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오늘의 잡담

한국 유튜브 시장 전망 - 1세대에서 2세대로 넘어가는 변화의 과도기적 단계

좀좀이 2019. 7. 24.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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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였어요. 네이버 뉴스로 인터넷 뉴스 기사를 보다 '"月수익 36억" 6세 유튜버 보람이, 95억 청담동 빌딩 매입'이라는 중앙일보 기사를 보았어요.


"떼돈 쓸어담았네."


유튜브로 돈 많이 벌었다는 사람들 이야기는 여러 번 접했어요. 이 뉴스는 대체 무슨 뉴스인지 궁금해서 봤어요. '보람이'라는 6세 유튜버가 돈을 많이 벌어서 청담동에 있는 96억 빌딩을 구입했다는 내용이었어요. 당연히 댓글을 봤어요. 이런 기사는 사실 뉴스 자체는 별로 재미있을 것도, 관심가질 것도 없어요. 돈 많이 벌었다는 유튜버 이야기는 많이 접했으니까요. 이런 뉴스에서 진짜 재미있는 것은 댓글이죠.


댓글을 봤어요. 댓글 내용 대부분이 부러워서 어쩔 줄 몰라하는 내용이었어요. 그리고 저렇게 대충 영상 찍어 올리는데 열심히 일하는 자기들보다 비교도 안 되는 돈을 번다고 부러워하고 분노하는 내용의 댓글이 대부분이었어요. 과거 무한도전, 1박2일 보며 연예인들은 대충 놀면서 천문학적인 돈 벌고 자기들은 뼈빠지게 일해도 돈을 못 번다고 불만 갖는 것과 똑같은 것이었어요. 그래서 이것 자체는 놀랍지 않았어요.


"대체 어떤 유튜브지? 한 번 봐볼까?"


구글에서 검색해봤어요. '보람튜브 브이로그'라는 채널이 있었어요. 들어가서 업로드된 영상을 몇 개 봤어요.


"이거 진짜 죽어라고 노력했구나."


영상 하나만 봐도 이건 재능 문제가 아니라 정말 죽어라고 노력한 것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어요. 두 개까지 볼 필요도 없었어요. 그렇지만 혹시 몰라서 몇 개 더 봤어요. 역시나였어요. 이건 재능 문제가 아니라 진짜로 노력 문제였어요.


보통 '브이로그'라고 하면 자신의 일상을 보여주는 영상을 말해요. 일반인들에게 브이로그 컨텐츠란 말 그대로 자신의 일상을 보여주는 것이에요. 심지어는 직장인들이 몰래 자기 업무하는 모습을 브이로그로 찍었다가 걸리는 사례도 있죠.


그러나 보람튜브 브이로그는 일반적인 브이로그가 아니었어요. 브이로그를 가장한 철저한 기획 제작물이었어요. 이것을 바로 알 수 있었던 점은 바로 시선처리였어요. 시선처리가 일반인들이 찍는 것과 달리 정확히 어린이 방송용 시선처리였어요.


이 시선처리를 위해서 부모가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어요. 자칭 유튜브 고수라는 사람들이 찍어서 올려놓은 영상 봐도 시선 처리가 지극히 엉망이라는 게 티가 나요. 단순하게 '시선 처리'라 이야기했지만, 이건 단순히 카메라를 똑바로 주시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에요. 단순히 상황에 맞는 시선도 카메라를 똑바로 쳐다보는 것도 아니에요. 목적과 상황 둘 다 맞아야 해요. 그리고 여기에 표정 처리도 매우 자연스러워야 해요. 이걸 6세 아이가 해내고 있다는 건 부모가 엄청나게 고생했다는 거죠.


그 외에도 이건 말이 좋아 브이로그지 엄청나게 철저한 기획을 통해 찍은 영상임이 티나는 부분이 매우 많았어요. 정말 단순한 일상을 보여주는 것도 있었지만, 그냥 방송용 행동이 몸에 베일 정도까지 되어 있는 사람이 방송 찍는 것에 가까웠어요. 마치 연예인이 카메라 의식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연예인답게 찍히는 것처럼요.


정확히 요약하자면, 기사에서는 6세 유튜버가 떼돈 벌어서 빌딩 샀다고 하는데, 그 이면을 보면 그 6세 유튜버의 부모가 죽어라고 노력한 거에요.


보람튜브 브이로그


이런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바로 유튜브 시장이 과연 진짜 블루오션인지 검토해보기 위해서에요.


요즘 블로그, 유튜브에 관심 갖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이 늘어났어요. 이유는 다양하나, 근본적인 이유는 부정적인 이유가 커요. 정부 정책의 대폭망으로 인해 한국 경제가 매우 어려워졌기 때문에 사람들이 취직이 안 되어서, 부업이 필요해져서 덤벼드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에요. 물론 유튜브로 대박친 스토리가 종종 등장해 그걸 부추기는 것도 있지만요.


