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로 여행 갔을 때에요.
"제원분식이나 가볼까?"
제원분식은 제주도 제주시 연동 제원아파트에 있는 분식집이에요. 한때 제주도 떡볶이 맛집 중 하나라고 많이 알려졌던 가게에요.
정확히 언제인지는 기억 안 나요. 제가 군대 전역하고 대학교로 복학해 다니고 있었을 때로 기억해요. 그 당시 제주도에 대해 이것저것 인터넷에 올라오고 있었어요. 고기국수도 아마 그 즈음 유명해졌을 거에요. 고기국수가 유명해진 후, 제주도 맛집이라고 이것저것 인터넷에 올라왔어요. 그 중 하나가 바로 신제주에 있는 분식집인 제원분식이었어요.
"제원분식? 이게 맛집이라고?"
제원분식은 오래된 분식집이에요. 아마 꽤 오래되었을 거에요. 일단 제가 중학교 다닐 때에는 분명히 있었거든요. 그 전에도 아마 있었을 거에요. 제원분식이 있는 제원사거리 쪽은 초등학교 다닐 때는 잘 가지 않았어요. 그래서 정확히 언제부터 그 가게가 있었는지 몰라요. 중학교때는 확실히 있었구요. 지나가며 본 게 아니라 저도 거기 가서 떡볶이 사먹곤 했거든요.
제주시에 떡볶이 맛집이 몇 곳 있었어요. 뭔가 하나로 통일된 것이 아니라 동네마다 맛있는 가게라고 알려진 곳이 하나씩 있었어요. 저도 다 기억하지는 못해요.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어 있던 시절도 아니고, 그 당시만 해도 식당에서 줄 서서 먹는 일은 없다시피 했으니까요. 북제주군을 제외한 원래 제주시 지역은 다시 몇 개 권역으로 나뉘는데, 그걸 다 둘러보고 떡볶이 맛집이라고 찾아다닐 때도, 나이도 아니었어요. 제가 제주도에서 학교 다닐 때 시청 떡볶이 맛집으로 유명했던 곳은 없어졌어요. 관광객들 사이에서 유명한 동문시장 사랑분식은 그 당시 별로 안 유명했어요. 애초에 사랑분식 사랑식은 맛있어서 유명한 곳이 아니라 저렴한데 양 많다고 해서 그 동네에서나 조금 알려진 곳이었어요.
제원분식은 신제주에서 가장 유명한 떡볶이 집이기는 했어요. 일단 위치가 당시 신제주 최고 번화가라 할 수 있는 제원사거리에서 가까웠어요. 맛도 괜찮은 편이었어요. 제원분식이 진짜 유명했던 이유는 배짱 장사로 비춰졌던 영업 방식이었어요. 맛있어서가 아니라 하루 판매량 정해놓고 준비해놓은 떡볶이 다 팔리면 가게 문 닫아버렸기 때문에 유명했어요. 그래서 저녁 즈음 가면 항상 문을 닫았어요. 그것 때문에 신제주에서 유명했어요.
그런데 대학교 다닐 적에 제주도 맛집이라고 제원분식이 유명해지자 참 소개할 거 더럽게 없다고 생각했어요. 맛으로 그렇게 뛰어난 집은 아니었거든요. 더욱이 육지 사람들이 열광하면서 먹을 맛은 아니었어요. 분식은 확실히 육지가 제주도보다 압도적으로 맛있어요. 한국에서 대중적으로 인기있는 바삭한 식감과는 당연히 거리가 아주 멀고, 단맛, 매운맛도 제주도 음식과 한없이 멀어요.
애초에 제주도는 음식 문화가 잘 발달한 곳도 아니었고, 1990년대까지만 해도 전국에서 음식 제일 맛없는 곳으로 악명 높던 지역이었어요. 그나마 이게 덜 알려진 이유는 제주도로 일하러 가는 사람과 살러 갔다가 다시 육지로 돌아간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이었어요. 사람들이 아무리 제주도 음식평에 대해 잘 써준다고 해봐야 심지어 지금까지도 '싱싱해서 맛있고', '관광 가서 신난 기분에 취해서 맛있는' 정도에요.
제주도 음식 맛은 2000년대부터 육지 사람들이 대거 내려오며 크게 바뀌었어요. 지금은 더 많이 바뀌었구요. 어쩌면 2010년대가 제주도 음식 역사에서는 격변기라고 할 수도 있을 거에요. 식당 음식 맛이 송두리째 변하다시피 했으니까요.
그래서 제원분식이 맛집이라고 알려지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했어요.
