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있는 미얀마 식당은 아직 찾지 못했어요. 제가 아는 미얀마 식당은 안산에 있어요. 안산에 2곳 있더라구요.
이번에 가본 미얀마 식당은 '아링연'이라는 곳이에요.
아링연은 안산시 다문화 음식거리에 있어요. 다문화 음식거리와 이어지는 골목 중 하나에 있어요.
아링연은 저 건물 지하에 있어요. 좁은 입구만큼 좁은 계단을 걸어내려가면 철문이 나와요. 철문을 열면 미얀마 식당인 아링연이 나와요.
제가 갔을 때는 토요일 저녁이었어요. 안에서 미얀마인들이 술을 마시면서 포켓볼을 치며 놀고 있었어요. 일단 빈 테이블로 가서 앉았어요.
하얀 보드판에 미얀마어로 뭔가 매우 많이 적혀 있었어요. 이것들이 메뉴인 것 같았지만 뭔지 알 수 없었어요. 인쇄된 미얀마어는 글자가 매우 동글동글한데, 칠판에 적혀 있는 미얀마어 글자는 얼핏 보면 캄보디아의 크메르어 글자와 비슷하게 생겼어요. 처음에는 글자가 각져서 크메르어를 적어놓은 줄 알았어요. 자세히 보니 미얀마어 글자로 적은 것이 맞았어요. 읽지는 못했지만 미얀마어 글자가 어떻게 생긴지는 알거든요.
이것이 이 삭당 메뉴판.
아...주문 대체 어떻게 하지...
뭐가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어요. 밥 먹는 사람이 있으면 '저거 주세요'라고 가리키기라도 할 텐데 와서 하필 제가 갔을 때 식사중인 사람이 없었어요. 이 메뉴판에서 알아볼 수 있는 것은 오직 'So Ju'. So Ju 달라고 할 수는 없었어요. 바보가 아닌 이상 저게 뭔지 알아요. 제가 매우 싫어하는 소주에요. 저 유일하게 아는 것만큼은 죽어도 시키지 않겠다고 다짐했어요.
메뉴판을 놓고 이 난관을 어떻게 자력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답은 보이지 않았어요. 동글동글한 것이 참 예쁘기는 했지만, 그렇게 호감을 갖고 있는 글자라 해서 저 글자들이 갑자기 홀로그램 시뮬레이션으로 바뀌며 음식들 영상이 딱딱 떠오르는 것은 아니었어요.
식당 주인 아저씨가 왔어요. 미얀마인이었어요.
"여기 음식 뭐뭐 있어요?"
"미얀마 음식은 한국인이 먹기 어려워요."
"괜찮아요."
자력갱생은 아예 불가능했기 때문에 바로 음식 뭐 있냐고 물어보았어요. 아저씨는 미얀마 음식은 한국인이 먹기 어려울 거라 했지만 괜찮다고 대답했어요. 그러자 아저씨는 쇠고기, 염소고기, 닭고기 등이 있다고 말했어요. 이것들은 반찬이고, 밥은 천원 추가해야 한다고 했어요.
"면류는 없어요?"
"없어요."
그래서 쇠고기와 밥을 주문했어요. 이름은 뭔지 몰라요. 어쨌든 쇠고기와 밥.
잠시 후, 음식이 나왔어요.
"이것도 미얀마 음식이에요?"
"예, 맛있어요."
음식을 가져온 미얀마인 청년에게 노란 국도 미얀마 음식이냐고 물어보자 맞다고 대답했어요.
쇠고기는 6천원이고 밥은 천원, 국은 서비스인데, 얼핏 보면 밥이 6천원이고 쇠고기가 천원일 거 같았어요.
밥은 길다란 인디카 종이었는데, 아예 훌훌 날아다니는 쌀은 아니었어요. 약간의 찰기는 있었어요.
이것은 겉보기에는 영락없는 카레국이었어요. 그런데 맛은 카레국과 거리가 많이 멀었어요. 맛은 오히려 쇠고기 무국에 가까운 맛이었어요. 아래에는 초록색 콩 비슷한 것이 가라앉아 있었어요.
이것이 바로 그 6천원짜리 쇠고기. 매운 맛이 느껴질락 말락 했고, 카레향이 났어요. 그리고 짰어요. 쇠고기 카레 장조림이라 하면 대충 맛을 짐작할 수 있을 거에요. 고기가 너무 조금 나온 거 아닌가 했는데 짭짤해서 밥을 푹푹 떠먹어야 했어요.
음식 나온 것을 보니 '오리지날'이라는 말이 딱 떠올랐어요. 만약 여기가 한국인들에게 많이 알려졌다면 음식이 좀 더 달라졌을 거에요. 여기 오는 사람들이 거의 다 미얀마인들이다보니 딱 그들이 먹는 식으로 나온 것 같았어요. 이 식당의 위치 및 분위기 자체가 미얀마인 노동자들을 상대로 한 식당 분위기였어요. 나중에 언젠가 서울에 미얀마 식당이 생긴다면 이것과 맛도 많이 다르고 분위기는 정말 많이 다를 거에요. 아직은 서울 번화가에 미얀마 식당이 없으니 이렇게 미얀마인들을 상대로 하는 미얀마 식당에 가지 않는 한 미얀마 음식을 먹을 수 없구요.
한 번은 가볼 만한 식당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