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베스킨라빈스31

베스킨라빈스31 아이스크림 - 민트 초콜릿 칩 (민트초코)

좀좀이 2017. 3. 20.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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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킨라빈스31에는 아이스크림 종류가 많이 있어요. 당연히 사람들의 평이 좋은 아이스크림도 있고, 평이 매우 안 좋은 아이스크림도 있어요.


이 아이스크림들 가운데에서 가장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아이스크림을 뽑으라 한다면 아마 거의 다 이 아이스크림을 꼽을 거에요.


민트 초콜릿 칩!


배스킨라빈스31 민트 초콜릿 칩은 흔히 '민트초코'로 알려져 있어요. 상당히 오래된 메뉴이기도 하고, 그만큼 먹어본 사람도 많은 메뉴에요. 이 아이스크림은 정말로 호불호가 모세의 기적처럼 쫙 갈려요. 좋아하는 사람들은 정말 좋아하고, 싫어하는 사람들은 극단적으로 싫어해요.


미리 밝히지만 저는 이 메뉴를 싫어하는 쪽이에요.


제가 처음 베스킨라빈스31에 간 것은 대학교 1학년 여름. 친구들과 어울려 놀다가 슬슬 집에 돌아갈 때가 되어서 헤어지려 하는데 아이스크림이나 하나 먹고 헤어지자는 말이 나왔어요. 마침 그때 주변에 배스킨라빈스31 매장이 있었어요.


"베스킨라빈스 맛있냐?"

"글쎄...나도 안 먹어봐서..."

"저기 아이스크림 종류 진짜 31종류일건가?"


무리에서 베스킨라빈스를 안 가본 사람이 많았어요. 그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에 저도 포함되어 있었어요. 맨날 메로나, 죠스바 같은 것만 먹다가 이제 우리도 대학생이니 '베스킨라빈스31'이라는 외국 문물의 맛을 보자고 친구들과 우루루 몰려들어갔어요.


아이스크림 종류가 정말 많았어요. 무엇을 먹어야하나 고민되었어요. 그때 눈에 딱 들어온 것이 있었어요.


민트 초콜릿 칩!


색이 유독 눈에 띄었어요. 하얀색, 초콜렛색 아이스크림 사이에서 얘만 크레파스 에메랄드빛이었어요. 나머지 것은 이름은 거창한데 왠지 흔해보였고, 민트 초콜릿 칩만 다른 곳에서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이었어요.


"이거로 먹어야겠다."


순간 베스킨라빈스를 몇 번 와봤다는 친구가 그거 맛 이상할 거라고 하며 어지간하면 다른 거 고르라고 했어요.


왜 그래? 나 이래뵈도 서울에서 무려 '케밥'이라는 것도 먹어본 사람이야!


이때는 우리나라에 케밥 파는 곳이 정말 없었을 때였어요. 케밥 파는 곳은 이태원에 딱 2곳 있었어요. 당연히 고향에 케밥 같은 것은 존재할 리가 없었고, '케밥'이라는 외국 문물을 접해본 제게 고작 아이스크림 따위가 맛이 특이해봐야 얼마나 특이하겠나 만만해보였어요.


당당히 민트 초콜릿 칩을 골랐어요. 째깐한 아이스크림이 그렇게 비싸다는 것에 경악했어요.


싱글레귤러 컵을 들고 한 스푼 먹는 순간...


양키 고 홈!


마음 속으로 크게 외쳤어요. 한 숟갈 떠먹을 때마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신토불이'를 혓바닥에 새겼어요.


친구가 물어보았어요.


"맛있어?"

"응. 맛 괜찮네."


