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2015)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12 인도네시아 요그야카르타

좀좀이 2015. 7. 20.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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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족자카르타역인가?"


기차가 역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4시 40분. 시간으로 보면 여기가 제가 내려야할 기차역 같았어요. 그렇지만 왠지 내리는 것이 망설여졌어요. 왜냐하면 요그야카르타에는 기차역이 3개 있거든요. 먼저 흔히 '요그야카르타역'이라고 부르는 뚜구역 stasiun Tugu, 뚜구역에서 동쪽으로 약 1km 가면 있는 름뿌양안역 stasiun Lempuyangan, 마지막으로 공항에 있는 마구오역 stasiun Maguwo가 있어요. 단순히 요그야카르타 도착했다고 마구 내릴 일이 아니었어요. 그냥 숙소로 들어가는 것이라면 요그야카르타 역 중 아무 데에서나 내려도 큰 상관은 없었어요. 하지만 친구가 뚜구역에서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정확히 뚜구역에서 내려야 했어요.



"여기 뚜구역이에요?"

"예, 뚜구역이에요."


사람들에게 여기가 뚜구역이 맞냐고 물어보자 모두 맞다고 대답했어요.


"어? 빨리 내려야겠다!"


재빨리 짐을 챙겨서 기차 밖으로 나왔어요. 캐리어를 끌고 사람들을 따라갔어요.


"안녕하세요."


키가 작고 귀엽게 생긴 인도네시아 소녀가 제게 다가와 인사했어요.


"혹시..."

"아, 안녕하세요!"


단번에 이 인도네시아 소녀가 저와 만나기로 한 친구임을 알 수 있었어요. 서로 인사를 나눈 후, 미안하지만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하고 캐리어를 끌고 역 구석으로 갔어요. 역 구석으로 간 이유는 신발을 갈아신기 위해서였어요. 원래 기차 안에서 슬리퍼를 벗고 신발로 갈아신을 생각이었는데 늦게 내리는 바람에 그러지 못했고, 역 안에서 갈아신을 곳을 찾으며 걸어가다보니 역에서 나와버렸거든요. 슬리퍼를 벗고 신발로 갈아신고 친구에게 줄 선물을 꺼냈어요.


"여기, 선물 받아요."

"고마워요!"


한국에서 들고온 유자차 믹스와 핸드크림, 그리고 조청유과를 선물로 건네주었어요. 굳이 기차역에서 만나자마자 선물을 준 이유는...선물이 무거웠어요...호텔에 들어간 후 선물을 꺼내서 건네주는 방법도 있었지만, 캐리어 무게를 조금이라도 빨리 줄이고 싶었어요. 이 사악한 욕구 때문에 친구를 만나자마자 선물을 건네주기로 마음먹었던 것이었어요. 그리고 선물을 건네준 후, 캐리어는 예전보다 확실히 가벼워졌어요. 이게 미묘한 차이가 아니라 진짜로 무게가 나름 나가고 있었거든요.


"환전은 어디에서 하나요?"

"따라와요."


친구는 자기를 따라오라고 했어요. 친구를 따라 걸어갔어요.



철로를 타고 차단기 양쪽이 다 내려갔어요.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하지? 가운데에 딱 걸렸는데...차단기를 뛰어넘어가야하나?'


그런데 저를 제외한 모두가 아무렇지 않은 듯 했어요. 사람들은 철길 양쪽으로 찰싹 달라붙었어요. 저도 친구를 따라 철길 구석에 달라붙었고, 캐리어를 잡아당겼어요. 잠시 후, 기차가 제 코 앞을 지나갔어요. 지하철 안전선 바로 위에 서 있는 기분이었어요. 어느 정도 거리가 떨어져 있어서 크게 위험하다고 생각되지는 않았지만, 지하철도 아니고 기차가 이렇게 코 앞을 쿵쾅쿵쾅 달려가는 것은 처음 겪는 일이었어요.


