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가본 식당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있는 레바논 케밥 식당인 알아지즈에요.
"어디 갈 곳 없나?"
집에만 있자니 심심하고 축 쳐지는 것 같았어요. 어디든 좋았어요. 일단 밖에 나가서 조금 돌아다니고 싶었어요. 어디를 가볼까 고민했어요.
'외국 식당이나 찾아서 가볼까?'
외국 식당이 모여 있는 곳은 안산 및 평택 송탄. 안산과 평택 송탄을 가면 외국 식당이 상당히 많아요. 서울에 있는 곳보다 보다 원색적이기도 하구요. 그렇지만 이곳들은 가기 너무 귀찮았어요. 의정부에서 지하철 타고 가려면 한참 가야 했기 때문에 실상 밥 먹고 그냥 돌아오는 것이었거든요. 밥만 먹고 돌아오기 위해 몇 시간을 지하철 타고 가기는 조금 그랬어요. 게다가 안 가본지 꽤 되기는 했지만 무언가 크게 바뀐 게 있을 것 같지도 않았구요. 동남아시아, 남아시아 식당들이 많이 있을 거고, 동남아시아 및 남아시아 식당이라면 의정부에도 많이 있어요. 그것들을 먹기 위해 굳이 가보고 싶지는 않았어요.
어떻게 보면 안산, 송탄까지 가기 귀찮은 것은 두 번째 이유였어요. 중요한 것은 거기까지 가고 싶고, 귀찮음을 무릅쓸 만한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어요. 예전에는 서울, 의정부에 외국 식당이 그렇게 많지 않았어요. 원색적인 외국 음식을 먹어보려면 외국인 노동자들이 엄청나게 많이 몰려 있고, 그들의 중심지 역할을 하는 곳을 찾아가야만 했어요. 그곳이 바로 안산이었어요. 안산은 단지 경기 남부권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중심지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멀리 의정부, 양주, 파주 같은 곳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도 주말에 안산으로 가곤 하거든요. 우리나라 외국인 노동자들의 수도는 어떻게 보면 서울이 아니라 안산이에요.
"아, 진짜 어디 가지?"
동남아시아, 남아시아 음식은 더 이상 궁금하지 않았어요. 이 나라들 음식을 전부 먹어본 것은 아니에요. 그래도 하나씩은 먹어보았어요. 뭔가 제가 안 먹어본 국가 음식을 먹어보고 싶었어요.
'아랍쪽 식당 뭐 생긴 거 있을 건가?'
아랍 음식 중에 안 먹어본 나라 음식이 있나 아랍 국가들 이름을 하나씩 입력하면서 식당을 검색해 보았어요. 우리나라에서 튀니지, 모로코, 이라크, 예멘, 팔레스타인 음식은 먹어보았어요.
"레바논 식당 있네?"
이태원에 레바논 식당이 있다고 나왔어요.
"아, 여기!"
이태원역 3번 출구에서 나와서 모스크로 걸어올라가는 길에 케밥집이 있어요. 거기가 레바논 식당이라고 나와 있었어요. 그쪽은 간간이 가기 때문에 그 식당도 상당히 많이 보았어요. 그동안 거기 앞을 지나가며 케밥집이라고 그냥 무시하며 지나갔어요. 케밥집이야 우리나라에 이제 매우 많으니까요. 그런데 거기가 레바논 식당이래요. 간판을 보니 레바논 식당이 맞았어요.
'저기나 가봐야겠다.'
레바논은 가본 적 없어요. 아랍어 어학연수하러 레바논으로 가는 사람들이 있기는 했어요. 그 사람들이 하는 말에 의하면, 레바논이 놀기는 좋지만 물가가 비싸다고 했어요. 아랍어 방언이 표준 아랍어에 가까운 편이라 아랍어 연수하기에는 괜찮은 편이구요. 그렇지만 제게 '레바논'이란 '전쟁'을 떠올리게 하는 국명 중 하나에요. 제가 아랍어를 공부할 때만 해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언제나 아랍 세계 최고의 문제였고, 이 문제에서 파생되어 레바논 문제가 나오곤 했거든요.
옷을 입고 이태원으로 갔어요. 지하철 6호선 이태원 3번출구로 나간 후, 모스크를 향해 걸어올라갔어요. 레바논 식당인 알아지즈 식당이 나왔어요.
