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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아프리카 식당 - 해피홈 (나이지리아 음식 : 졸로프 라이스, 에구시 수프)

좀좀이 2017. 10. 31.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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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프리카 식당 방문기는 파란만장했다.


맨 처음 갔던 곳은 이태원에 있었던 아프리칸 헤리티지. 진심으로 욕했다. 트림이 올라오는데 음식물 쓰레기 냄새가 계속 올라왔다. 진짜 이것을 먹으라고 판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때 격분하고 다시는 아프리카 음식을 안 먹기로 결심했다. 나중에 그 식당은 진짜 망했다. 아프리카의 빈곤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이었는데. 그 식당 문 닫은 건 정말 잘 된 일이었다. 내 혀가 문제가 아니라 진짜 트림할 때마다 음식물 쓰레기 썩은내 올라와서 먹고 나서까지 괴로웠던 식당.


이태원 아프리칸 헤리티지 (망했음) http://zomzom.tistory.com/1031


그 다음에 간 곳은 경기도 송탄에 있는 아프리카 식당인 사뷔에르 에 아프리크. 송탄 갈 때마다 보고 가봐야지 했지만 송탄 부대찌개 먹기 바빠서 못 가다가 한 번 작심하고 갔다. 심호흡을 크게 들이마시고 갔는데 음식이 매우 맛있었다. 버터에 파슬리 가루까지 뿌리는 정성을 보며 역시 사람 혓바닥은 다 똑같음을 깨달았다. 아프리칸 헤리티지가 그냥 못난 식당이었던 것이었다.


경기도 송탄 사뷔에르 에 아프리크 http://zomzom.tistory.com/1886


그래. 제대로 하면 아프리카 음식이라고 괴상하고 맛없을 리 없지. 그래서 이태원에 있는 다른 아프리카 식당을 가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간 곳이 베텔 아프리칸 레스토랑. 그리고 이태원에서 아프리카 음식 먹는 것은 위험함을 깨달았다. 아프리칸 헤리티지보다는 나았지만 여기도 '먹을 만 하다' 가 아니라 '먹을 수 있다' 수준이었다. 그 돈으로 집에서 3분 카레 잔뜩 사서 밥을 비벼먹을걸 진심으로 후회했다.


이태원 베텔 아프리칸 레스토랑 http://zomzom.tistory.com/2115


그러다 이태원에 아프리카 카메룬 식당이 오픈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태원에서 가본 두 곳은 나이지리아 식당이라 카메룬은 뭔가 다를까 하고 갔다. 천만다행으로 많이 달랐다. 정말 맛있었다. 송탄에 사뷔에르 에 아프리크가 있다면 이태원에는 카메룬 식당인 아프리칸포트가 있었다. 아프리카 식당은 음식을 담는 그릇을 매우 잘 봐야하는 것 같았다. 그릇이 파스타 그릇 같으면 어느 정도 맛은 보장되는 것 아닌가 싶었다. 여기에서 먹고 나와서 외쳤다. 황인이나 흑인이나 백인이나 혓바닥은 다 핑크색이야!


이태원 아프리칸포트 http://zomzom.tistory.com/2382


그래요. 이것이 지금까지 제가 우리나라에서 아프리카 식당을 찾아다닌 이야기에요. 제 꿈은 세네갈, 말리, 소말리아 여행을 가는 것. 어려서부터 서아프리카를 좋아했어요. 동물이 많이 산다는 동아프리카도 좋지만 서아프리카가 그냥 더 좋았어요.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아프리카 식당이 있다는 것을 알고 가보았지만, 결과는 위에서처럼 아주 극과 극이었어요. 참 맛있거나, 1원에 머리카락 한 가닥씩 해서 음식값 지불한 만큼 내 머리털을 다 잡아뽑고 싶은 쓰레기 같은 맛이거나요.


해피홈 레스토랑.