차단기가 열리고 철로에서 빠져나왔어요. 철로에서 빠져나온 저를 이번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오토바이 무리. 이것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수준이 아니라 그냥 일렬, 한 덩어리였어요. 역에서 나와 바로 앞 횡단보도에 서는 그 얼마 되지 않는 거리를 걸으며 친구에게 미안하기는 하지만 만나자마자 잠시 기다리게 하고 운동화로 갈아신기를 정말 잘 했다고 세 번 생각했어요. 사람도 많고 오토바이도 많고 차도 많았거든요. 무질서하지는 않았지만, 매우 혼잡했어요.


친구가 팔을 조금 들고 손바닥을 세우고 길을 건너기 시작했어요. 전혀 안 멈추어줄 것 같던 차와 오토바이가 친구의 행동에 모두 멈추어주었어요. 친구를 따라 후다닥 길을 건넜어요. 오토바이가 하노이에서처럼 사납게 다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오토바이가 많이 다녀서 매우 신경쓰였어요. 예전에 이 친구에게 베트남 하노이에서 찍은 오토바이 행렬 사진을 보여주었을 때 친구가 '하노이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여기도 오토바이 많아'라고 말했던 것이 떠올랐어요. 베트남이 오토바이만 많다면, 여기는 오토바이, 자동차 모두 많았어요.


"너도 오토바이 타?"

"응. 오늘도 오토바이 타고 왔어. 버스 타는 것 알려줄께. 그리고나서 나는 오토바이로 호텔 갈께."


인도네시아에서 오토바이를 이렇게 많이 탈 거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했어요. 자카르타를 거의 보지 못했지만, 자카르타에서 이렇게 엄청나게 많은 오토바이를 보지는 못했어요. 당연히 친구도 저와 같이 버스를 타고 갈 거라 생각했어요. 이렇게 인도네시아인들이 오토바이를 많이 탈 거라 생각을 못했기 때문에 친구는 당연히 버스를 타고 다닐 거라 생각했거든요. 그러나 제 짐작과 달리 친구는 오토바이를 타고 다닌다고 해서 속으로 깜짝 놀랐어요.



환전소로 갔어요. 그러나 환전소는 문이 닫혀 있었어요.


"벌써 닫았어?"


시간을 확인해보니 5시 반 조금 넘었어요. 이 나라는 워낙 더워서 아침 일찍 문을 열고 일찍 문을 닫아버리는 건가? 그러나 문에 매달려 있는 영업시간이 적힌 팻말을 보니 지금은 문이 열려 있어야 하는 시간이었어요.


"오늘 공휴일이야."

"오늘이? 무슨 날인데?"

"석가탄신일."

"석가탄신일? 인도네시아는 이슬람 국가 아니야?"

"맞아. 그런데 석가탄신일은 쉬어."


친구 말에 상당히 큰 충격을 받았어요. 태국의 석가탄신일이 이날 즈음이라는 것은 태국 친구로부터 들어서 알고 있었어요. 석가탄신일 날짜가 우리나라와 다른 것 자체는 놀랄 일이 아니었어요. 그냥 '아, 우리와 다르구나. 신기하다' 정도로 넘어갈 일. 석가탄신일은 전세계 모든 스님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이 날을 석가탄신일로 정합시다'라고 합의를 보아 만든 기념일이 아니니까요. 정말 놀라운 것은 인도네시아가 이슬람 국가라는 점이었어요. 이슬람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석가탄신일을 공휴일로 지정해 쉰다는 것은 인도네시아에 오토바이가 많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예상 밖 일이었어요.


한 가지 다행이라면 인도네시아 루피아가 너무 부족하지는 않다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어찌 보면 좋은 점이고, 어찌 보면 안 좋은 점이 하나 있었어요. 그것은 바로 다음날 오전 일정이 정해졌다는 것. 다음날에는 무조건 가장 먼저 이 환전소로 와야 했어요. 현재 갖고 있는 루피아로 숙박비까지 계산하면 루피아가 간당간당하게 남을 것이었거든요. 숙박비를 달러로 내어봤자 결국은 요그야카르타 있는 동안 환전소를 한 번 와야 할 것이었어요. 나중에 어정쩡한 액수를 환전할 바에는 차라리 오늘 숙박비를 루피아로 지불하고 내일 아침에 환전하러 나오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어요.


