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벚꽃 바람과 염불소리 (2018)

벚꽃 바람과 염불소리 06 경기도 김포시 방글라데시 불교 문화 - 방글라데시인 절 보타사

좀좀이 2018. 4. 24.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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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절도 있어?


그리고 바로 제 입에서 튀어나온 말.


"아, 또 김포야!"


방글라데시는 이슬람 국가. 그래서 당연히 절은 없을 줄 알았어요. 아, 있을 수는 있어요. 방글라데시에요. 우리나라에 방글라데시 절이 있을 확률? 정말 없다고 생각했어요. 방글라데시인 모스크는 몇 곳 있어요. 그건 작년에 몇 곳 가보았어요. 그러나 방글라데시인 불교 사원이 있을 리는 당연히 없을 거라 봤어요. 왜냐하면 방글라데시는 이슬람 국가니까요. 애초에 방글라데시는 인도에서 무슬림들이 '파키스탄'으로 분리해 독립할 때 파키스탄 중 하나인 '동파키스탄'이었어요. 이후 오늘날 서파키스탄인 파키스탄의 차별 정책으로 인해 전쟁을 거쳐 방글라데시가 건국되었구요. 이 나라는 독립부터 이슬람이 깊이 관련되어 있는 나라. 그래서 기대를 하나도 하지 않았어요. 솔직히 말해서, '그런 건 있을 리 없다'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있었어요. 눈이 번쩍했어요. 진짜 세상은 넓어요. 한국도 넓어요. 제가 아예 모르는 세상이 우리나라에 존재하고 있었어요.


주소를 확인했어요. 김포였어요. 탄식이 흘러나왔어요.


경기도 김포시는 아직 전철이 없어요. 게다가 의정부에서 경기도 김포시 가는 건 정말 힘들어요. 대중교통이 없어요. 김포시도 외국인 노동자가 많이 거주하는 곳이기는 하지만 제가 안 가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에요. 안산은 지하철 4호선이 들어가요. 대중교통으로 의정부에서 안산을 가기 위해서는 창동역에서 4호선으로 환승해서 쭉 타고 가면 되요. 안산역에서 내리면 되거든요. 그러나 김포시는 의정부에서 가려면 진짜 답이 없는 곳이에요.


김포에 있는 방글라데시 불교 사원.


신중히 접근해야 했어요. 갔다가 허탕치면 타격이 컸어요. 무슨 이유로 방글라데시 모스크도 아니고 방글라데시 불교 사원이 있는지부터 확실히 알아내어야 했어요. 주소도 정확한 주소를 알아야 했구요.


미얀마에서는 이슬람을 믿는 방글라데시 벵골인인 로힝야족을 탄압하고 있다고 해요. 반면, 방글라데시에서는 불교를 믿는 줌머인들을 탄압하고 있다고 해요. 무슬림인 로힝야 탄압은 꽤 잘 알려져 있지만, 불교도인 줌머인 탄압은 별로 알려져 있지 않아요.


줌머인들은 방글라데시 동남쪽 치타공 동쪽에 있는 치타공 산악지역에 주로 거주하고 있어요. '줌머인'이라는 민족이 있는 것은 아니고, 차크마 등 11개 소수민족 70만명을 통칭하는 명칭이래요. 방글라데시 이슬람의 탄압과 차별에 시달리는 이들 중 일부는 우리나라에 입국해 난민으로 인정받았대요. 이들이 모이는 곳이 바로 김포에 있는 방글라데시 불교 사원인 '보타사'였어요.


'아, 벵골인이 아니라 방글라데시 소수민족들의 절이었구나!'


그래도 있다는 것 그 자체가 매우 놀라운 일이었어요.


그러나 '김포시' 하나만 믿고 갈 수는 없는 노릇. 김포시가 무슨 지하철역 크기도 아닌데 '김포시' 하나만 갖고 김포시에 가서 방글라데시 절인 보타사를 찾을 수는 없었어요. 솔직히 '지하철역' 면적만 되어도 찾기 상당히 힘든데요. 이것이 무슨 제대로 된 건물 한 채라면 어찌어찌 찾아볼 수 있어요. 그러나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았어요.


주소를 찾아낸다면 정말 대박. 못 찾아낸다면 그러려니.