겉으로는 태연한 척 했지만 속으로는 욕을 바가지로 하고 있었어요. 이런 것을 왜 아이스크림 몇 개 사먹을 돈을 내고 먹어야하지? 맛이나 있으면 모르겠는데, 이건 참 아니었어요. 한 입 먹자마자 '양키 고 홈!'을 외쳤고, 다시는 베스킨라빈스31에 안 가겠다고 다짐했어요. 실제로 그 후 10년 넘게 베스킨라빈스31은 쳐다도 안 봤어요. 아이스크림만은 척화비 장벽을 세워놓았어요. 이 당시 제게 민트 초콜릿 칩은 맛, 가격 등등 총체적, 복합적으로 엄청난 충격이었어요.


그 일이 있은지 10년이 훌쩍 넘어서, 슈팅스타를 먹고 베스킨라빈스31이 죄다 괴악한 맛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나서야 베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들을 다시 먹기 시작했어요.


아마 지금은 이런 충격을 받을 일이 아예 없을 거에요. 우리나라에 여러가지 다양한 맛이 소개되고 존재하고 접하기도 쉬워서 이제 어지간히 역한 맛이 아니라면 저 정도 충격을 못 주니까요.


이번에 먹어본 것은 바로 그 민트 초콜릿 칩이에요.


베스킨라빈스31 아이스크림 - 민트 초콜릿 칩


이 아이스크림을 다시 먹은 이유는 예전 그 충격을 다시 느낄 수 있을 건가 궁금해서였어요. 저 처음 먹었을 때는 군대 가기 전이고 10년도 넘은 일. 지금은 외국 여행도 몇 번 다녀오고 이런 저런 다양한 맛을 맛보아서 입맛의 쇄국정책은 폐지된 지 오래에요. 지금 먹으면 제 평이 달라지지 않을까 궁금했어요.


배스킨라빈스31 민트초코


솔직히 이건 가장 먼저 없어지지 않을까 했어요. 그런데 긴 세월 꿋꿋이 버텼고,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는 것을 알고 정말 놀랐어요. 민트초코 좋아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더라구요. 물론 그만큼 싫어하는 사람도 많구요.


일단 배스킨라빈스31 홈페이지에서 민트 초콜릿 칩을 '쿨한 그녀들의 선택! 상쾌한 민트향에 초코칩까지!' 라고 소개하고 있어요.



하아...너는 변함이 없는 맛이구나...


베스킨라빈스31 아이스크림 통틀어서 처음 먹었을 때의 그 충격은 없었어요. 확실히 제 입맛이 많이 국제화되고 관대해졌어요. 그래도 이것은 친해질 수 없는 맛이었어요.


페리오 치약으로 양치 벅벅 하고 나서 바로 치약 거품 뱉지 않고 초콜렛 입에 넣고 씹어 삼키는 맛.


처음 이것을 먹었을 때 느꼈던 맛과 똑같았어요. 그때도 이 아이스크림이 정말 싫었던 이유는 민트 아이스크림 때문이 아니었어요. 민트맛이 파닥파닥 느껴지고 있는데 갑자기 튀어나오는 떨떠름한 초콜릿맛 때문이었어요. 초콜릿 없이 민트 아이스크림만 먹었다면 '미제 별거 없네'라고 했겠지만 저 뒤에 갑자기 튀어나와 난동을 피우는 초콜릿 맛 때문에 기겁하고 양키 고 홈을 외쳤어요.


달라진 거라면 맛에 대한 경험이 많이 쌓여서 이거 가지고 경악하고 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었어요. 그냥 웃으며 '아, 이건 대학교 1학년 시절을 떠올리고 싶을 때나 먹고, 평소에는 절대 안 먹어야지' 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 시절부터 지금까지 저도, 세상도 크게 바뀌었으니까요.


위에서 밝혔지만, 저는 이 아이스크림 싫어하는 사람이에요. 좋아하는 분들은 분명히 맛있다고 좋게 평을 쓸 거에요. 이 아이스크림은 평이 정말 극단적으로 쫙 갈리는 맛이니 제 글은 그냥 '이거 싫어하는 사람은 이렇게까지 싫어할 수도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보아주셨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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