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복습의 시간 (2016)

복습의 시간 - 58 중국 실크로드 여행 - 란저우 가톨릭 성당 兰州 天主堂, Lanzhou beef lamian

좀좀이 2016. 11. 2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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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풍경은 여기가 중국이라는 것을 확실히 느끼게 하고 있었어요. 하늘은 너무나 맑아서 아침 9시인데 벌써 덥게 느껴졌어요. 불과 몇 시간 전에 자다가 추워서 일어났는데 언제 그렇게 추웠냐는 듯 땀이 나고 있었어요.


란저우 거리 풍경


"이 가게 왜 이렇게 사람 많냐?"

"맛집인가?"


길을 가는데 란저우 라면 가게가 하나 나왔어요. 안에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았어요. 아침에 먹었던 그 가게와는 비교가 안 되게 사람이 많았어요. 이제 조금은 음식을 더 먹을 수 있게 되었어요. 아침에 란저우 라면 맛에 거하게 분노했지만 그것이 과연 제대로 된 란저우 라면인지 의문이었어요. 회족의 대표적인 음식 중 하나인 란저우 라면을 한족의 음식이라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일단 가게를 살펴보았어요. 여기도 역시나 할랄 음식 가게. 清真 이라는 한자가 눈에 딱 들어왔어요.


내가 아침에 먹은 것이 잘못된 란저우 라면일 거야.


여기까지 오면서 수십번 생각했어요. 왜 친구는 기차에서 란저우 라면이 맛있다고 열광했을까? 중국 하루 이틀 있어본 친구도 아닌데 왜 란저우 라면에 열광했는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이것은 어떻게 설명해보려 해도 설명할 방법이 없었어요. 한국에서 먹었던 중국 봉지 라면과 똑같은 맛을 가진 라면에 중국에서 일하며 지내던 친구가 열광한다? 6개월 어학 연수 다녀온 학생의 말이라면 얘가 경험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그런데 친구는 몇 년을 중국에서 일한 친구. 한국 봉지 라면과 맛이 똑같았다고 한다면 친구 혀가 중국 음식에 많이 지치고 향수병을 느끼고 있다고 이해했을 거에요. 하지만 란저우 라면은 한국 라면과는 맛이 달랐어요. 중국 봉지 라면과 맛이 똑같았어요. 친구가 중국에서 인스턴트 라면 하나도 안 먹어봤나? 그것도 아니었어요. 친구의 중국 음식 경험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 한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감도 잡히지 않았어요.


결론은 하나. 아침에 먹은 란저우 라면이 정말 맛 더럽게 없는 가게였다.


"란저우 라면 다시 도전해봐?"

"아침에 먹은 란저우 라면이 맛없는 것일 거야."

"그런가..."


뭔가 확신이 들지 않았어요.


"여기 맛집이네! 가게에 적혀 있다!"


란저우 라면을 또 먹어야하나 말아야하나 망설이는데 친구가 안으로 들어가서 계산대 쪽을 보더니 제게 여기가 진짜 란저우 라면 맛집이라고 소리쳤어요.


"그래! 아침에 먹은 게 맛 더럽게 없는 집 것이었을 거야!"


사람이 바글대는 란저우 라면 가게 안으로 들어가서 라면을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어요.


란저우 라면 맛집


입구에 있는 계산대 쪽에는 이것저것 많이 매달려 있었어요.



일단 유명하기는 한 것 같았어요. 유명하고 말고를 떠나서 어쨌든 사람들이 사방팔방 후루룩 좝좝 란저우 라면을 먹고 있었어요. 사람들이 란저우 우육면을 맛있게 먹고 있어서 조금 기대가 되었어요. 정말로 국물이 춤추며 오장육부로 쏟아져 나오는 그런 극한의 진미를 맛볼 수 있을 것인가! 아침의 참사를 잊게 만들어줄 봄바람에 미쳐날뛰는 쇠고기 국물의 맛이 나를 치료해줄 것인가!


Lanzhou beef lamian


주방에서는 사람들이 열심히 면을 뽑고 란저우 라면을 만들고 있었어요. 주문 후 자리에 앉아서 조금 기다리자 라면을 가져가라고 했어요. 커다란 라면 그릇은 매우 뜨거웠고 미끌거렸어요. 조심스럽게 라면 그릇을 들고 자리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어요. 그릇이 미끄럽고 뜨거워서 자리로 가다가 놓치는 거 아닌가 계속 걱정되었어요. 아래쪽을 양손으로 감쌀 수 있을 정도로 그릇이 미지근하지도 않았고, 손가락으로 버티며 가는데 크고 무겁고 미끄러워서 조금만 방심해도 미끄러져 놓칠 수 있었어요. 떨어뜨릴락 말락할 때 간신히 자리에 도착해 라면 그릇을 탁자에 내려놓았어요.