여기는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정말로 오래된 식당이거든요. 이 레스토랑은 원래 베텔 아프리칸 레스토랑 자리에 있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그러다 해피홈이 다른 곳으로 가고, 그 자리에 베텔 아프리칸 레스토랑이 들어왔구요.


아프리칸포트를 먹고 나왔을 때였어요.


'이제 남은 곳은 해피홈인가.'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아프리칸 헤리티지와 베텔 아프리칸 레스토랑의 기억. 해피홈은 가더라도 일단 저부터 혼자 다녀와야 했어요. 친구와 같이 갔다가 먹고 나와서 친구에게 멱살잡힐 수 있으니까요. 아프리칸 헤리티지에서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충분히 가능했어요. 이건 거의 트라우마였어요. 그건 안 당해본 사람 아니면 몰라요. 뱃속에서는 푸푸가 기분나쁘게 불어나는 것 같고, 트림이 올라올 때마다 음식물 쓰레기 냄새가 기어올라오구요.


그래서 차일피일 해피홈 레스토랑을 도전해보는 것을 미루고 있었어요. 용기가 나지 않았어요. 혼자 가서 졸로프 라이스와 에구시 수프를 먹고 와야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특히 아프리칸 헤리티지 레스토랑의 악몽같은 기억을 떠올려보면 그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어요. 그때는 그래도 친구가 몇 숟갈 먹고 돈 절반을 냈어요. 그때와 맛이 똑같다면 돈은 돈대로 혼자 다 내고 음식도 음식대로 혼자 다 먹어야 했어요. 그것은 지옥이었어요. 음식 남기고 물 펑펑 쓰면 지옥에서 벌물 켜고 버린 음식 다 먹어야 한다는데 그 지옥이 현실에서 구현된 것이랄까요.


송탄 사뷔에르 에 아프리크에 같이 갔던 친구가 나중에 해피홈 레스토랑 같이 가보자고 했어요. 그 친구에게 제가 먼저 혼자 해피홈 레스토랑을 갔다온 후 같이 가든가 하자고 했어요. 이건 위험부담이 너무 컸거든요. 아프리칸 헤리티지는 진짜 사람을 폭력적으로 만드는 맛이었어요. 괜히 제가 망해서 다행이라고 하는 것이 아니에요.


'가자.'


그러나 궁금했어요. 차일피일 미루어봐야 언젠가는 갈 것이었어요. 수도권 모스크를 돌아다닌 '등잔 밑 모스크 로드' 일정을 끝마친 것을 기념할 생각으로 가기로 했어요.


홀로 이태원 4번 출구로 가서 해피홈 레스토랑을 찾아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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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 | 지도 크게 보기 ©  NAVER Corp.


이태원


심호흡을 했어요. 이제 해피홈 레스토랑이 코앞이었어요.


해피홈 레스토랑 입구


안으로 들어갔어요. 자리에 앉자 메뉴판을 가져다 주었어요.


해피홈 레스토랑 메뉴


저는 당연히 졸로프 라이스와 에구시 수프를 주문했어요. 에구시 수프를 주문하면 푸푸가 딸려 나오는데, 푸푸는 3000원이에요. 메뉴판에 에구시 수프 10000원으로 되어 있지만 푸푸가 같이 나오면 13000원이에요.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식당 내부를 사진으로 찍었어요.


해피홈 레스토랑


식당 계산대 쪽은 이렇게 생겼어요.


해피홈 계산대


계산대에는 나이지리아 술이 있었어요.


나이지리아 술


저는 술을 안 마시기 때문에 가격도 안 물어보고 사진만 찍었어요. 오른쪽 팩에 들어있는 것도 술이에요.


나왔다!


이태원 아프리카 식당 - 해피홈 (나이지리아 음식 - 졸로프 라이스, 에구시 수프)


토마토 수프는 서비스로 나왔어요.