분명히 줌머인들의 활동은 최근까지 계속 되고 있었어요. 인터넷에서 찾은 재한줌머인연대 카페 (http://cafe.daum.net/jummo) 를 보니 최근까지도 글이 업데이트되고 있었어요. 보타사도 분명히 있는 것 같았어요. 그러나 무조건 일단 가서 찾아본다는 것은 정말로 위험했어요. 제게는 몇 차례 직접 가보며 범위를 좁혀간다는 전략 자체가 불가능했어요. 너무 멀었으니까요. 차비는 둘째치고 의정부에서 김포시 가는 것 자체가 상당히 피곤하고 지치는 일이었어요.


"찾았다!"


주소를 찾아내었어요. 카카오맵으로 검색해보았어요. 위치를 대충 알 수 있었어요. 정확히 몇 호인지까지 나와있었기 때문에 지도를 보며 찾아가면 될 일이었어요.


2018년 4월 18일 오후 2시 35분. 의정부역에 도착했어요. 저의 길은 거의 전부 시작점이 의정부역이에요.


의정부역


전철을 타고 창동역으로 갔어요.


창동역


제가 가야하는 곳은 경기도 김포시 양촌면. 여기를 가기 위해서는 2호선 당산역으로 가야 했어요. 오후 3시 30분.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2호선으로 환승했어요.


봄날


참 화창한 날이었어요. 돌아다니기 참 좋은 날이었어요.


당산역


오후 4시. 당산역에 도착했어요. 당산역 2번출구에서 7000번 버스를 타야 했어요. 2번출구를 향해 걸어갔어요. 달콤한 빵냄새가 코를 자극했어요.


'나 여태 아무 것도 안 먹었지?'


빵 3개를 2천원에 판매하는 행사를 하고 있는 빵집이 보였어요. 가서 빵을 2천원어치 구입했어요. 당산역 밖으로 나와 빵을 우적우적 먹으며 버스를 기다렸어요.


당산역 2번 출구 버스정류장


4시 12분. 7000번 버스가 왔어요.


7000번 버스


버스에 올라타 앉았어요. 좌석은 널널했어요. 이 시각에 미어터지는 경우는 별로 없으니까요. 퇴근 시간대에는 자리가 별로 없을 수도 있을 것 같았어요. 친구를 통해 김포가 요즘 부동산 많이 올랐다고 들었거든요. 아파트 단지도 여기저기 들어섰구요.


한강


버스에서 봄풍경을 감상하며 글을 썼어요. 당장 스리랑카 절 갔던 이야기도 글을 완성짓지 못한 상태였거든요. 밀린 글이 참 많은데 이거 언제 다 쓰나 하며 글 조금 쓰다 창밖 바라보다를 반복했어요.


'거기 진짜 있겠지? 잘 찾을 수 있겠지?'


버스에서 노트북 컴퓨터를 꺼내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은 정말로 먼 곳을 간다는 이야기. 이렇게까지 멀리 가는데 허탕치면 허무하다 못해 어이털려요. 버스가 김포시 양촌면을 향해 달려가는 만큼, 시간이 양촌면을 향해 흘러가는 만큼 점점 더 반드시 찾아야한다는 생각이 간절해져갔어요.


오후 4시 53분. 호수마을이편한세상,한가람우미린정류장에 도착했어요.


호수마을이편한세상,한가람우미린정류장


지도를 보며 길을 따라 걸어갔어요. 아직까지는 전형적인 신도시 풍경.


김포신도시


벚꽃이 남아 있었어요.


김포 신도시 벚꽃


지도를 보며 길을 걸어갔어요. 하늘 높이 솟아오른 아파트촌에서 벗어나 허름한 주택이 모여 있는 골목으로 갔어요.


김포시


"어? 뭐야? 분명 여기 어디인데?"


제가 가야할 곳은 양지주택. 지도를 보니 바로 옆에는 양지빌라가 있다고 나와 있었어요. 지도에 표시된 지점까지 왔을 때 경악했어요.


'양지주택'이라고 적힌 곳이 그 어디에도 없다.


죄다 빨강 벽돌 빌라들. 복사해서 붙여넣기 한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다 똑같았어요. 무슨 동인지조차 알 수 없었어요. 이게 양지주택인지 양지빌라인지 어딘가 적혀있을 법도 한데, 그런 거 없었어요. 어디에서부터 양지주택이고, 어디에서부터 양지빌라인지도 알 수 없었어요. 그냥 다 똑같이 생겼어요. 게다가 제가 찾아낸 주소는 'A401호' 였어요. 이런 주소가 붙어 있게 생긴 곳 자체가 안 보였어요. 3층 건물까지는 보였지만 4층 건물은 안 보였거든요. 게다가 이게 몇 개 동이 있었어요. 주변을 돌아다니며 주소를 보니 A동은 없었어요. A3, A13 이런 식이었어요. 그렇다면 A4동? 그러면 01호만 남아요. 각 층수 무시하고 1층부터 1,2,3,4,5,6 이렇게 호수를 붙여놓은 게 아니라면 설령 A4동을 찾았다 하더라도 전 층을 돌아다니며 1호 집 문을 다 두드려봐야 해요.