란저우 라면


아침 엉터리 면발 말아놓은 것에 대한 복수를 해다오!


"윽!"


면발이 폭주 기관차처럼 입 안으로 들어왔어요. 그리고 그 폭주 기관차는 거칠 것 없이 정수리를 향해 달려갔어요. 그 맛은 미뢰에서 전두엽까지 0.000001초만에 주파했고, 시신경과 눈물샘을 거칠게 밀어제껴 치워버렸고, 정수리를 뚫어버렸어요. 엄청난 폭풍과 충격이 몰려왔어요. 전날 기차에서의 고통, 기차역에서의 분노, 새벽의 한기, 그리고 아침의 란저우 라면. 모두 이 순간을 위한 것이었어요. 이 일련의 시련은 모두 이 순간의 감정을 위한 것. 봄날의 꽃이 피기 위해 혹독한 겨울을 보내야 하는 것처럼 고생을 했던 것이었어요.


뜨거워서 후후 불어가며 계속 먹었어요. 커다란 그릇 속에 가득 담긴 란저우 라면. 얼굴을 처박고 먹고 싶을 정도였어요. 입으로만 먹는 것조차 괴로웠어요. 눈, 코, 입, 귀 모두 동원해 빨리 빨리 먹고 싶었어요. 부지런히 젓가락을 움직였어요. 열심히 턱을 움직였어요. 제가 의도하지 않아도 제 턱은 한겨울 혹한 속에 반팔에 반바지만 입고 나간 것처럼 열심히 위아래로 움직이고 있었어요.


아침에 먹은 거랑 똑같잖아!


진짜로 분노했어요. 양은 더럽게 많았어요. 맛이나 똑같으면 양이라도 적든가요. 이건 맛은 똑같은데 양은 아침에 먹은 것보다 훨씬 더 많았어요. 이건 먹어도 먹어도 줄지도 않았어요. 음식 버리기 싫어서 빨리 먹고 끝내버리려고 열심히 턱을 움직여대고 젓가락질을 해대는데도 줄어드는 티도 안 났어요. 게다가 엄청 뜨거워서 면발은 매우 빠르게 불어터져가고 있었어요. 고개를 푹 숙이고 두 눈을 꽉 감았어요. 면발 한 번 삼킬 때마다 뱃속에 돌덩이 하나씩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고, 자유낙하하는 그 돌덩이가 만들어내는 충격은 척추를 뒤흔들고 정수리를 때렸어요.


이 가게 앞에서 1초라도 망설인 내가 등신이다.


이 가게에 사람이 많든 적든 절대 망설이지 말았어야 했어요. 가게에 사람이 많은 것을 보고 망설인 그 순간이 오늘 최악, 아니, 정확히 말해서 이번 여행 최악의 실수였어요. 사람이 많든 말든 신경을 꺼야 했는데 사람이 많다고 발걸음을 멈춘 순간, 제 앞에 있는 것은 길이 아니라 구렁텅이였던 것이었어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진심으로 그 가게 앞을 지나기 직전 순간으로 되돌리고 싶었어요.


"아까 아침에 먹은 거랑 똑같잖아!"

"그렇네?"


친구도 당황했어요. 친구는 아침에 국물은 마시지 않았어요. 면과 건더기만 건져먹고 끝냈어요. 그래도 이 라면이 많아서 절반 조금 넘게 먹다가 젓가락을 놓아버렸어요. 문제는 바로 나. 아침에 국물까지 싹싹 다 먹었어. 모스크 가서 화장실 갔다온 후 배가 조금 비었다고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이 라면은 양이 지나치게 많아. 이건 열심히 먹어도 끝도 안 보여. 더욱 절망적인 상황이었어요.


"더 못 먹겠다."


면발과 건더기를 다 먹고 국물을 마시다 포기했어요. 아침에는 배가 부른 것 때문에 기분이 나빴는데, 이제 그 아침의 상황은 기분 나빠야할 상황 축에도 못 들어갈 정도였어요. 이제는 당장 뱃속에 있는 것이 쏠릴 거 같았어요. 진짜로 목구멍까지 란저우 우육면이 들어찼어요. 오늘 더 이상 무언가를 먹기는 이제 완벽히 글러버렸어요. 다음날까지 아무 것도 안 먹어도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이 자식, 라면 얼마 먹지도 않고 남겼어!'


왠지 먹는 시늉만 하면서 남에게 진짜 맛없는 거 먹이는 장난에 걸린 느낌이었어요. 친구가 악의적으로 그런 것은 당연히 아니지만요. 친구는 먹다가 배불러오니까 젓가락을 내려놓아버린 것 뿐이었어요. 저는 그게 안 되어서 꾸역꾸역 먹다가 면발과 건더기 다 먹고 국물 마시다 포기한 것이었구요. 하지만 이 란저우 라면의 대참사는 란저우에 라면 먹으러 온 그 자체에 있으니 뭔가 당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화장실 가서 토해버릴까?