친구와 걷고 있던 길은 족자카르타의 중신가인 말리오보로 거리 Jalan Malioboro 였어요.


jalan malioboro


"여기가 족자카르타의 번화가야?"

"응. 여기가 번화가인 말리오보로 거리야."


친구는 저를 버스 정거장으로 데려갔어요. 요그야카르타의 버스 정류장은 우리나라와 달리 들어갈 때 정류장을 지키는 사람에게 돈을 내면 정류장을 지키는 사람이 개찰구에 카드를 넣고 통과시켜주는 식이었어요. 요그야카르타의 이와 같은 버스 체계를 '트랜스족자' Trans Jokja 라고 불러요. BRT라 부르는 버스 전용 운행 체계라고 해요. 친구는 정류장 직원에게 제가 어디로 가서 내려야하는지 말해주고는 오토바이를 타러 갔어요.



버스에 올라탔어요. 정류장 직원은 버스 차장에게 제가 어디에서 내려야한다고 알려주었어요. 정확히 어디에서 내려야하는지는 몰랐지만 제가 내려야하는 정거장은 사이단 다리를 지난 후라는 것은 알고 있었어요. 버스를 타고 조금 가자 사이단 다리가 나왔어요. 그리고 사이단 다리를 지나가자 차장이 제게 버스에서 내리라고 알려주었어요. 버스에서 내리니 친구가 정거장에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친구를 따라가니 제가 머무를 숙소가 나왔어요.


숙소에서 체크인을 했어요.


"프람바난 사원 가는 상품 및 보로부두르 사원 가는 상품 있어요."


직원은 프람바난 사원과 보로부두르 사원 관람 상품 설명이 적힌 팸플릿을 받았어요. 열쇠를 받아서 방으로 갔어요. 방은 정말로 좋았어요. 방을 처음 본 순간 나갈 때 결제가 잘못 되었다고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단 빨리 나가야 했기 때문에 짐만 내려놓고 다시 나왔어요. 친구는 버스를 타고 말리오보로 거리에서 내리라고 알려주었어요.


"이 정도 거리면 걸어가도 되기는 될 거 같은데..."


짐만 없다면 숙소에서 말리오보로 거리까지 걸어가도 그렇게 힘들 것 같지는 않았어요. 버스를 기다리는 데에 걸린 시간이 버스를 타서 말리오보로 거리까지 가는 데에 걸린 시간보다 훨씬 길었어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버스를 매우 오랫동안 기다린 것은 아니지만요.


말리오보로 거리 입구에서 내려 친구를 기다렸어요.


'어? 왜 친구가 안 보이지?'


오토바이로 왔다면 한참 전에 도착해 있을 것이었어요. 그런데 친구가 보이지 않았어요. 이 날, 친구는 매우 평범한 옷을 입고 나왔어요. 게다가 머리에는 히잡을 두르고 있었어요. 평범한 옷에 히잡을 두른 여자는 너무 많았어요. 가뜩이나 거리에 사람들이 많이 있었는데, 여기에 날도 깜깜하니 사람들 속에서 친구를 분간해낼 방법이 없었어요. 친구 키가 작다는 것이 그나마 무수히 많은 히잡을 두른 여자들 사이에서 골라낼 수 있는 기준. 그렇지만 키 작은 여자가 한둘도 아니었어요.


'그냥 기다리자. 엄한 곳 돌아다니다 서로 못 찾을라.'


