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복습의 시간 (2016)

복습의 시간 - 71 중국 횡단 기차 여행 - 서안 상자묘 (도교 사원) 西安 湘子廟

좀좀이 2016. 12. 14.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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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더니 주변이 어두웠어요. 오늘은 유로 2016 스웨덴 대 아일랜드 축구 경기까지 보고 잠깐 잤다가 일어나기로 했는데 짐을 싸놓고 잠깐 침대에 누워 있는다는 것이 깜빡 잠들어버리고 말았어요. TV는 켜져 있었어요. 친구는 앉아서 화면을 열중하며 보고 있었어요. B는 누워서 자고 있었어요. 다시 일어나서 축구 보기 귀찮았어요. 별로 기대가 되는 경기가 아니었거든요. 지금 일어나서 축구를 보는 것보다 잠을 푹 자는 게 더 좋았어요. 이따 기차에서 자야 하니까요.


'그래, 내가 등신이지.'


가스가 새고 있고 신나가 뿌려진 방 안에서 성냥을 켜는 것은 멍청한 짓. 이런 상황에서 불이 안 나기를 바라며 성냥을 켜는 놈이 멍청이에요. 당연히 이런 상황이라면 절대 성냥을 켜면 안 된다는 것이 일반 상식이지요. 결과가 사고가 날 것을 뻔히 안다면 굳이 그 결과가 진짜 사고가 일어나는지 해볼 필요가 없어요. 인생을 그렇게 낭비할 필요는 없어요.


친구는 승부욕의 화신. 지는 것을 정말로 못 참아요. 뒤끝이 없는 것은 좋지만 자신이 지는 그 순간에는 신나에 성냥불 던져넣은 것처럼 폭발해요. 아주 격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이 친구와 내기하려면 상황 봐가면서 내기를 해야 해요. 공터 모래밭에서 신나에 성냥불을 던진다면 그냥 신나만 타고 끝나겠지만 집안에서 신나에 성냥불을 던진다면 무조건 화재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처럼요.


게다가 하필 종목은 축구. 이놈은 축구광이에요. 즉, 축구 결과를 놓고 내기를 벌였는데 친구가 지면 그 결과는 안 봐도 뻔한 결말이었어요. 방 안에서 가스 틀어놓고 신나통에 성냥불 던져넣어 보는 것과 다를 게 없었어요. 친구 성격을 잘 알고 있는데 그 상황으로 흘러가게 가만히 있었던 것 자체가 이미 참사를 낳을 행동이었어요. 참사가 발생할 것을 뻔히 알면서 적극적으로 방지를 못했으니 저도 잘했다고 할 수는 없었어요. 오늘 일정을 즐겁게 잘 끝내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축구 보는 것과 축구 내기를 하는 것에 대해 대안탑 분수쇼 보기 전까지 시큰둥하게 대해야 했어요.


'아일랜드가 이기기만 해봐라. 10위안 주면서 엉덩이 한 번 걷어차줘야지.'


다시 잤어요.


아침이 왔어요. 오늘은 B가 귀국하는 2016년 6월 14일. 전날과 달리 일찍 일어났어요.


"야, 스웨덴이랑 아일랜드 어떻게 되었냐?"

"비겼어."

"어?"

"아일랜드가 1:0 으로 이기고 있었는데 나중에 스웨덴한테 한 골 먹혔어. 진짜 내가 돈 따는 줄 알고 열심히 보았는데..."

"푸하하!"


저와 B가 깔깔 웃었어요. 이것이 사필귀정이란 말인가.


"어제 침대 누가 1인용에서 잘 지 가위바위보로 결정하기로 해놓고는 너는 거기서 자 버리구. 나는 3일간 2인용 침대에서 잤잖아."

"누가 어제 나 화나게 하래?"


