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7박 35일 (2009)

7박 35일 - 28 체코 프라하 스트라호프 수도원

좀좀이 2012. 1. 7.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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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프라하 방문 행사를 보고 반대쪽으로 내려갔어요. 우리가 내려간 것은 바로 우체국에 들렸다가 이 건물에 가기 위해서였어요.



바로 스트라호프 수도원. 멀리서 프라하성을 보면 한쪽에는 프라하성이 보이고 다른 한쪽에는 스트라호프 수도원이 보여요. 멀리서 보면 상당히 아름답게 생긴 건물이라 왕궁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일단 무작정 내려가자 브라헤와 케플러의 동상이 있었어요.



사람들에게 우체국이 어디 있냐고 물어보았어요. 사람들은 친절하게 우체국 위치를 알려 주었어요. 제가 우체국에 가려고 한 이유는 바로 체코 우표를 사기 위해서였어요. 요즘은 우표를 잘 모으지 않지만 한때는 우표를 정말 열심히 모았어요. 무슨 특별한 컬렉션을 만들어 갔다기 보다는 아무 우표나 열심히 모으는데 목표가 있기는 있었어요. 그것은 '전세계 모든 국가의 우표를 1장씩 다 가지기' 였어요. 과거 공산권일 때 동유럽 국가들 - 소련, 폴란드, 체코슬로바키아, 헝가리, 유고슬라비아, 알바니아, 불가리아, 루마니아 우표는 다 모았지만, 공산정권이 붕괴되면서 소련, 체코슬로바키아, 유고슬라비아는 여러 나라로 분열되었어요. 이 나라들이 갈라지며  우표들을 우표상 가서 사기엔 우표 수집이 시들해졌기 때문에 돈이 아깝고, 그렇다고 그냥 안 모으고 방치하자니 뭔가 많이 아쉬웠어요. 그러던 차에 여기를 여행하게 되었기 때문에 돌아다니며 몇 장씩 기념으로 구입할 생각이었어요.


사람들이 알려주는 대로 우체국을 찾아갔지만 우체국은 전혀 보이지 않았어요. 후배 표정을 보니 후배도 짜증이 난 것 같았어요. 그때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어요.


'나는 어차피 프라하 돌아올 거잖아. 지금 후배 끌고 다니면서 후배 고생만 시킬 게 아니라 그때 사면 되겠네.'


저는 프라하 관광을 급히 할 필요가 전혀 없었어요. 어차피 여기 다시 돌아와야 했으니까요. 하지만 후배는 여기 다시 올지 안 올지 몰랐어요. 아마 안 올 거 같았어요. 왜냐하면 후배는 터키로 돌아가야 했는데 프라하에서 터키까지 가는 건 교통비가 너무 많이 들었어요. 저야 못 본 것들을 다시 와서 보고 가면 되지만 후배는 오늘이 어쩌면 마지막 프라하 방문이 될 수도 있는 일.


그래서 스트라호프 수도원으로 가기로 했어요. 표지판을 보니 언덕으로 올라가라고 되어 있었어요.



성벽을 따라 올라가는 길이었어요.


"여기 길 예뻐요!"


후배가 좋아했어요. 그러나 잠시후.


"이 길 언제 끝나요?"


나도 몰라!


이 언덕을 다시 올라가는데 은근히 힘들었어요. 피로가 누적되어서 힘든 것인지 저질 체력이라 힘든 것인지 아니면 많이 걸어서 힘든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진짜 힘든 길인지...저도 처음 오는 곳이었기 때문에 왜 힘든지는 알 수 없었어요. 하지만 분명히 힘들었어요.



이런 입구를 통과하자 공원이 나타났어요.



공원에서 스트라호프 수도원 가는 길과 에펠탑 모형처럼 생긴 전망대 가는 길이 있었어요. 여기가 바로 페트신 공원. 저희는 분명히 길을 잘 따라가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도착한 곳은 성 바브지네츠 성당.



그리고 전망대에 도착했어요. 아래 사진은 전망대 근처에 있는 건물.



잠깐만...우리 스트라호프 수도원 가는 거 아니었어?



