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식당, 카페

용산구 이태원 아프리카 식당 African heritage

좀좀이 2015. 1. 27.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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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사원 가는 길에는 인도-파키스탄, 아랍 식당들이 있어요. 그리고 사원 근처에는 파키스탄 여행사들이 있지요.


한때는 거의 다 터키 식당이었는데 요즘은 인도-파키스탄 식당이 꽤 생겼어요.


이런 곳 속에서 아프리카 식당이 한 곳 있었어요. 매번 이 길을 지나갈 때마다 아프리카 식당이 있는 것을 보고 '한 번 가볼까' 고민을 했지만, 차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어요. 밖에 사진이 걸려 있었는데 그 사진을 보고도 도대체 무슨 음식인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거든요.


그러다 드디이 용기를 내어서 아프리카 식당에 가보기로 했어요.


"어? 어디 갔지?"


예전에는 사원 근처 골목길에 있었는데 보이지 않았어요. 돌아다니며 알게 된 사실은 예전 사원 근처 골목길에 있던 식당은 없어졌고, 이태원 3번 출구로 나와 사원 올라가는 오르막길로 올라갈 때 왼편에 보이는 첫번째 골목으로 내려가면 거기에 아프리카 식당이 있다는 것이었어요.


식당 앞에서 다시 고민. 친구와 그냥 무난하게 인도 음식 부페나 갈까, 아니면 과감히 웃음을 위해 도전해볼까 고민하다가 들어갔어요.



안에는 흑인들이 앉아 있었어요.


재미있는 것은 좁은 식당 한쪽에는 이렇게 식당과는 전혀 관련 없는 물품들을 진열해놓고 팔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주인 아주머니께서 한국어를 못 하셔서 영어로 주문해야 했어요. 일단 주인 아주머니께 여쭈어보아서 알게 된 것은 이 식당 음식은 나이지리아 음식이라는 것.


아래 사진은 메뉴판이에요.



Jollof rice 와 Fufu with egwusi soup, Fried plantain 을 주문했어요.



아주머니는 생수 500cc 한 통씩 가져다주셨고, 잠시 후 먼저 Jollof rice 와 Fufu with okoro soup 를 주셨어요.


제일 왼쪽 하얀 떡 같은 것이 바로 fufu. 가운데 있는 것이 egwusi soup. 제일 오른쪽이 바로 Jollof rice였어요.


일단 fufu. 나중에 인터넷을 찾아보니 카사바로 만든 거라고 했어요. 이건 정말 맛이 없었어요. 나쁜 의미가 아니라 직역한 그 의미였어요. 아무 맛이 없었어요. 매우 찐득찐득하고 덩어리져서 굳은 게 아니었구요. 찐득거리기는 했지만 찰기는 없었어요. 풀을 먹는 기분이었어요. 저것을 이제 수프에 찍어 먹는 것이었죠.


egwusi soup는 나올 때 '생선 된장국' 비슷한 냄새가 났어요. 맛 역시 '생선이 들어간 된장국을 졸인 맛'이었어요. 이것은 꽤 짰어요. 안에 점보 지우개만한 고기 덩어리 한 개와 생선 조각들 몇 개가 들어 있었죠.


Jollof rice 는 향신료가 들어간 매운 맛 나는 볶음밥이었어요. 기름져서 매끄러운 느낌이 아니라 퍼석한 느낌이 있는 밥이었어요.



두 음식이 완전 꽝이었던 데에 비해 이 바나나 튀김은 괜찮은 편이었어요. 고구마 튀김과 비슷한 맛이었어요. 먹을만 했지만 만 원 주고 먹을 만한 맛은 아니었어요.


먹고 있는데 주인 아주머니께서 오셔서 맛있냐고 물어보셨어요. 예의상 맛있다고 했지만 정말 별로였어요. 이건 문화상대주의로도 맛있다고 할 수 없는 맛이었어요. 그냥 너무 맛이 달라서 맛없는 거라면 제 혀가 아직 세계화가 덜 되어서 그렇다고 할 거에요. 하지만 이것은 그 맛이 한국적인 맛에서 맛없는 맛이었어요. 즉, 이질적이지는 않은데 정말 맛없는 맛. 딱 그 맛이었어요. 친구 자취방에 불쑥 들어가서 자취방 냉장고에서 굴러다니는 먹다 남은 음식을 해치운 기분이었어요. 먹다 먹다 남아서 쫄아든 생선이 들어간 된장국과, 마찬가지로 먹다 남아서 다시 볶아놓은 볶음밥. 딱 그 맛이었어요.


이것을 먹고 맛있다고 하는 사람은 대체 뭘까? 진짜 큰 깨달음을 하나 얻었어요. 진심 자기가 제 돈 주고 또 먹고 싶지 않으면 맛있다고 말하지를 말아라. 맛있으면 당연히 제 돈 주고 또 사먹어야지. 인터넷에서 엉터리 맛집 소개가 판치는 것은 이제 공공연한 사실인데, 앞으로는 단순한 식당 소개가 아니라 진짜 '맛집'이라고 소개하려면 자신이 최소 두 번 가서 사먹었음을 인증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큰 깨달음을 느끼며 다 먹어치웠어요.


사실 음식을 먹는 것보다, 그 상황이 재미있었어요. TV에서는 아시안컵 일본 대 아랍에미리트 경기가 나오고 있었어요. 흑인들만 있는 식당, 한 켠에서는 식당과 전혀 무관한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었고, TV에서는 아프리카와 전혀 상관 없는 아시안컵 일본 대 아랍에미리트 경기가 흘러나오고 있었어요. 모든 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 완벽한 부조화의 대향연이었어요.


계산을 하는데 혹시나가 역시나, 물값은 따로 받았어요. 둘이 물 두 통을 받았기 때문에 음식값에 2천원 추가되었어요.


이것이 진짜 아프리카의 맛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다른 음식들은 맛있는데, 제가 고른 것들이 재수없게 정말 맛없는 음식일 수도 있어요. 저 음식들 중 제가 맛본 것은 세 가지 뿐이니까요. 하지만 이 세 가지에서 완벽히 실패하면서 또 가서 다른 음식을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아예 깔끔히 사라져버렸어요.


"아까 너 잘 먹더라? 너는 진짜 대단하다. 진짜 세계화에 걸맞는 인재야."

"나? 그거 내가 돈 내기로 해서 아까워서 다 먹은 건데? 얼마나 맛이 없었으면 내가 수프는 먹다가 남겨버렸겠냐? 어지간하면 남기는 것 싫어서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는데..."

"그래? 나는 네가 아까 맛있다고 말하길래 진짜인줄 알았지."

"맛있기는...식당 가서 밥 먹은 게 아니라 친구 자취방에서 굴러다니는 음식들 해치우고 온 기분이다."


비추천 대상 - 일반인

추천 대상 - 정말 독특한 경험을 해보고 싶은 사람


덕분에 아프리카를 가고 싶어졌어요. 분명 거기서 먹는다면 이런 맛이 아닐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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