어 있으면 저처럼 지나가던 사람 하나쯤은 책을 펼쳐보겠죠. 그리고 그렇게 책장 넘기며 본 것 중 하나라도 새롭게 알게 된 것이고 그것을 기억한다면 그걸로 성공한 거에요. 아는 것이 늘어난 것이니까요.
일본 별 거 아니라느니 일본 금방 따라잡을 수 있다는 소리가 무슨 아프리카 기니, 라이베리아에 에볼라 창궐했듯 창궐하고 있던 시기였어요. 그런 시기에 이런 책들을 보니 참 씁쓸했어요.
이제 서점을 다 둘러봤어요.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갔어요.
서점 1층에는 카레가 진열되어 있었어요. 왜 서점에 카레가 진열되어 있는지부터 의문이었어요. 여기에 카레 이름을 보면 이 카레들이 여기에 왜 있는지 더욱 의문이었어요.
지옥 카레.
악마 카레.
마왕 카레.
밥 좀 조용히 먹으면 안 될까요?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리잖아요.
지옥 가고 악마 만나고 마왕 만나고 싶지 않은데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서점에서 나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