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 빅데이터.
누구나 상당히 많이 들어본 말일 거에요. 뉴스를 보면 하루에 한 번은 꼭 보게 되는 말이에요. 사실 어떻게 보면 4차산업혁명은 이미 진행중이라고 할 수 있어요. 산업혁명 당시 사람들은 '우리가 지금 산업혁명 시대에 살고 있구나'라고 인식하지 못했을 거에요. 어느 날 자고 일어나봤더니 눈 앞에서 자동차가 달리고 있고 공장에서는 기계가 쾅쾅 소리를 내며 물건을 대량으로 찍어내고 있는 대격변한 현실이 등장했을 리는 없으니까요. 시간이 흘러가면서 이런 것이 하나씩 등장하고, 나중에 한참 지나서야 '아, 그게 산업혁명이었구나' 라고 하는 거죠.
'산업혁명'이라고 부르기 위해서는 기술의 변화만 있어서는 안 되요.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생산양식의 변화, 그리고 생산양식의 변화로 인한 전사회적인 혁명적인 변화가 발생해야 해요. 어떻게 보면 '노동'과 '생산'이라는 개념 자체가 달라진다고 볼 수 있어요. '어떻게 생산하느냐'와 '어떻게 일을 하느냐'가 바뀌어야만 진정한 산업혁명이라고 부를 수 있어요. 그냥 단순히 '이런 신기술 나왔으니까 굉장해! 이것은 산업혁명이야!'라고 하는 건 아니라는 것이에요.
4차산업혁명이란 정확하고 간단히 말해서 '기계들로만 이루어진 자동 생산 순환망'이라고 정의할 수 있어요. 여기에서 블록체인, 스마트 컨트랙트, 빅데이터, 자율주행, 드론 등이 4차산업혁명 달성을 위한 열쇠로 등장해요.
'기계들로만 이루어진 전자동 생산 순환망'이라는 것은 쉽게 상상이 가지 않을 거에요. 그래서 간단히 이런 예시를 들 수 있어요.
요즘 가전제품 매장 가면 혼자서 알아서 돌아다니며 청소하는 로봇 청소기가 있어요. 상용화된 지 한참 되었죠. 이 로봇 청소기가 스스로 발발발 돌아다니며 청소하다가 때 되면 스스로 충전기 가서 충천해요.
이제부터 4차산업혁명의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어요. 로봇 청소기 충전기에 로봇 청소기의 상태를 체크해보는 시스템이 내장되어 있다고 가정해보는 것이에요. 로봇 청소기 안에는 로봇 청소기 충전기 상태를 체크해보는 시스템이 내장되어 있구요. 로봇 청소기 충전기는 로봇 청소기를 자체 점검해본 후, 특정한 문제가 있는 증상이 나타날 경우 자동으로 불특정 다수 A/S센터에 연락을 취하는 것이에요. 이를 위해 로봇 청소기 주인은 '어느 동네, 0요일 0시에 가격 얼마로 수리 요청'이라는 주문서를 미리 작성해 저장해놔요. 그러면 로봇 청소기 충천기는 주인이 사전에 입력한 수리 요청서를 A/S 업체들 네트워크에 올리고, A/S 업체들 망에서 미리 올린 수리 견적서 중 일치하는 수리 견적서가 있다면 자동으로 로봇 청소기 수리 계약이 맺어지는 것이에요.
이렇게 기계들로만 이루어진 전자동 생산 순환망이 완성될 경우, 이 시스템 안에 인간이 들어가 있을 자리는 없어요. 기계는 기존 일자리들을 혁명적으로 없애갈 거에요. 실제 그런 현상이 꾸준히 일어나고 있구요. 그렇다고 러다이트 운동을 벌일 수는 없는 노릇이죠.
'문화적 러다이트 운동'이라 볼 수 있는 현상은 이미 존재해왔어요. '감성', '인간적인 맛' 같은 것을 강조하고 세뇌하려는 움직임이 바로 '문화적 러다이트 운동'이라고 할 수 있어요. 기계가 만든 것은 너무 획일적이고 감성이 없다면서 굳이 인간이 손으로 만든 것을 객관적 근거 없이 '손이 많이 갔다는 이유'만으로 더 높게 쳐주려고 하고 그게 더 좋은 거라고 세뇌시키려는 풍조요. 하지만 냉정히 보면 공장에서 기계를 이용해 대량생산한 것이 거의 대부분의 경우 인간이 손으로 꼼꼼히 만든 것보다 모든 면에서 훨씬 더 우수한 게 사실이에요. 게다가 품질조차 거의 일정하구요.
