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밀크티

서울 홍대입구역 연남동 오늘은 쉼표 카페 - 밀크티

좀좀이 2017. 8. 20. 20:28
728x90

이번에 마셔본 밀크티는 서울 연남동에 있는 오늘은 쉼표 카페의 밀크티에요.


토요일 새벽 6시. 오늘은 쉼표 카페에 들어가자마자 무엇을 마실까 고민했어요. 이미 밀크티를 세 컵 마신 상황. 한 시간에 한 컵씩 벌컥벌컥 마셨어요. 이렇게 마시니 진심으로 커피가 마시고 싶었어요. 그래도 처음 온 카페에서는 밀크티를 시키겠다는 원칙을 지키기로 했어요. 그래서 이번에도 역시 밀크티를 주문하려고 메뉴판에 밀크티가 있나 살펴보았어요.


'왜 홍차 라떼도 있고 밀크티도 있지?'


카페를 가보면 보통 홍차 라떼가 있든가 밀크티가 있든가 해요. 쉽게 말해서 둘 중 하나만 있어요. 둘 다 있는 경우는 없다고 해도 무방해요. 그런데 여기는 희안하게 홍차 라떼와 밀크티가 같이 있었어요. 지금까지 '홍차라떼 = 밀크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매우 당황스러웠어요. 게다가 둘이 가격도 달랐어요. 홍차 라떼는 5500원이었고, 밀크티는 4500원이었어요.


"밀크티랑 홍차라떼는 뭐가 달라요?"


왜 이렇게 두 개가 따로 있고 가격까지 다른지 궁금해서 직원에게 물어보았어요. 이미 밀크티를 1시간 간격으로 3컵 마신 상태에서 둘 다 시켜서 비교해보고 싶지 않았어요. 카페 한 번 가면 음료 하나만 시키는데 무슨 밀크티에 환장한 것도 아니고 2잔을 동시에 시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낭비였어요. 게다가 이미 카페에서만 3컵 마신 상태에서 한 컵도 마실까 말까 고민하다 마시는 것이었는데 2컵을 들이키는 것은 정말 무리였어요.


"밀크티는 우유에 티백을 넣어서 우려낸 거고, 홍차 라떼는 파우더 넣고 해요."


그러면 밀크티가 더 비싸야한 거 아닌가?


뭔가 이상했지만 왠지 티백을 넣어서 만든 것이 더 좋을 거 같아서 밀크티로 주문했어요. 직원은 우유를 끓인 후, 티백을 넣은 후 여러 번 들었다 놨다 하고 스푼으로 꾹꾹 누르기도 하면서 홍차 티백의 홍차 맛을 최대한 쥐어짜내었어요. 열심히 홍차 티백의 마지막 맛 한 조각까지 쥐어짜내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매우 좋아졌어요.


오늘은 쉼표 카페 밀크티


"컵 홀더 예뻐!"


아름다운 화환 그림. 그리고 가운데에 '꿈같은 당신의 하루에 오늘은 쉼표,' 라고 적혀 있었어요. 문구도 예쁘고 컵 홀더도 예뻤어요.


오늘은 쉼표 카페 컵


컵에는 기분 좋게 웃는 사람들이 그려져 있었어요. 그리고 가운데에 would you like to go out for coffee? 라고 적혀 있었어요.


오늘은 쉼표 컵뚜껑


컵 뚜껑은 평범했어요.


오늘은 쉼표 밀크티 - betty Nardi 베티나르디 티백


티백에는 Betty Nardi - The finest teas 라고 적혀 있었어요. 아마 베티나르디 홍차 티백인가 봐요.


오늘은 쉼표 밀크티 거품


밀크티에 거품이 풍성했어요. 거품 입자는 매우 고왔어요.


이제 마셔야지.


시간당 한 컵. 이제 4잔째. 그래도 정신을 차렸어요. 이럴 때 정신줄 놓고 마시면 둘 중 하나에요. '아, 쓸 말 없다' 아니면 '아, 밀크티 좀 그만 마시자'. 그래서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마셨어요.


이거 왜 이렇게 익숙한 맛이지?


매우 익숙한 맛이었어요.


일단 쓴맛 계열은 아니었어요. 커피 대신 마시기 좋은 쓴맛이 강한 밀크티는 아니었어요. 이것은 단맛 위주의 밀크티였어요. 그런데 아주 막 달지는 않았어요. 당이 부족해서 벌컥벌컥 들이마실 용도의 밀크티도 아니었어요. 그렇다고 밋밋해서 아무 생각없이 무념무상으로 주문하는 밀크티라고 하기에는 뭔가 더 있었어요. '저 밀크티 마셨어요'라고 말하는 용도의 밀크티? 일단 그런 계열이었어요.


기본적인 맛은 바닐라 아이스크림 맛. 그런데 바닐라 아이스크림처럼 달지는 않았어요. 바닐라 아이스크림 녹여먹는 맛은 아니고, 바닐라 아이스크림 비슷한 맛이 베이스였어요.


티백을 우유에 넣고 첨벙첨벙했다는 것은 차 맛이 약하다는 것을 의미해요. 이건 안 봐도 뻔해요. 왜냐하면 차가 우유에는 정말 잘 안 우러나거든요. 우유를 아주 펄펄 끓여도 차가 잘 안 우러나와요. 그래서 우유에 티백을 넣는 가게에서는 홍차 시럽을 추가로 넣어서 맛을 내거나, 아예 티백 2개를 넣어서 더 많이 우러나오게 해요. 아니면 파우더를 조금 뿌리든가, 물에 홍차 티백을 조금 우려낸 후 거기에 우유를 붓든가요. 여기는 그런 가정 없이 홍차 티백을 끓는 우유에 넣고 티백을 쥐어짜서 맛을 내었어요. 그런데 홍차 우유가 아니라 밀크티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직원을 크게 칭찬해주고 싶었어요. 이거 별 거 아닌 거 같지만 진짜 대단한 거에요. 정성껏 티백을 열심히 괴롭혀서 맛을 최대한 쥐어짰고, 그게 성공한 거니까요. 이거 어설프게 하면 진짜 홍차우유 - 심하면 자판기 우유되요.


입에는 가벼운 풀냄새가 남았어요. 이 조합...나 마셔본 적 있어. 이 풀냄새가 가벼운 것은 우유에 바로 티백을 넣었기 때문이지. 풀냄새가 조금 더 진하다면 분명히 아주 비슷한 게 있었는데...


한참 고민했어요. 바닐라 아이스크림 같은 맛. 그리고 우유향이 지나간 후 혀뿌리에 살짝 남는 풋풋한 풀냄새.


아크바 잉글리쉬 브랙퍼스트 홍차 라떼!


맛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기는 했지만 왠지 그것과 비슷하게 느껴졌어요. 물론 이 추측이 맞는지 안 맞는지 몰라요.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 느낌이니까요.


커피 대신 먹기에는 쓴맛이 너무 없었지만, 가볍게 밀크티 한 잔 한다고 하면 괜찮은 밀크티였어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