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뜨거운 마음 (2011)

뜨거운 마음 - 13 아제르바이잔 나흐치반 자치공화국 나흐치반

좀좀이 2012. 6. 2.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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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나오기 위해 출국 게이트로 갔어요. 사람들이 하나하나 줄을 서서 나갔어요. 입구가 좁아서 빨리 나갈 수가 없었거든요.


우리도 줄을 서 있는데 경찰이 우리를 불렀어요.


"여권."


여권을 보여주자 비자를 확인하고는 출국 게이트 옆 작은 창구로 가라고 했어요. 출국 게이트 옆 작은 창구에는 경찰이 앉아 있었어요.


"여권."


여권을 주었어요. 그러자 나흐치반 자치공화국 입국 심사가 시작되었어요. 경찰은 다른 직원을 불러오고나서 우리들의 여권을 꼼꼼히 살펴본 후, 무언가 입력하고 방문 목적과 체류 기간에 대해 깐깐하게 물어보았어요. 그래서 나흐치반 자치공화국에서 나흐치반 Naxçıvan, 줄파 Culfa를 보고 3일 후 출국할 것이며, 지금 바로 줄파로 갈 거라고 대답했어요. 우리들의 비자에 별 문제가 없는 것을 확인한 경찰은 나흐치반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말하고 우리를 보내주었어요. 아제르바이잔인들은 그냥 통과인데 외국인은 입국 심사를 또 받아야 했어요.


입국 심사가 끝나자 직원은 자기를 따라오라고 했어요. 그때 친구가 잠시 화장실 가겠다고 직원에게 말한 후 화장실로 갔어요. 직원은 저에게 계속 따라오라고 했어요. 저는 무슨 다른 절차를 또 밟아야하나 생각하고 직원을 쫓아갔어요. 직원은 저를 공항 밖으로 데려가려고 했고, 저는 직원에게 친구가 화장실에 갔으니 잠깐 기다려달라고 했어요. 친구가 돌아오자 직원은 우리를 공항 밖으로 데려가서 택시 기사들이 있는 곳까지 데려다 주었어요.


"우리 짐 찾아야 해요."


수하물을 찾지도 않았는데 직원이 나름의 친절을 베풀겠다고 우리를 공항 밖으로 데려다준 것이었어요. 그래서 우리들은 다시 공항 안으로 들어가서 짐을 찾으러 갔어요.


"왜 다시 왔어?"
"짐 찾으러요."


다행인 것은 공항에서 수하물을 찾는 곳으로 가는 게 그다지 어렵지 않다는 것이었어요. 사실상 외부에 다 개방되어 있었어요. 보통은 짐을 찾은 후 출국 게이트를 빠져나오는데 이 공항은 구조가 출국 게이트를 빠져나와 짐을 찾는 것처럼 되어 있었어요.


짐을 찾은 후 인포메이션 센터에 가서 줄파로 가는 버스를 물어보았어요. 직원은 줄파로 바로 가는 버스는 없고 공항 버스 정거장에서 6번 버스를 타고 aviakassa에 가라고 했어요. aviakassa에 가면 줄파로 가는 마슈르트카가 있다고 했어요.


공항에서 나오자 택시 기사들이 '아이구, 호구 오셨어요'라는 눈빛으로 벌떼처럼 달려들었어요. 아무리 6번 버스 타고 나흐치반 시내로 들어간다고 해도 여기서 나흐치반 시내로 가는 버스 없다고 거짓말을 하며 잡고 놓아주지 않았어요. 인포메이션 센터에 다 물어봤다고 하니까 계속 아니라고 하며 여기는 버스가 안 오는 곳이라고 했어요. 경찰이 나서서 택시 기사들을 쫓아내주지 않았다면 정말 한 걸음도 움직일 수 없었을 거에요. 택시 기사들은 버스 정거장으로 가는 우리들을 보고 '여기 버스 없어!', '한 시간 기다려야 할 거야!'라고 악담을 퍼부었어요.


6번 버스는 생각만큼 금방 오지는 않았어요. 나흐치반 공항 주변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 하지만 혹시 사진 찍었다가 문제가 생길까봐 찍지는 않았어요. 배터리도 빼앗는데 최대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짓은 안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버스는 금방 오지는 않았지만 택시 기사들의 악담보다는 빨리 왔어요. 30분 정도 기다렸어요. 한 시간 기다려야 한다고 했는데 그 정도는 아니었어요. 그냥 넋놓고 앉아있으면 오는 정도.


버스를 타고 나흐치반 시내로 들어가는데 aviakassa 근처에 마슈르트카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어요. 그래서 일단 나흐치반 관광을 하기로 했어요.


하이데르 알리예프 궁전. 'saray' 라는 단어가 원래는 '궁전'이라는 뜻인데 진짜 궁전에만 쓰는 단어는 아니에요. 용법이 다양해서 우리나라 '예술의 전당'도 이 나라 말로 번역한다면 'saray'를 쓰는 게 맞을 거에요.


"배터리 거의 없네?"


배터리를 갈고 싶었지만 배터리를 빼앗겼기 때문에 배터리가 없었어요. 일단 가게를 찾아 배터리를 사기는 했지만 일반 배터리로는 얼마 못 버티기 때문에 제 카메라로는 정말 찍을 것만 찍고 나머지는 친구의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어요.


한산한 거리. 여기도 '뉴 바쿠 플랜'처럼 열심히 꾸미고 있었어요. 돈이 되니까 사람들을 많이 동원해서 빨리빨리 진행시키고 있었어요. 거리는 깔끔하나 사람들이 너무 없어서 무언가 기분이 이상했어요. 여기는 나흐치반 자치공화국의 수도. 아무리 나흐치반 자치공화국이 아제르바이잔의 변방이라지만 이렇게 거리에 사람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못했어요.