김포시 양지빌라


지도상에서는 여기라고 나와 있었어요. 그러나 여기는 양지주택이 아니라 양지빌라였어요.


아...진짜 막막하네.


4층이 있게 생긴 건물은 보이지 않았고, 이 여러 집 1호를 다 두드려볼 수도 없는 노릇.


'이대로 돌아가야 하나?'


여기까지 와서?


안 돼!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는 안 되었어요. 기껏 고생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여기 주소를 알아내기 위해 내가 얼마나 눈빠지게 인터넷을 검색했는데. 그렇게 쉽게 포기할 수 없었어요.


보이는 사람들에게 주소를 보여주고 혹시 여기 어딘지 아냐고 물어보았어요. 사람들은 그런 주소는 모르겠다고 이야기했어요. 우리나라 주소 체계는 현재 개판이에요. 지번 주소, 도로명 주소가 혼재해 있고, 번지가 몇 번 바뀐 곳도 있어요. 동네 사람들이 주소를 보고 모른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어요. 게다가 제가 구한 주소가 잘못된 주소일 수도 있구요.


다 와서 심봉사되어 헤매고 있다.


분명 이 빨간 벽돌로 지은 연립주택 어딘가에 방글라데시인 절 보타사가 숨어 있었어요. 그게 어디인지 찾을 수가 없었어요. 범위를 크게 줄이기는 했지만, 그 줄인 범위가 지금껏 줄여온 범위만큼 또 넓어졌어요.


가게에 가서 물어보라고 해서 가게로 갔어요. 가게에 가서 물어보았더니 그런 주소는 모르겠다고 대답하시고는 부동산으로 가보라고 하셨어요. 근처에 부동산이 어디 있는지 여쭈어보았어요. 큰 길로 나가야 있을 거라고 하셨어요. 방글라데시인들 모이는 곳이 어디냐고 물어보았어요. 모르겠다고 대답했어요. 외국인들 많이 사는 곳이 어디냐고 물어보자 여기는 외국인들 많이 사는 곳이라고 대답하셨어요. 결국은 부동산.


부동산은 또 어디 있는 거야?


방글라데시 절 보타사를 찾아 왔는데 부동산을 찾아야하는 상황. 막막했어요. 바로 코 앞인데 그 코앞이 아주 꼬이고 꼬여서 수십만 km 되는 것 같았어요.


그때였어요. 나이가 있어보이는 아주머니 두 분께서 제 앞을 지나가고 계셨어요. 그 두분께 주소를 보여드리고 여쭈어보았어요.


"아, 거기? 저기로 가면 되요. 거기 내가 살았던 데야."


제가 방향을 잘 못 잡자 아주머니께서 직접 안내해주셨어요.


"그런데 이런 주소는 모르겠네. 하여간 여기야. 올라가면서 물어봐."


아주머니께서는 제가 가야하는 주소 앞으로 데려다주신 후, 각 입구, 각 층을 올라다니며 물어보라고 하셨어요. 그때였어요.


"아, 저기 외국인 들어간다! 빨리 가서 물어봐! 외국인은 알 거야!"


아주머니께서 건물로 올라가고 있는 외국인 아주머니에게 빨리 가서 물어보라고 하셨어요. 제게 어서 뛰어가서 물어보라고 했어요. 그래서 달려갔어요. 계단을 올라갔어요. 아이들을 데리고 계단을 올라가는 외국인 아주머니는 2층을 향해 올라가고 계셨어요.


"실례합니다. 여기 혹시 방글라데시인들 절 어디 있나요?"


어디인지 알려주셨어요. 301호라고 알려주셨어요. 영어로 '쓰리 제로 투'냐고 물어보았어요. 맞다고 했어요. 입구는 다른 곳이었어요.


외국인 아주머니께서 알려주신 곳으로 갔어요.


양지주택


어떤 것이 양지주택이고 어떤 것이 양지빌라인지 알 수 없었어요. 다 이랬거든요.