아침 일어나자마자 국물 라면 5개 끓여먹은 기분. 이 느낌, 이 감동! 이 여행, 생각해보니 출발할 때 돈 아낀다고 비빔 라면 4개 한 번에 끓여서 먹고 왔지! 진짜 초심으로 돌아가게 하는 포만감이었어요. 이제 그 기생충 같은 라면 면발들이 자기들끼리 짓눌리고 미어터져서 뱃속에서 꿈지럭거리지도 못하고 있었어요. 그냥 거대한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서 위장을 꽉 채우고 있었어요.


진지하게 화장실 가서 토해버릴까 고민했어요.


란저우에 먹을 게 뭐가 있겠냐?


화장실 가서 속을 게워내면 속이 비기는 할 거에요. 그런데 토하면 기분이 더 더러워질 것 같았어요. 라면 면발과 건더기만 곱게 나올 것이 아니라 위산도 같이 나올 거고, 입으로만 얌전히 나오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코로도 나올 거구요. 영화에서 독약을 먹고 코와 입으로 피를 뿜어내는 것은 종종 보았지만, 제가 란저우 라면 먹고 그렇게 코와 입으로 란저우 라면을 뿜어내고 싶지는 않았어요. 중요한 것은 토해내면 뱃속은 비겠지만 토했다는 것 그 자체로 또 충분히 기분이 안 좋아진다는 것이었어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그저 이 돌덩어리 같은 뱃속의 라면이 소화되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어요.


소 잡아먹은 뱀이 되어서 가게에서 기어나왔어요. 친구도 아침에 먹은 그 란저우 라면과 맛이 똑같다는 것에 상당히 당황해하고 있었어요. 둘이 사이좋게 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고민했어요. 이 가게 안에 있는 사람들 혓바닥은 대체 무엇인가. 이것은 문화 상대주의로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 고작 인스턴트 면발에서 수타면으로 바뀌었다고 열광하는 거야? 그런데 중국은 널리고 널린 흔해빠진 것이 수타면이잖아! 친구가 계산대 쪽을 자세히 바라보더니 소리쳤어요.


"여기 양 많다고 맛집이네!"

"이...아우...!"


머리 끝까지 화가 났어요. 분노가 폭발해 뚜껑이 멀리 서울까지 날아갔어요. 맛집은 맞는데 맛있어서 맛집이 아니라 양이 많아서 맛집이었던 것이었어요. 왠지 아까 양 더럽게 많더라. 아무리 아침에 먹은 라면이 배에 남아 있다 해도 그렇지, 먹어도 먹어도 줄어들지 않는 라면의 양은 정상이 아니었어요. 아침에 먹은 라면 그릇만큼 면이 들어 있었어요. 친구가 그냥 맛집이라고 해서 들어갔는데 이 가게가 유명한 진짜 이유는 바로 라면의 양.


친구 말 믿었다가는 란저우 일정 아주 개판되겠다.


지금까지 친구를 굳게 믿고 있었어요. 그 믿음이 제 눈 앞 현실을 왜곡시키고 있었어요. 눈에 씌인 믿음이 깨졌고 현실이 보였어요. 친구가 란저우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진짜로 란저우 라면 밖에 없었어요. 얘를 믿고 얘와 상의하며 란저우를 돌아다닌다면 이 일정은 무조건 망해요. 이것이 바로 현실이었어요.


나는 대체 여기 왜 왔단 말인가!


라면이 입에 안 맞는 문제가 아니었어요. 서울 동대문 창신시장에서 천원 주면 살 수 있는 흔해 빠진 중국 봉지 라면과 똑같은 맛의 라면이라는 것이 문제였어요. 면발이 수타면이라서? 중국에 넘치고 넘치는 게 수타면이에요. 면 뽑는 기계가 사람 하나 더 고용해서 수타로 면 더 뽑게 하는 것보다 훨씬 비쌀 거에요. 란저우까지 오면서 식당에서 기계로 뽑아낸 면발은 먹어보지 못했어요. 친구가 생각하는 오늘의 일정대로 다녔다가는 진짜 남는 것이 란저우 라면 밖에 없을 거에요. 이 친구는 종교 시설 들어가는 거 다 싫다고 징징거리며 땡깡부리고 돈 내고 들어가는 것은 다 싫다고 투덜대니까요. 친구 생각대로 따라간다면 적당히 황하 강변 어딘가 쉴 만한 곳 가서 거기서 돗자리 깔고 잠만 자며 소중한 시간만 쓰레기로 만들어서 소각해버릴 것이 뻔했어요.


