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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시스템의 치명적 약점 및 한계

좀좀이 2019. 12. 4. 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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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시스템의 치명적 약점 및 한계


한국인들이라면 질리도록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바로 '민주주의'에요. 어떻게 보면 현재 한국 사회에서 민주주의란 하나의 도그마처럼 작용하고 있어요. 절대선이자 절대가치처럼 받들여지는 행태도 심심찮게 목격되고 있어요. 그러나 정작 민주주의가 뭐냐고 물어보면 그렇게 썩 잘 대답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온갖 어려운 사상가 이름만 나열하고 어디에서 인용한 어려운 문구는 많이 가져오지만 그걸 어디 한 번 쉽게 설명해보라고 하면 제대로 말 못 하고 똑같은 말만 반복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아요.


사실 한국 사회에서 민주주의는 원래 의미와는 상당히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모습을 너무 흔하게 발견할 수 있어요. 민주주의란 엄연한 정치제도인데 이것을 막연히 '모두가 잘 먹고 잘 사는 사회' 정도로 알고 있는 거죠. 입으로는 아니라고 하며 어디에서 주워들은 말을 쏟아내지만 실제로 몸소 '민주주의'라는 것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모두가 잘 먹고 잘 사는 사회'정도로만 알고 있다는 것이에요. 머리와 실제가 따로 노는 형태죠.


이것은 상당히 중요한 현상이에요. 마치 종교 교리에 대해 잘 모르지만 죽은 후 극락왕생 천국 가기 위해 그 신을 믿는 행태와 똑같은 구조거든요. 교리가 어찌 되었든 그 신만 믿으면 죽은 후 좋은 곳 갈 거라고 믿는 것처럼, '민주주의'라는 것을 믿으면 '모두가 잘 먹고 잘 사는 지상낙원 도래'라고 믿는 거에요. 이것을 잘 모르면 어찌 해서 민주주의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그렇게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바쳤는지 제대로 이해할 수 없어요.


정치 - 특히 국제정치를 공부하다 보면 민주주의 따위가 대체 뭐냐고 수천 번 외치게 되요. 왜냐하면 민주주의 때문에 오히려 상황이 더 악화되는 수많은 경우를 접하게 되거든요. 그런데 또 민주주의는 정말 좋은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접근하는 경우가 실상 '전부'이기 때문에 민주주의란 대체 뭔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고 그간 민주주의가 좋은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자신의 모습에 대해 자괴감에 빠지게 되요.


하지만 민주주의는 절대선도 아니고 모든 사회 문제에 대한 만병통치약도 아니에요. 인류가 현재까지 발명해낸 가장 효율 좋은 정치제도에 불과해요. 전지전능한 신이 있다면 그 신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신에게 독재하라고 하는 게 최고지만 인간 중 신이 없으니까요.


민주주의는 흔히 한 국가의 주권을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아닌 국가에 속한 모든 국민에게 부여하고, 이렇게 부여된 개개인의 권력을 기반으로 현실정치를 구현하는 사상 또는 그러한 정치체제라고 정의해요. 여기에서 더 나아가서 '이런 방법을 일상 생활에서도 실천하는 것'으로 의미가 더 확대되요.


민주주의 대전제


민주주의에는 대전제가 있어요.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를 갖고, 모든 사람의 생각은 '평등'하다


이 대전제 위에서 민주주의가 성립해요. 이 대전제 없이는 민주주의가 성립할 수 없어요. 민주주의에 대한 많은 이론, 사상, 철학, 정책, 제도 등이 모두 저 대전제 위에서 구현된 것이고, 저 대전제를 토대로 민주주의가 잘 작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법들이에요. 저 대전제가 깨진다면 우리는 그것을 민주주의라고 하지 않아요.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를 갖고, 모든 사람의 생각은 '평등'하다


이 대전제를 이용하면 각각의 사람이 갖고 있는 생각은 1표로 치환시킬 수 있어요. 특정 사항에 대한 O,X 선택 문제에 대해 찬성을 할 지, 반대를 할 지에 대한 의견에 더 낫고 더 나쁜 게 없기 때문에 각각의 의견을 전부 '하나'로 바꿔버릴 수 있는 거죠. 그래서 다수결의 원칙이 성립해요.


어떤 사안에 대한 결정을 위해 다수결에 들어가기 전에 토론도 하고 각자가 가진 의견을 개진하고 서로에게 설득할 기회도 충분히 줘야 한다고 하기는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민주주의에서 결정 최종 과정인 다수결이 가진 문제점을 어느 정도 보완하기 위한 장치에 불과해요.


