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외국어 학습교재

The 바른 우즈베크어 STEP 1 - ECKBOOKS

좀좀이 2017. 6. 27. 23:50
728x90

"우즈베크어 교재 새로 나왔네?"


우리나라에 우즈벡어 교재는 한동안 전무했어요. 예전에 '우즈벡어 문법+회화+사전' 이라는 책이 출판된 적이 있었는데, 이 책이 절판된 이후 우즈벡어 교재라 부를만한 책 자체가 없었어요.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우즈벡인도 많고 국제결혼해서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우즈베크인들도 많은데 의외로 우즈벡어 교재는 없었어요.


그래서 우즈베크어 교재가 새로 나오자 참 반갑기도 하고 어떻게 생긴 책인가 궁금하기도 했어요.


The 바른 우즈베크어 STEP 1 저자는 '딜쇼드 아크바로프'라는 우즈베크인이었어요. 그래서 더욱 기대가 되었어요. 외국어 학습 서적 중 한국인이 쓴 책 중에는 지뢰작들이 산재해 있거든요. 제대로 어학을 전공하지 않고 어학원에서 배운 후 자기가 이해한대로 책을 쓴 경우 지뢰작이 될 확률이 상승해요. 과유불급이라고, 자기 딴에 쉽게 이해한 방법이라고 써놓았는데 그것이 중요한 뜻을 놓치거나 묘하게 잘못 이해한 부분을 그대로 적는 경우들이 있거든요. 이게 도가 지나치면 아예 엉터리가 되어버리구요. 그에 비해 외국인이 썼다면 그런 부분은 별로 없어요. 대신 한국어 표현이 이상한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요. 둘 다 경험해본 결과, 후자는 그래도 머리와 마음을 비우고 자기세뇌시키듯 하면 어떻게 되긴 하는데, 전자는 나중에 문법 처음부터 다시 봐야 해요.


굳이 비유하자면, 제대로 어학을 전공하지 않은 한국인이 자기가 잘못 이해하거나 중요한 뜻을 놓친 것을 그대로 적어버린 책을 보며 공부하는 것은 대놓고 중앙선 무시하고 왔다갔다 운행하다 결국 어딘가 들이박는 꼴이고, 원어민이 집필했는데 한국어 표현이 뭔가 이상한 경우는 1차선과 2차선을 쓸 데 없이 왔다갔다 하긴 하는데 어쨌든 목적지에는 무사히 도달하는 것과 비슷해요.


ECKBOOKS 에서 출판한 우즈베크어 교재인 The 바른 우즈베크어 STEP 1 은 이렇게 생겼어요.


The 바른 우즈베크어 STEP 1 - ECKBOOKS


목차를 보았어요. 이 책은 총 15과로 구성되어 있었어요.



"오, 캐릭터 설명도 있어!"



이 교재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은 총 3명으로, 민준, 니고라, 사르도르에요. 어학 교재에 이런 설정이 있는 것은 교재를 따라갈 때 도움이 되는 편이에요. 단순히 교재의 전체적인 스토리를 보는 재미 뿐만 아니라, 여성의 말투와 남성의 말투가 다른 경우에는 이런 인물 설정이 정말 큰 도움이 되요. 얌전히 지문 읽고 있는데 쓸 데 없이 '다음 지문을 읽고 A와 B의 성별을 알아맞추어보시오' 같은 질문에 빠질 필요가 없거든요. 우즈베크어는 문법에서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인물 설정이 크게 도움이 되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설정은 있는 편이 좋기는 해요.



이렇게 지문과 해석이 있어요. 아주 초반에는 우즈베크어 발음이 한글로 적혀 있어요. 얼마 안 가서 한글로 적힌 우즈베크어 발음은 사라지지만요.


발음 설명 및 지문상의 발음 표기에서 o 를 '어'로 표기한 점이 참 마음에 들었어요. 우즈베키스탄의 o 는 쉽게 이야기해서 '열린 오' 발음이에요. '어'와 '오'의 중간 정도 되는 소리에요.


i 의 소리도 좋게 적혀 있었어요. 우즈베크어의 알파벳 i 의 발음은 '으' 로 나는 경우와 '이'로 나는 경우가 있어요. 물론 초보자가 죄다 '이'로 발음해도 잘 알아듣기는 해요. 대신 초짜 티가 팍팍 나죠. '으'로 발음하되 '이'로 읽어야하는 몇 가지 경우를 기억해서 '이'로 발음하는 것이 그럭저럭 잘 맞는데, 아예 우즈베크어를 잘 모르는 사람이 쓴 것을 보면 싹 다 '이'로 써버린 경우가 있어요. 이건 저기 써 있는 발음 따라읽는 것도 괜찮아요.