입구


몇 동인지 알 수 있는 것은 위에 락카로 써진 글씨 때문이었어요.


우체통


우체통을 보니 401호가 있었어요.


양지주택 계단


계단을 걸어 올라갔어요. 난간이 매우 낮았어요. 정말 오래전에 지어진 건물 같았어요. 계단 모서리에 미끄럼 방지 요철판도 없었어요.


"여기 맞구나!"


간판


보타사가 예전에 있던 자리에 세워져 있었다는 입간판이 보였어요. 저 주소로 가면 안 되요. 저건 예전 자리에 세워져 있던 것이거든요.


외국인 아주머니께서는 301호라고 알려주셨어요. 그러나 간판은 3층과 4층 사이에 있었어요.


'4층 아닌가?'


제가 본 주소는 A401호 였어요. 여기는 4동이 아니라 13동. 게다가 이 복도에 01호가 총 4곳 있었어요. 4층은 어떤지 보러 일단 4층으로 올라갔어요.


양지주택 보타사


"아, 여기네!"


대한불교 조계종 김포 방글라데시 보타사


입구 옆에 '대한불교 조계종 김포 방글라데시 보타사' 라고 적힌 노란 팻말이 붙어 있었어요. 결국 찾아냈어요. 너무 막막했지만 정말 다행히도 보타사에 도착했어요.


문 손잡이를 돌려보았어요. 잠겨 있었어요. 문을 두드렸어요. 안에서 누구냐고 물어보는 소리가 들렸어요.


"여기 방글라데시 절 있다고 해서 와보았어요."


문이 열렸어요. 제 앞에 나타난 사람은 키가 크지 않은 갈색빛 피부를 가진 방글라데시인이었어요.


'줌머인도 까무잡잡하구나.'


인사를 하고 안에 마련된 법단으로 갔어요. 삼배를 드리고 시주함에 1000원을 집어넣었어요.


벚꽃 바람과 염불소리 06 경기도 김포시 방글라데시 불교 문화 - 방글라데시인 절 보타사


일반 가정집 방 한 칸에 마련된 조그만 공간. 그러나 여기는 정말로 특별한 곳. 방글라데시 불교 사원이니까요. 세계사를 공부하면 방글라데시가 이슬람 국가라는 것을 알게 되요. 그래서 당연히 불교도가 없을 거라 생각하기 쉬워요. 저도 그랬어요. 그러나 방글라데시 불교도들이 모이는 불교 사원이 우리나라에 있었어요. 방글라데시도 아니고 우리나라에요.


방글라데시 불교 사원


'이거 미얀마나 태국 소수 민족 사원 같은 거 아니겠지?'


방글라데시 스님


벽에 걸려 있는 스님 사진들을 보았어요. 아래에 벵골어가 적혀 있었어요.


방글라데시 스님 사진


은은한 향 냄새가 방 안을 정화시키고 있었어요. 천장에는 연등이 빼곡하게 매달려 있었어요.


"형님, 커피 마시세요?"

"예, 마셔요."


제게 문을 열어준 방글라데시인이 커피를 한 잔 타서 제게 주었어요. 사이좋게 방바닥에 앉았어요.


"형님, 여기 어떻게 알고 찾아오셨어요?"

"인터넷에서 김포에 방글라데시인 절이 있다는 글 보고 왔어요."


'줌머인도 벵골인이랑 비슷하게 생겼구나.'


속으로 저와 이야기하는 그 사람이 벵골인이 아니라 줌머인이라 짐작했어요. 이 절에 대한 정보를 방글라데시 소수민족인 줌머인 관련 정보에서 찾았거든요. 그래서 벵골인은 무슬림이고 줌머인은 불교도라고 알고 있었어요. 외모만 보면 벵골인이나 줌머인이나 똑같이 생겼구만. 여기도 종교 때문에 민족이 갈린 건가? 줌머인이 방글라데시에서 불교를 믿는 소수 민족이라는 사실 외에는 아는 것이 없었어요.


"여기 말고 방글라데시 절 또 있나요?"

"예. 있어요."

"어디에요?"


방글라데시인 절이 또 있다고?


귀를 의심했어요. 그런 게 또 존재하다니 놀라웠어요. 방글라데시 이슬람 국가 아니었어? 그런데 우리나라에 절이 두 곳이나 있다고? 이 정도면 방글라데시인 모스크랑 거의 맞먹는 수준인데?


"이천에 있어요."


이천!