또한 직접민주주의든 간접민주주의든 뭐든 간에 이 대전제에서 벗어나지 않아요. 단지 현실적 한계 문제로 인해 너무 큰 규모의 집단에서는 직접민주주의 대신 대의민주주의로 운영될 뿐이에요. 대의민주주의도 살펴보면 각 단계 - 대표자를 뽑아 위임한다는 것에서 달라보일 수 있으나 대표를 선출하는 과정, 그리고 대표들끼리 최종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는 역시나 다수결의 원칙이 그대로 적용되요.



일단 여기에서 한 번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아요.


- 민주주의에는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를 갖고, 모든 사람의 생각은 '평등'하다'는 대전제가 있다.

- 위 대전제로 인해 모든 사람의 생각은 1표로 치환 가능하다.

- 모든 생각이 똑같이 1표이기 때문에 최종 결정 방법은 1인 1표 다수결의 원칙.


이 정도가 민주주의의 기초라 할 수 있어요.


민주주의 장점


그러면 이제 민주주의가 왜 인류가 현재까지 발명해낸 정치제도에서 가장 우수한 정치제도인지 살펴봐야 해요.


다수결의 원칙에 기초할 경우, 51%가 상당히 중요해져요. 다수결의 원칙에서는 51%의 선택이 채택되게 되어 있거든요. 즉, 전체 중 49%가 아무리 쓰레기에 폐급에 맨날 최악의 선택만 하는 상종 못할 말종들이라 하더라도 51%만 항상 올바른 결정을 선택한다면 사회는 어찌 되었든 긍정적인 방향으로 계속 발전해나가게 된다는 것이에요.


그렇다 보니 전사회 구성원을 전부 계몽시킬 필요가 없어요. 모두가 정치 마스터, 경제 마스터, 과학 마스터 등등 전 분야 마스터여야할 필요가 없다는 거에요. 최소 51%만 '현명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인간'이라면 사회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계속 발전하니까요. 엘리트 교육을 시킨다 하더라도 전체가 아니라 최소 51%만 시키면 된다는 거에요. 아주 획기적이고 혁명적으로 자원을 절약할 수 있어요.


독재 시스템이라면 독재자 한 명이 전 분야 최고 마스터 레벨이어야 해요. 인간인 이상 이건 다다르기 불가능해요. 물론 현명한 인재등용과 발탁을 통해 한계를 보완할 수는 있지만요. 여기에 독재자에 대한 저항이 사회 전체 구성원 중 절반이 넘어가게 되면 이들 불만을 또 찍어눌러야 하기 때문에 자원이 소모되요. 독재자가 혼자 모든 것을 다 하는 것은 비효율이 발생할 확률이 너무 높다는 거에요. 독재자가 진짜 신급으로 뛰어나다면 민주주의보다 무한대로 낫겠지만 그럴 확률이 워낙 낮고 오히려 자원의 비효율만 무지막지하게 초래할 확률이 너무 높기 때문에 독재 시스템보다는 민주주의가 낫다고 하는 것이에요.


민주주의가 갖는 최대 장점은 최소 51%만 항상 현명하고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다면 사회는 계속 발전해나간다는 점이에요.


민주주의 시스템의 치명적 약점


하지만 이런 민주주의의 장점을 뒤집으면 민주주의 제도의 치명적 약점이 바로 나타나요.


만약 51%가 맨날 최악의 선택에 반드시 틀린 답만 일관되게 선택하는 인간들이라면?


이때는 민주주의가 조직에서 자기파괴적 매커니즘으로 작동하게 되요. 계속 틀린 선택만 골라서 하기 때문에 사회가 퇴보하고 엉망이 되고 망가지게 되는 것이에요.


괜히 민주주의에서 '민주시민'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에요. 항상 올바른 판단을 하는 민주시민이 51% 확보되지 않으면 민주주의가 사회에서 자기파괴적 매커니즘으로 작동하게 되거든요.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면 과반수가 안 되는 49% 이하의 사람들이 올바른 선택을 모두에게 강요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해요. 억지로 이 과반수가 안 되는 무리가 올바른 판단을 선택되게 할 경우,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를 갖고, 모든 사람의 생각은 '평등'하다'는 민주주의의 대전제가 깨지게 되는 모순이 발생해요. 소수가 올바른 선택을 채택하게 하려면 민주주의를 파괴해야 하고, 그렇다고 민주주의를 가만 놔두자니 이것이 자기파괴적 매커니즘으로 작동하는 걸 손 놓고 바라만 봐야 하는 자가당착에 빠지게 되는 거죠.


