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복습의 시간 (2016)

복습의 시간 - 34 중국 서부 변방 카슈가르 아침 풍경

좀좀이 2016. 9. 1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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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밤, 친구와 우수 맥주를 마시고 방으로 돌아와 씻고 일찍 잤어요. 물론 일찍 잤다고 하지만 베이징 시각으로는 매우 늦은 시각이었어요. 숙소에는 중국 안을 여행하는 젊은 중국인들이 바글거렸지만 의외로 별로 시끄럽지 않았어요.


눈을 떴어요. 시계를 보았어요. 아침 8시였어요.


'마지막 날이니까 아침 거리나 구경해야지.'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어요. 순간 문득 생각이 떠올랐어요.


'여기 아침 8시면 현지인들에게는 새벽 6시지!'


전날밤 밤 11시 넘어서 숙소로 돌아왔어요.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사람들이 밖에 많이 있었어요. 상점들은 문을 닫고 있었지만, 돌아다니는 사람은 많았어요. 이 사람들이 일반인보다 밤에 아주 깊은 잠을 잘 리는 없었어요. 이 사람들도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니까요. 지금 시각 아침 8시. 지금 상점 문을 열고 열심히 돌아다니려면 실제적으로 잠은 다섯 시간이나 자는 거에요.


'잠이나 더 자야겠다.'


다시 자리에 누워서 잠을 청했어요. 눈을 다시 떴을 때는 아침 10시였어요. 이제 현지인들 시각으로는 아침 8시. 카슈가르의 아침 풍경을 보려면 이제 슬슬 밖으로 나가야 했어요. 뒤통수를 만져보았어요. 머리가 아주 엉망은 아니었어요. 샤워하고 나가기 귀찮았어요. 아침 10시인데 씻고 샤워하면 아침 풍경이 사라질 것이었어요. 샤워를 하고 나가고 싶다면 아침 9시에 일어나야 했어요.


"어디 가?"

"아침 풍경 보려구. 너는 졸리면 더 자. 나 혼자 동네 한 바퀴 돌아보고 올께."

"같이 가."


친구가 눈을 비비며 일어났어요. 친구가 침대에 앉아 잠을 쫓아내기 위해 몸부림치는 동안 카메라 배터리를 확인해 보았어요. 카메라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빨간 배터리 모습이 LCD 창에 떴어요. 카메라 배터리를 다시 구입해야 할 때가 된 건가? 분명 오늘 아침 일어나자마자 새로 갈아끼운 배터리였는데 별로 안 남았다고 나오고 있었어요. 기분이 안 좋아졌어요. 물론 정 급하면 AA 배터리 4개를 구입하면 되기는 하지만, AA 배터리 4개로 사진을 많이 찍을 수 없었어요. 어쨌든 이 배터리 2조로 둔황 숙소에 도착할 때까지 버텨야 했어요. 야간 이동이 계속 있는데 자꾸 툭하면 카메라 배터리가 없다고 나오니 정말 신경이 많이 쓰였어요.


일단 배터리를 전부 챙겨서 친구와 밖으로 나왔어요.



위구르인들의 아침이 시작되고 있었어요.


위구르인 청소부


폐품을 수거해가는 아저씨도 리어카를 끌고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었어요.


신장 위구르 자치구


喀什


이제 아침 식사 시간이었어요. 사람들이 아침 식사를 하고,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팔고 있었어요.


新疆维吾尔自治区


정육점에서는 고기를 밖에 내다걸며 장사할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저거 뭐 팔고 있는 거지?"


꽃잎


위구르인 할머니와 아주머니께서 꽃잎을 팔고 계셨어요. 혹시 인조 꽃잎 아닌가 하고 다가가서 자세히 살펴보았어요. 진짜 생화의 꽃잎이었어요.



tea house in kashgar


"저거 어제 너가 마시고 맛있다고 했던 말린 살구 음료다."

"어디?"

"저기서 팔고 있잖아."


카슈가르 음료수


친구에게 한 잔 사서 마시겠댜고 물어보자 친구가 괜찮다고 대답했어요.


위구르인 장신구


예전 같았다면 친구가 저기 한 번 구경하고 가자고 했을 거에요. 그러나 향비묘 앞에서 옥팔찌를 구입했기 때문에 친구는 굳이 가서 자세히 구경하려 하지 않았어요.