그러나 이 '문화적 러다이트 운동'으로 볼 수 있는 현상조차도 점점 그 기세가 수그러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에요. 인간의 손이 기계의 초정밀 가공, 일관된 품질 유지를 따라갈 방법이 없으니까요.
그렇게 갈 수 밖에 없다.
4차산업혁명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업난은 어찌 보면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에요. 단지 이 속도를 통제할 수 있는지 없는지가 차이날 뿐이죠. 4차산업혁명이 진행되며 발생하는 일자리 감소와 잉여노동력의 퇴출에 대해 완급을 조절하며 잉여노동력을 4차산업혁명에 맞는 일자리로 순조롭게 투입해나간다면 사회적 혼란과 부작용이 적을 거에요.
그러나 만약 완급 조절에 대실패해서 실업자가 노동시장에 마구 쏟아져나와버리는데 이들이 갈 곳이 마땅히 없는 상태라면 사회는 극심한 혼란과 부작용을 겪을 거에요. 여기에 인기영합주의 정치인이 포퓰리즘 정책을 마구 펼친다면 개인 경제부터 국가 경제까지 송두리째 고꾸라져버릴 수도 있어요.
전 세계가 현재 눈부신 경제발전 중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상당히 분분해요. 하지만 한 가지 매우 확실한 점은 화폐가치만큼은 매우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전세계 모든 나라들이 양적 완화중이니까요. 전세계 서민들이 모두 부유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분분하나, 양적 완화로 인해 화폐가치가 하락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모두가 의견이 일치해요. 단지 화폐가치가 하락하고 있는데 정작 통계를 보면 그와 비례해 물가가 상승하는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디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구요.
현재 통계에서 디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어요. 그러면 현재 경제 상황이 어떻길래 통계를 보면 디플레이션 상황이 나타나는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어요.
가장 먼저 기술의 발달이 가격 상승을 억제하고 있어요. 여러 기술 발전이 생산비 절감을 야기해서 똑같은 상품이라 해도 원가 자체가 낮아지고 있는 것이에요.
두 번째는 기술의 발달로 인해 인력 고용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에요. 이로 인해 구매력이 시원찮은 사람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에요.
이 두 가지가 복합적으로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물가가 상승하지 않고 디플레이션 위기가 곧 도래할 것처럼 보이는 것이에요.
이 때문에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도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되요. 전자에 집중해서 기업에 각종 혜택을 주고 규제를 완화시켜 기업 생산 활동을 더욱 촉진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있고, 후자에 집중해서 복지정책 강화 - 더 나아가 기본소득제를 실시해서 사람들이 최소한의 소비를 할 수 있게 지원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있어요.
이 중 후자인 '기본소득제'는 아직 사람들에게 공짜로 돈을 꽂아준다는 관점에서 별로 발전한 것이 없어요. 사람들에게 '인간이니까 당연히' 돈을 줘야 한다는 의견에서 별 다른 발전이 없고, 그저 '시장을 유지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돈을 줘야 한다'는 의견에 머무르고 있는 수준이에요. 하지만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공짜로 준다'는 역사는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이 논의 자체가 활발히 일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오스트랄로피테쿠스부터 시작해 인간은 '노동의 대가'를 받았지, 하늘에서 뭔가 공짜로 던져주는 것을 받아먹고 산 일이 없거든요. 이건 인간이 어쩌구 저쩌구 되도 않는 소리를 하기 전에 대자연의 섭리에요.
이제 다시 4차산업혁명에서 '노동'이 어떻게 바뀔 지 살펴봐야 해요. 기계들로만 이루어진 전자동 생산 순환망에서 어디에 인간이 개입하는지를 찾아봐야 해요.
기계들로만 이루어진 전자동 생산 순환망 그 내부에는 인간이 개입할 부분이 실상 없어요. 기계들이 자기들끼리 주문하고 생산하는 시스템이고, 최종 결과물이 인간에게 판매되는 구조니까요.
