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복습의 시간 (2016)

복습의 시간 - 72 중국 대륙 횡단기 - 시안 맛집 西安 窄巷子陕菜馆 (粉巷店)

좀좀이 2016. 12. 15.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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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뭐 안 먹고 싶어?"

"글쎄."

"우리 뭐 좀 먹을까?"

"아니."


친구가 슬슬 배가 고픈지 제게 무언가 먹지 않겠냐고 물어보았어요. 바로 거절했어요.


"왜? 우리 점심 안 먹었잖아."

"그 별점 5개짜리 식당의 맛이 대체 어떤지 정확히 느껴보려구. 지금 우리 뭐 먹으면 이따 그 식당에서 밥 못 먹어."

"그런가?"

"거기 다섯 시면 문 열잖아. 우리 숙소도 갔다 와야 하구. 거기 만약 자리 다 차면 느긋하게 기다릴 여유가 없네."


친구는 제 말을 듣더니 또 일리가 있어서 잠시 고민에 빠졌어요. 친구도 그 식당의 음식 맛이 매우 궁금했어요. 평가한 사람이 3천명이 넘는데 별점이 5점. 친구와 여행하며 4.5점 받은 식당까지는 가보았지만 5점은 처음이었어요. 이 식당에서 저녁을 먹기 위해서는 무조건 5시에 다시 개시하자마자 식사를 해야 했어요. 숙소 들려서 짐 찾아서 다시 기차역으로 가야 했고, 중국인들이 우리나라처럼 밥을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후다닥 먹고 나갈 리가 없었어요. 더욱이 저녁 시간이니 술 한 잔 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거구요. 결정적으로 5시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주문하지 못하면 정말 오래 기다려야할 수도 있었어요. 왜냐하면 하루 종일 계속 영업중인 것이 아니라 5시부터 다시 영업이 시작되기 때문에 빨리 들어간 사람이 5시에 들어간 사람이니까요.


"우리 이제 뭐하지? 저기가 예전 내가 시안 왔을 때 머물렀던 숙소인데 같이 놀러가볼래?"

"별로. 너 혼자 다녀와."

"너는?"

"나는 여기 앉아서 쉴께."


친구는 잠시 망설이더니 자기가 예전에 시안 여행 왔을 때 머물렀던 숙소 안으로 들어갔어요. 저는 자리에 앉아서 도교 사원을 멍하니 쳐다보았어요.



거리에서는 중국인들이 중국 장기인 샹치를 두고 있었어요.


중국 장기 - 샹치


아무 생각 없이 자리에 멍하니 앉아 있었어요. 자꾸 콧물이 나왔어요. 이것은 분명히 알레르기였어요. 휴지로 콧물을 닦으며 머리 속을 텅 비우고 멍때리며 시간을 보냈어요. 그렇게 밖에서 40분 정도 있었어요. 친구가 다시 밖으로 나왔어요.


"안에 완전 시원해. 그리고 그냥 놀고 있어도 뭐라고 하지도 않더라."


친구는 안에서 재미있게 시간을 보낸 모양이었어요. 시계를 보니 오후 4시 20분이었어요. 아직도 5시가 되려면 40분이나 남았어요.


"이제 뭐하지? 너 뭐 안 먹고 싶어?"

"진짜 dianping 5점 짜리는 대체 어떤 맛인지 확인을 꼭 해야겠다. 할 거 없으면 서원문 거리나 가자. 가서 사진이나 찍으면서 놀게."


친구는 허기가 져서 계속 뭐 먹지 않겠냐고 물어보았어요. 저는 그때마다 절대 안 먹겠다고 대답했어요. 모든 것을 의심해야 하는 중국. 그런데 무려 3천명이 만점을 준 식당. 그 식당의 맛은 대체 어떨까? 이것은 너무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맛이 있다면 맛있는 것 먹었으니 성공이었어요. 맛이 형편없다면 대륙의 스케일로 이루어지는 평점 조작을 목격하게 되니 그것도 나름의 성공이었어요. 물론 평범한 식당이니 아마 진짜 맛이 있을텐데, 중국인들이 어떤 맛을 진짜 맛있다고 하는지 매우 궁금했어요.


시간을 40분 정도 더 보내야했기 때문에 서원문 거리로 갔어요.


중국 서안 서원문


오늘도 역시나 서원문 거리는 한산했어요.



사진을 찍으며 천천히 구경했어요.



죽간을 보니 분서갱유가 떠올랐어요.



거리가 매우 한적해서 사진 찍기는 좋았어요.







'대체 5시는 언제 되는 거야?'


