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내려와서 친구와 한림으로 놀러갔어요.
지금은 북제주군과 제주시가 합쳐져 '제주시'가 되었지만, 아직까지도 제주도 안에서는 북제주군과 제주시 구분이 남아 있어요. 사실 이 구분이 아직도 묘하게 여기저기 살아있고, 이 구분을 사용하지 않으면 설명이 잘 안 되는 부분들도 있거든요. 예를 들면 '제주시내 인문계 고교'라고 하면 제주시와 북제주군이 합치기 전의 '제주시'를 이야기해요. 그리고 북제주군 양쪽 끝에서 제주시까지 가깝지 않아요. 한림은 과거 북제주군 서쪽 끝이에요.
친구와 어디 갈 지 정확히 정하지 않았어요. 막연히 한림 가보자고 했어요. 한림쪽 바다가 예쁘거든요. 한림 가서 어디를 갈 지 결정하기로 했어요. 배 시간 맞으면 비양도 갔다오고, 시간 안 맞으면 대충 한림에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놀기로 했어요. 한림에서 일단 어디에 차를 세울지 잠깐 고민했어요. 차를 세울만한 곳은 한림항 가야 있을 것 같았어요. 한림항이라면 차 세우고 주변 돌아다니며 구경하고 놀기 좋을 것 같았어요. 일단 비양도를 가기 위해서는 한림항을 가야 했구요.
친구 차를 타고 한림항으로 가는 길이었어요. 사람들이 이른 아침부터 줄 서 있는 식당이 보였어요.
"저기 뭐지?"
"저기 맛집인가?"
사람들이 줄 서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 가게만 유독 사람들이 줄 서 있었어요. 친구가 가서 먹어보지 않겠냐고 물어보았어요. 아침을 먹은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건 나중에 시간 되면 먹어보기로 했어요. 시간이 안 되거나 다른 맛집일 것 같은 식당 찾으면 거기로 가구요.
비양도 구경을 하고 섬에서 나왔어요. 이제 슬슬 점심을 먹어야할 때가 되었어요. 친구와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까 이야기했어요. 날이 별로 안 좋았어요. 곧 비가 내릴 것 같았어요. 일기예보상 비가 내릴 거라고 했고, 하늘은 이미 검은색 페인트를 섞어놓은 하얀 페인트로 몇 번을 칠해놓은 것처럼 되어 있었어요. 한라산은 아예 보이지도 않았어요. 아무리 봐도 비가 내릴 것이었어요. 당장 한 방울씩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아까 봐놓은 식당인 한림칼국수로 가기로 했어요.
비양도 가는 배를 타는 선착장에서 한림칼국수는 별로 멀지 않았어요. 한림칼국수 가게 앞까지 걸어갔어요.
밥시간이 훌쩍 지난 시간이었어요. 그러나 사람들이 줄 서 있었어요. 이렇게 밥 시간이 절대 아닌 시간에 사람들이 줄 서 있는 모습을 보자 대체 얼마나 맛있어서 사람들이 줄 서 있는지 매우 궁금해졌어요.
안으로 들어갔어요. 대기를 해야 했어요. 대기를 하면 카카오톡 메시지로 앞에 몇 명 남았는지 메시지가 날아왔어요.
여기 메뉴는 보말칼국수, 닭칼국수, 영양보말죽, 매생이보말전이었어요. 친구와 보말칼국수, 영양보말죽을 시킨 후, 접시에 덜어먹는 식으로 나눠먹기로 했어요.
여기 와서 보말이 제주도 사투리라는 것을 처음 알았어요. 지금까지 보말은 고둥 종류 중 하나라고 알고 있었거든요.
보말칼국수 가격은 8000원이었고, 영양보말죽 가격도 8000원이었어요.
먼저 보말 칼국수가 나왔어요. 면발이 꽤 굵었어요. 녹색의 섬섬옥수 녹조류가 섞여 있어서 건강한 애벌레처럼 생겼어요. 맛은 시원한 해조류 맛이었어요. 면도 꽤 괜찮았어요. 해조류 향이 역하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딱 먹기 좋은 수준이었어요. 미역국과는 맛이 조금 달랐어요.
영양보말죽은 매우 맛있었어요. 전복죽과 맛이 매우 유사했어요. 유사전복죽이라 하면 딱 맞을 거에요. 고소하고 쫄깃한 보말 살덩이가 씹혔어요. 죽 색깔이 초록색인 이유는 전복죽 색이 초록색인 이유와 비슷할 거에요. 전복죽에서 전복 내장까지 갈아넣으면 초록색 죽이 되는 것처럼 이것도 고둥 내장까지 갈아넣어서 초록색이 되었을 거에요.
반찬은 이렇게 네 종류였어요. 반찬 맛도 괜찮았어요.
친구와 사이좋게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었어요. 점심시간을 아예 완벽히 넘긴 후에 들어가서 먹고 나오는데 사람들이 계속 들어왔어요. 보말칼국수, 영양보말죽 모두 맛이 자극적이지 않고 순했어요. 미역국 먹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전혀 부담스럽지 않을 해조류 향이었어요. 사람들이 계속 들어와 줄 서서 먹을만한 집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