중요한 것은 이 순환망 외부 - 즉 어떻게 발전해나가고, 어떻게 생산량이 조절될 지에요. 누군가가 방향을 제시해줘야 하고, 얼마나 생산하라고 통제하지 않는다면 기계들로만 이루어진 전자동 생산 순환망은 초과잉생산에 빠지거나 순환 고리가 끊어질 수 밖에 없어요. 불필요한 생산물 생산이 발생하는 자원의 낭비를 막아줄 '인간'이 필요하고, 더 나은 무언가를 생산하기 위한 '인간의 지시'가 필요해요. 기계들로만 이루어진 전자동 생산 순환망 그 자체는 상당히 정적이거든요.
여기에서 중요해지는 것이 바로 빅데이터에요. 기계들로만 이루어진 전자동 생산 순환망의 발전 방향, 생산량 조절을 위해서는 인간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집단이 필요해져요. 과거처럼 엘리트 한둘이 방향을 정하고 끌고가는 것이 아니라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O, X 선택을 해서 의견을 제시하면 자동으로 그 설문지를 취합하고 통계로 만들어 방향과 생산량을 조절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에요.
바로 여기에서 4차산업사회에서의 노동과 사회변화, 그리고 기본소득제에 대한 아이디어를 도출해낼 수 있어요.
미래 발전 및 예측 아이디어는 현재 존재하는 것에 근거한 아이디어여야 해요. 마징가Z가 UFO를 타고 시공간 이동 포털을 이용해 우리 은하 밖에 있는 외계인과 전쟁을 벌일 거라는 허황된 SF 판타지적 상상이 아니라요.
요즘 보면 온라인 설문조사 아르바이트가 꽤 널리 퍼져 있어요. 간단한 설문조사에 참여하고 설문조사에 참여한 대가로 수익금을 받는 형식이에요. 이런 온라인 설문조사 아르바이트는 등장한 지 몇 년 되었어요. 과거에는 설문조사 한다고 하면 무조건 대가 없이 참여하라고 강요하고 애걸복걸 매달리는 방식이었지만, 요즘은 이런 식으로 설문조사에 참여하면 그 대가를 주는 식으로 변해가고 있어요.
당연히 엉터리로 대답하면 제재가 가해져요. 얼마나 엉터리로 대답해야 제재가 가해지는지는 저도 몰라요. 중요한 것은 설문조사에 응하면 대가를 받고, 엉터리로 대답하면 제재를 받는다는 점이에요.
대가를 받지 못하는 설문조사라면 아예 대답을 안 하거나 엉터리로 대답해버리는 경우가 매우 많아요. 여기에 설문조사는 결과를 왜곡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은 아주 오래전부터 항상 정치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제기되던 문제이고, 요즘 들어 그런 의문 제기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에요. 애초에 보상 없는 노동에서 양질의 노동을 찾는다는 것 자체가 도둑 심보죠.
4차산업혁명에서는 빅데이터가 상당히 중요해질 수 밖에 없어요. 기계들로만 이루어진 전자동 생산 순환망에 발전 방향을 제시해주고 생산량을 조절하는 역할을 바로 빅데이터 처리가 담당하거든요. 거대한 인간 대중이 요구하는 쪽으로 기계들로만 이루어진 전자동 생산 순환망이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개개인의 의견을 모아 만든 빅데이터는 매우 중요해져요. 만약 개개인의 의견과 맞지 않는 쪽으로 기계들로만 이루어진 전자동 생산 순환망이 작동할 경우, 지나친 자원 낭비를 넘어서 자기 파괴적 생산활동이 발생할 수 밖에 없어요. 여기에서 자기 파괴적 생산활동이란 기계들이 서로를 파괴시키는 사보타주 행위를 벌인다는 것이 아니에요. 수요가 없는 물건을 중단 없이 꾸준히 무수히 생산해내면서 거대한 생산망 자체가 도태되어 종국에는 폐기되어 버리는 것을 말해요.
4차산업혁명에서 노동이란 데이터를 생산하는 활동으로 바뀔 거에요. 현재까지 노동이란 '무엇을 만드는 일'이었지만, 4차산업혁명이 완료된 시점에서 노동이란 '어떤 데이터를 생산하는 일'로 변화할 것이라는 것이에요.
바로 이 점에서 현재 존재하는 온라인 설문조사 아르바이트에서 기본소득제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 있어요.