"오늘 백탑사 꼭 간다. 그리고 나 여기 음식 이제 안 먹어!"


백탑사는 유료든 무료든 무조건 간다. 이게 3시간 산을 기어올라가야 갈 수 있는 곳이라 해도 무조건 간다. 네 발로 기어서 올라가더라도, 갑자기 천둥 번개 날벼락에 나무 뽑히는 강풍이 불어도 무조건 간다.


란저우 라면을 먹고 란저우에서 기대할 만한 음식은 없을 거라 결론을 내렸어요. 이 동네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이 이따위 맛이라면 다른 음식은 기대할 필요도 없었어요. 설령 있다고 해도 먹을 수도 없었어요. 점심은 절대 먹을 수 없었어요. 그렇게 쉽게 꺼질 배가 아니었어요. 게다가 당장 조금 후 찾아올 갈증도 문제였어요. 벌써 슬슬 목이 말라오기 시작하는데 액체를 마실 정도의 공간조차 배에 남아 있지 않았어요. 기적적으로 여기에서 정말 맛있는 음식을 알게 되고 발견하게 된다 하더라도 그것을 먹을 능력은 완벽히 제거당해버렸어요. 이 도시에 그 어떤 음식도 기대하지 않지만, 설령 기적이 발생한다 해도 배불러서 먹지도 못해요.


여기에 온 의미를 찾아야 했어요. 란저우 라면 때문에 여기에 왔다고 하고 싶지 않았어요. 이 자체를 부정하고 싶었어요. 아니, 그래야만 했어요. 너무 바보같고 한심해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먹는 것은 이제 아예 끝나버렸으니 남은 것은 보는 것. 여기에서 유명한 것은 백탑사. 백탑사가 왜 중요한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유명하대요. 그거라도 보고 가야겠다고 굳게 결심했어요. 친구가 징징대든 바닥에 주저앉아 땡깡을 피우든 알 바 아니었어요. 여기에 온 이유를 하나라도 찾아야 했고, 그것은 바로 백탑사였어요. 10년이 흐르고 20년이 흐른다 하더라도 이날 일정에 대해 '란저우 우육면 먹으러 란저우 갔고, 란저우 라면만 먹고 쉬다 시안으로 갔다'고 생각하면 열불이 나서 견딜 수 없을 거에요. 그만큼 깊게 실망했고 깊게 분노했어요. 란저우에서 란저우 라면 먹고 남은 시간 적당히 쉬다가 시간 가는 기차를 타려면 란저우 라면이 끝내주게 맛있어야 했는데, 이것은 끝내주는 맛이었어요. 왜냐하면 끝내주게 분노했으니까요.


입에서 좋은 말이 나올 리가 없었어요. 친구에 대한 분노는 하늘이 무너지든 핵폭탄이 터지든 무조건 오늘 백탑사 간다는 것으로 끝냈지만, 란저우 라면에 대한 분노는 끝나지가 않았어요. 란저우 라면에 대해 계속 욕을 했어요. 욕이라도 하면서 입이라도 더 움직여야 칼로리 소모가 빨리 되고 소화가 미세하게나마 더 잘 될 테니까요. 그 이전에 란저우 라면에 대한 분노는 이제 참을 수가 없었구요. 한 그릇만 먹었을 때도 열받았는데, 이건 곱빼기였어요. 이따위 것을 두 번 먹었다는 것만으로도 진심 분노할 상황인데, 그 다음 것은 곱빼기에 맞먹는 양. 한 번은 실수라 하지만 두 번째는 진짜로 대참사였어요. 처음 란저우 라면은 자연재해 같은 것이었지만 두 번째 란저우 라면은 그야말로 인재였어요.


친구는 계속 나도 이럴 줄은 몰랐다고 말했어요. 친구도 제가 분기탱천한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거든요. 제가 어지간하면 다 맛있어하고 좋아하며 먹는다는 사실을 친구도 잘 알고 있었어요. 중국의 그 썩은 빙초산 같은 식초를 상당히 싫어하기는 하지만, 이 식초를 처음 맛보자마자 분노하지는 않았어요. 처음에는 중국 식초 참 역하고 우리나라 식초랑 다르다고 하며 웃으며 먹었고, 그 다음부터는 알아서 이 중국 식초는 피했어요. 음식 맛없다고 격분하는 제 모습은 친구도 처음 보는 것이었어요. 저 또한 이렇게 음식 때문에 격분한 일은 성인이 되고 나서 정확히 두 번째였어요. 정말 맛없다고 생각한 음식도 재미있는 경험 했고 이것도 추억이라며 웃어 넘기는데 이것은 그게 되지 않았어요. 내가 왜 여행 와서까지 방구석에서 끓여먹던 그 라면을 아주 배터지게 두 번이나 처먹었나 분노했어요.


