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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압구정 청담동 디저트 카페 - 기욤 Guillaume

좀좀이 2019. 2. 14.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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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가본 디저트 카페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 청담동에 있는 디저트 카페인 기욤 Guillaume 이에요.


"선물 뭐 받고 싶은 거 있어?"


지난해 크리스마스 즈음이었어요. 여자 친구가 제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뭐 받고 싶은 거 있냐고 물어보았어요.


"글쎄...딱히 없는데?"


마땅히 필요한 것이 없었어요. 크리스마스 선물로 인스턴트 라면 사달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하필이면 필요한 것이 절묘하게 아무 것도 없을 때였어요. 그렇다고 평소에 뭔가 특별히 받고 싶은 것이 있는 것도 아니었어요. 집에 있는 것 갖고 먹고 쓰고 해도 충분했어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을 만한 것이 없었어요.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선물 받고 싶은 게 아무 것도 없었어요. 필요한 것으로 달라고 하면 인스턴트 라면이나 참치캔 같은 거고, 관심 있는 것이라면 기껏해야 외국 국어책 같은 건데 이건 그냥 제가 주문하는 게 나아요. 딱히 구입하고 싶은 외국 국어책 교과서가 있는 것도 아니구요. 지금 모아놓은 것도 다 보려면 죽을 때까지 봐도 못 볼 거 같은데요.


여자친구가 제게 잘 생각해보라고 이야기했어요. 그래도 크리스마스인데 자기도 선물 하나 챙겨줘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어요.


'진짜 필요한 거 하나도 없는데...'


아무리 머리를 굴려보고 생각을 쥐어짜내보았지만 필요한 것이 아무 것도 없었어요. 선물로 받고 싶은 것이 딱히 떠오르지 않았어요. 정확히 말하자면 그냥 떠오르지 않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없었어요. 그렇다고 아무 거나 달라고 할 수도 없었어요. 일단 예쁜 쓰레기는 절대 사절이거든요. 방에 쌓여 있는 책 때문에 정신 하나도 없는데 여기에 예쁜 쓰레기까지 얹어놓으면 더 심란해져요. 방 정리가 항상 가장 시급한 문제이기 때문에 불필요한 것을 추가로 더 받는 것은 그렇게 달갑지 않아요. 그렇다고 제가 꾸미는 것에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구요. 그런 것에는 더더욱 관심없어요.


'그냥 뭐 밥이나 사달라고 할까?'


그거 말고는 없었어요. 여자친구한테 크리스마스 선물로 참치캔 20개 사달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사달라고야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걸 받아서 집에 들고 오는 게 고역이에요. 참치캔 20개 무게 어마어마하거든요.


그런데 먹고 싶은 것도 딱히 없어.


자연별곡, 애슐리 같은 곳은 혼자서도 잘 가요. 이런 곳은 혼자 가도 별 무리 없어요. 어지간한 식당은 혼자 가도 별 상관없어요. 왜냐하면 저 혼자 2인분은 먹을 수 있거든요. 부실하게 먹으며 절약해서 좋은 식당 가서 2인분 주문해 먹으면 그 누구도 뭐라고 안 해요. 2명 와서 2인분 먹는 거나 1명 와서 2인분 먹는 거나 똑같으니까요. 오히려 1명 와서 2인분 주문하면 공기밥도 하나 절약되고 설거지도 줄어들어요. 이게 안 되는 곳이 하나 있어요. 바로 고기부페요. 고기부페는 혼자 가면 쫓겨나는 경우가 꽤 있어요.


그렇다고 고기부페 사달라고 하기는 그렇고...


그러다 번쩍 떠오른 게 있었어요.


이 기회에 밥 보다 비싼 디저트 먹어보자!


