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복습의 시간 (2016)

복습의 시간 - 에필로그 (중국 기차 횡단 여행 경비 정리)

좀좀이 2016. 12. 21.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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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시는 중국 가나봐라!"


전화통화를 마친 후 샤워를 하고 방바닥에 드러누웠어요. 바닥에 드러누우니 여러 생각이 떠올랐어요.


한국에서 일하며 만난 중국인들 중 괜찮은 사람들이 꽤 많았어요. 그 사람들을 만나며 지금까지의 제 중국에 대한 반감은 잘못된 것이 아닌가 진지하게 고민했어요. 그렇게 좋은 사람들이 사는 나라라면 내 상상보다 훨씬 괜찮고 좋은 나라 아닐까? 인터넷에는 매일 대륙의 기예와 무지몽매 안하무인 중국인에 대한 정보가 쏟아져 나오지만 이것은 원래 미친놈이 전체를 대표하는 것 같은 현상 아닐까? 비록 위생 개념이나 절약 정신 같은 것은 많이 없지만 성격은 괜찮으니 나름대로 괜찮은 나라 아닐까?


저는 잊고 있었어요.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중국인들은 그것이 유학생이든 밀입국자든 어쨌든 간에 중국인들 중 매우 엄선된 사람들이라는 것을요.


지금껏 외국을 돌아다니며 집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정말로 중국이 너무 싫었어요. 돈과 시간이 이렇게 매우 아까웠던 여행은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육체적 고통이야 제가 선택한 것이니 그러려니 했어요. 하지만 정신적 고통은 달랐어요. 돈을 쓰든 안 쓰든 그 극단적인 모습에서 야기된 기분나쁜 분위기는 바뀌지 않았어요. 끊임없이 불편하고 묘하게 신경을 계속 긁어대는 무언가가 공기를 지배하고 있었어요.


중국 여행을 통해 배워온 것은 무엇일까? 새치기를 잘 하게 되었어요. 무단횡단도 더 잘 하게 되었어요. 남이 무엇을 하던 더욱 잘 신경끄게 되었어요.


이딴 것은 우리나라에서 써먹을 수가 없잖아! 우리나라는 그냥 줄 서서 내 순서 올 때까지 기다리면 되고, 초록불 켜지면 초록불 믿고 길 건너면 돼!


중국 한족들에게 억압받고 차별받고 탄압당하는 위구르인들을 보며 일제 강점기 우리 조상님들이 얼마나 고통받았을지 보다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게 되었어요. 어떻게 인간들을 감시하고 탄압하고 차별하는지 보다 더 잘 알게 되었어요. 위인전기를 읽으며 우리나라 독립운동가분들께서는 어떻게 그렇게 자신을 희생하실 수 있으셨을까 항상 궁금했어요. 그것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어요. '비분강개'가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약간 느낀 것 같았어요.


우리나라도 모든 것이 좋은 것은 아니에요. 분명히 우리나라도 안 좋은 점이 산더미에요. 여행기에 쓰지는 않았지만, 친구와의 대화중 친구가 기겁할 정도로 거칠고 강력하게 비난한 부분도 많아요. 왼쪽이고 오른쪽이고 그저 자기 주머니 채우기 바쁜 건 매한가지고, 사람들이 자기 말이 모순인지 아닌지 생각도 안하고 땡깡부리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이라고 다를 것 없으니까요.


그래도 중국보다는 훨씬 좋은 사회였어요.


보다 더 better 하기 위해서 인터넷을 자유롭게 이용하려고 betternet 이라는 vpn 어플에 의존해 인터넷을 해야 하는 나라는 아니니까요.


못 사는 나라는 국민들이 타락했기 때문이다.

너희 나라 국민들은 행복하니?


제 지인들의 말이 떠올랐어요.


다음날. 여행 사진을 정리하다 떠오른 것이 있었어요.


너 나랑 면담 좀 하자.


친한 동생은 네이버 Line를 사용하는데, 여기는 대한민국. 당연히 마음껏 Line를 사용할 수 있었어요. 동생에게 말을 걸었어요.


"야, 너 왜 거짓말해? 뭔 거리에서 사람들이 침을 안 뱉고 쓰레기가 바닥에 없어? 어디서 중국 댓글 알바 조작질이야?"

"형, 그게 아니라 저도 칭따오 갈 때 제가 옛날에 연변 갔었을 때를 기대했는데 그런 것이 안 보여서 놀랐다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형이 다녀오신 곳은 어마어마한가 봐요."

"내가 뭐 이상한데 다녀왔냐? 시안, 상하이인데."

"청도만 그런가보네요. 저도 그런 시민의식 떨어지는 모습 못 봐서 놀랐어요."


동생이 웃었어요. 동생은 이 여행과 사실 아무 관련이 없는데 뭔가 동생의 몰래카메라에 당한 느낌이었어요.