인도네시아에서 핸드폰 심카드를 구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친구와 연락할 방법이 없었어요. 연락할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어요. 친구는 핸드폰이 있으니까 주변 사람들에게 부탁해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달라고 부탁하는 방법이 있기는 했어요. 이 내용을 인도네시아어로 말하는 것이 문제이기는 했지만요. 중요한 것은 일단 여기 지명을 단 하나도 모른다는 것. 설령 착한 인도네시아인이 도와준다 치더라도, 제가 어디가 어디인지 하나도 몰랐기 때문에 어디에서 만나자고 새로 약속을 정할 방법도 없었어요. 걔가 늦는 것인지, 제가 늦은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엉뚱한 곳으로 제가 가지만 않으면 어쨌든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버스 정류장 근처에서 서 있는데 멀리 친구와 비슷하게 생긴 여자가 보였어요.


'쟤인가...'


길 맞은편에서 오토바이를 주차시키고 있는 키가 작은 인도네시아 소녀가 보였어요. 횡단보도를 건너 그 소녀에게 다가갔어요. 하지만 제 친구가 아니었어요.


'오늘은 그냥 숙소로 들어가야 하나?'


진지하게 숙소로 돌아갈까 고민하고 있는데 친구가 저를 향해 걸어왔어요.


"많이 기다렸어? 미안해. 오토바이 주차하고 오느라 늦었어."

"괜찮아. 우리 어디로 가?"

"말리오보로 거리로 가자."


아까 급히 지나친 말리오보로 거리를 다시 구경하기 시작했어요. 사람들이 정말 많았고, 매우 복잡했어요.


사람들을 구경하며 길을 걷고 있는데 어디에선가 희안한 음악 소리가 들려왔어요.



"저 음악 소리는 뭐지?"



어지간한 길거리 공연은 다 지나치는데, 이것은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어요. 태어나서 처음 듣는 음악인 것은 당연했어요. 단지 그 이유라서 지나칠 수 없었던 것이 아니었어요. 워낙 소리가 독특하고 희안했어요. 그 희안한 소리가 발목을 움켜쥐고 놓아주지를 않았어요. 악기들도 정말 신기하게 생긴 것들이었어요. 대나무로 만든 실로폰 비슷하게 생긴 짤룽 calung 이 내는 맑고 통통 울리는 소리가 매우 매력적이었어요. 여기에 가운데에 있는 실로폰 사촌처럼 생긴 앙클룽 angklung 의 소리. 이것은 정말로 희안한 소리였어요. 게다가 이것을 얼핏 보면 맨손으로 연주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두 손으로 엄청나게 빠르게 두드리며 가락을 만들어내고 있었어요.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자바 음악을 들은 서양 음악인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해요. 그때 음악은 아마 궁중 음악이었을 거에요. 그 음악도 독특하지만, 그 음악에 비해 이것은 더욱 독특했어요. 흔히 말하는 자바 음악이 서양인들에게 큰 충격을 준 음악이라면, 이건 완전 퇴서양인음악. 서양인을 무찌르고 쫓아낼 정도로 신기한 음악이었어요.


양놈들을 무찌르고 쫓아내는 말라카 해협 해적들의 음악


이 음악을 들었을 때 머리에서 떠오른 이미지가 바로 저것이었어요. 그냥 그 음악 자체가 충격이었어요.



사진 한가운데에 있는 악기가 바로 앙클룽이에요.


"저녁 뭐 먹을래?"

"저녁? 글쎄...족자카르타 음식?"

"족자카르타 음식?"

"응. 그런데 나 족자카르타 음식 몰라."


친구는 길가에 있는 음식점 가운데 한 곳으로 데려갔어요.



친구가 요그야카르타 음식이라고 알려준 음식을 시켰어요. 이 음식의 이름은 구덱 Gudeg 이에요. 이 음식은 요그야카르타 기원의 자바섬 음식으로, 설익은 잭푸르트를 종려당과 코코넛 밀크를 넣고 푹 삶아 만든 음식이에요. 이 구덱을 밥 위에 올린 것이기 때문에 이 음식의 정확한 이름은 나시 구덱 Nasi Gudeg 이었어요. 매우 독특한 맛이 날 거라 기대했지만 그냥 평범한 맛이었어요. 딱 사진을 보고 연상되는 맛과 거의 비슷한 맛이었어요. 조금 느끼하기는 했지만 무적의 삼발 소스 때문에 크게 느끼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삼발 소스는 정말 어떤 느끼한 것도 다 맛있게 만들어주는 마법의 소스였어요.


