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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바른 터키어 Step 1 (터키어 기초 회화) - ECKBOOKS

좀좀이 2017. 6. 27.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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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리뷰할 터키어 교재는 ECKBOOKS 에서 나온 The 바른 터키어 Step 1 (터키어 기초 회화) 에요. 이 책은 2016년 11월 15일에 출간된 책이에요.


'이번에는 괜찮은 터키어 교재 나왔을 건가?'


터키어는 한국인이 배우기 쉽다고 잘 알려진 언어. 하지만 국내 시판중인 터키어 교재 중 좋은 교재는 거의 못 봤어요. 말이 좋아 못 본 거지 그냥 없었어요. 한국에서 출판된 터키어 교재를 볼 때마다 이상하다는 의문을 갖게 되는 부분이 너무 많았어요. 나중에는 내가 터키어 알레르기가 있는 것 아닌가 진지하게 고민할 정도였어요. 남들은 다 쉽다고 하는데 왜 책만 보면 머리가 아픈가? 이유를 따지지 않고 맹목적으로 외워보려 했지만 아무리 봐도 정리되지 않고 엉키는 부분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터키어를 공부해야 했던 때가 있었는데, 이때 터키어를 진심으로 격하게 싫어했어요.


국내 터키어 교재들에 끔찍할 정도로 호되게 당해본 적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 나온 것은 뭔가 다를까 싶어서 책을 보았어요.


The 바른 터키어 Step 1 책은 이렇게 생겼어요.


The 바른 터키어 Step 1 (터키어 기초 회화) - ECKBOOKS


The 바른 터키어 Step1 역시 이스탄불 사진. 터키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도시이기는 한데, 참 천편일률적이란 생각도 들어요.



먼저 목차. 총 12과로 구성되어 있어요.


목차를 보니 바로 답이 나왔어요. 이 책에서 새로이 기대할 것은 없었어요. 단지 얼마나 문제가 많은지만을 확인해볼 뿐.


튀르크 언어 - 범위를 조금 한정해서 오우즈어파에 속하는 터키어, 아제르바이잔어의 시제는 2시제설과 3시제설이 있어요. 3시제설은 과거, 현재, 미래가 있다는 것이고, 2시제설은 과거와 비과거가 있다는 설이에요. 저는 2시제설, 3시제설 둘 다 배웠어요.


99.9%는 3시제설에 맞추어서 터키어 문법을 설명해요. 그런데 터키어 시제를 과거, 현재, 미래로 설명하면 설명이 불가능한 부분들이 여러 가지 있어요. 너무 어렵게 갈 것 없이 3시제로 설명하다보면 이런 근본적인 문제가 나타나요.


왜 미래 속의 과거, 미래 속의 미래는 존재하지 않지?


3시제로 보았을 때 과거는 매우 구체적인데, 정작 현재는 과거보다 부실하고, 미래는 오직 하나만 있어요. 과연 터키인들은 과거에 얽매여 사는 과거지향적 추억팔이들인가?


이 문제가 2시제설인 과거-비과거에서는 완벽히 해결되요. 심지어는 3시제설에서 설명을 제대로 못해서 '관습적'이라고 둘러대던 것까지도 논리적 설명이 가능해져요. 2시제설의 과거-비과거는 완벽한 대칭을 이루어요.


3시제설로 공부할 경우, 거의 대부분의 강사들과 교재들이 여기에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편해요. 대신 나중에 대체 왜 그런지 설명도 논리적 이해도 되지 않는 경우들이 튀어나오고, 이것들을 싸그리 묶어서 '관습적, 언어습관적'으로 묶어서 하나하나 외워야하는 상황이 닥쳐요.