모스크에서 받은 알라의 축복은 이렇게 양으로 유명한 맛집에서 먹은 란저우 라면으로 다 날아갔어요. 오히려 축복을 무성의하게 사용해서 분노했는지 아까보다 더욱 커다란 괴로운 포만감이 뱃속에 자리잡았어요.


란저우 아침


거리의 아침은 매우 평화로웠어요. 저 빼고 평화로웠어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제 목이 말랐어요. 이런 상황에서는 탄산수를 마시는 것이 가장 좋은데 당연히 탄산수가 있을 리 없었어요. 어쩔 수 없이 콜라를 사서 마셨어요. 트림하면 입으로 콜라 거품이 흘러나올 거 같았어요.


살살 콜라를 마셔가며 갈증을 달래가고 있는데 과자점이 하나 나왔어요. 사람들이 과자를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었어요.


"저거 맛있겠다!"


친구가 외쳤어요. 하지만 친구가 외치든 말든 귀담아 듣지 않았어요. 란저우의 먹을 것에 대한 일말의 기대도 남지 않았고, 먹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어요. 목이 말라서 음료수를 마시고 싶은데 배가 너무 불러서 시원하게 마시지 못하고 조금씩 천천히 홀짝거리고 있었으니까요.


"우리 저거 먹자."

"싫어. 나 안 먹어."

"저거 완전 맛집인가봐! 사람들 막 줄 서 있어!"

"아까 라면집은 안 그랬냐?


친구를 쏘아보며 말했어요. 친구는 계속 저렇게 사람들 많이 서 있으니 분명 유명한 맛집일 거고, 과자도 엄청 맛있을 거라고 말하며 계속 사먹자고 졸랐어요.


"나 안 먹는다니까? 내가 꼭 같이 먹어야할 이유 있냐? 정 먹고 싶으면 너 돈으로 사먹어! 꼭 공금으로 사먹어야 할 필요 있냐? 나는 저거 죽어도 안 먹을 거니까 그렇게 먹고 싶으면 너 돈으로 사먹어!"


목마른데 토할 거 같아서 콜라를 찔끔찔끔 마셔야 하는 이 상황 자체가 화나는데 친구가 계속 과자 사서 먹자고 졸라대니 더 화가 났어요. 지금껏 각자 혼자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개인 돈으로 사서 먹어왔구요. 친구는 저 과자를 공금으로 사고 싶었던 것이었지만, 저는 저 과자를 단 1개도 제 입에 넣을 생각이 없었어요. 란저우의 먹거리 모두가 꼴도 보기 싫었어요.


"그리고 나는 분명히 말했다. 나 저 과자 절대 안 먹어."


친구는 망설이다가 줄을 서서 자기 돈으로 과자를 구입했어요.



길 맞은 편에서는 중국인이 야채를 다듬어 팔고 있었어요. 야채 다듬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는데 친구가 과자를 사와서 종이 포장을 찢었어요. 과자는 커다란 쿠키였어요. 딱 봐도 먹으면 엄청나게 목마르게 만들 모양이었어요.


"와! 이거 진짜 맛있어! 야, 야, 이거 진짜 맛있어!"

"어. 너 다 먹어. 나는 안 먹어."


친구는 완전 부드럽고 맛있다면서 계속 먹었어요.


兰州


"저 교회 같은 것이 성당인가?"


멀리 다홍빛 뾰족 지붕이 보였어요. 지붕 위에는 십자가가 있었어요. 저것이 가톨릭 성당인지 개신교 교회인지 저것만 봐서는 알 수가 없었어요.


일단 십자가가 걸려 있는 뾰족한 지붕이 보이는 곳 쪽으로 걸어가는데 벽에 란저우 볼거리 사진이 붙어 있었어요. 백탑사가 있었고, 수차 비슷한 것이 있었어요. 양가죽을 이어 만든 배도 있었어요. 백탑사 외에는 뭔지 아무 것도 알지 못 했지만 일단 사진을 찍어놓았어요. 성당 가면 누군가 하나는 있을 거고, 친구가 가톨릭에 중국어를 할 줄 아는 한국인이니 이 사진들을 보여주며 물어보면 매우 자세한 관광 정보를 획득할 수 있을 것이었어요.


Lanzhou Catholic church


"성당이다!"


중국 란저우 가톨릭 성당


건물 위에는 천주당 天主堂 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입구에 계신 아주머니들께 인사를 드리고 성당 예배당 안에 들어갈 수 있냐고 여쭈어보았어요. 아주머니는 저와 친구에게 따라오라고 하셨어요.




독특한 점은 벽에 한자로 무언가 적혀 있다는 것이었어요.