구시가지로 들어가면서 후배와 에펠탑 비슷하게 생긴 철탑을 보며 '저건 보는 것으로 충분해! 저기는 절대 가지 말자'라고 웃으며 다짐했어요. 그렇게 둘이 의기투합하여 다짐한 전망대에 와 버렸어요. 전망대 쪽에서 보는 경치가 좋다고 했는데 경치가 좋기는..수풀 때문에 보이는 것이 없었어요.


"올라가지 말죠."

"당연하죠!"


왔노라, 보았노라, 돌아갔노라...전망대에 올라가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어요. 이건 그냥 멀리서 보고 끝내기로 다짐했는데 정작 가야 하는 스트라호프 수도원은 못 가고 페트신 공원 전망대에 와 버렸어요. 마음 같아서는 그냥 내려가고 싶었어요. 정말 다리가 아팠지만 어쨌든 여기까지 온 게 아까워서 억지로 스트라호프 수도원을 어떻게든 찾아가기로 했어요. 정말 이때는 길이 만약 없다면 숲 속을 헤쳐서라도 갈 작정이었어요.


조금 걷자 스트라호프 수도원이 나타났어요. 아래 사진은 스트라호프 수도원 근처에서 찍은 프라하 모습이에요.



"이거 내부가 상당히 징그러운데요?"


스트라호프 수도원 내부 사진은 찍어오지 못했어요. 내부는 매우 구불구불한 모습이었어요. 참고로 내부는 이렇게 생겼어요.



참고로 이 사진은 이 여행기가 끝나고 그 다음에 연재될 저의 3번째 해외 여행인 '겨울강행군' 중 찍은 스트라호프 수도원 내부 사진이에요. 이때 갔을 때에는 사진을 안 찍었어요.


취향의 차이이기는 하지만 제 눈에 저 천장이 아무리 봐도 공룡 등뼈를 형상화시켜놓은 것처럼 보였어요. 그래서 아름답다기 보다는 징그러워 보였어요. 왠지 동물의 척추를 보는 기분이 들어서 아름답거나 화려하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어요.


"꽤 오래 전에 지은 건물일텐데 취향 참 이상하다."



외관만 보면 정말 아름답고 마음에 드는 건물이었는데 내부는 제 기대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어서 저를 당황하게 만든 스트라호프 수도원을 뒤로 하고 다시 아래로 내려갔어요.



뭘 의미하는 것인지 감을 잡을 수 있었던 조형물. 1938년부터 뮌헨 협정 이후 나치 독일의 체코슬로바키아 강점이 시작되어서 1945년에 나치 독일이 패망하면서 해방될 때까지 희생된 사람들을 기리는 것 같았어요.


열심히 걸어서 도나우 강으로 돌아왔어요. 내려와보니 아까 건넌 카를교가 아니라 다른 다리였어요.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같은 햇볕과 푸른 하늘이었어요.



다리에서 바라본 카를교.



다리 주변 풍경들




도나우강을 건넌 후 구시가지를 바라보았어요.




프라하 구시가지와 부다페스트 왕궁의 언덕을 비교해보면 프라하 구시가지는 부다페스트 왕궁의 언덕보다 알록달록하고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었어요.


다시 걷기 시작했어요.




저는 카를교보다 이 다리가 더 마음에 들었어요.



계속 걷다보니 어떻게 구시가지 광장까지 오게 되었어요.



틴 성당 앞 구시가지 광장에는 무슨 임시 건물들을 만들고 있었어요. 만드는 이유는 알 수 없었어요.



구 시청사의 천문시계. 부다페스트가 투박한 대신 크고 웅장하다면 프라하는 아기자기하고 예쁘장한 대신 작았어요.



체코의 군인. 가장 오른쪽은 세르비아에서도 보았던 '효도르비치' 스타일이었어요. 하지만 무언가 세르비아 군인과 경찰 '효도르비치들'보다는 몸집이나 위압감이 적어 보였어요. 세르비아의 '효도르비치'들을 보다가 여기 군인들을 보니 왠지 비실비실해 보였어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어요. 별 생각 없이 보이는 식당에 들어갔어요.


"이거보다 구야쉬가 훨씬 맛있네!"


돈이 아까웠어요. 도시가 아름답기는 했지만 정말 여행이 꼬인다는 생각만 들었어요. 크로아티아급은 아니었지만 여기도 충분히 여행은 망쳤어요. 정작 가야하는 프라하성도 못 갔고, 생수는 샀는데 한 모금 먹고 버렸고, 비싼 돈 주고 식당에서 밥을 먹었는데 정말 맛이 없었어요.


