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복습의 시간 (2016)

복습의 시간 - 61 중국 란저우 백탑사 中国 兰州 白塔寺

좀좀이 2016. 12. 2.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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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안으로 들어가자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온몸을 감싸안아주었어요.


"아, 시원해!"


밖은 매연에 열기로 장난 아닌데 마트 안은 깔끔한 공기와 상쾌함이 지배하고 있었어요. 문 하나 차이로 세상이 두 개로 쫙 갈라져 있었어요. 마트 입구 쪽에는 음료와 빵을 파는 곳이 있었어요. 밀크티 두 잔을 주문한 후, 자리를 잡고 앉았어요.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가 친구가 카운터로 가서 핸드폰을 충전할 수 있는지 물어보았어요. 직원이 충전시켜주겠다고 하자 친구는 핸드폰을 맡겼어요.


칸막이 너머에는 마트가 있었어요.


중국 대형 마트


"여기 뭐 있는 곳인가?"



빵집 한쪽 벽에는 이 빵집에 대한 설명이 붙어 있었어요. 어떤 체인점 같았어요. 주변을 둘러보며 멍하니 앉아 있는데 직원이 밀크티 나왔다고 알려주었어요.


중국 밀크티


밀크티가 나오자 밀크티를 한 방울씩 음미했어요. 밖에 나가기 싫었어요. 게다가 친구 핸드폰도 충전을 많이 시켜놓아야 했어요. 이따 또 충전할 기회가 올 지 안 올 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당장 B와 연락을 주고받아야 했고, 야시장 가는 길도 친구 스마트폰으로 지도를 보아가며 가야 했어요. 게다가 다음날 아침 시안에 도착하면 예약한 숙소로 지도를 보고 찾아가야 했구요. 음료수를 다 마시면 할 게 없기 때문에 빨대를 이용해 밀크티를 한 방울씩 입 안에 흘려넣고 음미했어요. 소믈리에가 된 냥 쓸 데 없이 혀를 굴려보기도 하고 잔향을 느껴보려고 하기도 했어요.


최대한 오래 버티려 했지만 밀크티는 빠르게 줄어들었어요. 둘 사이에 대화를 나눌 거리도 없었어요. 둘이 다투었거나 감정이 상해서 둘 다 침묵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어요. 이제는 진짜로 모든 소재가 고갈되어버렸어요. 아주 유치원 시절부터 시작해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몇 번씩 우려먹었어요. 재탕 삼탕에 리믹스 버전까지 출시될 지경이었어요. 뭔가 이야기를 해보려 했지만 참신한 이야깃거리가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어요.


그나마 이야기를 몇 마디라도 나눌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시안 일정 때문이었어요. 저는 시안에 별 흥미가 없었고, 친구는 시안을 한 번 다녀왔어요. 저와 친구가 시안에 가는 이유는 B를 만나기 위해서였어요. B도 중국어를 모르기는 매한가지. 그런 B를 위해 아침에 숙소에 짐을 맡기고 시안 공항으로 가야 했어요. 그 다음에 어떻게 할 지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일단 B가 하고 싶어하는 대로 하기로 하되, 첫날은 우리가 힘드니까 시내 돌아다니며 적당히 구경하다 숙소 돌아가서 자기로 했어요. 저녁은 적당히 한국인들이 먹어도 별 말 안 나오고 맛있게 먹을 음식들로 고르고 여기에 칭따오 맥주 마시기로 했어요. B가 오는 일정이 없었다면 둘 다 심심하고 이야깃거리도 없어서 꾸벅꾸벅 졸았을 거에요.


한 시간쯤 그렇게 자리에 앉아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친구 스마트폰은 충전이 매우 많이 되어 있었어요. 다음날 아침까지 버틸 수는 있는 정도였어요. 마음 같아서는 핸드폰을 끄라고 하고 싶었어요. 백탑산 공원 가는 길은 이미 알고 있었거든요. 중산철교로 돌아가서 중산철교를 이용해 황하를 도하한 후, 산을 기어올라가면 되었어요. 이것은 아까 란주방 모스크를 보면서 길을 보아놓았어요. 백탑산 공원 갔다가 내려올 때까지는 스마트폰 지도에 의지할 일이 없었어요. 하지만 끄라고 하지 못했어요. 오늘은 진짜로 B가 물어보는 질문을 다 받아주어야 했거든요.


