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중앙아시아 생존기 (2012-2013)

우즈벡인들이 가지고 있는 다른 민족에 대한 생각

좀좀이 2012. 5. 2.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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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 주변에는 카자흐스탄, 키르기즈스탄, 타지키스탄, 아프가니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이 있어요. 이렇다보기 여행 경로 짜기 매우 골치아픈 나라이기도 해요. 남쪽은 아프간, 서쪽은 투르크멘이 막고 있기 때문에 이 나라를 빠져나가는 방법은 카자흐스탄, 키르기즈스탄, 타지키스탄 밖에 없죠. 아니면 비행기를 타고 가거나요.


비록 우리나라 국민들에게는 아프가니스탄은 입국금지국가이고 투르크메니스탄은 경유비자 외에는 마땅히 비자를 받을 방법이 없기 때문에 그다지 교통의 요지라는 생각이 안 들어요. 하지만 이 나라는 매우 중요한 교통의 요지에요.


카자흐스탄에도 많은 민족들이 거주하고 있지만 우즈베키스탄에도 130여 민족이 살고 있어요. 인구가 2600여만명이고 이 중 80% 정도가 우즈벡인이에요. 카자흐스탄과 달리 여기는 우즈벡인도 많고 우즈벡어도 매우 잘 통해요.


여기 와서 사람들에게 이렇게 저렇게 들은 이야기들을 통해 우즈벡인이 다른 민족들을 어떻게 보는지 아주 조금 알게 되었어요.


1. 한국인

고려인이나 한국인에 대한 악감정은 없어요. 특히 한국인에 대한 감정은 좋은 편이에요. 신기한 것은 중국인도 많은데 다른 나라들과 달리 한국인과 중국인을 꽤 잘 구분한다는 거에요. 자기들 말로는 고려인과 한국인까지도 대충 구분해낸다고 해요. 그래서 중국인으로 오해받아 피곤한 일은 없어요. 재미있는 것은 한국인임을 알고도 인사는 '곤니치와'로 한다는 것. 왜 한국인이라는 걸 알면서, 그리고 한국 문화도 나름 많이 퍼져 있고 한국인들도 꽤 사는 나라인데 나름 한국인에게 친밀하게 인사하려고 '곤니치와'라고 하는지 궁금해요.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생각해보면 '안녕하세요'가 외국인에겐 극악으로 어려운 어려운 말이라서 그런 거 아닌가 싶어요. 한국에서 한국어를 제대로 잘 배운 사람을 제외하고는 '안녕하세요' 제대로 알아듣고 제대로 발음하는 외국인을 본 적이 없어요.


2. 카자흐인

겉으로는 별 말 없어요. 그러나 은근히 무시하는 게 있어요. 말이 너무 투박하고 컥컥거린다고 놀리는 건 당연하구요. (주워 들은 게 아니라 버스에서 우즈벡인끼리 이야기하는 것을 직접 들어서 아는 거에요.) 카자흐스탄에서 어떤 사람이 차를 타고 가다가 강도를 만나 소지품 다 털리고 자동차 휘발유까지 다 털렸다는 말을 듣고는 '걔네들이 원래 그래'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해요. 거의 미개인, 산적 무리에 가까운 이미지인 듯 해요.


- 참고로 카자흐인들은 우즈벡인들이 일부러 새침떨면서 말하는 거 같다고 한다네요.


3. 타타르인

아주 극악으로 싫어해요. 실제 이들이 우즈베키스탄에서 크고 작은 사건과 범죄를 많이 일으킨다고 해요. 간간이 TV에서 매춘과 관련된 프로그램이 나오는데 실제 매춘에 종사하는 여성들은 대체로 타타르인이라고 해요.


얼마나 타타르인을 싫어하냐면 부모 중 한 명이라도 타타르인이라면 자식들 결혼을 절대 안 시킨다고 해요. 또한 '타타르인이 있는 곳에 불화가 있다'는 우즈벡 속담도 있고, '타타르인은 앞에서 친하더라도 뒤에서는 침을 뱉는다'고 해요. 우즈벡인들은 자기 민족에도 당연히 착한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지만 타타르인은 거의 전부 나쁜 사람이라고 할 정도에요. 또한, 심지어는 우즈벡인은 최소한 양심이 있는데 타타르인은 양심이라고는 아예 없는 인간들이라고 하기도 해요.


4. 타지크인

우즈벡인들은 스스로 성질이 급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런 우즈벡인들도 타지크인들은 다혈질이고 성질이 급하다고 해요.


우즈벡인들의 타지크인에 대한 생각은 미묘하지만 약간 호의적이에요. 타지키스탄에서 우즈벡인에 대한 감정은 썩 좋지 않다고 해요. 원인은 타지크인이 많이 살던 도시인 부하라, 사마르칸트가 현재 우즈베키스탄의 영토인데다 양국 관계가 지금 좋지 않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우즈벡인들은 타지크인에 대해서는 나쁘게 생각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역사적으로도 같이 어울려서 산 민족이었고, 지금도 그냥 같이 어울려 사는 민족이라고 생각하는 듯 해요.


거리에 구걸하는 사람들 중 롤리 (Lo'li)라고 불리는 민족이 있는데 우리가 보았을 때에는 집시에요. 사전에도 lo'li를 찾아보면 집시라고 나와요. 그런데 우즈벡인들은 롤리와 집시를 확실히 구분해요. 롤리는 타지크인 및 타지키스탄에서 온 사람들이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집시는 찌간 (цыган)이라고 해요. 두 용어를 섞어서 말하면 햇갈려 하거나 화내요.


저는 아직 다양한 민족을 구분해내지는 못해요. 우즈벡인의 대표적인 특징은 기름진 흑발 (떡진 머리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윤기가 흐르고 새까매요) 이에요. 그리고 남자들은 키가 작은 편이에요. 그런데 그 외 민족은 아직까지 구분을 잘 못하겠어요. 더욱이 혼혈도 많다보니 아리까리한 경우도 종종 있어요.


재미있는 점은 여기 사람들은 발이 엄청나게 크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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