이 : 아...짜 하 무 네!


하 : 래? 직 도 안 데?


이 : 를 도 을  해? 도 히 이 이 데...


하 : 이 로 써 지 구!


좀좀이 : 뭔 헛소리야?


하 : 임 작!


아...망했어요.


정말 프라하에 사과하고 싶을 지경이었어요. 드디어 프라하가 제 여행을 망치려고 작정했어요.


날씨가 분 단위로 바뀌어!!!!!


날씨가 변덕이라지만 이렇게 변덕이 심한 것은 처음 보았어요. 무슨 잇몸약 광고 노래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도 아니고 '맑고 비오고 맑고 눈오고 바람불고'가 시작되었어요. 무슨 날씨가 30분을 넘기지 못하고 바뀌었어요. 해가 뜬다 싶으면 갑자기 비가 좍 내리고, 비가 오나 싶으면 다시 해가 뜨고, 이제 날이 개는구나 싶으면 눈이 퍼부었어요.



"아놔 이 미친 날씨!"


날씨가 분 단위로 급격히 바뀌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어요.





이 폭설, 보이시나요? 소낙비가 아니라 소낙눈을 피해 카페로 들어갔어요.


"무슨 날씨가 분 단위로 변해?"


"그러니까요. 눈 매우 무섭게 내리는데요?"


카페에서 커피를 시켜 홀짝홀짝 들이키며 창밖을 보았어요. 눈이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어요. 그러나 느긋하게 커피를 다 마셨을 때 눈이 그쳤어요.


눈이 그치자 밖으로 나왔어요. 표지판을 보니 우체국이 있다고 해서 우체국을 찾아갔어요.



우체국 내부. 우체국이 매우 크고 화려했어요. 보통 우표를 사려는데 역시나 수집용 우표 파는 창구가 문을 닫았으니 다음날 다시 오라고 했어요. 그러나 손짓 발짓 해가면서 '나는 보통 우표를 사고 싶다'고 포기하지 않고 말해서 겨우 체코 공화국 우표를 구입했어요.


우체국에서 나오니 그새 또 눈이 내리고 있었어요.



하...진짜 답이 없다...



하늘에서 눈이 펑펑 쏟아지는데 전혀 즐겁지 않았어요. 그나마 한 가지 위로가 되었던 것은 아까 소낙눈처럼 무식하게 쏟아져내리지는 않았다는 것이었어요. 이 정도 눈은 그럭저럭 맞으면서 다닐만 했어요.



"우리 프라하 야경 찍으러 가요."


"이 날씨에요?"


"그래도 그냥 가려면 아쉽잖아요. 아직 기차 시간도 많이 남았구요. 후딱 갔다 와요!"


그래서 프라하성 야경을 찍으러 갔어요. 아까 멀리 보이는 프라하성을 찍던 다리로 갔어요. 다리에 도착하니 다행히 눈이 그쳤어요.



"야경은 멋있네."


다리에 쌓인 눈을 맨손으로 치우고 카메라를 올려놓고 프라하성 야경을 찍었어요. 몇 번 흔들려서 지우기를 반복하다 배터리가 거의 다 떨어져 갈 때 즈음 드디어 한 장 건졌어요.


야경 사진을 찍고 프라하역으로 돌아가 코인락커에서 가방을 꺼냈어요. 역에서 간단히 샌드위치를 하나씩 사먹고 부다페스트행 기차에 올라탔어요. 프라하에서의 기억들? 미친 날씨와 더럽게 맛이 없어서 한 모금 먹자마자 버려버린 생수만 기억에 남았어요.


"여기 또 와야 하는데..."


다시 프라하로 돌아올 생각을 하니 끔찍했어요. 기차에 올라타는 순간, 다시 살만한 동네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은 평안해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잠깐...그런데 일일권 왜 샀지?


하루 종일 걸어다녔어요. 교통 수단을 몇 번 타기는 했는데 일일권 사는 것보다 그때마다 사는 것이 훨씬 가격이 저렴하다는 계산이 나왔어요. 저렴하게 다니기 위해 일일권을 샀는데 오히려 돈을 더 내고 돌아다닌 셈이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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