제가 블로그를 오랫동안 운영해오고 있는 것을 아는 지인들은 제게 저는 유튜브 방송 생각 안 하냐고 물어보곤 해요. 저는 단칼에 생각 없다고 딱 잘라서 이야기해요. 왜냐하면 유튜브를 포함한 동영상 컨텐츠는 신경써야 할 것이 지나치게 많거든요.


당연히 제 주변에 '나도 유튜브나 해볼까'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사람들에게 저는 그러면 어디 한 번 동영상 찍어서 편집해서 보여줘보라고 해요. 그게 제일 정확한 진단이자 조언이거든요.


성공한 사람 스토리 뒤에는 그보다 몇 배 많은 실패한 사람들 스토리가 있어요. 유튜브는 진입장벽이 꽤 높은 편이에요. 당장 장비부터 문제거든요. 게다가 촬영 방법도 문제에요. 동영상에는 '시간' 개념이 들어가고, 프레임이 딱 하나로 고정되지 않아요. 지극히 정적인 글과 사진과는 아예 달라요. 게다가 글과 사진에서는 소리에 신경쓸 필요가 없지만 동영상 촬영에서는 소리도 신경써야 해요. 여기에 동영상 촬영 장비 및 동영상 편집을 위한 장비는 성능이 꽤 좋아야 해요.


그렇기 때문에 일반인이 찍어서 올리는 유튜브 영상 중 99.99%는 중국제 짝퉁 NICE 운동화급 영상이에요. 자칭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 영상조차도요. 진짜 TV 방송과 경쟁이 되는 영상은 거의 없다시피 해요.


그런데도 유튜브 하면 돈 많이 번다고 하는 말이 많이 들리는 결정적 이유는 진짜 '프로'들이 아직 본격적으로 넘어오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게다가 아직은 컨텐츠가 아주 풍부하다고 할 수 없다보니 괜찮은 컨텐츠 하나 잡으면 그걸로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도 사실이구요.


어떻게 보면 2000년대 중후반 블로그 전성시대와 비슷해요. 그 당시에도 컨텐츠 하나 잘 잡아서 대박친 블로거들 여럿 있었어요. 그런데 그들 중 지금 몇 명이나 남았죠? 지금까지 꾸준히 블로그 운영하는 사람들 거의 없어요. 그러면 그 사람들이 전문가가 되었냐 하면 그것도 아니에요.


어떤 시장이든 초반에는 컨텐츠 하나만으로 승부를 볼 수 있어요. 계속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에요.


일단 유튜브 한국어 영상 시장은 현재까지 컨텐츠로 승부를 볼 수 있는 영역이기는 해요. 이것만 보면 여기가 블루오션이라 판단을 내릴 수 있어요.



그렇지만 고려해야 하는 중요한 점 하나가 있어요.


유튜브는 연예인 영역과 정확히 일치하고 겹친다.


연예인들이 계속 유튜브로 넘어오고 있어요. 이것은 연예인들이 아무리 싫어도 계속 넘어올 수 밖에 없어요. 왜냐하면 연예인 영역과 유튜브는 완벽히 일치하고 겹치거든요.


유튜브가 현재 정도까지 크기 전까지는 TV의 영향력이 엄청나게 컸어요. 그래서 연예인들이 굳이 유튜브를 기웃거릴 이유가 없었어요. 그렇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오히려 TV 방송들이 고전중이에요.


TV 방송국들이 고전하고 쇠락하고 영향력이 나날이 감소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놈의 도덕성, 공영성, 선민의식 타령 때문이에요. 어떻게든 교훈을 주고, 어떻게든 억지 감동 만들어보려고 하는 쉰 냄새 팍팍 나는 마인드로 방송을 만들다보니 사람들이 안 봐요. 그냥 순수하게 돈 벌려고 재미있게 만드는 유튜브 영상이 더 재미있어요.


그렇다고 해서 그럼 도덕성, 공영성, 선민의식 타령하는 것이 철학적으로 더 우월하고 뭔가 더 우수한 뭔가가 있냐고 한다면 또 그것도 아니에요. 넘지 말아야할 선만 안 넘는다면 그 다음에는 시청자들의 선택이 우열을 정해줘요. 아무리 도덕성, 공영성, 교훈, 억지감동 다 갖춘 훌륭한 프로그램이라 우겨봐야 그건 너한테나 훌륭한 거구요. 시청자들이 외면했다면 그건 무가치한 거에요. 보여주려고 만든 거잖아요. 혼자 만족하려고 만든 게 아니라요.