Turk in china


할아버지께서 가게 문을 열고 청소를 하고 계셨어요. 이 지역이 위생적으로 불결할 것 같지만, 위구르인들은 다른 중앙아시아의 튀르크 민족들처럼 청결에 신경쓰고 있었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도 아침에 저렇게 자기 집 앞을 쓰는 모습을 종종 보곤 했어요. 그래서 의외로 매우 깨끗했어요. 여기도 마찬가지였어요. 위구르인들이 아침에 청소하고 청결에 나름 신경을 썼기 때문에 거리가 그렇게 더럽지는 않았어요.


카슈가르 맨홀 뚜껑


맨홀 뚜껑에는 Old town of Kashgar 라고 적혀 있엇어요. 이왕이면 돔도 하나 그려놓고 보다 중앙아시아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디자인으로 했다면 어땠을까? 저 양각으로 새겨진 그림만 보아서는 이곳의 특별한 분위기가 잘 느껴지지 않았어요. 저건 몬드리안의 차가운 추상화를 보는 것 같았어요. 이 지역 풍경이 저렇게 생기기는 했지만, 저 맨홀 뚜껑 위에 '종로' 라고 적혀 있어도 상당히 그럴싸하게 생겼어요. 직육면체 모양 건물이 빼곡한 모습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거니까요. 아쉬움이 남는 디자인이었어요.



신장 위구르 자치구 상인


카슈가르 빵 장수


멀리서 오토바이가 열심히 이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어요.


morning in kashgar


만두를 찌는 통을 만드는 공방은 이미 작업이 시작되었어요.


카슈가르 공방


아직은 아침 식사 시간. 거리에서 점심, 저녁에 파는 음식과 같은 음식도 있었고, 아침 외에는 볼 수 없는 음식들도 있었어요.




"우리 아침 먹어야하지 않을까? 아침 먹을래?"

"나는 아직 별로."


친구의 반응이 시큰둥했어요. 저도 그다지 배고프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 그냥 가기로 했어요. 친구가 배고프다고 징징거리면 그때 먹어도 되었거든요. 아직 친구가 배고프다고 징징거릴 것에 크게 신경쓸 필요는 없었어요. 식당도 장사를 하고 있었고, 아침 식사를 파는 좌판도 보였고, 가게도 문을 열었거든요. 친구가 배고프다고 하면 그때 알아서 가게에 가서 과자를 사먹든, 같이 아침을 사먹든 해결할 방법이 많았어요.


"저거 한족 애들이 먹는 건데?"

"뭐?"



친구가 가리킨 것은 밀가루를 튀겨 만든 빵이었어요. 저 속에는 아무 것도 들어있지 않았어요. 그냥 딱 밀가루 반죽을 튀겨낸 것이었어요.



"저기 또우장도 있을 건가?"

"가서 물어보자."


중국식 두유인 또우장을 한 번 맛보고 싶었어요. 혹시 저기에서 또우장을 팔면 맛볼 생각이었어요. 그러나 아쉽게도 우유만 팔고 있었어요.


우유는 안 돼.


우유를 못 마시는 유당불내증이 있어서 우유를 못 마시는 것은 아니에요. 우유 그 자체는 잘 마셔요. 그렇지만 여행중 우유는 웬만해서는 입에 안 대요. 왜냐하면 우유는 쉽게 상하거든요. 우유 잘못 마시면 하루 종일 설사에 시달릴 수도 있는데, 우유 속에 들어 있는 세균이 맨눈으로 보일 리 만무했어요. 그러다보니 아주 확실히 깨끗하고 누가 보아도 안전하다는 판단이 서지 않는 한 여행중 우유는 입에 대지 않아요. 우유가 들어 있는 통과 식기 상태를 보니 안 마시는 것이 좋아보였어요. 나쁜 일을 피하기 위해서 나쁜 일이 발생할 0.001%의 가능성도 주지 않는 것이 좋으니까요.


uyghur women



"이제 다 봤네."


친구가 이제 다 보았으니 숙소로 돌아가자는 투로 말했어요.


"골목길 못 봤잖아."

"골목길?"

"응. 어제 갈까 하다가 못 가본 골목길. 거기 가봐야지."

"거기 뭐 있는데?"

"나도 모르지. 그냥 골목길 돌아다녀보는 거지. 피곤하면 들어가서 쉬어."