시계를 보니 4시 40분이었어요. 이렇게 기다리는 것은 하나도 즐겁지 않았어요. 거리를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것도 딱히 재미있지 않았어요. 여기를 돌아다니는 목적은 오직 하나.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였어요. 살 만한 기념품이 있나 둘러보러 온 것도 아니고, 여기를 제대로 구경하러 온 것도 아니었어요. 친구와 사이좋게 사진을 찍으며 돌아다니고 있었지만 사진을 찍는 것조차 시간을 때우기 위한 것이었어요.






"이제 가자."


친구가 슬슬 식당으로 돌아가자고 했어요. 시계를 보니 4시 45분이었어요. 조금 이르기는 했지만 미리 들어가서 자리를 잡고 앉아 있으면 되기 때문에 식당으로 향했어요. 이 식당의 이름은 西安 窄巷子陕菜馆 (粉巷店) 였어요.


중국 서안 맛집


안으로 들어가니 아무도 없었어요.


西安 窄巷子陕菜馆 (粉巷店)


중국 시안 맛집 窄巷子陕菜馆 (粉巷店)


식당 안은 그렇게 넓지 않았어요. 일단 매우 깔끔하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식탁 위에는 식기가 놓여 있었어요. 자리에 앉아 식당을 둘러보고 있는데 직원이 메뉴판을 가져왔어요.




"뭐 먹어야 하지?"


친구가 직원에게 무엇이 맛있냐고 물어보았어요. 직원은 면요리와 68원 짜리 요리를 추천하면서, 68위안 짜리 음식은 2명이 먹어도 충분한 양이라고 했어요.


"그래도 남자 두 명이 먹는 건데 68위안짜리 하나 시켜서 나누어먹으면 부족하지 않을까? 그냥 면요리까지 시키자.


68위안짜리 음식은 巷子四绝 이라는 것이었고, 면요리는 辣子鸡捞面 라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음료수를 하나 시켰어요. 음료수는 바로 나왔어요.




이 음료수는 평범한 오렌지향 주스 맛이었어요. 음료수를 조금 먹으며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렸어요.


"여기 대체 얼마나 맛있을까?"

"글쎄..."


중국 맛집 평가


친구와 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여기가 맛있다고 투표했는지 궁금했어요.



사진 찍는 것도 귀찮고 빨리 음식이나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제는 진짜로 배가 고팠거든요. 오늘 하루 종일 먹은 것이 거의 없었어요. 목마르다고 물과 음료만 계속 마셔대었어요. 식당 안으로 사람들이 계속 들어와서 금새 만석이 되었어요. 음식도 나오기 시작했어요. 그러나 저와 친구가 시킨 음식은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이 식당에 1등으로 들어왔는데 음식은 30분이 지나도 나오지 않았어요.


"우리 주문 잊어버린 거 아니야?"

"한 번 물어봐야겠다."


다른 사람들이 시킨 음식은 다 나오고 있는데 저희가 시킨 음식만 30분 넘게 기다려도 안 나오자 친구가 직원에게 왜 음식이 안 나오냐고 물어보았어요. 직원은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했어요. 주문을 잊어버린 것은 아닌 듯 했어요. 주문을 잊어버렸다면 허둥지둥거려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 전혀 없었어요. 지금 주방에서 저와 친구가 주문한 음식 만들고 있으니 조금만 더 기다리라고 말했어요.


드디어 음식이 나왔어요.


"이게 별점 5개의 맛이다, 이거지?"


巷子四绝


이것이 바로 巷子四绝 에요.


辣子鸡捞面


이것은 辣子鸡捞面 에요.


"야, 진짜 맛있어!"

"이건 정말로 별 5개 받을만 하다!"


B에게 미안해지는 맛이었어요. 정말로 엄청나게 맛있어서 B를 이 식당에 데려오지 않은 것이 매우 미안해졌어요. B가 먹은 음식들도 맛있었지만, 여기는 그보다 더 뛰어났어요.


사실 음식이 맛있는지 맛없는지는 어디까지나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이에요. 내 입에 맛있어도 남의 입에는 음식물 쓰레기일 수 있고, 남이 맛있다 해도 내 입에 음식물 쓰레기일 수 있어요. 맛은 절대 신경의 자극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니까요. 오히려 맛에 대한 평가는 기억이 지배하는 경우가 엄청나게 많아요.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추억을 먹고 감성을 먹는 경우가 매우 많다는 것이에요. 아무리 미뢰가 발달했다 하더라도 음식을 먹는 것에 대한 기억이 안 좋다면 그 기억의 고통 때문에 맛을 좋게 평가하지 못해요. 이것이 최악으로 발전하면 다른 사람들과 음식을 먹을 때 무엇을 먹어도 똥씹은 표정으로 처먹으면서 자기는 입맛이 매우 관대하다고 주장해 주변 사람들을 진심으로 짜증나게 만드는 것이죠. 입맛이 까다로운 것과는 큰 차이가 있어요. 이것은 '먹는 즐거움' 자체를 부인하는 것이거든요. 입맛이 까다로운 것은 즐거움의 기준이 매우 섬세하고 뚜렷하다는 것이고, 이 경우는 즐거움이 느껴지는 것 자체를 혐오하는 것이에요. 즉, 만약 자신의 그런 입맛에 불편함을 느낄 때 전자는 이비인후과에 가보는 것이 좋고, 후자는 정신과에 가보는 것이 좋아요.