2시제설로 공부할 경우, 확실히 잘 맞아요. 문제는 '과거-비과거'라는 개념 자체를 받아들이는 것이 엄청나게 머리아프고 어려운 일이라는 것. '시제'와 '상'을 정확히 구분해내는 것이 당장 터키어 문법 공부하는 것에 앞서는데, 이것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참 어려워요. 그리고 2시제설로 된 교재 자체가 없어요. 더 정확히 말하자면 2시제설로 공부하려면 '접사' 중심으로 된 교재를 찾아야 하는데, 이런 교재는 외국 원서를 뒤져봐도 거의 없어요. 외국어 공부하려고 책을 펼쳤는데 문법 설명에 뜬금없이 공집합 기호인 ∮ 나오면 멘탈 나가요. 멘탈 깨지는 것까지는 아닌데 실제 겪어보면 충격이 꽤 어마어마해요.


터키어를 3시제로 문법을 설명하는 교재야 이것저것 질리게 봤어요. '현재시제'가 등장하는 것을 보자마자 이 책은 3시제로 설명한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어요. 그러면 남은 것은 얼마나 깔끔하고 잘 설명했는지, 현실적으로는 얼마나 또 엉망으로 설명했는지를 확인하는 일.


교재는 지문, 단어설명, 문법설명, 연습문제로 구성되어 있었어요.



이렇게 지문이 시작되요. 라틴 문자를 사용하는 언어라 그런지 딱히 발음을 한글로 표기한 것은 없었어요.



이렇게 단어 설명이 있었어요.



아직까지는 그럭저럭 평범한 문법 설명.


연습문제


이렇게 연습문제도 있어요.



동사의 현재시제. 일단 표를 보면 '동사 어간 + 현재시제'라고 되어 있었어요.



동사어간+현재시제+인칭어미?


이건 또 뭔 말이래...


벌써부터 비전문가가 쓴 티가 팍팍 나기 시작했어요. 아주 번역기 돌린 것 같은 표현. 보통은 저렇게 표현하더라도 '현재시제접사+인칭어미'라고 하지 '현재시제+인칭접사'라고 하지는 않아요. '그까짓 '접사' 없어도 의미는 통하잖아?'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랬다가는 바로 이 생각이 나중에 문제를 크게 일으켜요. 왜냐하면 터키어는 교착어로, 접사를 붙여가며 의미를 구성해가거든요. '접사를 붙인다'는 개념 자체가 매우 중요해요.



과거시제?


이거 뭔가 불길한데...


왠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안 좋은 책일 수도 있겠다는 직감이 이때 확 들었어요.



이것 또한 문제가 있는 부분.


정확히 설명하자면 '할 수 있다'는 A bilmek 이에요. '올 수 있다'는 gele bilmek. 이것을 부정할 때는 두 가지가 가능해요. 먼저 원칙적으로 gele bilmemek. 두 번째는 bil 이 생략된 축약형태인 gelememek.


위에서처럼 설명하면 나중에 gelemezdim  같은 건 설명을 못해요. 또 새로운 문법 하나 창조해야겠죠. 이러면 잉크 소비도 되고 종이 소비도 늘어나니 소비 활성화.



문법 설명을 보면 동사의 과거진행형이라고 하고는 '동사 어간+현재시제+과거시제+인칭어미'라고 하고 있어요. 아래 예문 설명을 보면 무슨 말인지 알 수는 있지만, 동사변화 하나 안에 두 개 시제를 동시에 집어넣는 법은 없어요.


가르칠 때 쉽게 설명하고 양보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절대 양보해서 안 되는 것이 있어요. 그것은 바로 틀리게 가르치는 것. 틀리게 가르치는 것에 대해서만은 절대 양보해서는 안 되요. 특히 기초단계에서 틀리게 배우면 그것이 두고두고 끝까지 문제를 일으켜요. 차라리 저런 거 쓰지 않고 'yor+di+인칭접사'라고 썼으면 그게 훨씬 나았을 거에요.



미래시제인데 설명은 '동사어간+과거시제+인칭어미' 래요. 아무리 오타라도 이런 실수는 좀 그래요.



이 책의 설명은 참으로 오묘했어요. '문장 내에서 꾸며지는 명사를 인칭 표현할 수 없는 경우와 있는 경우'의 차이래요. 이거 말 되는 거 같기도 하고 안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참 애매했어요. 저라면 '수식되는 명사가 동형용사의 행위자인지의 여부에 따라'라고 설명할 거에요. 이게 더 잘 맞거든요.