친구는 아주머니와 중국어로 무언가 계속 이야기했어요. 몇 마디는 알아들었는데, 저와 친구가 한국인이며 저는 중국어를 모르고, 자기는 중국어를 공부해서 안다는 내용이었어요. 여기에 자기가 가톨릭 교인이라고 밝히자 아주머니께서는 매우 좋아하시며 2층도 보여주겠다고 하셨어요.



2층 예배실에 들어가보는 것은 처음이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성당이 상당히 어렵게 느껴져서 제대로 들어가보지도 못했어요. 신부님과 수녀님 돌아다니시는 모습 보면 섣불리 예배당 들어가서 구경할 엄두가 나지 않더라구요. 외국 여행 나가면 '나는 외국인'이라는 용기를 갖고 들어가서 구경을 하기는 하지만 2층까지 올라가볼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그냥 1층 큰 예배당만 보고 나오곤 했어요. 그래서 2층 예배실은 제대로 본 적이 없었어요.


중국 가톨릭 성당 예배당



"우와!"


감탄이 나왔어요. 한자로 적힌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한자 자체가 신기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어요. 벽에는 중국 전통 복장을 한 성모마리아님 성화가 걸려 있었어요. 예배용 의자 위에 놓여 있는 성경을 보니 중국어로 되어 있었어요.



2층에서 내려다본 1층은 또 다른 모습이었어요.



"저 성화는 진짜 갖고 싶다."


비록 가톨릭 교인은 아니지만 중국 전통 복장을 입은 성모마리아 성화는 정말 갖고 싶었어요. 이런 것이 바로 제가 여행 중 찾던 것이었어요. 중국 기념품 대부분 이제 식상했어요. 저를 위해 사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어요. 거의 다 우리나라에서 너무 많이 봐서 저런 거 사는 것은 돈낭비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중국 다녀온 사람들이 구입해온 것은 기본이고, 우리나라 관광지에서 파는 기념품 상당수가 중국제에요. 그냥 중국 기념품을 그대로 들여와서 파는 경우도 엄청나게 많아요. 그래서 중국에서 기념품 살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그렇지만 이 중국 전통 의상 한푸를 입은 성모마리아 성화는 달랐어요. 이것은 우리나라에서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어요. 이런 성화는 중국에서밖에 구할 수 없어요. 이런 것이야말로 진정한 기념품이자 보물이었어요.


친구도 그 성화를 정말로 마음에 들어했어요. 그래서 아주머니께 중국어로 중국 전통 의상을 입은 성모마리아 성화를 여기에서 구입할 수 있냐고 물어보았어요. 아주머니께서는 여기에서는 팔지 않고 상하이 같은 대도시 가면 아마 구할 수 있을 거라고 대답해주셨어요.


2층 예배실 구경을 마치고 성당에서 나오려는데 신부님과 마주쳤어요. 아주머니께서는 이들이 한국인이고, 친구가 중국어를 할 줄 아는 가톨릭 교인이라고 소개했어요. 그러자 신부님께서 잠시 차 한 잔 하고 가지 않겠냐고 물어보셨어요.


"너 괜찮겠어?"

"응. 너가 괜찮다면."

"나는 좋지."


저는 중국어도 모르고 가톨릭 교인도 아니지만 괜찮았어요. 친구가 억지로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진짜 신부님과 대화하고 싶어했거든요. 그것으로 만족이었어요. 여행을 하면서 대화의 리듬을 타는 법을 깨우쳤어요. 여기에서도 친구와 신부님의 대화 시간 동안 리듬을 타면 되었어요. 둘의 이야기를 거의 완벽히 못 알아듣겠지만 란저우 라면이 오늘 일의 기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진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기쁜 일이었어요.


신부님과 친구를 따라 계단을 올라갔어요. 신부님의 방으로 들어갔어요. 신부님께서는 차와 해바라기씨를 내주셨어요. 그리고 다른 신부님도 부르셨어요. 친구는 신부님 두 분과 중국어로 대화를 나누었고, 저는 리듬을 탔어요. 일단 대화를 못 알아들으므로 절대 짜증나는 표정 짓지 말고 계속 밝은 표정 짓기, 그리고 친구와 신부님 표정 보며 진지한 이야기 한다 싶으면 가끔 얼굴에서 힘 빼기, 그리고 화자를 쳐다보아주기를 했어요.


열심히 해바라기씨를 까먹었어요. 대화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제 반응은 분명 신부님 두 분께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었어요. 리듬을 타는 것은 할 수 있었지만 정말 듣고 이해하는 것은 무리였어요. 중국에 있는 성당을 찾아왔다고 하느님께서 제게 중국어를 깨닫게 하는 기적을 내려주시지는 않았거든요. 제가 지루해할까봐 신경쓰시지 않도록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열심히 해바라기씨를 까먹는 것이었어요. 일단 먹고 있으면 그만 먹을 때까지 신경을 덜 쓰니까요.