인과응보였어요. 친구가 전날 저를 화나게 하는 바람에 저는 축구 대충 보다 짐싸고 침대에 누워서 잠이 들어버렸어요. 그 전날 제가 1인용 침대에서 잤기 때문에 그 침대에 누워서 다시 잠들었어요. B도 아일랜드 대 스웨덴 축구 경기 기다리다 졸려서 바로 자버렸나봐요. 결국 친구는 돈도 잃고 침대결정권도 잃어버렸어요. 저와 B는 각각 한 판씩 이겼기 때문에 서로 줄 돈이 없고, 친구만 저와 B에게 10위안씩 주어야 했어요. 친구는 제게 깔끔하게 10위안을 주었어요. 돈을 따기는 했는데 상황이 웃겼고, 한편으로는 얼떨떨했어요. 이건 무조건 스웨덴이 이길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솔직히 둘이 비길 거라 큰 기대 안 했는데 비겨버렸어요. 어쨌든 축구공은 둥글었어요.


짐을 정리하고 B를 배웅해주기 위해 밖으로 나왔어요.



공항 가는 길은 잘 알고 있었어요. 버스를 타고 시안 호텔로 갔어요.


시안 공항버스 리무진 타는 곳 - 시안 호텔


9시 30분. 버스를 탔어요.



창밖은 오늘도 평화로운 중국이었어요.



오늘도 중국 도시인 서안은 매우 평화로웠어요.



이 정도는 진짜 양호한 수준이에요. 거의 모세의 기적급이라 해도 될 거에요. 시안은 란저우보다는 나았지만, 시안도 무질서가 지배하는 차도이기는 매한가지였어요. 이 사진을 찍은 이유는 저 질서 가득한 차도를 위해 사진을 찍은 것이 아니에요. 가로로 된 횡단보도를 유심히 잘 보면 사람 한 명이 횡단보도에 갇혀 있어요. 중국의 신호등은 참 짝퉁스럽게 거리가 긴 횡단보도에서는 시간을 말도 안 되게 짧게 주고, 거리가 짧은 횡단보도에서는 아주 후하게 시간을 많이 주었어요. 아마 저 사람이 갇혀 있는 이유는 저 긴 횡단보도 신호 내에 다 건너지 못했기 때문에 갇힌 것일 거에요. 저 정도 길이가 되는 횡단보도에서 신호등이 30초 주는 경우도 많이 있더라구요. 저도 그거 때문에 친구와 횡단보도를 마구 달리거나 가운데에 갇혀버린 적이 여러 번이었어요. 중국 운전자들이 이기주의가 아주 하늘을 찌르시기 때문에 사람이 차도에 있든 없든 마구 들이대거든요. 더 문제는 가뜩이나 신호도 안 지키는 운전자들이 절대 사람이 있다고 속력을 줄이거나 피해가지 않아요. 중국에서 신호등 신호에 따라 횡단보도를 걷다 신호가 끝나버리면 뛰지 말고 차선에 맞추어 서 있는 것이 좋아요. 쪽팔림은 순간이고 중국이라 쪽팔릴 것도 없지만 괜히 달리다가 차에 치이면 그 고통은 엄청나게 오래 가니까요.



셋이서 버스에서 언제나 문제가 없는 중국을 구경했어요.


"나 나중에 중국어 공부해야겠다."

"왜?"


갑자기 B가 나중에 중국어를 공부해야겠다고 했어요.


"중국 좋은게."


중국에 도착한지 4일째. B는 중국이 좋아졌다고 했어요. 진심으로 놀랐어요. 저와 친구의 노력이 헛되지는 않았나봐요.



공항에서 B가 탑승할 때까지 같이 있어주었어요. B는 한국 돌아오면 밥 한 끼 사겠다고 하고 손을 흔들며 출국장으로 들어갔어요. 저와 친구는 한국으로 돌아가는 B의 뒷모습을 보며 부러워했어요. 우리에게는 당장 마지막 기차 좌석칸 야간 장거리 이동이 남아 있었거든요. 전역자를 바라보는 이등병의 심정이었어요. 이제 중국에서의 일정이 며칠 남지 않았는데 그 일정이 억겁의 시간처럼 느껴졌어요.


B가 출국장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버스를 탔어요. 둘 다 별 말이 없었어요. 전역자를 보낸 후 내무반 막사 같은 분위기였어요. 갑자기 무언가 허전했어요.



시안 호텔에서 리무진 버스에서 내린 후 길을 건너갔어요. 역시나 우리의 중국 운전기사들은 양보 따위라는 것은 전혀 몰랐어요. 조심스럽게 길을 건넌 후, 숙소로 돌아가는 버스를 탔어요.