여기에서 밥 보다 비싼 디저트란 최소 자연별곡 급이에요. 자연별곡보다 비싼 디저트요. 일반 식당에서 먹는 밥보다 비싼 디저트는 저도 먹어봤어요. 그러나 자연별곡보다 비싼 디저트는 못 먹어보았어요. 그건 진짜 혼자 가서 먹어볼 엄두가 안 났어요. 맨정신으로 혼자 제 돈 주고 갈 곳은 절대 아니었거든요.


그때 딱 떠오른 곳이 하나 있었어요. 바로 압구정 청담동에 있는 기욤이었어요. 여기는 몇 번 그 앞을 지나가본 적이 있었어요. 들어본 적도 있고, 블로그 하다 보니 글을 읽어본 적도 몇 번 있어요. 글마다 꼭 나오는 말이 '비싸다'였어요. 맛있는데 그만큼 참 비싸대요. 이런 곳이라면 선물로 받는 것으로 충분히 갈 만 했어요. 이런 건 이럴 때 아니면 절대 갈 일이 없으니까요.


"기욤 사줘!"

"기욤?"

"응. 나도 밥보다 비싼 디저트 먹어보자."


여자친구가 깔깔 웃더니 그러자고 했어요. 이제 저도 밥 보다 비싼 디저트 먹어본 사람이 되었어요.


강남구 압구정 청담동 디저트 카페 기욤은 이렇게 생겼어요.


기욤


기욤 카페


입구부터 분홍색이에요.


안으로 들어갔어요.


마카롱


청담동 기욤 카페


안에는 디저트 종류들이 있었어요.


기욤 케이크


'어떤 케이크 먹지?'


압구정 기욤 케이크


모양은 큰 것이 훨씬 예뻤어요. 초록색은 왕, 빨간색은 여왕 같았어요.


"먹고 싶으면 둘 다 먹어도 돼. 크리스마스 선물인데."

"아니야. 하나만 고를께."


어떤 것을 고를지 계속 고민했어요.


'음료는 이걸로 해야지.'


기욤 오로라 레몬티


음료는 오로라 레몬티로 고르기로 했어요. 블루 멜로우와 레몬이 만나 색이 변한대요. 가격은 14000원이었어요.


케이크는 초록색 루시를 고르기로 했어요. 루시 케이크 작은 사이즈 가격은 9900원이었어요. 체리크림과 피스타치오가 들어가 있대요.


먼저 오로라 레몬티가 나왔어요.


오로라 레몬티


원래 색은 이렇게 보라색이었어요. 여기에 레몬즙을 부었어요.


레몬즙


레몬즙을 붓자 색이 변했어요.


청담동 기욤 오로라 레몬티


"우와, 신기하다!"


음료를 빨아마셔보았어요. 새콤하고 시원했어요.


서울 강남구 압구정 청담동 디저트 카페 - 기욤 Guillaume


그리고 대망의 루시.


루시 케이크


봄철의 왕처럼 생겼어요.


"이거 맛있잖아!"


루시 단면


크기가 진짜 작았어요. 정말 비싼 디저트 맞았어요. 그런데 확실히 비싼 값을 하는 맛이었어요. 초콜렛 맛과 고소한 맛과 달콤한 맛, 아작아작 씹히는 견과류 느낌과 체리향이 모두 하나가 되어서 조화를 이루고 있었어요. 서로 다른 맛인데 음악으로 비유하자면 합창보다 중창에 더 가까운 맛이었어요.


제가 먹은 오로라 레몬티, 루시 케이크 모두 매우 괜찮았어요. 확실히 비싼 값 했어요. 기념일에 선물 대신 받아 먹은 것이 전혀 아깝지 않은 맛이었어요. 가격 자체가 저렴하지 않기 때문에 자주 즐기기에는 분명히 부담되는 가격이었어요. 디저트 먹는 것에 돈을 아낌없이 쓰지 않는 사람이라면 더더욱요. 그러나 먹고 난 후에 돈 아깝다는 생각은 절대 들지 않는 맛이었어요.


서울 강남구 압구정 청담동 기욤 카페는 특별한 날 디저트 먹으러 가면 좋은 곳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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