이 음식들이 모두에게 맛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어요. 저와 친구는 열광하며 먹었지만, 이 맛이 입에 안 맞는 사람도 분명히 많을거니까요. 어쨌든 친구와 계속 음식을 먹으며 이 식당에 평가를 내린 3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혀가 병신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어요.


이것은 맛있는 것이 아니다. 격이 다른 거다.


별점 4.5점짜리 식당까지는 가본 상태였기 때문에 5점이라 해도 그렇게 크게 맛이 달라지지는 않을 거라 예상했어요. 4.5점짜리보다 맛있기야 하겠지만, 평균 0.5점 차이로 심봉사가 두 눈 번쩍 뜨고 나무에 걸린 토끼의 간을 훔쳐서 용궁으로 달려가 불로장생 부귀영화를 누리는 맛의 차이가 날 거라 상상하지는 않았어요. 내가 살아오며 쌓아온 그 모든 기억을 부정하는 절대적인 좋은 맛일리는 없었어요.


친구와 제가 열광한 이유는 지금까지 먹은 음식들과 격이 달랐기 때문이었어요. 먹자마자 '아...이것은 진짜 급이 다르구나'라는 것이 느껴졌어요. '맛없다'부터 '맛있다'까지 차근차근 올라가는 그래프의 선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그래프의 선 꼭대기에서 그냥 뚝 떨어져 더 위에 있었어요. 이래서 중국인들이 별점 5점을 주었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맛이었어요. 입에 맞고 안 맞고를 떠나서 그냥 급이 달랐거든요.


이 음식들 중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바로 辣子鸡捞面 였어요. 매운맛을 다 모아놓은 맛이었어요. 매운맛도 여러가지 맛이 있는데, 이 여러가지 맛이 입술에서부터 뱃속까지 차례차례 빵빵 터지는 맛이었어요. 단 하나의 매운맛이 아니었어요. 여러가지 매운맛이 입술에서부터 뱃속까지 순서대로 터지는 것이 중국식 폭죽이 따다다다 터지는 것 같았어요. 못 먹게 맵지는 않았지만 여러가지 매운맛이 소화기를 자극해 어떻게 맵다고 해야할지 모르게 만드는 매운 맛이었어요.


"여기 진짜 잘 왔다!"


친구와 매우 만족스럽게 먹었어요. 게다가 양도 적어보였지만 먹어보니 적지 않은 양이었어요.




기분좋게 돈을 내고 식당에서 나왔어요.


"이제 뭐하지?"

"그냥 소화시킬 겸 조금 걷다가 기차역 가자."


다시 서원문 거리로 갔어요.


어디에선가 풀벌레 우는 소리가 들렸어요.


중국 귀뚜라미


'저거 마지막 황제에 나오는 거 아닌가?'


작은 대나무 공 안에 풀벌레들이 갇혀 있었어요. 귀뚜라미는 찌르르 찌르르 소리를 내고 있었어요. 너무 오래 전에 보아서 기억이 나지 않지만 영화 '마지막 황제' 마지막에 저것과 비슷한 것이 나오는 것이 기억났어요. 청나라 마지막 황제이자 만주족 황제였던 푸이가 감옥에 갇혀 있을 때 그를 괴롭혔던 나쁜 조선족 간수가 문화대혁명때 끌려다니며 조리돌림 당하는 것을 본 다음 장면이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자금성 어느 건물로 들어가서 자신의 옛날을 회상하려 하자 어떤 아이가 거기는 유적이니 들어가면 안 된다고 했어요. 푸이는 그 어린이의 말을 무시하고 옥좌에 깔린 방석 뒤에 손을 넣어 무언가를 꺼내 어린이에게 주었어요. 그것은 작은 통이었고, 거기에서 풀벌레 소리가 찌르르 찌르르 울리고 있었어요.


저녁이 되자 서원문 거리는 이제 야시장으로 바뀌고 있었어요.






"이제 가자."

"어디?"

"기차역 가게."


친구가 이제 슬슬 기차역 가자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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