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무계획이 계획 (2008)

무계획이 계획 - 01 (2008.08.07)

좀좀이 2011. 10. 29.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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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처음으로 카메라를 들고 가방을 등에 메고 갔어요. 모두에게 여행갈 거라고 자랑했어요. 여행 자금을 조금이라도 더 모으기 위해 회사에서 혼자 점심에 공부하며 밥을 안 먹고 있었어요. 이날도 마찬가지였어요. 이날은 그냥 하루 종일 여행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이제 2주일 정도만 회사 오면 퇴사였기 때문에 제가 마무리하던 일만 적당히 하면서 시간을 때우고 있었어요.


"이야, 좋겠다!"
월차가 밀리는 최악의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월요일에 월차를 쓰겠다고 했어요. 그리고 일주일을 버텨서 드디어 금요일이 된 것이었어요. 모두가 아주 여행간다고 잔뜩 티를 내고 출근한 저를 보며 한 마디씩 했어요. 어차피 퇴사가 코앞인데다 여행은 몇 시간 후면 출발할 거라 정신줄 놓고 근무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날 두 가지 일이 발생했어요. 회사에서 갑자기 저에게 골치 아픈 일을 던져주었어요. 저는 저 혼자 처리하던 업무가 있었고, 그 업무는 퇴사일 즈음에 맞추어 끝날 예정이었어요. 더욱이 야근이 아니라 일을 다 하든 못하든 칼퇴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일이 오후에 들어오자 짜증이 확 솟구쳤어요. 비록 퇴사 코앞이라 설렁설렁 근무하고 있기는 했지만, 항상 지시받은 프로젝트만 수행하다가 퇴사 예정자라고 특별히 일을 주지 않아 스스로 만든 프로젝트라 애착이 더 컸어요. 회사에서는 공식적으로 그 프로젝트를 승인한 것은 아니었지만, 워낙 손이 많이 가고 귀찮은 일이었지만 반드시 언젠가는 해결해야하는 숙제와 같은 일이라 그냥 제가 하는 것을 보고 있었어요.

거기에 사무실을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했는데 제 자리만 다른 부서 사람들과 같이 배치되고 나머지 같은 부서사람들은 모두 같은 공간에 배치되었어요. 벌써 나갈 사람이라고 쫓아버리는데 저에게 업무를 오후 늦게 던져주자 화가 솟구쳤어요. 그래도 나름 열심히 일하고 있었고, 퇴사가 가까워졌지만 그래도 아직은 정직원이었어요. 일을 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골치아픈 일을 던져준 상황에서 책상은 엉뚱한 곳으로 빼버리자 기분이 심히 안 좋아졌어요. 사실 그때는 머리 끝까지 화가 나서 분노했어요.

일은 다행히 업무 시간이 끝나기 전에 끝냈어요. 하지만 자리배치와 새로운 업무 때문에 화가 끝까지 나 있었고, 입에서 계속 욕이 튀어나오고 있었어요. 이렇게 회사에서 밝은 표정으로 있고 화난 모습을 보인 적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가뜩이나 저를 피하는 분위기가 더욱 고조되었어요. 일부러 업무를 끝냈으면서 보고하지 않고 있다가 퇴근시간이 되기 직전에 일을 끝냈다고 보고하고 도망쳐버렸어요.

친구와 만나 저녁을 먹는데 화가 가시지 않았어요. 회사에 쌓였던 불만이 없어서 열심히 일한 것이 아니었어요. 단지 그 불만을 꾹 참고 일하던 것이었는데 사표낸 후 갑자기 기피인물처럼 된 것이 화가 났어요. 그 화를 계속 참고 회사를 다니고 있었지만, 드디어 폭발했어요. 그래서 이대로 나갈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야, 나 무단결근해야겠다. 이대로 회사 그만두면 억울해서 못 있겠다."
"너 원래 무단결근할 거 아니었어?"
머리 끝까지 화가 나서 계속 망설이던 결정을 내린 저에게 무단결근 당연히 할 것 아니었냐고 되묻는 친구. 그냥 웃어버리고 말았어요.

저녁을 먹고 공항으로 갔어요. 이미 마음은 결정되었고, 시원하게 부산행 비행기에 올라탔어요. 비행기가 이륙하자 웃음이 저절로 나왔어요. 중학교 수학여행 이후 처음 가는 부산이었어요. 부산에 한 번 꼭 가고 싶었는데 드디어 가게 되었어요. 그리고 회사와 회사 사람들에게 나름 골탕을 먹일 생각을 하니 즐거웠어요. 그리고 시원했어요. 숨을 쉴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부산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어디로 갈지 고민하게 되었어요. 부산 일정이라면 중앙동에 가서 먹을 것을 먹고 밤새 놀다가 범어사에 가서 강릉을 가는 것. 이것이 모든 결정이었어요. 모든 계획이 이것 전부였어요.

일단 정해진 곳인 중앙동으로 가기로 했어요.


부산 지하철표.

지하철을 타고 부산 중앙동에 갔어요. 가자마자 돼지국밥에 시원소주를 먹었어요.
"으아 죽인다!"
"이거 완전 꿀맛인데?"
친구와 저는 거리에서 이것저것 사먹고 돼지국밥을 먹으며 그저 좋아했어요. 정말 먹고 먹고 또 먹었어요. 1만원에 안주 3개라는 술집에 들어갔는데 거기도 양이 푸짐하고 먹을만 했어요.
"부산 먹기 좋다는 거 정말인가봐!"

아무 정보 없이 갔지만 정말 잘 먹고 또 잘 먹었어요. 그냥 먹느라 정신 없었어요. 먹고 이런저런 농담하고 잡담하다보니 어느덧 시간이 1시가 되었어요.

"야, 나 너무 피곤해."
친구가 피곤하다고 했어요. 그래서...


결국 피씨방 가서 시간을 보내다 아침에 광안리 해수욕장에 가서 일출을 보기로 했어요.

둘이 피씨방 가서 한 것은...컴퓨터와 2:6으로 스타하기!

부산까지 와서 피씨방에서 스타크래프트를 하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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