간판을 보면 Lebanese Kebab 이라고 적혀 있어요.
안으로 들어갔어요.
자리는 몇 자리 없었어요.
음식은 딱 여섯 가지였어요. 치즈와 고기, 소고기 또는 양고기, 치즈, 치킨, 팔라펠, 치즈와 자타르였어요.
'여기 레바논 식당 맞아?'
점원 두 명이 가게를 지키고 있었어요. 외모가 아무리 봐도 아랍인이 아니었어요. 이란인도, 파키스탄인도, 방글라데시인도 아니었어요. 아무리 봐도 우즈벡인이었어요. 주문을 하는데 점원이 한국어 몇 마디를 했어요. 제가 먹고 싶은 음식이 있냐고 물어보았어요. 없다고 했어요.
'이거 아무리 봐도 아랍인 아닌 거 같은데?'
그때 사람들이 우루루 들어왔어요. 음식을 주문했어요. 우즈벡인들이었어요. 점원은 그들에게 우즈벡어로 대답했어요.
'우즈벡인이네!'
제가 진짜 먹어보고 싶은 음식은 없었어요. 그래서 가게에서 나와 주변에 다른 레바논 식당이 있나 찾아 돌아다녀보았어요. 없었어요. 그래서 다시 그 케밥집으로 돌아갔어요.
일단 양고기 케밥과 자타르 피자를 주문한 후, 직원에게 우즈베크어로 말을 걸었어요.
"너희들 우즈벡인이지?"
"응, 맞아."
"이것들 레바논 음식 맞아?"
"응, 맞아."
"여기 레바논 식당 아니야?"
"비즈니스지."
억!
일단 음식은 레바논 음식이 맞았어요. 만드는 사람이 우즈베크인이기는 하지만요. 케밥과 피자니 크게 맛이 변할 것은 없어보였어요.
음료는 따로 주문하지 않았어요. 가게에서 홍차는 공짜로 제공하고 있었거든요. 정수기 옆에 종이컵과 홍차 티백이 있었어요. 홍차 티백을 종이컵에 담고 뜨거운 물을 부은 후 설탕을 듬뿍 넣었어요.
먼저 자타르와 치즈 피자가 나왔어요. 가격은 6천원이었어요.
"어? 맛있다!"
치즈 피자는 치즈 피자. 자타르 피자가 매우 맛있었어요. 거무스름한 것이 자타르 피자에요. 위에 뿌려진 것은 커민 - 우리나라에서는 '쯔란'이라고 알려진 것이었어요. 이 커민을 잔뜩 뿌려 구운 피자였어요. 고소하고 짭짤했어요. 그리고 커민향이 입안에서 은은히 퍼졌어요. 상당히 매력적인 맛이었어요. 도우가 얇아서 바삭거렸어요. 커민은 우리나라에서 많이 먹는 향신료가 아니라 조금 이질적이나, 구웠기 때문에 이질적인 부분이 많이 줄어들었어요.
자타르는 정확히 말하자면 '백리향'이에요. 아랍어로 백리향이 '자으타르'거든요. 하지만 백리향이나 커민이나 우리나라에서 잘 쓰는 향신료는 아니고, 맛과 향은 쯔란 구워먹는 거랑 비슷했어요.
이것이 레바논 케밥이에요. 가격은 역시 6000원이었어요.
라흐마준에 야채 넣고 싸놓은 거 같은데?
빵은 다른 케밥에 비해 두꺼운 편이었어요. 매우 얇은 피자 도우라 생각하면 아주 비슷할 거에요. 아주 얇은 피자 도우에 치즈 뿌리고 양고기 뿌려 만든 음식인 '라흐마준'과 매우 흡사한 느낌이었어요. 라흐마준에 양파, 토마토, 피클 등을 넣고 싸서 먹는 맛이었어요. 이것도 매우 맛있었어요. 다른 가게들 케밥과는 확실히 달랐어요. 케밥을 감싼 빵 때문에요.
이태원 알아지즈 식당은 레바논 스타일 케밥 이전에 그냥 케밥집으로 봐도 꽤 괜찮은 곳이었어요. 케밥이 맛있지만, 특이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다면 자타르를 드시는 것을 추천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