'인간답게 먹고 살 인간의 기본 권리와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 그냥 주는 돈'이 기본소득제가 아니에요. 그런 공짜는 10차산업혁명이 도래해도 일어나지 않아요. 단지 그 시대가 도래했을 때로부터 까마득히 예전에 죽어버린 과거의 사람들 - 예를 들면 18세기 산업혁명 시대의 사람들 눈에 '공짜로 먹고 사는 사람들'처럼 보일 뿐이죠. 노동의 정의와 노동행위 개념 자체가 달라져서 과거 기준의 '노동의 기준'으로 봤을 때 놀고 먹는 것처럼 보일 뿐이라는 거에요.
수렵, 채집으로 먹고 살던 원시인들 눈에는 지금 사무직들이 그야말로 놀고 먹는 사람들로 보일 거에요. 힘들게 돌아다니고 목숨 걸고 동물과 싸워야 하지도 않고 자리에 앉아서 종이 쪼가리나 만지작거리고 입만 떠들어대는데 잘 먹고 잘 사는 것처럼 보일 거에요. 그러나 지금 사무직 근로자들 앞에 가서 '자리에 앉아서 종이 쪼가리나 만지작거리고 입만 떠들어대는 주제에'라고 말해보세요. 일단 그 말을 들은 사무직 근로자들은 속으로 감정적으로 격분할 것이고, 머리 속으로 그런 말을 한 사람을 아직도 원시시대에 머무르고 있는 무식한 인간이라 생각할 거에요.
4차산업혁명에서 기본소득제란 그냥 주는 돈이 아니에요. 데이터를 생산한 대가로 받는 돈이에요. 국가 정책으로서의 '기본소득제'라고 하려면 국가에서 빅데이터 확보를 위해 사람들에게 설문조사에 응하게 하고, 응한 사람에게 소정의 돈을 지불해주는 시스템이 될 거에요.
국가 차원에서 빅데이터 확보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서 상당히 중요한 과제가 될 거에요. 하지만 이걸 국민들에게 무턱대고 강제에 무보수로 다 참여하라고 할 수는 없어요. 설문조사에 강제에 무보수로 참여하라고 할 경우,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우리 모두 다 잘 알고 있어요. 공부를 포기한 학생이 답안지에 오토바이로 일렬을 쫙 그어버리거나 문제가 뭔지 보지도 않고 대충 감정적으로 여러 번호 조합해 찍어버리죠. 이런 건 정크 데이터라고 할 수 있어요. 제대로 된 양질의 빅데이터 확보를 위해서는 응답에 따른 타당한 대가를 지불해줘야 해요.
또한 단순히 빅데이터 확보 차원이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자원의 효율적 분배를 위해서도 상당히 효율적으로 이용될 수 있어요.
이 아이디어는 스마트폰 잠금 해제만으로도 일정 금액을 적립해주는 어플 구조를 보면 응용방법을 떠올릴 수 있어요.
예를 들면 독거 노인들 대상으로 매일 어플로 출석체크를 하게 하고, 도우미 방문 필요 여부에 대해 응답하도록 하는 것이에요. 출석체크할 때마다 미미한 금액을 보상으로 제공하고, 출석체크가 일정 기간 없으면 그때 담당 공무원에게 직접 방문해보도록 하는 식으로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어요. 또한 주기적으로 도우미 방문 필요 여부를 체크하게 해서 필요 없다고 하면 소정의 금액을 보상으로 제시하고, 필요하다고 하면 도우미를 보내주는 식으로 설계할 수도 있어요.
국가 정책 홍보 및 새로운 제도 및 변화된 제도 시행 안내 같은 것을 읽어보면 보상을 주는 방법으로 운용할 수 있어요.
제가 이 글에서 주장한 기본소득제 실행 방안에 대한 기술적인 부분은 이미 상용화되어 있는 기술들을 근거로 한 것이에요. 온라인 설문조사 아르바이트, 스마트폰 잠금화면 어플은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거든요. 이미 우리 주변에 널리 퍼진 것이기 때문에 이것들을 잘 활용한다면 현재 사람들이 사회에서 '시대의 난제'라 여겨지는 것들을 의외로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거에요.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4차산업혁명에서 노동이란 무엇이냐는 정의에 대해 '데이터의 생산'이라고 보는 것이에요.
그리고 기본소득제에 대해서는 '공짜로 돈을 준다'는 개념에서 벗어나 '데이터를 생산하게 하고 그에 대한 보상을 지급'이라고 바꾸는 순간 길이 열릴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