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중앙아시아 생존기 (2012-2013)

우즈벡어에서의 페르시아어의 영향

좀좀이 2012. 3. 27.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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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벡어는 다른 튀르크 언어들과는 꽤 많이 달라요.


그 이유는 스탈린 시절 우즈벡어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페르시아어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타슈켄트 방언을 일부러 우즈벡어의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이에요.


가장 대표적인 다른 튀르크 언어들과의 차이점이라면 우즈벡어에는 모음조화가 없다는 거에요. 우즈벡어를 공부하다 다른 튀르크 언어를 읽으려고 하면 특히 i 발음 때문에 매우 어색해요. 우즈벡어에서 i 발음은 거의 '으'로 가고, 가장 마지막의 i는 거의 100% '으'로 읽으면 된다고 보면 되요. 가장 마지막의 i을 '이'리고 읽으면 바로 안 좋은 발음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물론 발음이 아주 구려도 다 알아는 들어요. 아니, 아주 잘 이해해요. 심지어는 틀리게 이야기해도 잘 알아들어요. 단, 엉망진창으로 발음하고 이야기하면 대답을 바로 러시아어로 해버리고, 한 번 러시아어가 나오기 시작하면 절대 안 바꾸어주어요.


이게 무슨 말이냐하면 현지인과 대화를 하는데 현지인이 러시아어를 쓰기 시작하면 대화가 끝날 때까지 러시아어를 써버린다는 거에요. 어휘나 표현에서 습관적으로 섞어 쓰는 것과는 확실히 다른 현상이에요. 사투리를 사용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현상이 쉽게 이해될 거에요. 다른 지역 사람들 앞에서는 쓰려고 해도 안 나오는 것이 사투리에요. 경상도 사람들이 끝까지 사투리 쓴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 지역 사람들조차 고향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와 다른 지역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말투가 미묘하게 달라지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스탈린의 업적은 이 뿐만이 아니에요. 타지키스탄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을 만들고 싶은데 원래 타지키스탄 지역은 독립적인 공화국 (SSR)을 만들기에 인구가 턱없이 부족해서 민족 구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인구에 따라 마구 국경선을 설정해버리는 바람에 타지키스탄에는 우즈벡인이 엄청 살고, 타지크인들은 우즈베키스탄에 엄청 살게 되어버렸어요.


이렇다보니 이 나라의 언어인 우즈벡어가 페르시아어, 그리고 페르시아어의 한 계통인 타지크어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은 당연한 일이에요. 당장 헌책방에 가보면 주변 국가인 투르크메니스탄의 투르크멘어 관련 자료는 아예 없다고 해도 무방하고, 카자흐스탄의 카자흐어는 구색맞추기 정도고, 대부분이 타지크어와 파슈토어 관련 자료에요. 파슈토어 서적이 많은 이유는 소련이 1979년에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해서 1988년에 철수했기 때문이죠. 하여간 타지크어 학습 자료라면 여기서 정말 쉽게 구할 수 있어요. 하지만 투르크멘어는 그냥 없다고 봐도 되고, 카자흐어는 있긴 있으나 거의 없어요.


단순히 어휘에서의 영향이라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특별할 것도 없어요. 이것은 거의 모든 튀르크어에서 다 나타나는 현상이거든요. 심지어는 아랍어 차용어휘조차 페르시아어를 거쳐 들어와 발음이 이란식으로 다 바뀌어 있어요. 어휘와 관련해서는 아예 사전도 나와 있어요.


타슈켄트 방언에서 인칭대명사 men, sen 을 '만', '산' 이라고 발음하는 것 역시 페르시아어의 영향.


재미있는 것은 문법에서도 페르시아어의 영향이 나타난다는 거에요. 물론 아직 우즈벡어를 잘 모르기 때문에 찾은 것이 몇 개 안 되지만 지금까지 찾은 것은 다음과 같아요.


1. ham (~도)

Men ham talabaman. 나도 학생이다.


2. u (그리고)

Soat besh-u on 5시 10분

maktabu kutubxona 학교와 도서관


3. to (~까지)

Beruni bekatidan to maktabimizgacha 베루니역에서 우리들의 학교까지


4. ki (절을 이끌음)

Men bilamanki kecha siz vogzalga bormadingiz. 나는 당신이 어제 역에 가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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