그래서 유튜브로 시장이 크게 기울어가고 있어요. 연예인들이 하나 둘 유튜브로 넘어오는 것은 전혀 이상할 것 없어요.


연예인들이 유튜브로 넘어오는 것은 매우 쉬워요. 왜냐하면 그들이 했던 것과 일치하니까요. 유튜브 채널들도 요즘은 점점 기업화되어가고 있어요. 연예인들이 스탭들 동원해 찍은 영상과 일반인들이 찍은 영상 보면 당연히 큰 차이가 나요.


더욱이 인지도에서도 일반인은 연예인에게 상대가 될 수 없어요. 똑같은 먹방을 한다 하더라도 지금 인기 좋다는 유튜버들이 먹방하는 것과 만약 강호동, 정준하 같은 연예인들이 나와서 먹방하는 것이 경쟁하면 이건 누가 이길지 볼 필요도 없어요.


게다가 현재 유튜브로 성공했다는 유튜버 중 상당수가 사라질 거에요. 컨텐츠만 잘 잡아서 성공한 유튜버는 99.999% 얼마 못 가 사라질 거고, 일반 유튜버들은 말할 것도 없어요. 왜냐하면 길게 끌고가는 능력이 부족하거든요. 길게 보는 눈도 부족하구요.


반면, 연예인들은 이게 TV와 경쟁하고 있는 것이고, 부업으로든 주업으로든 괜찮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기 때문에 계속 넘어올 거에요. 하던 것 그대로 하는 거니까 넘어오는 것에 아무 지장 없어요. 컨텐츠 기획, 촬영, 편집 스태프도 더 뛰어난 사람들 데리고 오기 좋구요.


더 나아가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많은 연예기획사들이 자사 연습생들을 유튜브에 먼저 데뷔시킬 수도 있어요. 유튜브에 동영상 찍어서 올려주고 반응 같은 것 살펴보는 용도로 사용할 수도 있고, 유튜브에 영상을 올려 획득한 수익금으로 연습생 육성에 들어간 투자금을 소액이라도 만회할 수도 있어요.


중요한 것은 일반인은 지금 아무리 잘 나가는 유튜버라도 거의 대부분 연예인급은 고사하고 연예기획사 소속 연습생들한테조차 본격적으로 경쟁 붙기 시작하면 떡실신당할 거라는 사실이에요.


지금은 아직 연예인들이 많이 안 넘어왔기 때문에 유튜브로 넘어온 연예인들이 양민학살하며 놀고 있는 상황이라 보면 되요. 굳이 연예인들끼리 연합할 필요가 없다는 거에요.


그렇지만 연예인들은 계속 넘어올 거고, 언젠가는 연합을 만들고 동맹을 결성하고 할 거에요. 그때는 완벽한 레드오션이 되었다 봐도 될 거에요. TV방송국의 쇠퇴와 유튜브 발전은 기술의 발전과도 맞물린 부분이기 때문에 인기를 획득해야만 하는 연예인들이 이 흐름을 거스르기 어려워요.


그나마 일반인들에게 위안이 될 수 있는 점이라면 유튜브는 계속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 있기 때문에 기존 방송국 체계와 달리 연예인들에게 인기로 도전해볼 여지는 있다는 거에요.


유튜브 전망


저는 유튜브가 계속 블루오션이라 보지 않아요. 오히려 일반인들이 진입하기에는 슬슬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고 보고 있어요. 아마 올해~내년까지가 그나마 신규 진입이 쉬운 시점이고, 그 이후부터는 정말 어려울 거라 봐요.


변수라면 방송국이 대각성해서 쉰내 나는 생각 다 걷어치우고 오직 순수하게 돈을 벌기 위해 재미를 추구하는 쪽으로 확 변하는 것이에요. 이게 일어난다면 유튜브는 일반인들에게 기회의 땅으로 좀 더 오래 남아 있을 거에요.


돈에 별 생각 없다면 영상 촬영, 편집 같은 것을 공부해놓는 것은 앞으로 꽤 유용할 거에요. 그냥 재미로 영상 찍어서 올리는 취미 생활이라면 계속 활짝 문이 열려 있을 거에요.


하지만 부업이든 주업이든 간에 어쨌든 유튜브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이 있다면 할 거면 빨리 하고, 아니면 차라리 손 대지 않는 게 낫다고 봐요.



어떤 것이든 새로운 시장이 열리면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요.

1세대는 컨텐츠만 잘 잡아도 성공했어요. 이들 대부분이 사라졌어요. 정확히는 몇몇을 제외한 거의 전부가 도태되었어요.

2세대에서 비약적으로 질이 발전해요. 그리고 진짜 '프로'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몰려와요.


저는 지금 한국 유튜브 시장이 1세대에서 2세대로 넘어가는 과정 - 1.5세대쯤 된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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