조금 걷자 공원이 나타났고, 아제르바이잔에서 매우 많이 본 나흐치반 자치공화국의 2대 상징물 중 하나가 공원 사이에서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있었어요.

이것은 나흐치반 자치공화국의 상징 뿐만이 아니라 아제르바이잔의 유명한 상징물들 가운데 하나이기도 해요. 대외적으로 가장 유명한 아제르바이잔의 상징물은 단연코 처녀의 탑. 하지만 아제르바이잔에 가 보면 처녀의 탑 뿐만 아니라 이것 저것 국가의 상징물로 밀어주고 있는 것들 사진을 종종 볼 수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에요.

이것이 바로 뫼미네 카툰의 묘소 Möminə Xatun mausoleum. 사진으로 보면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실제 보면 꽤 크답니다.

이게 론니플래닛에 무슨 역사적인 유물이라고 나온 돌로 만든 양. 그러나 주위에 이 양에 대한 설명이 아무 것도 없어서 정확히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 유물인지 알 수가 없었어요.

공원 맞은편에 예쁜 건물이 있었어요. 한 번 들어가보려고 했지만 건물 문이 잠겨 있어서 들어가지 못했어요.

헤이데르 거리. 벽을 잘 보면 춤추는 아제리 여성 부조가 있어요. 이쪽 카프카스의 아제리인들의 문화는 중앙아시아의 문화와는 많이 달라요. 대신 인접 국가인 조지아 (그루지야), 아르메니아와는 많이 비슷해 보여요.

버스 정거장에서 쉬고 계신 할아버지.

나흐치반 근처에는 큰 호수가 하나 있어요. 사진에서 보이는 저곳이 바로 아라즈 저수지 Araz su reservoir. 하늘에서 본 것과 달리 지상에서 보니 나흐치반은 그냥 조그만 시골 마을에 불과했어요. 열심히 정비하고 있었지만 일단 사람이 없는 것이 첫 인상에 결정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어요. 사람들이 북적이는 바쿠의 저녁 거리를 걸으며 놀다가 여기 오니 정말 유령 도시에 친구와 단 둘이서 뚝 떨어진 기분이었어요.


무거운 짐을 끌고 다녀야하는 것은 추가적으로 여행을 더욱 재미없게 만들었어요. 그나마 날이 흐려서 엄청 힘들지는 않았지만 대신 우울한 분위기가 더욱 고조되고 있었다는 부작용이 있었어요.


지금 우리들이 나흐치반 거리를 걷고 있는 이유는 나흐치반 관광을 위해서 걷는 것이 아니었어요. 숙소를 찾기 위해서였어요. 줄파까지 가기는 그른 것 같아서 다음날 줄파에 가기로 하고 거리를 돌아다니는데 예상치 않게 주요 볼거리는 계속 나오고 정작 나오라는 호텔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어요.

블루 모스크처럼 생긴 건물. 이때까지는 그래도 그냥저냥 돌아다닐만 했어요.


아래 계곡도 보이고 무언가 있을 것 같아서 짐을 끌고 갔지만 아무 것도 없었어요. 허탈해서 힘이 빠지는데 짐을 끌고 좋지 않은 길과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했기 때문에 더욱 지쳐 버렸어요.




정말 극도로 피곤해졌어요. 책이 가득 담긴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것 자체만으로도 힘든 일인데 볼 것은 계속 나오고 호텔은 나오지 않았어요. 한 명이 구경하는 동안 한 명이 짐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구경이 그다지 재미있지도 않았어요. 제가 여기 온 것은 절대 제 인생의 답을 찾아보고자 고독을 즐기기 위해 온 게 아니에요. 친구와 즐겁게 구경도 하고 나흐치반이 어떤 곳인지 알아보기 위해 온 것이었어요. 즉석에서 친구와 의견과 느낌을 나누는 것이 매우 중요한 여행이었는데 한 명이 구경하고 온 후 짐을 지키고 다른 한 명이 구경하고 돌아오는 방법으로 구경하니 그다지 재미있지도 않았어요.


그저 도시가 매우 깔끔하고 한적하다는 인상 뿐이었어요. 게다가 숙소. 숙소를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어요.

헤즈레티 제흐라 모스크 Həzrəti Zəhra Mascidi


"벌써 여기야?"


허탈해하며 안에 들어갔어요. 친구는 안 들어간다고 해서 저 혼자 모스크 안에 들어갔어요.

이것이 헤즈레티 제흐라 모스크 정면. 독특하다고 한다면 독특한데 그렇게 강렬한 첫인상을 남기지는 못했어요.


"실례합니다."


사람들이 몇 명 있어서 사람들에게 안에 들어가도 되냐고 여쭈어 보았어요. 그러자 한 청년이 자기를 따라오라고 하더니 모스크를 보여주었어요.

모스크 내부 역시 너무나 평범했어요. 별로 크게 볼 것이 없는 그냥 평범한 모스크. 모스크를 보고 나와 친구에게 언제 다시 올 수 있을지 모르는 나흐치반인데 가서 보고 오라고 했어요. 친구는 '언제 다시 올 수 있을지 모르는 나흐치반'이라는 말에 무거운 발을 질질 끌며 모스크로 갔어요. 나흐치반에 오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것은 아니에요. 아제르바이잔 비자만 있으면 갈 수 있어요. 단지 나흐치반으로 가는 것이 싸지 않기 때문에 문제죠.


친구가 모스크에서 나오자 니자미 거리를 따라 다시 계속 걷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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