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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동 DMC 한정식 식당 - 덕승재 상암동 본점

좀좀이 2017. 11. 2.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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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실대에서 같이 살았던 친구가 서울로 볼 일이 있어서 올라온다고 했어요.


"같이 만나서 놀자."

"그래. 뭐 하면서 놀지?"

"맛있는 것 먹자."


친구는 맛있는 것을 먹자고 했어요. 무엇을 먹을까 고민했어요. 서울에 식당은 많지만 모처럼 올라온 친구와 맛있는 것을 먹어야 했어요. 둘이 서울에서 맛있는 것이 무엇이 있나 검색해 보았어요. 친구는 상암에서 일이 있기 때문에 상암 DMC 쪽 맛집을 찾아보자고 했어요. 상암 DMC 는 제가 잘 모르는 곳. 올해 거기를 가본 일은 그쪽에 24시간 카페가 하나 있기 때문이었어요. 그 외에는 거기를 갈 일이 거의 없었어요. 그쪽을 잘 모르기도 하고, 딱히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 만한 이유가 아무 것도 없는 동네였거든요. 그 동네에 대한 인상이라면 매우 발전된 곳과 낙후된 곳이 같이 있어서 참 기묘한 곳이라는 것이었어요.


"거기 덕승재 맛있다고 한다."

"덕승재? 뭐 파는데?"

"한정식."

"한정식이면 엄청 비싸지 않냐?"


덕승재를 검색해보았어요. 현직 대통령도 다녀간 맛집이래요. 그리고 가격은 제 추측대로 참 비쌌어요. 가볍게 먹을 곳이 절대 아닌 수준이 아니라 그냥 대놓고 비쌌어요.


"야, 여기 너무 비싸잖아!"

"내가 살께."


친구가 자기가 사겠다고 했어요. 이것은 아무리 저는 백수고 친구는 돈 버는 친구라 해도 받아먹기 매우 부담스러운 가격이었어요. 그래서 망설였지만 친구가 먹고 싶다고 하고 자기가 사겠다고 하니 얻어먹기로 했어요.


원래는 고향에서 올라오는 친구를 마중나가러 김포공항으로 나갈 생각이었어요. 그러나 아침까지 잠을 자지 못했어요. 조사할 것이 있어서 조사하고 자료를 구하다 자려고 했는데 그 과정에서 피곤해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잠이 다 깨어버렸어요. 결국 아침 8시쯤 되어서야 눈을 붙였어요. 눈을 뜨니 아침 10시였어요. 친구에게 미안하다고 하고 상암으로 바로 넘어가겠다고 했어요.


지하철을 타고 6호선 디지털미디어센터 역으로 갔어요. 친구는 이미 도착해서 9번 출구쪽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진짜 이 친구와 이런 한식집을 간다는 것 자체가 참 신기했어요. 숭실대에서 사이좋게 찌질거릴 때가 어제 같거든요. 인터넷 설치 안 해서 공짜로 들어오던 신호 약한 무료 와이파이를 빌려서 사용했는데 신호가 하도 약해서 프링글스통 잘라서 안테나를 만들고, 인도 카레 만든다고 했다가 방에서 켈록켈록거리고, 뭐 별 일이 다 있었어요. 둘 다 웃길 게 없고 분명히 둘 다 참 정상적으로 살았는데 뒤돌아보면 웃긴 일이 참 많았어요. 찌질찌질하게 재미있게 잘 지냈어요.


친구와 덕승재에 도착했어요. 친구가 간장게장 정식과 보리굴비 정식을 주문했어요.


덕승재


덕승재 입구는 한옥풍이었어요.


덕승재 입구


내부도 역시 한옥풍.


덕승재 내부


먼저 죽과 물김치가 나왔어요.


죽


그 다음에는 회, 차돌박이, 잡채, 호박 튀김이 나왔어요.


잡채


호박튀김이 참 고소했어요. 잡채는 볶은 맛이 났어요.


음식


위의 사진 속 음식은 매웠어요.


쇠고기


이것은 매우 맛있었어요. 얇게 핀 쇠고기 위에 쌀가루 떡을 발라놓은 것 같았어요.


"야, 내가 너 이거 먹어보라고 일부러 이거 주문했어."


홍어삼합


아...홍어삼합...


홍어 삼합은 지금까지 먹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어요. 먹을 기회 자체가 없기도 했지만, 청량리 시장에서 삭힌 홍어 냄새를 맡고 절대 먹지 않겠다고 결심했거든요. 썩은 쓰레기통 냄새가 진동했어요.


친구가 어떻게 먹는지 보았어요. 수육 위에 홍어를 올리고 묵은지를 올린 후, 마늘을 장에 찍어서 먹었어요. 친구가 먼저 먹은 후 초롱초롱한 눈동자로 제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바라보았어요. 저도 친구가 먹는 방법을 따라서 먹었어요. 괜찮았어요.


"진짜 맛보고 싶으면 홍어만 먹어봐."


그래서 친구 말대로 홍어만 먹을까 하다가 생마늘도 같이 먹었어요.


'생마늘은 맛도 향도 무지 강하니까 어떻게든 다 덮어버리겠지.'


오산이었어요. 술 먹고 입과 코로 토사물을 쏟아낸 직후의 맛과 느낌이었어요.


"이건 그래도 많이 약한 거다."


미안해요. 삭힌 홍어는 앞으로 절대 안 먹을 거에요. 좋아하는 사람은 매우 좋아한다고 하지만 제 입맛에는 극악으로 안 맞는 맛이었어요. 술을 마시지도 않았는데 벌써 술 취해서 한 번 토한 기분이었어요. 왜냐하면 그 맛이 느껴져버렸거든요.


덕승재 보리굴비


보리굴비와 간장게장이 나왔어요. 직원분께서 보리굴비가 짜면 녹차에 씻어먹으라고 했어요.


간장게장은 비리지 않고 참 고소했어요. 별로 짜지도 않았구요. 보리굴비도 맛이 좋았어요. 제가 조기 머리 속 돌 두 개 빼고 머리뼈고 척추고 다 먹어치우는 것을 보고 친구가 놀랐어요.


DMC 덕승재


"여기 양 엄청 많네."


한정식집의 특징. 밥은 적은데 반찬이 엄청나게 많아요. 친구와 밥이 부족해서 각각 한 공기씩 더 주문해서 먹었어요. 싹 다 비웠어요. 그러나 국 두 그릇 나온 것은 먹지 못했어요. 친구는 여기 갈 때 제게 꼭 다 먹어야 한다고 했어요. 하지만 친구는 이것을 잊고 있었어요. 그래서 나온 후에 친구에게 국 두 그릇은 거의 안 먹었다고 자수하며 낄낄 웃었어요. 반찬은 다 먹어치웠지만 국은 배불러서 먹을 수 없었거든요.


당연히 돈값하는 식당이었어요. 매우 맛있었어요. 모든 음식을 다 매우 맛있게, 만족하며 먹었어요. 친구 덕에 아주 호강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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