정말 독특한 것은 바로 저 사진 오른쪽에 있는 음료수에요. 이 음료는 es tape 라고 불러요. tape 는 인도네시아어로 '찹쌀' 이라는 뜻이에요. 아래 가라앉아 있는 찹쌀 색깔이 초록색인 이유는 저것을 만들 때 katuk 앞으로 싸서 만들었기 때문이에요. 이 음료의 맛은 딱 막걸리 맛이었어요. 알코올 맛이 없는 막걸리 맛. 생긴 것은 식혜였지만 맛은 막걸리. 그래서 매우 깜짝 놀랐어요. 무알콜 맥주는 직접 마셔본 적까지 있지만, 이렇게 무알콜 막걸리에 가까운 음료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어요. 그것도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요.


"보로부두르 사원과 프람바난 사원은 어떻게 가?"

"프람바난 사원은 1A 버스 종점이고, 보로부드르 사원은 버스를 갈아타서 가야 해."


프람바난 사원은 굳이 호텔에서 상품을 구입해 돌아다닐 필요가 없을 것 같았어요. 버스 종점까지 가면 된다고 했고, 이제 버스 타는 법은 알았으니까요. 그런데 보로부두르 사원 가는 법은 친구가 설명해준 방법을 잘 알아들을 수 없었어요. 무슨 버스 터미널 가서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가야 한다고 했는데, 여기에서 흥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어요. 친구의 설명을 듣는데 잘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나 혼자 스스로 가면 시간이 꽤 오래 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친구와 말리오보로 거리에서 헤어진 후,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를 탔어요.


'내일 일단 오전에는 환전하고, 오후에는 무엇을 하지?'


요그야카르타에서 볼 것이라면 먼저 시내 유적들 구경이 있었고, 프람바난 사원과 보로부두르 사원 관람이 있었어요. 여기에서 제일 보고 싶은 것은 당연히 보로부두르 사원. 무한정 여유를 부릴 수 있을 만큼 시간적 여유가 아주 많은 것은 아니었어요. 뭐가 어찌 되었든 다음날 오후에 뭐든 하나는 꼭 보아야 했어요. 이때 이미 보로부두르 사원을 혼자 찾아갈 생각은 없었어요. 보로부두르가 말이 좋아서 요그야카르타에 있는 것이지, 실제로는 요그야카르타 시내에서 엄청나게 멀리 떨어져 있었거든요.


'아무리 보로부두르 보러 여기 왔다지만 꼭 고생해가면서 스스로 길 찾아 갈 필요는 없잖아?'


굳이 제가 스스로 찾아가며 고생을 할 필요는 없었어요. 거리가 조금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니고 걸어서는 도저히 갈 엄두가 안 나는 거리였어요. 그렇다고 해서 투어 비용이 그렇게 크게 비싼 것도 아니었구요. 투어 비용은 교통비 10만 루피아에 입장료 25만 루피아로 총 35만 루피아. 입장료는 어떻게 가도 같으니까 교통비로 10만 루피아를 내는 게 이 투어 상품을 선택했을 때 발생하는 가격에서의 차이라 보면 되는데, 10만 루피아면 대충 우리나라 돈으로 만원. 정확히 계산하면 1만원이 안 되는 액수였지만, 귀찮아서 인도네시아 루피아 대 한국 원화 환율을 10 대 1 로 계산하고 있었어요.


숙소에 다음날 오후 보로부두르 사원 투어 신청을 한 후, 방으로 돌아왔어요. 방으로 돌아와 핸드폰으로 카카오톡을 확인해보니 인도네시아 친구가 다음날 아침 일찍 자신이 직접 만든 나시 고렝을 가져다주겠다고 메시지를 보내왔어요.


친구에게 고맙다고 메시지를 보낸 후, 샤워를 하고 자리에 누웠어요. 기차에서 실컷 잤지만 잠이 매우 잘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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