숙소로 돌아왔어요.



짐을 들고 체크아웃을 한 후, 짐을 숙소에 맡겼어요. 기차 시간까지 멀었기 때문에 하루 종일 짐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었어요. 전날 안주로 먹으려고 한 과일이 많이 남았어요. 숙소 주인은 청소가 된 빈 방에서 먹고 가라고 했어요. 하지만 밖에 나가서 먹기로 했어요. 안에서 먹으면 숙소 주인이 방 청소를 또 해야 하거든요. 숙소 주인에게 이따 짐 찾으러 돌아오겠다고 말한 후 과일을 들고 밖으로 나왔어요.


저는 멜론을, 친구는 수박을 먹으며 오늘 무엇을 할까 고민했어요.


"우리 오늘 뭐하냐?"

"진짜 할 거 없네."


여행에서 돈이 없는데 할 것이 없다면 그것은 필연적으로 많이 걷는 행위로 연결되요. 일단 시안성으로 가기로 했어요. 거기 가서 서원문 거리도 다시 걸어보고, 화각항도 걸어보기로 했어요. 이 동네는 마땅히 시간을 때울 곳이 없고, 근처에 소안탑이 있기는 한데 거기는 입장료가 있는 곳이었어요. 입장료 내지 않고 갈 만한 곳은 이제 실상 다 가보았기 때문에 일단 시안성 가서 뭘 할지 결정하기로 했어요. 돌아다니다 보면 뭔가 답이 나올 거 같았어요.


"저거 사먹어야지."

"뭐?"

"이거."




"공금으로 사?"

"아니. 그냥 내가 살께."


전날 축구 내기에서 10위안을 땄기 때문에 그 돈으로 이것을 사먹었어요. 맛이 꽤 좋았어요. 위생상태도 좋았어요. 가게 안에서 빵을 굽는 것을 두 눈으로 볼 수 있었거든요. 확실히 중국이 음식은 맛있는 것이 참 많았고, 저와 친구의 직감은 란저우 라면 말고는 항상 성공했어요. 지금껏 먹어온 것을 생각해보면 정말 맛대가리 없다고 할만한 것이 남들에게 먹여도 최소한 욕은 안 먹을 수준이었어요.


버스를 타고 시안성으로 갔어요. 시안성 도착하니 오후 2시였어요. 둘 다 점심 생각이 딱히 없었어요.



"나 핸드폰 매장 가서 핸드폰 좀 구경해도 돼?

"어. 해!"


드디어 친구가 하고 싶다고 한 것이 나왔어요. 정말 고맙고 감사했어요. 지금까지 만사 귀찮고 이것도 싫고 저것도 싫다고만 했거든요. 이렇게 스스로 뭔가 하고 싶다고 하니 진짜로 그 행동이 너무 반가웠어요. 친구는 신나서 스마트폰 매장 안으로 들어갔어요. 스마트폰 신품 공기계를 그냥 팔고 있었어요. 가격도 저렴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비싸지도 않았어요. 한국어와 안드로이드만 똑바로 지원된다면 하나 구입할까 하는 생각이 살짝 들었어요. 그러나 아쉽게도 돈이 없었어요. 어쨌든 몇십만원에 해당하는 돈이었거든요.


"이거 메시 폰이래!"


축구 선수 리오넬 메시가 그려진 스마트폰이 전시되어 있었어요. 이것은 한정판 디자인인데, 아직 판매중은 아니고 예약 대기를 받고 있는 중이라고 했어요. 친구의 눈이 반짝였어요. 이 친구가 가장 좋아하는 축구 선수는 리오넬 메시. 게다가 한정판. 가격도 크게 비싼 편이 아니었어요. 마음만 먹는다면 충분히 살 수 있는 가격이었어요. 중요한 것은 이 스마트폰을 사서 쓸 것이냐는 것이었어요.


"어쩌지? 저 스마트폰 살까? 메시 디자인 한정판이라는데?"

"너 쓸 거면 사고. 소장용으로 사기에는 돈이 조금 아깝지 않냐?"

"저런 거 우리나라에 팔면 팔릴까?"

"우리나라에서는 중국 스마트폰은 인식이 안 좋아서 제값 받기 힘들껄."