'제주도 떡볶이가 신기해서 그런가?'
제주도 떡볶이는 국물이 흥건한 편이에요. 제가 아주 어렸을 적만 해도 떡볶이 파는 가게 대부분이 거의 탕 수준으로 국물이 많았어요. 오일장을 가든 길거리에 있는 분식점을 보든 간에요. 그렇게 국물이 흥건한 떡볶이는 타지역 사람들이 아마 보지 못했을 거에요. 그래서 그런 건가 싶기도 했어요.
대학교 때 제원분식이 맛집이라고 떠들어대는 걸 보고 어이없어하던 것이 생각났어요. 그래서 정말 오랜만에 다시 가보기로 했어요. 대학교 입학해 서울로 올라간 후 제원분식 가서 떡볶이 먹은 적이 아예 없었어요. 맛이 변했다는 말도 있고, 맛없어졌다는 말도 있었어요. 그러나 준비한 거 다 떨어지면 문 닫는 건 여전하다고 했어요.
제원분식으로 갔어요.
떡볶이와 튀김을 주문했어요.
제원분식 떡볶이 가격은 3000원이었어요. 튀김 2개 가격은 1000원이었구요.
'역시 튀김은 무조건 서울이 낫다.'
아주 눅눅한 튀김. 바삭거림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맛이었어요. 이건 만든지 오래되어서 눅눅한 것이 아니었어요. 한국 재래식 튀김 특징이라고 해도 될 거에요. 예전에는 서울이고 제주도고 그 외 지방이고 튀김이 다 이랬어요. 바로 튀겼다고 하는데도 눅눅한 것 같은 튀김옷요.
떡은 가래떡이었고, 어묵은 사각형 어묵이었어요.
제주도 떡볶이는 국물이 흥덩한 게 가장 큰 특징이에요. 아주 예전에 제주도 분식집에서 파는 떡볶이는 거의 다 이렇게 국물이 흥덩했어요. 제주도 떡볶이는 서울에 비해 국물이 묽고 많은 게 특징이에요. 타지역 기준으로 보면 떡볶이보다 오히려 떡조림, 떡탕에 가까운 모습이에요.
어묵 때문에 생선향이 확실히 느껴졌어요. 단순히 어묵 때문이 아니라 떡볶이 국물이 졸아들면 옆에 있는 오뎅 국물을 부어주기 때문에 그런 것이었어요.
고추장보다 고춧가루 맛이 보다 강한 탕 비슷한 맛이 났어요. 단맛이 있기는 하지만 별로 안 강했어요. 끝맛에서 느껴지는 단맛이 먹는 동안 느껴지는 단맛보다 더 강했어요. 단맛을 아주 억제하는 점 또한 타지역 떡볶이와의 차이점이에요.
제가 어렸을 적 먹었던 떡볶이와 맛이 별로 달라지지 않았어요. 거의 똑같았어요. 양은 그때보다 줄어든 것 같았지만요. 타지역 떡볶이보다 생선 매운탕에 더 가까운 것 같은 맛과 느낌은 여전했어요. 타지역 떡볶이에 비해 단맛이 상당히 적고 짠맛도 적다는 것도 여전했구요. 떡볶이라고 하면 '매콤 달콤'이라고 하지만 제주도 떡볶이는 일단 '달콤'은 없다시피 하고 '매콤함'은 '칼칼함'으로 바뀌어요.
떡볶이 자체가 기름 떡볶이 정도를 제외하면 이게 대체 왜 이름이 떡+볶다 로 이루어져 있는지 이해할 수 없는데, 제주도 떡볶이는 아예 탕, 조림과 비슷한 모습을 보여요.
삶은 계란 하나만 남았어요.
삶을 계란을 잘 으깼어요. 계란 노른자는 떡볶이 국물에 잘 개어서 먹었어요. 육지 떡볶이에서는 상상도 못할 짓이지만 제주도 떡볶이는 이게 가능해요. 국물이 흥건해서요.
삶은 계란을 잘 으깨 국물에 섞으면 국물맛이 더 부드러워져요. 요즘도 제주도 애들이 이렇게 먹는지 모르겠어요. 제가 제주도에서 학교 다닐 때 이렇게 먹는 방법을 다 알고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다 이렇게 삶은 계란을 으깨서 국물에 섞어 먹지는 않았어요.
어렸을 적 먹었을 때와 맛에서 큰 차이는 없었어요. 20년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장사 잘 되고 있으니 맛집이라고 해도 될 거에요. 제주도 떡볶이 먹어보고 싶다면 한 번 가볼 만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