경기도 이천. 지금까지 딱 한 번 가보았어요. 거기에 24시간 카페가 하나 있거든요. 이천에 24시간 카페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을 때 경악했어요. 왜 거기에 있나 싶었어요. 거기는 잊을 수가 없어요. 일단 제가 가본 24시간 카페 중 가장 가기 힘든 곳이었어요. 의정부에 살고 있는데 무려 '지하철 경강선'이라는 것을 타고 가야 했어요. 경강선 이천역에서 내려서 한참 걸어가야 했구요. 그 뿐만이 아니었어요. 역에서 24시간 카페까지 걸어가는 길은 24시간 카페는 고사하고 대규모 프랜차이즈 카페가 존재할지 의심스러운 시골 풍경이었어요. 그랬던 이천. 쌀이 유명한 이천. 도자기가 유명한 이천. 거기에 방글라데시 절이 있다고 했어요. 이천은 저를 두 번 놀라게 했어요.


"거기 주소가 어떻게 되요?"


방글라데시 절이기 때문에 꼭 가보고 싶었어요. 무조건 가보고 싶었어요. 이건 정말 귀한 것이니까요.


"주소는 몰라요. 거기 있는 것만 알아요."


방글라데시인 청년은 자기도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어요. 경기도 이천에 있는 방글라데시 절은 이렇게 미지의 영역이 되었어요. 이제 경기도 이천에 있는 방글라데시 절은 전설로만 존재하는 아틀란티스, 뮤대륙 같은 존재에요.


"우리나라에 방글라데시 불교도 많이 있어요?"

"많지 않아요. 200명에서 300명 정도 있어요."


뭐야? 많잖아!


"혹시 줌머인이에요?"

"아니에요. 저는 방글라데시인이에요."

"벵골인이요?"

"예."

"아...줌머인이 불교도라고 해서 줌머인인 줄 알았어요."

"줌머인도 있어요. 이따가 올 거에요. 줌머인은 형님처럼 생겼어요."


또 다시 놀랐어요. 방글라데시 벵골인도 불교도가 있었어? 이건 전혀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였어요.


"방글라데시 전체 인구 중 0.1%가 불교도에요. 치타공, 콕스바자르 및 동부 산지에 불교도 주로 살아요."


벵골인 청년이 구글 지도로 불교도가 많이 사는 지역을 보여주었어요. 방글라데시 남동부 콕스바자르 쪽 미얀마와의 접경 산악 지대였어요. 청년은 방글라데시의 모든 불교도가 줌머인은 아니라고 알려주었어요. 불교도 중 벵골인들도 많대요. 단, 방글라데시 인구 중 0.1%만 불교도이고, 나머지는 거의 전부 무슬림이래요.


"벵골어로 불교도는 인사 다르죠? 나마스떼라고 하나요?"

"너무쉬까르! 무슬림들은 앗쌀라무 알레이쿰이구요."


제가 보는 벵골어 교재에 나온 내용이 맞았어요. 벵골어도 종교에 따라 인사가 달랐어요.


"방글라데시 불상은 어때요?"

"미얀마,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네팔 불상은 비슷해요."


청년은 미얀마,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네팔 불상 스타일이 같다고 알려주었어요. 불단에 방글라데시 불상은 없냐고 물어보았어요.


불상


가운데 햐안 불상은 미얀마 불상이에요. 이건 제가 알아요. 머리에 뿔이 달린 것 같은 불상은 태국 불상. 청년이 방글라데시 불상을 찾아주었어요.


방글라데시 불상


이것이 바로 방글라데시 불상이었어요.


방글라데시 북


이것은 방글라데시인들이 공연할 때 사용하는 전통 북이에요. 큰 북도 있대요.


청년은 제게 방글라데시 불교도들이 한 달에 한 번씩 조계사로 놀러간다고 이야기했어요. 청년과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다 자리에서 일어날 시간이 되었어요.


"형님, 나중에 또 놀러오세요!"

"예."


정말 나중에 또 놀러가고 싶었어요. 벵골어를 한 번 공부해보고 싶거든요. 그러나 거기는 너무나 먼 곳. 미얀마 절도, 방글라데시 절도 다 의정부에서 너무 멀었어요. 가까이에 있다면 놀러 가서 미얀마어, 벵골어도 공부하고 할 텐데요.


방글라데시 불교 문화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가기 전 마지막으로 법당 내부를 사진으로 찍었어요.


경기도 김포시에는 방글라데시 불교 사원이 있어요. 그 이전에 방글라데시 전국민 가운데 0.1%가 불교도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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