해바라기씨 까먹는 것을 안 좋아하지만 일단 할 줄은 알아요. 친구가 마음껏 대화를 나누라고 열심히 짝짝거리며 까먹었어요.


한 시간 정도 그렇게 친구는 신부님 두 분과 대화를 나누었고, 저는 해바라기씨를 까먹으며 리듬을 탔어요. 11시가 되자 친구와 신부님 두 분의 대화가 끝났어요.


"너 해바라기씨 되게 좋아한다."

"뭘 좋아해? 이거 안 까먹으면 계속 신경쓰시니까 까먹은 거지."


신부님께서 신경써서 해바라기씨 내주었는데 안 까먹는 것은 결례. 게다가 해바라기씨 안 까먹고 리듬만 타고 있으면 계속 제가 지루해할까봐 셋 다 신경을 쓸 것이 분명하니 그때는 제 존재 자체가 민폐. 제가 해바라기씨 맛을 안 좋아해서 해바라기씨 까먹은 것을 안 좋아하는 것은 아니에요. 해바라기씨 껍질 속에 있는 알은 매우 좋아해요. 단지 해바라기씨 한 개씩 까먹는 것이 재미있는 것이 아니라 귀찮고 감질나서 안 좋아하는 것 뿐이에요. 억지로 해바라기씨를 까먹은 것은 아니었어요.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신부님께서 친구에게 과자를 주셨어요. 이 역시 아까 친구가 산 쿠키와 비슷한 쿠키였어요.


중국 크리스트교 천사상


성당 밖으로 나왔어요. 아까 제대로 찍지 못한 천사상과 성당 입구의 기둥을 사진으로 찍었어요. 성당 기둥을 보면 정말 중국답게 빨간 종이 위에 한자로 무언가 적혀 있어요.


아주머니께서 백탑사 가는 방법을 알려주셨어요. 황하까지 걸어가기에는 거리가 조금 있으니 버스를 타고 가라고 알려주셨어요. 아주머니께서 알려주신대로 버스를 탔어요.


"야, 봐! 종교 시설 가면 내가 운이 좋아진다고 했지? 너 과자도 얻었잖아."

"아...뭔가 반박하고 싶은데 참 반박이 안 되네..."


제 말이 매우 못마땅한 친구. 아니라고 강력히 부정하고 싶은데 또 부정할 수가 없어서 괴로워했어요. 아무리 부정하려 해도 손에 들고 있는 과자의 존재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었거든요. 계속 '아, 이것은 아닌데...' 했지만 강력한 물증 앞에 제 주장을 인정해야만 했어요.


버스 기사는 아주머니였어요.


"이 아주머니 왜 이러지?"


이 아주머니는 김연아 팬이 분명할 거에요. 김연아의 연기를 보고 아사다 마오처럼 트리플 악셀을 갈고 닦겠다고 다짐한 것이 분명했어요. 이 아주머니는 트리플 악셀레이터를 밟아대고 있었어요. 이렇게 난폭하게 운전하는 버스는 처음이었어요. 승용차 사이에 틈이 있으면 바로 버스 머리를 비집어넣고 끼어들었어요. 사람 몇 명 타지도 못하는 하찮은 승용차가 주제도 모르고 끼어들기 하려고 하면 바로 다시 트리플 악셀레이터를 밟았어요. 이 아주머니에게 브레이크란 없었어요. 오직 파워풀한 핸들링과 트리플 악셀레이터만 있을 뿐이었어요.


"아, 미치겠네! 이게 버스야, 카트라이더야?"


이 버스 기사 아주머니가 카트라이더 한다면 분명히 세계 톱랭킹권일 거에요. 카트라이더는 게임이지만, 이 아주머니는 카트라이더를 실사판으로 찍고 있었어요. 그 어떤 몇 명 타지도 못하는 째깐한 승용차 따위들에게는 절대 자기 앞에 끼어드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고, 브레이크 따위란 거추장스러운 장식에 불과했어요. 거침없는 핸들링과 코너웍으로 무수히 많은 승용차를 제쳤어요.


이렇게 거리에서 카트라이더 실사판을 찍고 있는 버스에 타고 있었지만 속이 뒤집어지거나 하지 않은 이유는 이 아주머니에게 브레이크란 거추장스러운 부속물일 뿐이었기 때문이었어요. 만약 브레이크까지 마구 밟아대면서 댄스머신 강림했다면 진짜로 속이 뒤집어졌을 거에요. 브레이크를 꽉꽉 밟아대지 않았고 저와 친구 모두 의자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이 아주머니의 난폭운전을 멀미하지 않고 온몸으로 음미할 수 있었어요.