우리나라에서 아무리 샤오미가 나름 인지도를 높였다 해도 중국제는 중국제. 타이완 제품과 중국 제품에 대한 인식은 하늘과 땅 차이고, 한국 제품과 중국 제품에 대한 인식은 비교 자체를 불허해요. 아무리 중국 회사 스마트폰 사용하면서 이거 좋다고 백날 천날 소리쳐봐야 결국은 메이드 인 차이나. 먼 훗날 중국의 수집가에게 되팔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사용하다가 중고로 넘길 생각이라면 제값 받는 것은 포기하는 것이 속편한 것이 사실이에요. 게다가 리오넬 메시 디자인 한정판인데 리오넬 메시가 친구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다 중고로 팔 때 인기가 여전히 좋냐는 문제도 있구요.


친구에게 이렇게 이야기하자 친구가 구입할지 말지 진지하게 고민했어요.


"우리 이제 어디 가지?"

"화각항이나 가자."


중국 섬서성 풍습


섬서성 풍습을 다룬 동상이 보였어요. 저 쭈그려 앉아서 먹는 것도 섬서성의 풍습 중 하나라고 해요.


혹시 기념품 및 선물 살 것이 있나 화각항으로 갔어요.





'오바 마오' 셔츠를 살까 고민하며 화각항을 구경했어요. 딱히 그 셔츠를 입고 다닐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구입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청진대사 앞을 지나갈 때는 한 번 들어가볼까 잠깐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중국에서 돈 내고 회족들의 모스크 들어가기 싫어서 그냥 말았어요. 화각항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다가 다시 회족거리로 빠져나왔어요.


중국 서안 회족거리


"우리 스타벅스 갈까?"

"스타벅스?"

"거기에서 와이파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어."

"나도 사용 가능할 건가?"

"아마 힘들걸? 중국은 무료 와이파이 제공되는 곳도 중국 전화번호가 있어야 이용할 수 있는 곳이 많아."

"스타벅스 비싸지 않아?"

"그냥 거기 안에서 자리잡고 앉아서 시간 보내면 돼. 중국 애들 다 그렇게 해."


친구 말에 의하면 중국에서 중국인들이 무료 와이파이를 이용하기 위해 마치 손님인 것처럼 매장에 들어가 앉아 있는 경우가 상당히 많대요.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날은 너무 더웠어요. 이따 야간 이동을 생각하면 지금 몸에 땀이 나게 하는 것은 매우 안 좋은 선택이었어요. 물론 이미 몸에 땀이 많이 났지만요. 가만히 있어도 더워서 땀이 나는데 굳이 땡볕 아래를 발발발 돌아다니며 땀을 짜내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스타벅스로 갔어요.


중국 서안 스타벅스


"야, 공짜로 와이파이하는 사람 많네!"


중국 스타벅스


친구 말대로 스타벅스 매장 안에는 아무 것도 시키지 않고 자리에 앉아 무료 와이파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어요. 역시 중국인이었어요. 어찌 감히 나에게 양보와 불편을 감수하란 말인가! 내가 편하고 내가 즐겁고 내가 최고인 것이 무엇보다 최우선이어야 한다는 이 중국인의 정신을 이 카페 안에서도 잘 볼 수 있었어요. 저와 친구는 그 중국인들의 정신에 동조하고 있었어요. 왜냐구요? 여기는 중국이니까요.


스타벅스 안은 매우 시원했어요. 자리를 잡고 앉았어요.


"우리 이제 뭐하지?"

"글쎄..."


