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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시 중앙아시아 고려인 마을 및 고려인 식당 우갈록 가는 방법

좀좀이 2016. 5. 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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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시에 고려인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 있다.


정확히 언제 들었는지는 몰라요. 하여간 언젠가 저 말을 듣고 안산시에 고려인 마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거기 가면 고려인 음식을 먹어볼 수 있다고 했어요.


고려인 음식? 국시?


고려인 음식 중 당근김치는 동대문 가면 쉽게 먹을 수 있어요. 문제는 국시. 국시는 우즈베키스탄 있었을 떄에도 먹어보지 못했어요. 국시는 여름 음식인데, 여름에 국시 파는 곳을 보기는 했지만 나중에 먹어야지 하고 미루다가 결국 국시가 들어가 버렸거든요. 그래서 한국 돌아와서 고려인 음식인 국시를 먹어보고 싶었지만, 이건 진짜로 하는 곳을 찾지 못했어요. 동대문에 중앙아시아촌이 있다고 하지만, 거기는 우즈베키스탄 및 몽골에서 온 사람들 중심이 지역이었고, 고려인들도 있기는 했지만 그렇게 비중이 높지 않았어요.


안산에 있는 고려인 마을에 가면 국시를 먹어볼 수 있다는 말에 대체 어디에 있나 열심히 찾아보았어요. 그러나 그 정보를 찾을 수 없었어요. 그래서 제게 이것은 거의 도시전설 같은 존재가 되었어요.


그렇게 꽤 많은 시간이 흘렀어요. 안산에 고려인 마을이 있다는 것은 거의 '카더라', 아니면 그냥 몇 명 조금 모여사는 수준일 거라고만 생각했어요.


그러다 어제 심심해서 안산시 다문화거리에 대해 알아보다가 단서를 하나 찾았어요.


"진짜 있기는 있나보네?"


심지어는 '우갈록' 이라는 식당도 있었어요. 여기 가면 고려인 음식을 먹을 수 있다고 나와 있었어요.


대체 '우갈록'은 어디 있는 거야?


인터넷을 아무 뒤져보아도 '우갈록' 식당에 대한 정보는 없었어요. 한참 뒤지다 이런 사이트를 찾았어요.


http://www.jamir.or.kr/



고려인을 돕는 봉사단체인 '너머'의 홈페이지였어요. 여기에 혹시 '우갈록' 정보가 있나 살펴보니 우갈록 사진이 있었어요. 그리고 인터넷으로 '우갈록'을 계속 검색해보니 잘 보이지 않는 너무 작은 지도가 하나 있었어요.


네이버 지도에서도, 다음 지도에서도 '우갈록'은 검색에 잡히지 않았어요. 결국 흐릿하고 너무 작은 지도 한 장, 그리고 몇몇 사진을 가지고 위치를 추적해 보았어요.


"대충 여기겠구나!"


로드뷰로 건물 외관 장식을 살펴보고 지도로 도로 및 건물 배치를 비교해보니 얼추 어디인지 감이 왔어요. 그래서 바로 지하철을 타고 안산으로 갔어요.


안산역에서 다문화거리로 나가는 출구로 나가자마자 20-1번 버스를 타야 해요. 안산역을 등지고 보았을 때 버스가 왼쪽으로 가야하는데, 타는 곳은 오른쪽으로 가는 버스를 타야 해요. 즉, 나오자마자 바로 있는 첫 번째 버스정거장 앞 도로를 넘어서 두 번째 버스정거장에서 20-1번 버스를 타야 해요. 고려인 마을로 가는 버스는 3종류가 있지만 20-1번 외에 있는 버스인 2-1번 버스는 배차시간이 형편없이 길어요. 그냥 20-1번 버스 타고 간다고 생각하시면 되요.


20-1번 버스를 타면 오른쪽으로 가다가 유턴을 해서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해요. 이렇게 버스를 타고 가서 땟골삼거리 정거장에서 내리면 되요.


땟골 삼거리 정거장에서 내린 후, 버스가 온 길을 되짚어 (내려서 오른쪽으로) 걸어가다 왼쪽에 첫 번째 골목이 나오면 바로 꺾어들어가서 쭉 가면 되요.


네이버, 다음 지도 모두 업데이트가 안 된 길이기 때문에 실제 거리 모습과 로드뷰 사진에는 차이가 있어요.


골목을 쭉 걸어내려가다보면 우갈록 식당이 나와요.


고려인 식당


문이 닫혔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 식당 언제 문 여냐고 물어보았지만 모두 모른다고 대답했어요. 아예 폐업한 것 같지는 않았어요. 단지 언제 여는지 모르겠다고 할 뿐이었어요.


여기서 이 식당이 언제 문 여는지 물어보다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에서 온 우즈베크인과 우즈베크어로 대화를 나누기도 했어요.


확실히 이 동네는 고려인, 중앙아시아에서 온 사람들이 많이 보였어요. 거리에서 러시아어를 하는 한국인들이 종종 보였는데, 이들이 바로 고려인이에요. 고려인들은 한국어보다 러시아어를 많이 사용해요. 이 동네가 바로 안산시 고려인 마을이에요. 안산역에서 절대 가깝지 않고, 버스를 타고 가야 해요.


식당을 찾기까지는 했지만 음식을 먹지 못해 허탈해하며 빵집에 들어갔어요.


고려인 빵


가게 할머니께서도 고려인이셨어요.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오셨다고 하셨어요.


이 가게의 가장 큰 특징은 돼지고기가 들어간 솜사를 판다는 점. 우즈베키스탄에서 솜사 (러시아어로는 쌈사)를 참 많이 먹었어요. 솜사는 페스츄리 반죽 속에 고기가 들어간 빵. 주로 양고기가 들어가요.


이 가게에서 돼지고기가 들어간 솜사는 삼각형으로, 1개에 천원이었어요. 그리고 쇠고기가 들어간 솜사는 사각형으로, 1개에 1500원이었어요. 둘 다 너무 맛있었어요. 이건 우리나라에서 먹을 수 있는 최고의 솜사라고 해도 될 정도였어요. 그리고 돼지고기 솜사는 정작 솜사를 파는 중앙아시아에서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것이었어요. 이것도 나름 고려인 음식이라고 끼워넣는다면 끼워넣을 수 있기는 할 거에요. 참고로 이 솜사는 동대문에서 개당 3천원이에요. 동대문에서 1개 먹으며 '이게 중앙아시아의 맛이야' 할 때 여기서는 3개 먹고 '중앙아시아의 인심이로군'이라고 할 수 있어요.


비록 중앙아시아 고려인 음식인 국시를 먹어보지는 못했지만 여기를 찾았다는 것 자체가 너무 기뻤어요. 지금까지 인터넷에서 여기를 가는 정보가 단 하나도 없었거든요.


안산시 고려인 마을 및 고려인 식당 우갈록을 가기 위해서는 안산역에서 20-1번 버스를 타고 땟골삼거리에서 내리면 되요. 나중에 한국에서의 고려인 모습을 보고 싶으면 한 번 가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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