"여기에서 음료수나 사서 나가자."


마트 안으로 들어갔어요.



중국 과일


과일을 하나 구입하고 싶었지만 손으로 들고 다녀야 했기 때문에 과일을 구입할 수 없었어요. 생각해보니 친구 칼을 투르판 기차역에서 빼앗겼기 때문에 구입해서 먹을 방법이 없었어요. 이따 오는 길에 마트를 들리게 된다면 여기에서 과일과 음료수를 사서 기차역으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아보였어요. 아무래도 마트가 바깥보다 가격이 더 저렴했거든요.


친구는 스포츠 음료를 구입하고 저는 밀크티를 구입한 후 밖으로 나왔어요.


"복숭아 참 맛있게 생겼다."


중국 복숭아


"우리 꼭 백탑사 가야 돼?"

"어! 너 같음 파리 가서 에펠탑 안 볼래?"


제가 말하고도 속으로 뭔가 웃겼어요. 백탑사가 란저우의 대표적인 명소이니 파리의 에펠탑에 비유하는 것이 맞기는 한데, 저는 파리 가서 에펠탑 바로 아래까지 가본 적은 없어요. 항상 멀찍이서 에펠탑을 바라만 볼 뿐이었죠. 어쨌든 중요한 것은 백탑사 만큼은 꼭 가야한다는 것이었어요. 이것은 죽어도 포기할 수 없었어요. 저 백탑사를 안 간다면 여기 와서 남는 것은 결국 거지 같은 란저우 라면에 대한 기억 뿐이었으니까요.


친구가 툴툴대었지만 전혀 신경쓰지 않았어요. 란저우와 란저우 라면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지 않은 대가를 치를 시간이었거든요.


중국 미세먼지


황하로 돌아오자 갑자기 날씨가 나빠졌어요. 갑자기 흙먼지가 확 일어나서 황하를 덮쳤고, 멀리서 천둥치는 소리가 들렸어요.


"야, 비 오겠다."

"어. 비 와도 갈 거야. 내가 다리 분질러져서 기어가더라도 저기 갈 거야. 내가 란저우 라면 먹고 열받아서라도 저건 꼭 간다."

"비오면 카메라 젖어."

"카메라 옷 속에 집어넣고 품어. 그럼 안 젖어!"


하늘이 무섭게 바뀌고 천둥이 쳤지만 란저우 라면에 대한 이 분노를 가라앉힐 수 없었어요. 친구도 제가 란저우 라면 때문에 화가 머리 끝까지 올라간 상태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툴툴대며 따라왔어요. 바람이 불었고, 조금 전까지 맑았던 하늘은 이제 바로 비가 내려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하늘이 되었어요. 이따위 먼지와 바람, 천둥 따위로 제 란저우 라면에 대한 분노를 씻어내줄 수는 없었어요. 오히려 더욱 더 화가 치밀어올랐어요. 날씨까지 저를 엿먹인다 해도 기를 쓰고 백탑사를 가기로 굳게 다짐하고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갔어요.


다시 중산철교로 돌아왔어요.


란저우 중산철교


중산철교를 건너 아까 봐둔 백탑산 공원 입구로 올라갔어요.


백탑산 공원


아까 갔던 란주방 모스크가 나왔어요.


란저우 회족 모스크


란저우 라면에 대한 잊고 싶은 기억과 그 맛을 떠올리자 두 다리에 터보 엔진이 장착되었어요. 비가 오든 눈이 오든 폭풍우가 휘몰아치든 죽어도 가겠다는 생각 뿐이었어요. 이것은 거지 같은 싸구려 중국 봉지 라면과 맛이 똑같았던 란저우 라면에 대한 분노를 씻어내기 위한 신성한 의식이었어요. 한 걸음 힘차게 내딛을 때마다 아직까지도 뱃속에 남아있던 역겨운 란저우 라면 면발이 위장에서 아래로 한 입씩 내려갔어요.