일단 상하이 숙소부터 검색해서 알아보기로 했어요. 당장 다음날 상하이에서 1박을 해야 하는데, 상하이는 숙박비가 상당히 비싸거든요. 전에 묵었던 숙소는 숙박비가 올라갔어요. 새로운 곳을 찾아야 했어요. 저와 친구 모두 숙박비에 돈 쓰는 것은 정말 돈 아깝다고 생각해요. 누울 수 있고 추위와 비만 막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되었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상하이에서 적당히 공원 어딘가에 텐트를 치고 자고 싶었어요. 친구가 '이것이 중국이다' 라고 보여준 자기가 찍은 사진 중에는 상하이 큰길 인도에 텐트를 치고 자는 사람도 있었어요.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중국이니까요. 내가 여기에서 텐트치고 자고 싶다는데 감히 남들이 내게 뭐라고 하다니! 이것이 바로 중국인의 정신. 인도에 버젓히 텐트를 치고 자는 사람도 있는 판에 공원 어딘가에 텐트를 치고 자는 것은 상당히 건전하게 공중도덕을 지키는 수준. 문제는 제가 그 다음에 바로 귀국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비행기에서 제 땀냄새로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어요. 게다가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한국이었어요. 한국에서는 공중도덕을 지키고 위생상태에 신경쓰는 문화시민으로 행동해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숙소에서 자야 했어요.


20여분간 상하이 숙소 중 가격 저렴한 곳을 찾다가 한 곳을 발견했어요. 그곳은 도미토리였어요. 도미토리도 괜찮았어요. 누울 수 있고 비를 피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이었어요.


숙소를 예약하고 밖으로 나왔어요.


"우리 점심 뭐 먹냐?"

"글쎄..."


어느덧 2시 50분이 넘었어요. 점심을 먹기는 해야 했어요. 그래야 이따 저녁을 먹고 기차를 타니까요.







거리를 구경하고 사진을 찍으며 점심을 어디에서 먹을지 고민했어요. 친구는 중국 맛집 어플인 dianping 으로 맛집을 검색해보았어요.


"뭐해?"

"이 근처 맛집 찾아."

"그 어플로?"

"어."


친구는 근처에 dianping 어플에서 별 4개를 받은 식당도 있고, 별 4.5개를 받은 식당도 있다고 했어요.


"그런데 그거 별 만점이 몇개지?"

"별 5개."

"별이 다섯 개?"

"어. 별이 다섯 개."

"우리 별 다섯 개 짜리 한 번 먹어보자. 4.5개까지는 먹어봤잖아."

"별 다섯 개? 잠깐만."


친구는 dianping에서 별점 5점을 받은 식당을 찾기 시작했어요.


"이왕이면 이 지역 음식으로. 사천 음식은 여기서 먹기는 싫다. 그런 건 사천 가서 먹어야지."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있어!"

"별 다섯 개?"

"어!"

"거기 진짜 맛집 아니야?"

"그런데 가격이 좀 있어. 68위안."

"까짓거 한 끼 사치 좀 부리지. 어차피 B랑 막 먹고 놀아서 우리 공금은 거덜났어. 나 환전해서 위안화 많이 있고."


친구가 찾은 식당 정보를 같이 보면서 이 식당은 가도 괜찮은 곳일지 머리를 맞대고 추리하기 시작했어요.


"중국애들도 당연히 리뷰 조작하겠지?"

"얘들도 당연히 하겠지."


아무리 별이 5개라 해도 조작으로 올린 것일 수 있었어요. 이런 리뷰 및 평점 조작은 이제 너무나 흔해빠진 식상한 방법. 그러나 아직까지도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행위니까요. 중국인들도 리뷰 조작을 안 할 거라 생각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대륙의 스케일로 우리보다 더 크게 할 수도 있어요.


"리뷰 3천개다."

"3천개? 그러면 조작은 아닐 꺼 같은데. 10개면 조작인지 의심해봐야 하고, 100개면 대륙의 기상이라 하지만, 3천은 너무 많은데?"

"그렇지? 얘들이 아무리 대륙의 스케일이라 해도 고작 식당 하나가 리뷰 3천개 조작은 힘들껄?"


별점 5개가 조작으로 이루어진 것 같지는 않았어요. 친구 말에 의하면 중국인들은 자기들 마음에 조금이라도 안 들면 평점을 거침없이 부욱 긁어버린다고 했어요. 4.5라면 대륙의 스케일로 가능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은 만점이었어요. 평점 만점을 유지한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에요. 왜냐하면 만점이 아닌 점수는 전부 평점을 깎아먹는 점수니까요.


친구가 소리쳤어요.


"여기 가자! 설마 중국인 3천명이 다 혀가 병신이겠냐!"


저도 소리쳤어요.


"어! 가게! 어디 dianping 평점 5점짜리 한 번 가서 먹어보자! 대체 얼마나 대단한가 궁금하네!"


