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가본 식당은 서울 이태원에 있는 이집트 식당인 알리바바에요.
이태원에 있는 이집트 식당인 알리바바는 상당히 오래된 식당이에요. 지금은 이태원에 케밥집이 많지만, 제가 대학교 때문에 서울로 상경했을 때만 해도 이태원에는 케밥 파는 식당이 딱 두 곳 있었어요. 하나는 터키 케밥 식당인 살람이고, 다른 하나는 이집트 케밥 식당인 알리바바였어요. '케밥'이라는 음식이 중동을 대표하는 음식이라는 말을 듣고 케밥이 어떤 음식인지 궁금해서 살람을 갔어요. 그 당시, 그렇게 입에 잘 맞지는 않았어요. 그때 소감을 솔직히 말하자면 '이것을 대체 왜 먹지?'였어요. 그만큼 이질적이고 입에 전혀 맞지 않는 음식이었어요.
'알리바바라면 다를 건가?'
알리바바도 케밥 파는 식당. 제 지인 하나가 알리바바를 다녀왔다고 했어요. 터키 케밥 식당인 살람에서 먹은 케밥이 그 당시 참 별로였기 때문에 알리바바는 어떤지 물어보았어요.
"거기 아랍인들 암내 때문에 내가 뭘 먹는지 맛을 느낄 수 없었어."
지인의 대답을 듣고 알리바바는 절대 가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지인의 평을 듣고 보니 거기는 살람보다 더 별로일 것 같았거든요.
'이제는 거기 없어졌겠지?'
살람은 아직도 있어요. 위치만 살짝 바뀌었어요. 예전에는 이태원 모스크 입구를 지나 더 안쪽으로 가야 살람 식당이 있었어요. 그러나 지금은 위치를 살짝 옮겨서 이태원역에서 모스크 가는 길에 입구까지 도달하기 전에 살람 식당이 나와요. 살람은 여전히 건재해요. 알리바바는 어떨지 궁금했어요. 살람은 제가 대학교 다니던 시절, 방송과 언론매체에 몇 번 소개되었거든요. 그러나 알리바바를 소개하는 것은 거의 못 봤어요. 알리바바는 없어진 줄 알았어요.
"뭐야? 아직도 있잖아!"
놀랐어요. 그때 그 지인이 갔었다는 알리바바 식당이 그대로 있었어요.
'여기를 한 번 가, 말아?'
진지하게 고민되었어요. 여기를 가야하는가, 말아야 하는가. 아직까지 망하지 않고 존재한다는 게 너무 놀라웠어요.
작년부터 한 번 가볼까 말까 고민했어요. 그러나 계속 결정을 못 내렸어요. 왠지 가면 안 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계속 느껴졌거든요.
'몰라, 이태원 신기한 것도 없는데 거기나 가야지.'
이태원은 제게 신기할 게 하나도 없어요. 특히 아랍 음식이라면 더더욱요. 제 기준이 너무 높아졌어요. 이태원에 한정하더라도 이태원에는 아랍 음식점 중 괴물이라고 불러도 되는 식당이 하나 있어요. 바로 예멘 음식점인 페르시안 랜드에요. (예멘 식당 페르시안 랜드 https://zomzom.tistory.com/2135) 여기는 맛과 양 모두 완벽히 보장해주는 '만디'라는 예멘 음식을 팔아요. 저도 처음 보고 그 양에 경악했고 맛에 또 경악했어요. 이후 지인들을 데리고 몇 번 다시 갔어요. 지인들 모두 다 한결같이 일단 양에 경악하고 맛에 또 경악했어요. 이 페르시안 랜드 식당의 '만디'를 이길 음식은 솔직히 없었어요. 이건 이태원에 한정하지 않고 제가 가본 우리나라 아랍식당 전체, 더 나아가 외국 식당 전체를 다 합쳐도 거의 1등 먹는 거에요. 양과 맛으로 압도해버리는 경우는 거의 없거든요. 문제는 이 페르시안 랜드 만디를 알게 된 후, 어느 외국식당을 가든 다 시들해졌다는 거에요. 사실 새로운 것을 먹을 때 떠올리면 안 되는데, 떠오르고 비교되는 건 어쩔 수 없었어요. '이 돈이면 페르시안 랜드 가서 만디 먹을걸' 하는 생각요.
이태원에서 그나마 궁금한 곳이라면 이집트 식당 알리바바. 사실 좋은 쪽으로 궁금한 건 절대 아니었어요. 맨 위에도 썼지만, 비록 10년도 넘은 일이지만 지인의 그 악평 때문이었어요. 그런 가게가 아직도 살아있다는 게 신기했어요.
그래서 알리바바 식당으로 갔어요. 궁금한 건 풀어야 직성이 풀리거든요.
노란 입구가 있었어요.
입구 옆에는 메뉴가 있었어요.
