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라오스로 여행갔을 때였어요. 이제 귀국만 남은 순간. 정말 돌아가기 싫었어요. 그래도 돌아가야 했고, 라오스 낍은 조금 남아 있었어요.
"마트 가면 뭐 기념품으로 살 거 있지 않을까?"
라오스 낍이 남아 있었지만 전혀 걱정될 것이 없었어요. 마트 가서 이것저것 구입하면 낍을 다 쓸 수 있을 거니까요. 그래서 비엔티안 숙소 근처에 있는 큰 마트로 갔어요.
"라오스 것은 왜 이렇게 없어?"
마트를 둘러보고 매우 크게 놀랐어요. 원래 계획은 라오스 과자도 사고 음료도 사고 커피도 사고 이것저것 구입할 계획이었어요. 그런데 마트에 있는 것은 거의 다 태국제였어요. 태국제는 굳이 살 필요가 없었어요. 그건 글자 읽기도 힘들 뿐더러 우리나라에 많이 들어와 있거든요. 태국 제품은 놀라울 것이 하나도 없었어요. 오히려 라오스에 와서 태국제품을 사서 들고 간다는 것이 매우 못마땅했어요.
이 나라는 진짜 비어 라오와 다오 커피 밖에 없다.
그나마 다오 커피는 라오스에서 만났던 블로그 지인이 아니었으면 몰랐을 거에요. 다오 커피의 존재를 몰랐다면 마시지도 않는 맥주만 몇 캔 사서 올 뻔 했어요. 과자 코너도, 음료수 코너도 죄다 태국제. 절망하며 커피 코너로 갔어요.
'커피는 그래도 뭐 이것저것 있겠지.'
믿을 건 Dao coffee 밖에 없었어요. 그거나 잔뜩 사서 가는 것 외에는 답이 없었어요. 아니면 태국제 과자 같은 것을 사가는 최악의 선택을 하거나, 공항에 뭐가 있을 거라 기대하는 풀배팅 인생한방 도박을 노려보거나요. 도박도 안 좋아하고 최악의 선택도 안 좋았기 때문에 결국 남는 선택지는 다오 커피나 잔뜩 사가기. 이것 역시 원래 그렇게 바라던 것은 아니었어요. 왜냐하면 비행기가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을 경유할 것이었고, 노이바이 공항에서 커피를 사서 귀국할 확률이 컸거든요. 베트남은 관광, 여행 사업에 대해서만은 우리나라보다 10년은 앞서 있는 선진국이에요. 노이바이 공항 면세점에 대한 기대가 상당히 컸기 때문에 중복 항목인 커피를 그렇게 많이 구입해야 할 이유가 없었어요. 그렇지만 커피 말고는 답이 없었어요.
라오스는 커피 산업 발달해 있으니 그래도 다오 커피 말고 다른 것들도 있을 거야.
그런 거 없었어요. 라오스 커피라고는 오직 다오 커피 뿐이었어요.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오 커피 종류가 이것저것 있었다는 점이었어요.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다오 커피를 종류대로 사오는 수 밖에요.
여기는 무슨 오렌지 커피가 있어?
장난인 줄 알았어요. 커피에 뭔가 첨가하는 경우가 있기는 해요. 하지만 오렌지 커피가 있는 건 또 처음이었어요.
나는 너를 믿는다.
오렌지 커피를 집어들었어요.
이렇게 해서 이번에 마셔본 커피는 라오스 오렌지향 커피인 Dao coffee orange flavoured 이에요.
Dao coffee orange flavoured 는 이렇게 생겼어요.
주황색 상자에 오렌지가 그려져 있어요. 별도 반짝반짝 빛나요.
이건 시리즈물이에요.
뒷면 상단에는 베트남어가 적혀 있어요. 상자 디자인 자체는 상당히 예뻐요. 왠지 다른 우수한 커피들도 마구마구 있을 거 같아요. 하지만 제가 갔었을 때에는 오직 다오 커피 시리즈 뿐이었어요.
한쪽 측면에는 'Made in Lao PDR' 이라는 문구가 아주 선명하게 박혀 있었어요. 만약 Made in Lao Vietnam 이었다면 절망해버렸을 거에요. 그러나 다오 커피는 라오스의 유명한 커피 회사. Made in Lao PDR 맞았어요.
한 포는 20그램이었어요.
라오스에서 오렌지가 자라는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포장만 보면 뭔가 참 라오스 느낌이 나면서 촌스럽지 않은 디자인이에요. 저 작은 별. 라오스에서 별을 참 많이 봤기 때문에 저 별도 라오스와 잘 어울린다고 느꼈어요.
물은 150 ml 부으래요. 밀크티라면 물 양을 포장에 적혀 있는 것보다 훨씬 적게 잡아야 하지만 커피는 대체로 포장에 적혀 있는 것에 맞추어 물을 부으면 되요.
매력적이야! 진짜 맛있어!
커피가 입에 들어오는 순간 오렌지 잼 향이 살살 맴돌았어요. 입안 가득 오렌지향이 피어올라 부드럽게 퍼졌어요. 커피를 삼키면 그 오렌지향은 어디 갔는지 싹 사라지고 우리가 아는 그 커피 마신 후 입에 남는 향이 느껴졌어요. 오렌지향은 한여름밤 꿈 속의 마법처럼 사라져버렸어요.
전체적으로 보면 오렌지 초콜렛을 먹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어요. Dao coffee orange flavoured 와 오렌지 초콜렛의 차이라면 끝에 남는 향이 '커피'와 '초콜렛'의 차이 정도였어요. 오렌지향이 역하지 않고 커피와 잘 어울려서 신기했어요.
라오스를 또 갈 수 있다면 이 커피는 조금 많이 사오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