친구가 숙소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것 같아서 피곤하면 들어가서 쉬라고 했어요. 사실 친구가 저를 따라나온 것 자체가 매우 예상 밖의 일이었어요. 전날 마지막에는 힘들다고 빌빌거렸거든요. 당연히 친구가 저를 따라오지 않고 숙소에서 더 잘 줄 알았어요. 같이 다니면 저야 좋지만, 친구가 바로 다음날 쿠차 일정을 잘 소화해낼 수 있을지가 걱정이었어요. 일단 친구와 쿠차에서 낮에 잠시 공원에 가서 돗자리 펴고 누워서 잠을 자기로 이야기하기는 했어요. 친구는 당연히 가능하다고 호언장담하고 있었지만, 저는 그게 가능할 거라 생각하지 않았어요. 앉아서 쉴 곳이야 찾아보면 있겠지만, 백주대낮에 누워서 쉴 곳을 찾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거든요.


골목길에 특별한 것이 있을 리는 없었어요. 그냥 골목길일 뿐이었어요. 그랬기 때문에 친구에게 힘들면 숙소 돌아가서 더 쉬라고 했는데 친구는 그냥 저와 같이 더 돌아다니겠다고 했어요.



골목길로 들어갔어요.


카슈가르 골목길


카슈가르 아침


골목에서도 아침이 찾아와 사람들이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어요.



포도 덩쿨이 전선을 따라 자라고 있었어요. 포도가 열릴 때가 되면 여기에 포도가 매달려 더욱 아름다운 장면을 만들어낼 거에요.



이것은 왠지 예전 몰타에 있는 작은 도시인 으렌디를 떠올리게 만들었어요. 지중해 섬나라인 몰타와는 엄청나게 멀리 떨어져 있는데 순간 몰타가 떠올라서 흥미롭게 바라보았어요.


카슈가르 위구르인 출근길


일하러 가는 사람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골목길을 지나가고 있었어요.


카슈가르 골목 모스크


이 작은 건물은 모스크였어요. 이 건물 왼쪽 벽에 붙어 있는 초록색 빛바랜 커다란 종이에는 역시나 잘못된 신앙생활에 대한 내용이 인쇄되어 있었어요.






이 골목 역시 관광지로 정비되어 가고 있었어요. 여기는 올드 타운과 달리 꽤 예쁘고 독특하게 잘 정비되었어요.


위구르인 연자방아


이 골목길에는 연자방아 동상도 있었어요.




위구르 문화


골목을 걸으며 전날 보았던 올드 타운이 계속 생각났어요. 돈이 없어서 거기를 방치하는 건가, 아니면 진짜 아예 없애버리려고 방치하는 건가? 왠지 후자일 것 같았어요. 만약 전자라면 조금이라도 보수하는 모습이 보여야 하는데 전날 가서 돌아다녔을 때 보수하는 모습은 보지 못했거든요. 오히려 여기를 철거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장면만 많이 보았어요.





그러나 더 깊은 골목으로 들어가자 이렇게 처참한 모습을 한 집도 나왔어요.



골목을 다 돌아보고 느긋하게 숙소로 걸어갔어요.


'여기는 진짜 우즈베키스탄이랑 비슷하다.'


거리를 돌아다니며 계속 여기 풍경, 언어, 문화 모두 우즈베키스탄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제가 중국에 있는 것인지 우즈베키스탄으로 돌아온 것인지 햇갈릴 정도였어요. 중국어와 위구르어 대신 러시아어와 우즈베크어가 적혀 있다면 우즈베키스탄의 어느 한 마을 풍경이라 해도 믿었을 거에요. 들리는 말이 다른 것은 그냥 이 동네는 사투리가 지독하다고 생각하고 넘어가면 되는 것이구요.


친구는 계속 신기해했고, 저는 우즈베키스탄에서의 추억을 되짚어보았어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친구와 우즈베키스탄을 같이 여행해보았다면 어땠을까? 제가 우즈베키스탄을 여행했을 때 저는 어학원 학생이었어요. 거주지 등록 문제도 없었고, 유적 입장료도 내국인 학생 요금을 적용받았어요. 만약 우즈베키스탄으로 여행을 갔다면 저 역시 꽤 어색했을 거에요. 숙소마다 거주지 등록을 해야 하고, 유적 입장료도 외국인 관광객 요금으로 내어야 해서 최대한 적게 딱 볼만하고 필요한 유적만 들어가기 위해 머리를 굴렸을 거에요. 친구와 제가 못 가본 중앙아시아 국가인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으로 여행을 가고 싶어졌어요. 그러나 사이좋게 비자 문제 때문에 그럴 수 없었어요. 길은 정해져 있었어요. 무조건 이제 동진이었어요.



숙소로 돌아오니 오전 11시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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