이집트 음식 중 제가 아는 것은 코샤리. 코샤리를 주문하고 다른 것 하나 더 주문할 생각이었어요. 식당 안으로 들어갔어요. 아랍인은 보이지 않았어요. 점원은 한국인 여성이었어요. 식당에서는 한국인 여성 두 명이 밥을 먹고 있었어요. 뭔가 매우 불길했어요. 저녁 시간에 갔는데 아랍인이 안 보였거든요. 주방장이든 직원이든 손님이든 아랍인 하나 보여야 안 이상한데 아랍인은 아예 보이지 않았어요. 물론 주방을 식당 안에서 볼 수는 없었지만, 제가 볼 수 있는 식당 내부에서 아랍인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매우 불길하게 다가왔어요.
한쪽에는 이렇게 물담배가 수북히 놓여 있었어요.
식당 내부는 이집트 - 정확히는 이슬람 이집트가 아니라 고대 이집트와 관련된 기념품들이 장식되어 있었어요.
코샤리와 캅사를 주문했어요. 캅사는 양고기로 주문했어요.
먼저 코샤리가 나왔어요. 가격은 10000원이었어요. 직원은 매운 소스를 살짝 뿌려먹으라고 했어요.
코샤리를 비볐어요. 비빌수록 뭔가 죽 같이 변해갔어요. 다 비비고 보니 다행히 죽까지는 아니고 아주 질게 지은 밥처럼 되었어요.
생긴 것과 다르게 의외로 짜파게티맛이 났어요. 짜파게티에 케찹 조금 섞은 맛이었어요.
'아...뒷골 땡겨온다.'
나 그저께 집에서 저녁으로 짜파게티 끓여먹었어. 10000원 내고 먹는 음식이 왜 하필 짜파게티 비슷한 맛인데...
직원 말대로 매운 소스 넣자 매운 케찹 섞어서 밥 비벼먹는 맛이 되었어요. 짜파게티 같은 느낌은 많이 사라졌어요. 이국적이라면 이국적인 느낌이 되었어요. 한국에서는 매운 케찹을 잘 안 팔거든요. 매운 케찹에 밥을 비벼먹는 느낌이었어요. 그냥 더 이상의 생각을 멈추고 밥을 퍼먹었어요. 제 입에는 정말 별로였어요. 그냥 '매운 케찹을 사서 짜파게티에 뿌려 비벼먹을 걸' 생각하며 후회했어요.
그렇습니다. 아직 포기하기는 이릅니다. 아직 캅사가 남아 있습니다.
아직 음식 하나가 더 남아 있었어요. 그건 무려 16000원짜리 캅사. VAT 별도였기 때문에 10% 나중에 추가될 거였어요. 그래도 캅사 하나 괜찮다면 온 보람이 있을 것이었어요. 대망의 캅사가 나왔어요.
이것이 바로 캅사에요.
일단 생긴 것은 매우 괜찮게 생겼어요. 양은 딱 봐도 무지 적게 생겼어요. 밥을 한 입 떠먹어봤어요.
이것은 내 돈 28000원을 향한 소리없는 아우성.
밥이 푸슬푸슬하고 설컹설컹했어요. 그리고 밥에 고수 향이 배어 있었어요. 이건 입맛 문제가 아니었어요. 그냥 별로였어요. 고수향 때문에 별로인 게 아니라 그냥 정말로 딱히 개성이라고 할 게 고수향 외에는 없었어요.
다행히 위에 올라간 고기 맛은 괜찮았어요. 그러나 이 고기가 굉장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어요. 그냥 평범한 수준이었어요. 다른 것들이 전부 28000원을 벌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떠올리게 하는 맛이다보니 고기가 그나마 매우 괜찮게 느껴질 뿐이었어요.
어지간하면 입맛의 다양성을 고려해 글을 쓸 때 좋은 점을 최대한 발견해 쓰려고 해요. 어떤 사람에게는 맛있을 수도 있다고 적으려 하구요. 그러나 이건 그냥 떠오르는 게 없었어요. 지인은 다른 사람들이 겪을 고통을 홀로 짊어지고 갔던 것이었어요. 그 말씀을 의심하고 거역했기 때문에 저는 벌을 받은 것이었어요. 맛, 양 모두 실망을 넘어섰어요. 아무리 외식 물가가 올랐다지만 맛, 양 모두 전혀 납득할 수 없었어요. 지금은 망하고 없어진 이태원에 있었던 아프리카 식당 African heritage 에 정말 감사했어요. '그거에 비하면 여기는 그냥 맛이 별로인 거잖아'라고 생각할 수 있었거든요. (African heritage 갔다 와서 쓴 글 : https://zomzom.tistory.com/1031)
맛있게 먹는 사람도 있을 거에요. 사람들 입맛은 다양하니까요. 그러나 제게는 정말로 많이 별로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