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역을 빠져나오다 뒤를 돌아보니 기차역은 황량하기 그지 없었어요. "야, 빨리 가자." 친구가 재촉했어요. 류원역에서 둔황까지는 140km. 빵차를 타고 둔황까지 가야한대요. 14km 면 친구와 오기로라도 걸어보겠는데 140km는 무리였어요. 이건 그냥 불가능이었어요. 140km 면 3일을 짐 없이 이틀을 꼬박 걸어도 절대 못 가요. 아마 3일째에 반송장 되어서 둔황 입구에 도착할 수 있을 거에요. 이것도 짐이 없을 때 이야기고, 지금은 짐이 있으니 그보다 훨씬 많이 걸릴 거에요. 무슨 실크로드 환상에 미쳐서 삼장법사의 서유기, 혜초의 왕오천축국기를 뼈에 새기겠다는 것도 아니고 이런 짓은 할 짓이 아니었어요. 즉, 마지막 빵차도 놓치면 쓸 데 없이 류원역에서 노숙해야 하고, 다음날 아침에 둔황으로 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