"어?"



다 올라와버렸다.


중국 란저우 백탑사


백탑산 공원 白塔山公园 은 설명을 보면 해발 1700m에 위치하고 있대요. 란저우가 고지대라 우리가 상상하는 1700m짜리 산은 아니에요. 백탑사는 그냥 조금 높은 언덕 정도 되는 곳 꼭대기에 있었어요. 그래도 저질 체력이 된 지 오래고, 강행군인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기 때문에 분명 올라갈 때 허파가 찢어질 거 같은 고통을 느끼고 두 다리가 후들거릴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쩌다보니 아무렇지 않게 정상에 있는 백탑사까지 와버렸어요.


뭐지? 이것은 란저우 라면에 향한 분노의 힘인가?


그런데 친구도 아무렇지 않게 다 올라왔어요.


막상 정상에 올라오자 둘 다 어리둥절했어요. 이것은 대체 무엇인가? 분명히 이것보다 훨씬 쉬워보이는 우루무치 홍산 공원을 기어올라갈 때는 둘 다 헥헥거렸어요. 그렇게 저질 체력을 자랑하던 때가 불과 약 2주 전이었어요. 여기도 분명히 올라가다 힘들어서 한 번 쉬든가 해야 정상이었어요. 그런데 아직은 갈만하니 한참 더 가서 쉬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올라가다보니 벌써 정상에 다다라버렸어요.


둘 다 황당해서 서로를 쳐다보았어요. 이것은 심지어 운동조차 안 되었어요. 친구를 보니 친구도 너무 쉽고 빨리 올라와서 왜 가기 싫다고 징징거렸나 조금 민망해하는 눈치였어요. 물론 절 자체를 싫어해서 가기 싫다는 생각은 기본으로 깔고 있기는 했지만요. 왜 여기를 이렇게 쉽고 빠르게 올라왔는지 둘 다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어쨌든 정상에 오기는 했어요.



백탑사 안을 슬슬 돌아다녀보았어요.



중국인들이 무언가를 열심히 고르고 있어서 뭔가 보자 자기 이름에 쓰인 한자 장식물을 찾고 있었어요.




백탑산 뒷편은 황량했어요.



"저기도 절 있다!"

"절 안 가!"



친구는 절도 절대 안 가겠다고 했어요.


자리에 앉아서 잠시 쉬다 다시 내려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여기로 내려가는 거 맞나?"


친구와 내려가는데 아까 올라온 길이 아닌 다른 길로 내려갔어요. 길 상태가 썩 좋지 않았어요. 조금 더 내려가보았어요. 길이 막혀 있었어요. 둘이 사이좋게 툴툴대며 다시 위로 올라가 원래 왔던 길로 내려갔어요.


중국 란저우 불교 절 법우사


"저 절 들어가볼까?"

"그냥 가게."


친구는 그냥 다 싫고 어서 내려가자고 했어요. 어쨌든 백탑사는 갔다왔기 때문에 그냥 쭐쭐쭐 내려갔어요.



백탑산 공원에서 란저우를 내려다보니 풍경이 꽤 괜찮았어요.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도시처럼 보였어요. 이 절 건물이 그렇게 오래 된 건물은 아니지만요. 워낙 먼지가 많이 쌓여서 아주 자연스럽게 오래된 건물처럼 보이고 있었어요.



중국 기와 지붕의 잡석은 우리나라와 달리 그냥 짐승 모양이었어요.


중국 교통체증


길을 내려다보니 한숨만 나왔어요. 저 길을 또 건너가야만 했어요.


백탑산에서 내려와 길을 건넌 후, 친구의 스마트폰 지도를 보며 야시장을 향해 걸어갔어요.



란저우 특산품을 판다고 해서 무엇을 파나 보니 견과류를 팔고 있었어요.


중국 실크로드 도시 - 란저우


뒤를 돌아보니 정신없는 거리와 사람이 바글거리는 중산철교가 보였고, 그 너머로 조금 전 올라갔다 내려온 백탑산이 보였어요.


