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24시간 카페를 찾아다니면서 이것저것 많이 알게 되었어요.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서울에서 살았으니 서울에서 산 지도 이제 꽤 오래 되었어요. 나름 서울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녀서 서울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어요. 강남은 가본 적이 거의 없어서 거기는 잘 모르지만 그래도 거기 빼고는 웬만큼 안다고 생각했는데 천만의 말씀이었어요. 그것은 저만의 착각이었어요. 서울은 정말로 넓었고 봐도봐도 끝이 없는 곳이었어요.
"나 지금까지 서울 뭘 본 거지?"
스스로 질문을 하게 되었어요. 제가 알고 있던 서울이란 정말 코딱지만한 일부에 불과했어요. 제가 모르는 부분이 훨씬 더 많고 광활했어요. 대학교 진학 덕분에 서울로 처음 올라왔을 때 뭘 봐도 어리둥절했던 그때와 같았어요.
24시간 카페의 분포를 보며 고정관념이 하나 둘 깨져갔어요. 절대 없을 것 같은 동네에 있고, 아주 바글거릴 것 같은 동네에는 또 없었어요.
구로디지털단지도 이런 곳 중 하나였어요. 저는 당연히 신도림과 구로에 24시간 카페가 있을 줄 알았어요. 그리고 구로디지털단지 - 구디는 당연히 구로역에 있는 것인 줄 알았어요. 다 틀렸어요. 구디랑 구로역은 멀고, 구로와 신도림에는 24시간 카페가 없었어요.
구로역이란 어떤 곳인가. 1호선에서 손꼽히게 큰 역 중 하나에요. 여기에서 수원선과 인천선이 갈라지거든요. 구로역에 간 적은 별로 없지만 갈 때마다 참 크다고 생각했어요. 신도림은 언제나 사람이 미어터지는 아름다운 역. 여기도 저는 별로 가본 적이 없어요. 어쨌든 우리나라 지하철 철도 노선의 요지이며, 사람들이 많은 곳이기도 해요. 그런데 정작 여기에는 24시간 카페가 없었어요.
희안하게 구디에 24시간 카페가 여러 곳 있었어요. 구디라고 해서 구로역과 매우 가까울 줄 알았어요. 그런데 구로역이랑 구로디지털단지역은 참 멀었어요. 직선 거리로 보면 구로디지털단지역에서 신림역까지의 거리가 구로디지털단지역에서 구로역까지의 거리였어요. 이 직선거리가 2km를 훨씬 넘었어요. 2km 가 넘는다는 것은 한여름에 웃으며 걸어갈 거리는 아니라는 것이에요.
원래 난곡사거리에 있는 24시간 카페를 가려고 했지만 거기는 문을 닫았어요. 그래서 바로 구로디지털단지로 넘어왔어요. 구디에 있는 24시간 카페를 한 곳 간 후, 이제 어떻게 할까 고민했어요. 구디에서 다른 곳으로 가기가 애매했어요. 이미 5시가 되어가고 있었어요. 조금 있으면 날이 밝아질 것이었어요.
구로역, 신도림역에 없는 24시간 카페가 제가 원한다고 갑자기 생길 리 없었어요. 신도림에 금,토요일만 영업하는 24시간 카페가 있다고 하기는 했지만, 그건 별 의미없었어요. 제가 원하는 것은 연중무휴 24시간 카페였으니까요.
서울 지도를 보며 고민했어요. 구디 근처는 신대방, 대림. 대림은 밤에 위험한 지역이에요. 그래도 24시간 카페가 있으면 가려고 했어요. 당연히 대림에 24시간 카페가 있을 리가 없었어요. 신대방 근처는 아까 지나왔던 난곡사거리.
'구디 언제 또 새벽에 오겠냐. 그냥 구디에 있는 거 하나 더 가자.'
이제 서울 서남권도 끝났어요. 여기에 있는 24시간 카페를 다 가본 것은 당연히 아니에요. 지역별로 하나씩 가보는 것을 대충 다 해보았다는 거에요. 구로디지털단지 너머 서쪽으로는 24시간 카페가 없었으니까요. 봉천역, 서울대입구역, 낙성대역이 빠지기는 했지만 괜찮아요. 사당과 신림 갔으니까요. 이쪽은 아마 이제 새벽에 올 일이 없을 거에요. 그래, 시간도 이제 별로 없고 여기 한동안 새벽에 올 일 없을 테니 이 근처에 있는 곳 하나 더 가자.
구로디지털단지 근처에 있는 카페 중 어디가 괜찮을지 찾아보았어요.
"여기로 가야겠다!"
그래서 가기로 결정한 곳이 바로 데이즈앤데이즈에요. 데이즈앤데이즈는 구로디지털단지 사거리 근처에 있어요. 주소는 서울 관악구 시흥대로 578에요. 지번 주소는 조원동 1643 광안빌딩 2층 광안프라자이에요.
데이즈앤데이즈는 2층에 있었어요. 계단을 올라가는데 쿵짝쿵짝 노래가 쩌렁쩌렁 울려퍼졌어요.
'여기 내 스타일 아닐 거 같은데...'
"여기 예쁘네?"
들어가자마자 감탄했어요.
여기는 베이커리 겸 카페였어요. 그래서 빵도 이것저것 많이 있었어요. 밤에 출출하면 빵 하나 사먹으러 와도 괜찮은 곳이었어요. 빵 가격도 괜찮은 편이었어요.
카운터 뒷편으로는 빵을 만드는 공간이 있었어요.
입구쪽은 이렇게 생겼어요.
카페 내부는 이렇게 생겼어요.
좌석의 의자는 매우 클래식했어요. 뭔가 살짝 다방 느낌이 들었어요. 곳곳에 조명을 감아놓은 나무가 분위기를 더욱 포근하게 만들어주고 있었어요.
흡연실도 따로 마련되어 있었어요.
음악은 조금 크게 틀어놓았어요. 조용한 분위기에서 책을 읽고 싶다면 안 어울리겠지만, 심야시간에 음악을 조금 세게 틀어놓는 것에 대해 꼭 나쁘게 생각하지는 않아요. 카페 에서 자려고 하는 사람들이 은근히 좀 있거든요. 그냥 일반적인 손님이 잠깐 눈 붙이는 것 뿐만 아니라 취객이라든지 가출이라든지요.
여기는 낮에 와도 꽤 괜찮은 곳이었어요. 밤에 여기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괜찮구요. 여기는 나중에 밤에 또 오고 싶었어요. 밤에 빵 하나에 음료 하나 시켜놓고 혼자 글 쓰고 책 읽으면 참 좋을 공간이었어요. 물론 음악 소리를 조금 세게 틀어놓기 때문에 조용한 것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별로인 카페이겠지만요.
그리고 데이즈앤데이즈는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넘어가는 새벽 - 즉 월요일 새벽에는 2시까지만 영업한다고 해요. 나머지는 연중무휴 24시간 오픈이구요. 월요일 새벽에는 이 카페 가지 마세요. 24시간 카페라고 가면 문 닫혀 있을 거에요. 이것은 직원에게 직접 물어본 것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