이런 일은 상당히 비일비재해요. 다 불어터진 소득주도성장이라든지 중국몽 지지라든가 하는 것들요. 잘못된 고정관념, 잘못된 사상을 국민 과반수 이상이 지지하는 국가들에서 아주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에요.


결국 민주주의를 파괴하지 않고 민주주의를 다시 올바른 판단이 꾸준히 선택되는 자기발전적 매커니즘으로 되돌려놓기 위해서는 반대파 사람들을 설득해 올바른 선택을 하는 무리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51% 이상이 되도록 해야만 해요. 그런데 이게 쉽지 않고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에요. 그 동안 민주주의는 계속 자기파괴적 매커니즘으로 작동하구요.


민주주의 한계


그리고 한 가지 더 문제가 있어요. 바로 대전제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에요.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를 갖고, 모든 사람의 생각은 '평등'하다'는 대전제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물적 토대와 교육, 치안이 확보되어야만 해요.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낫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딱 둘 중 하나에요. 배불러 죽을 것 같은 소크라테스거나 자기가 배고픈 돼지임을 인식 못 하고 자신이 배고픈 소크라테스라고 착각하고 있는 거죠. 그리고 뭘 알아야 제대로 된 생각을 하고 제대로 된 선택을 하죠. 산수 기초도 없는데 수능 시험지 던져주고 이거 풀라고 하면 그걸 무슨 수로 푸나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치안. 생명에 직접 위협을 가하는 폭력 앞에서는 자기 생명 지키는 것이 우선일 수 밖에 없어요. 그러니 자기 신념을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을 위인으로 추앙하죠.


이 부분은 대전제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두 번째 이유보다는 민주시민 51% 확보가 어려운 이유에 가까워요. 한 사회에서 최소 민주시민 51%를 확보히기 위해서는 충분한 물적 토대, 충분한 교육, 치안이 확보되어야만 하고, 이게 안 되면 51% 확보가 실상 매우 어렵거든요. 배고프면 밥 주는 사람의 의견을 지지해줄 수 밖에 없고, 못 배웠으면 아는 게 없어서 그저 감성에 의해 지지할 수 밖에 없고, 치안이 엉망이면 당장 자기 목숨을 지키기 위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어요.


시장자본주의에 대한 비판 중 상당히 유명한 비판이 있어요. '시장자본주의에서 주는 자유는 굶어죽을 자유 밖에 없다.' 이게 딱 맞는 말이에요. 물적 토대가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개인에게 주어지는 자유란 굶어죽을 자유 뿐이에요.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는 모든 사람이 자기에게 당장 유리한 주장만 골라서 선택할 권리로 변질되고, 모든 사람의 생각은 '평등'하다는 주장은 모든 사람의 생각은 모든 사람의 본능은 똑같다는 주장으로 변질되어 버려요.


이렇게 모든 사람이 자기에게 당장 유리한 주장만 골라서 선택할 권리와 모든 사람의 본능은 똑같다는 평등만이 보장되는 사회에서 최소 민주시민 51% 확보해서 민주주의 시스템을 제대로 가동시킨다? 실상 불가능해요.


민주주의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아요.


민주주의

1. 대전제 :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를 갖고, 모든 사람의 생각은 '평등'하다

2. 위 대전제로 인해 모든 사람의 생각은 1표로 치환 가능하다.

3. 모든 생각이 똑같이 1표이기 때문에 최종 결정 방법은 1인 1표 다수결의 원칙.


민주주의 장점

1. 항상 올바른 선택을 하는 민주시민 51%만 존재하면 민주주의가 사회발전 매커니즘으로 작동.

2. 현재 인류가 발명해낸 정치 시스템 중 최소 자원으로 최대 효율을 발휘할 수 있다.


민주주의 단점

1. 항상 올바른 선택을 하는 민주시민이 최소 51%가 확보되지 않으면 민주주의가 자기파괴 매커니즘으로 작동.

2. 항상 틀린 선택을 하는 51%의 의견을 묵살하고 올바른 선택을 채택하려는 순간 자가당착에 빠짐.

(채택시 민주주의 파괴, 방관시 사회가 파괴)

3. 일정 수준 이상의 충분한 물적 토대와 교육, 치안 확보 없이는 항상 올바른 선택을 하는 민주시민을 최소 51% 확보하기 상당히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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