'이제 란저우 일정도 이렇게 마무리되어 가는구나.'


란저우 야시장에서 저녁을 먹으면 오늘 일정은 끝날 것이었어요. 백탑산까지 올라갔다오니 드디어 배가 꺼졌어요. 음식을 다시 마음껏 먹을 수 있게 되었어요. 부처님의 보살핌으로 란저우 라면의 저주에서 해방되었어요. 이제 드디어 아까부터 오매불망 갈구했던 '허기짐'이라는 느낌이 느껴졌어요. 뱃속이 비어서 뭔가 하나 먹고 싶었어요. 저녁 식사는 야시장에서 한다고 하지만 그 전에 이 지역 음식을 다시 한 번 먹어보고 싶었어요.


그러고보니 오늘 4개 종교의 사찰을 다녀왔구나!


배고픔을 느끼면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오늘 하루에 종교 사찰을 무려 4개 종교 5개소 다녀왔어요. 이슬람 모스크 2곳, 불교 절 1곳, 가톨릭 성당 1곳, 도교 사원 1곳을 다녀왔어요. 란저우 라면의 저주는 대단했어요. 이렇게 중국의 종교 4개가 모여야 겨우 풀려날 수 있는 저주였어요. 세계 3대 종교에 중국 한족의 종교까지 합쳐져야 간신히 풀려날 수 있었어요.


'란저우 라면, 진짜 인정한다. 너는 정말 끈질긴 놈이었다.'


길을 가다보니 목탑항 木塔巷 거리가 나왔어요.


란저우 木塔巷 거리


거리에는 식당이 여러 곳 있었어요.



"저거 식혜 아니야?"


식당 앞에 식혜 비슷한 것을 팔고 있다고 간판이 걸려 있었어요.


"우리 저거 먹어보자!"

"너 이제 소화 다 되었어?"

"어. 이제 저녁 먹어야겠다."


식혜처럼 생긴 것을 먹기 위해 가게 안으로 들어갔어요.



2개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어요. 벽에는 중국 식혜에 대한 설명이 붙어 있었어요.


중국 식혜


친구가 설명을 간단히 설명해 주었어요. 이것은 甜醅 '티안페이' 라는 음료로, 귀리로 만든 것이래요. 그리고 향이 좋고 시원하고 달다는 것은 한자를 보니 알 수 있었어요.


잠시 후, 식혜가 나왔어요.


甜醅


"야, 이거 완전 식혜다!"

"오, 이거 완전 맛있어!"


진짜 식혜맛과 거의 똑같았어요. 식혜가 조금 더 삭아서 단맛에 더해 시큼한 맛까지 갖게 되면 딱 이맛일 거에요. 귀리는 식혜의 밥알과는 식감이 많이 달랐어요. 깔깔하고 뻣뻣한 느낌이 있었어요. 역시 절에 다녀오니 행운이 증가했구나! 이런 것이 있는 줄도 몰랐고, 이런 것을 먹을 수 있을 거라고 상상도 못 했어요. 야시장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가다 갑자기 이것을 파는 가게가 툭 튀어나와서 호기심에 들어가본 것이었는데 정말로 맛있었어요.


"란저우 라면 따위를 먹을 게 아니라 이런 걸 먹었어야지!"


친구가 이것이 란저우 음식이냐고 물어보았어요. 맞다고 대답했어요. 그 대답을 듣고 먹으니 이 식혜는 마음이 밝아지는 맛이었어요.


식혜를 기분좋게 마시고 다시 야시장을 향해 걸어갔어요.





"여기 야시장인가? 그런데 왜 이렇게 한산하지?"

"여기도 야시장이라면 야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가 가려는 곳은 아니야. 우리가 가려는 곳은 더 가야해."


여기 야시장도 카슈가르 야시장처럼 매우 재미있을 건가?


카슈가르 야시장은 정말 재미있었어요. 둔황 야시장도 나름 재미있었어요. 중국 한족과 회족의 야시장이 점점 기대되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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