창밖을 보니 도로는 아수라장 그 자체. 이 아주머니만 카트라이더 실사판이 아니라 그냥 거리의 모든 차량이 전부 카트라이더를 즐기고 있었어요. 우리나라 사람들 운전 중 칼치기 나쁘다고 욕하는데, 여기는 칼치기 정도는 어린애 면도칼 휘두르는 수준에 불과했어요. 여기는 레이저 치기였어요. 조금만 틈이 있으면 바로 끼어들었어요. 역주행하는 미친놈이 없다는 것이 신기했어요. 질서고 나발이고 없었어요.


버스에서 내리자 웃음이 터져나왔어요. 버스가 이렇게 난폭하게 운전하며 거리를 제패하는 것은 처음이었어요. 우리나라도 난폭하게 운전하는 버스가 있다고 하지만 이 버스에 비할 바는 아니었어요. 밖에 창문 열고 쓰레기만 집어던지면 마리오카트 실사판이 되었을 거에요.


"뭐 이런 버스가 다 있냐?"


둘이 깔깔 웃으며 주위를 둘러봤어요.


"백탑사다!"


兰州 黄河 流域


멀리 백탑사가 보였어요. 백탑사는 산 꼭대기에 있었어요. 딱 보자마자 저것이 백탑사라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바로 앞에는 시뻘건 흙탕물이 콸콸 흐르고 있었어요. 이것이 바로 황하였어요.


"'백년하청'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구나."


100년을 기다려도 저 물이 맑아질 리가 없었어요. 보자마자 이래서 '백년하청' 百年河淸 이라는 한자숙어가 생겼다는 것이 이해가 되었어요. 이 물이 맑아지는 것을 기대해봐야 그런 일은 100년을 기다려도 일어날 리 없으니까요. 적당히 맑은 빛이 돈다면 그래도 큰 비가 한 번 내리고 나면 조금 맑아지지 않을까 기대하겠지만 이 정도 흙탕물이라면 뭘 어떻게 해도 맑아질 리가 없어 보였어요.


"저기 모스크 있다!"


中国


멀리 산꼭대기에는 불교 사원인 백탑사가 있었어요. 산 아래 황하 강변에는 모스크가 있었어요. 친구는 제가 모스크를 발견하자마자 인상을 찌푸리며 모스크 싫다고 외쳤어요.


중국 실크로드 여행


황하는 평화롭게 흐르고 있었어요. 이 붉은 강 위로 사람들이 모터 보트를 타고 놀고 있었어요.


황하를 따라 걸어가는데 중산철교 100년 기념비가 나왔어요.


중국 란저우 중산철교 100년 기념비


"저거 수상모스크다! 저건 꼭 가봐야겠네!"

"어디?"

"저기!"


중국 란저우 수상 모스크


붉은 황하 기슭에 있는 하얀 모스크. 모스크에는 붉은 글자 7개가 있었어요. 그 글자는 兰州水上清真寺 였어요. 모스크는 많이 가 보았지만 수상 모스크는 가본 적이 없었어요. 저것을 보는 순간 저것만큼은 꼭 가야겠다고 다짐했어요. 백탑사에 수상 모스크까지 본다면 여기에서 볼 것을 그럭저럭 보는 것인 것 같았거든요. 백탑사까지 보고 야시장을 구경하면 란저우에 대한 기억에서 란저우 라면이 차지하는 비율은 꽤 많이 작아질 것이었어요. 백탑사, 수상 모스크, 야시장 모두 실망하더라도 최소한 오직 라면 때문에 왔고, 라면만 남은 란저우라는 잔인한 기억의 문구에서는 탈출할 수 있었어요.


中国 兰州 水上 清真寺


"저기 꼭 가야해?"

"어! 란저우 라면...어우...! 진짜 내가 오늘 백탑사와 저 수상 모스크는 반드시 갈 거야!"


친구는 한숨을 푹 내쉬었어요.


"저거 아까 그 사진에 있던 전통 배잖아!"


중국 란저우 전통 뗏목


황하 강변에는 양가죽을 꿰매고 그 속에 바람을 불어넣은 자루를 이어서 매달아 만든 전통 배가 있었어요.


"이거 서유기 동상이네."


서유기 동상


길 맞은편을 보니 오래된 건물이 하나 보였어요.


"우리 저기 가자."




'내가 왜 길을 건널 때 목숨을 걸고 건너야 하지?'


멀쩡한 횡단보도로 길을 건너가는데 정말로 많이 위험했어요. 차는 절대 사람을 보고 멈추지 않았어요. 멈추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았어요. 속도라도 줄여준다면 감사했을 거에요. 속도도 전혀 줄여주지 않았어요. 조금 전 버스 안에서 차도를 내려다보았을 때에는 이 아비규환 같은 도로 상황이 매우 웃겼어요. 그런데 직접 횡단보도로 길을 건너려 하니 아비규환 같은 도로 상황은 보행자에게 지옥도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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