가게에서 파는 사람 dükanda satan kişi (사람이 판다)

사람이 파는 책 kişinin sattiğı kitabı (사람이 책을 판다)


대충 이런 식이에요. 대놓고 '과거와 현재의 차이'라고 위의 예문에서 '파는'에 해당하는 satan 과 sattiğı 를 설명한 다른 책보다는 100만배 맞지만 저 문장 자체가 아는 사람인 제가 봐도 뭔 말인지 알 수 없는 그 자체가 수수께끼 같은 말이었어요.



역시나!!!!! 이럴 줄 알았다!!!!!


앞에서 불길했던 예감 100% 적중.


위에서 '과거시제'라는 표현을 보고 직감적으로 이건 불길하다고 생각했다고 썼어요. 3시제설에 따른 설명이라 '과거시제' 표현 사용 자체가 이상한 것까지는 아니었지만, 분명히 뭔가 잘못되거나 이상하게 갈 거라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터키어 교재를 보면 '가시적 과거시제'와 '비가시적 과거시제'라는 참 해괴한 용어가 등장하며 과거 시제를 2개로 분류해요.


이것이 무슨 차이냐 하면 일단 일차적으로는 '직접 본 것'과 '직접 보지 않은 것'에 대한 구분이에요. 예를 들어서 '어제 00씨 회사 갔어' 라는 표현에서 '갔다'는 표현을 '자기가 직접 봐서 안 것'과 '타인에게 들어서 안 것'으로 나누어볼 수 있어요. 후자는 간접적으로 알게 된 사실이에요.


문제는 거의 100% 딱 저렇게만 설명하고 끝내버린다는 것. 진짜 그런 교재들 보며 다 찢어버리고 싶었던 적이 참 많아요. 왜냐하면 1인칭 단수에도 쓰거든요.


내가 한 거면 한 거지, 뭘 또 그걸 간접적으로 알았다는 거야? 터키인들은 뒷담화의 민족들이냐? 아니면 정신줄 놓고 사는 민족이야?


절대 이해될 수 없는 것. 이건 적당히 논리네 관습이네 할 부분이 아니에요. 내가 한 짓을 내가 간접적으로 안다는 것이 말이 안 되잖아요.


아주 나중에야 알게 되었어요. 위에서 '비가시적 과거시제'는 '간접적으로 알게된 것' 말고 다른 뜻도 있다는 것을요. 그리고 그 어지간한 교재에 나오지 않는 바로 그 뜻이 1인칭 단수에서 사용하는 방법이었어요. 없는 이야기 지어낸다는 의미가 전혀 아니었어요. 애초에 저 '간접적으로'라는 말에서 없는 이야기 지어냈다는 뜻은 없었는데, 그게 이상하게 와전된 것이었어요.


그래서 '비가시적 과거시제'를 '간접적으로 알게된 것'이라고 설명한 것과 '1인칭 명령법'이라고 써놓은 것만 보면 정말 짜증나요. 이거 때문에 엄청 헤매었거든요. 왜 헤매었는지 궁금하다면 이 두 가지를 생각해보세요.


1. 내가 한 일을 간접적으로 알게 되었다. 대체 무슨 말인가?

2. 내가 나한테 명령한다. 대체 무슨 말인가?


그런데 저건 그 수준을 뛰어넘어 아예 '간접화법'이라고 해버렸어요. 저건 엉터리, 틀린 거에요. '간접화법'이라고 부를 만한 문법은 아예 따로 있어요. 그리고 형태 자체가 달라요. 또한 의미적으로도 아예 틀렸구요.


이 책은 좋은 책이라 할 수 없었어요. 중요한 문제가 여럿 있었어요. 특히 '간접화법'에서는 어이 상실 수준. 문법 설명을 포기하고 회화 지문만 본다면 어떨지는 모르겠어요. 물론 그럴 거라면 포켓 여행회화 책 사서 그것만 외우는 것이 더 낫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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