평점 만점을 유지한다는 것은 거의 대부분이 만점을 주었다는 이야기. 평점을 준 사람 수가 3천이 넘는데, 이것은 아무리 대륙의 스케일이라 해도 일개 식당에서 조작하기는 힘든 수치. 친구의 외침대로 이것이 거짓이라면 이 식당에 평점을 준 중국인 3천명의 혓바닥이 죄다 병신이라는 말. 가격이 68위안이면 중국 물가에서 상당히 비싼 음식값. 저거면 시안에서 5끼에서 8끼까지 때울 수 있는 돈이에요. 우리나라로 치면 거의 2만원에 육박하는 돈. 평점 조작해서 별도의 수익을 얻는 것이 주요 수입원이고 식당은 그냥 간판만 걸어놓은 것이 아니라면 상식적으로 추리해보았을 때 여기는 분명히 맛집이었어요. 음식값이 절대 싸지 않은 식당인데 평점 매긴 사람 수는 3천이고, 그 3천이 매긴 평점이 별점 5점이었으니까요.





친구와 지도를 보며 식당으로 힘차게 걸어갔어요.



"오후 5시에 열어요."


식당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3시 25분이었어요. 식당 안에서 종업원들이 앉아서 잡담하며 놀고 있었어요. 지금 식사 되냐고 물어보자 지금은 휴식 시간이고 오후 5시에 다시 개시한다고 알려주었어요.


"어떡할래?"

"저기서 먹자! dianping 별점 5점이 얼마나 훌륭한지 한 번 먹어보게!"


친구가 물어보자 5시에 돌아와서 저기에서 저녁을 먹자고 했어요. 상하이에서 dianping 별점 5개짜리 식당에서 밥을 먹으려면 돈이 훨씬 많이 들 거에요. 그것은 확실했어요. 상하이는 물가가 상당히 비싼 도시니까요. dianping 별점 5개인 식당에서 밥을 먹는 것은 여기에서 해야 했어요. 68위안이라면 비싸기는 하지만 너무 비싼 것은 아니었어요. 왜냐하면 지금까지 친구와 저 둘이서 다닐 때에는 비싼 것을 먹지 않았거든요. 게다가 저 68위안은 오늘 아침, 점심, 저녁을 모두 합친 가격이었어요. 아침은 굶었고, 점심은 이 식당에서 밥을 먹는다면 굶어야 했거든요. 즉, 하루 식비를 저녁에 싹 다 몰아서 쓴다고 생각하면 무리한 지출은 아니었어요.


오후 5시까지 한 시간 반 정도 남았기 때문에 적당히 거리를 돌아다니기로 했어요.




우리나라 신선로의 아버지인 요리 도구가 보였어요.



서구식 카페와 술집이 즐비한 거리가 나왔어요.



거리에서 사진 촬영을 하는 사람들이 보였어요.




거리를 계속 돌아다녔어요.



"저거 뭐지?"


한자로 湘子廟 라고 적혀 있었어요. '상자묘'였어요.


"저기나 들어가보자. 저기서 좀 쉬다 나오게."


서안 상자묘


안으로 들어가보니 도교 사원이었어요.


중국 서안 도교사원




'도교에 대해 공부를 조금 해놓을걸.'


란저우에 이어 시안에서도 도교 사원을 왔지만 알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어요. 중국에서 많이 믿는 종교가 도교라는 것을 여러 번 듣고 읽었었어요. 그때마다 중국에 관심없어서 그냥 흘려넘겼어요. 그랬더니 이렇게 중국 와서 도교 사원 올 때마다 아무 것도 느낄 수 없었어요. 란저우에서는 도교 사원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신기했지만, 이것은 두 번째 보는 것이다보니 신기한 감정도 들지 않았어요.


'나중에 타이완 다시 가게 된다면 그때는 도교에 대해 조금이라도 공부하고 가야겠다.'


china


xi'an


西安 湘子廟


친구는 당연히 재미없어했어요. 저도 정말 재미없었어요. 앞으로 만약 타이완에 가게 된다면 반드시 도교에 대해 조금이라도 공부하고 가야겠다고 굳게 다짐하며 상자묘 도교 사원에서 나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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