상단 왼쪽이 졸로프 라이스, 상단 오른쪽이 에구시 수프, 하단 왼쪽이 서비스로 나온 토마토 수프, 하단 오른쪽이 푸푸에요.


나이지리아 토마토 수프


토마토 수프는 감칠맛이 많았어요. 토마토 수프보다 토마토 소스에 가까웠어요. 이것은 푸푸보다 졸로프 라이스에 뿌려서 비벼먹는 것이 맛있었어요.


나이지리아 졸로프 라이스


위 사진은 졸로프 라이스에요. 케찹을 조금 넣은 볶음밥 같았어요. 상당히 무난했어요. 한국의 볶음밥과 다르기는 하나 많이 비슷해서 누군가 이런 식으로 만들어 먹고 있다고 해도 믿을 것 같았어요. 위에 올라간 것은 토마토 수프와 쇠고기였어요.


나이지리아 푸푸


위 사진 속 시허연 것이 바로 푸푸에요. 푸푸는 아무 맛 없고 찐득찐득해요. 그리고 표현이 매우 쉽게 굳어요. 처음 먹는 사람은 손으로 먹기 참 고약해요. 저는 푸푸 먹어보는 것이 이번이 세 번째. 전에 두 번이나 먹어보았기 때문에 어떤지 잘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쓸 데 없이 손으로 먹으려 들지 않고 푸푸를 숟가락으로 조금 뜬 후, 그 상태로 에구시 수프를 떠서 먹었어요. 푸푸는 소화가 잘 되기야 하겠지만, 먹으면 배에서 불어나는 느낌이 나요.


나이지리아 에구시 수프


위 사진 속 수프가 바로 에구시 수프. 아프리칸 헤리티지 레스토랑에서 저를 분노와 절망에 빠뜨렸던 원흉.


"뭐야? 여기는 맛있잖아!"


해피홈의 에구시 수프는 맛있었어요. 역시 음식 레시피 잘못이 아니에요. 만드는 놈이 쓰레기로 만들어놓으면 그게 문제인 거에요. 사람 혓바닥이 다 분홍색인데요.


에구시 수프는 생선향이 상당히 강했어요. 황태를 집어넣었어요. 그리고 꽤 짭짤했어요. 어느 정도 짭짤하냐면, 에구시 수프랑 졸로프 라이스를 같이 먹으면 졸로프 라이스가 밍밍하게 느껴져버렸어요. 저는 졸로프 라이스 한 숟갈 먹고, 그 다음에 푸푸와 에구시 수프를 한 숟갈 먹는 식으로 계속 번갈아가면서 먹었어요. 이때 에구시 수프 때문에 맛이 아주 밍밍하게 느껴지던 졸로프 라이스를 살려준 것이 바로 토마토 수프였어요.


에구시 수프는 수프라고는 하지만 고추장 대신 된장 넣은 생선 조림 같은 느낌이었어요. 재미있는 것은 속에 쇠고기가 들어갔다는 점이었어요. 우리나라는 생선과 고기를 한 음식에 같이 넣는 경우가 별로 없어요. 설령 넣는다 하더라도 맛의 비중에서 하나가 압도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해요. 그런데 이것은 황태향이 강하기는 했지만 쇠고기의 존재감도 아주 강했어요. 아프리카 음식은 먹을 때마다 이랬어요. 아무래도 이렇게 생선을 조미료처럼 쓰는 것이 서아프리카 음식 특징인 것 같았어요.


천만다행으로 해피홈 레스토랑은 음식 맛이 괜찮았어요. 특히 에구시 수프와 푸푸가 괜찮았어요. 졸로프 라이스도 맛이 괜찮기는 했지만, 특이한 경험과 맛을 느끼고 싶어서 가는 것이라면 추천하기에 너무 약했어요. 졸로프 라이스는 아프리칸포트 것이 훨씬 더 괜찮고 독특하면서도 맛있었어요.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음식이 궁금하다면 이태원에 있는 해피홈 레스토랑을 가보면 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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