이렇게 연습문제도 있어요. 4번 문제는 녹음을 듣고 빈칸을 채워넣는 문제에요. 이 녹음은 책에 동봉된 CD를 실행시켜서 들을 수도 있지만, 홈페이지에서 mp3를 다운로드해서 들을 수 있어요.



거시적 과거시제?


무슨 말인지는 알아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가시적 과거시제'라는 말을 쓰는 것이 나을 거에요. 한자 표기가 없어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요. 우즈베크어도 터키어처럼 di 와 mish 가 있거든요. mish 과거는 거의 배우지도 않고, 심지어 우즈베키스탄의 우즈베크어 교과서에도 잘 나오지는 않지만 안 쓰는 건 아니에요. 저는 분명히 교과서에 '잘 나오지 않는다'고 했지 '안 나온다'고 하지 않았어요. 교과서에도 사용하고, 일상 회화에서도 사용해요.



이 문법 설명은 너무 지나치게 질이 높은데?


우즈베크어 과거시제에는 gan+인칭접사 형태와 gan edi+인칭접사 형태가 있어요. 이것이 원래는 위에 나온대로였다고 해요. 하지만 현대에 와서는 둘의 차이가 실상 없어져버렸다고 해요. 단순히 어학원에서 이렇게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소련 시절 출판된 우즈베크어로 된 우즈베크어 문법 전문서적에 이 내용이 나와요. 즉, 소련 시절 이미 둘의 구분은 큰 의미가 없어져버리고 혼용되어 사용되었다는 거에요. 그리고 현재완료라는 표현 자체가 조금 문제가 있구요. 실제 사용하는 것을 보면 오히려 대과거와 비슷하게 사용되요. 이유는 이 문단 바로 위에서 설명했어요. 오늘날 이 책에서 과거 완료라고 말한 gan edi+인칭접사와 현재완료라고 말한 gan+인칭접사의 구분이 실상 사라졌다구요.



이것이 바로 외국인이 책을 만들었을 때 나타나는 뭔가 조금 어색한 부분. 미래 분사 부분이 조금 어색해요.


미래분사를 '~ㄹ/을' 이라고 설명했어요. 그리고 예문이 이래요.


Samarqandga boradigan avtobusga chiqishim kerak.

사마르칸트에 갈 버스를 타야 합니다.


그런데 이것은 '~하는' 이라고 하는 게 더 자연스럽고 나아요. 예를 들어서 이런 문장도 있어요.


Bu institut biz istiqomat qiladigan ko'chada, uyimiz yaqinda, 50-uyda joylashgan.

이 연구소는 우리가 거주하는 거리에, 우리집 근처에, 50번째 집에 있습니다.


위의 설명대로라면 istiqomat qiladigan 은 '거주할' 이 되요. 하지만 이것은 '거주하는' 이에요.



'동사어간+sa+인칭어미 yaxshi bo'lar edi' (~했으면 좋겠다), '동사어간+gin' (~하도록 해) 는 난이도 꽤 있는 문법이에요.


일단 외국어 공부할 때 대체로 가정법과 조건법이 나오기 시작하면 머리 터진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여기에서는 맛보기로 간단하게 '~았/었/했으면 좋겠다'로 가볍게 끝냈어요.


이 책에서 굳이 아쉬운 점을 꼽아보라면 동부사 형태에 대한 설명이 딱히 안 보인다는 것이었어요. 일단 전반적으로 책은 괜찮았어요. 단지 '그간 우즈베크어 교재가 없었기 때문'은 아니었어요. 문법 설명이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었어요. 부족한 부분들이 여럿 있기는 했지만, 이 책은 총 15과. 너무 많은 문법 설명이 들어가면 오히려 질려버릴 수 있어요.


이 책은 STEP 2가 나오면 더욱 괜찮을 거에요. 동부사, 동형용사에 대한 정리, 보조동사, 간접화법, 가정법 등을 집어넣어서요.


결론적으로 ECKBOOKS 의 The 바른 우즈베크어 STEP 1 은 이름부터 들어가 있는 STEP1 처럼 초급자가 보기에 괜찮은 교재였어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