여행기를 쓰기 위해 사진을 정리한 후, 경비를 정리해보았어요. 한국에서 3800위안을 준비해서 갔고, 중국 시안에서 100달러를 환전해 651위안을 만들었어요. 이렇게 총 4451위안이 저의 중국 여행 경비였고, 21위안을 남겨 왔어요. 그러므로 중국에서 사용한 돈은 총 20박 21일 일정에 4430위안이었어요. 하루에 210위안씩 쓴 꼴이었어요.


이 중 기차표가 1575위안이었어요.


5/28 상하이 19시40분 -> 5/30 투르판 09시17분 (일반 침대칸) 672위안

5/30 투르판 17시58분 -> 5/30 우루무치 18시55분 (좌석/입석칸) 49위안

6/1 우루무치 21시16분 -> 6/2 카슈가르 14시 (좌석/입석칸) 177.5위안

6/4 카슈가르 20시24분 -> 6/5 쿠차 03시45분 (좌석/입석칸) 98위안

6/6 쿠차 01시45분 -> 6/6 류위엔 18시26분 (좌석/입석칸) 163.5위안

6/9 둔황 09시12분 -> 6/9 란저우 23시33분 (좌석/입석칸) 141.5위안

6/10 란저우 22시25분 -> 6/11 시안 07시50분 (좌석/입석칸) 93위안

6/14 시안 21시35분 -> 6/15 상하이 12시55분 (좌석/입석칸) 180.5위안


상하이에 도착한 날 공항에서 시내까지 친구가 차를 대절해서 65위안이 나왔고, 반씩 부담해서 32.5위안이 들었어요. 류원에서 둔황까지 들어가는 택시는 1인당 70위안이었어요. 시안에서 B를 마중나가고 배웅하러 가며 공항리무진을 4번 이용했고, 1회에 25위안이라 총 100위안 지출했어요.


숙박비는 총 410.5위안이었어요.


5/27 상하이 (더블룸 1박) 130위안 (반씩 부담)

5/30~31 우루무치 (더블룸 2박) 150위안 (반씩 부담)

6/3 카슈가르 (도미토리) 30.5위안

6/6~7 둔황 (더블룸 2박) 160위안 (반씩 부담)

6/11~13 시안 (트리플룸3박) 330위안 (1/3씩 부담)

6/15 상하이 (도미토리) 50위안


이것들을 제외하면 2242위안. 숙박비와 기차요금, 필수 이동 요금을 제외하면 하루에 106위안 정도 썼어요. 명사산 120위안, 병마용 150위안, 화청지 150위안 포함해서요. 하루 평균 지출이 저렇게 크게 나온 이유는 입장료, 그리고 책 및 선물 구입이 컸어요. 그리고 여름인데다 중국은 공기가 더럽기 때문에 음료수를 매우 많이 사서 마셨구요. 음식은 저렴하게 먹으면 10위안에 먹을 수 있었고, 500ml 음료수는 대체로 5위안 근처였어요. 얼마나 어떻게 여행할지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중국 여행은 하루에 5만원은 잡아야했어요. 입장료가 비싸거든요. 식사도 제대로 하려고 하면 돈이 많이 들구요. 장기 여행으로 가면 기차값도 반영해야 되요. 어쨌든 저는 20박 21일에 4430위안, 하루 평균 210위안을 지출했어요.


기차표 1575위안 포함해서 4430위안으로 20박 21일 중국 여행을 다녀왔다고 하자 한결같이 지독하게 여행하고 왔다고 이야기했어요. 중국에서 살았던 친구들은 그 돈으로 여행을 다니니 그렇게 고생한 것이라 이야기했어요. 중국은 무조건 1위안 짜리는 1위안 어치 값어치를 한다고 하면서요. 아주 가끔 가뭄에 콩 나듯 그렇지 않은 것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가성비라는 것 자체를 바래서는 안 되는 나라라고 했어요.


경비와 사진을 정리한 후, 여행기를 하나씩 써나가기 시작했어요. 다음과 티스토리 메인에는 단 한 번도 못 올라갔지만, 네이버 PC버전 메인에는 오픈캐스트로 발행한 것이 다섯 번 올라갔어요. 이 여행기 중 맨 처음 네이버 PC메인에 올라간 상하이 여행기 오픈캐스트는 중국에서 돌아온 친구와 만나서 놀던 날 메인에 올라갔어요. 그 자리에 B도 있었고, 우루무치에서 일했던 또 다른 친구도 있었어요. 모두 매우 신기해했어요. 그 이후 계속 네이버 PC버전 오픈캐스트 메인에 올라갔어요. 상하이 편이 네이버 PC버전 메인에 올라갔을 때에는 스크린샷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못했어요. 투르판 편이 올라갔을 때에야 상하이편을 스크린샷으로 남겨놓지 않은 것을 아쉬워하며 스크린샷으로 하나씩 남겨놓기 시작했어요.





네이버에서 제 여행기 오픈캐스트를 PC버전 메인에 노출시켜주어서 매우 좋았어요.


그런데 나중에 네이버 오픈캐스트가 PC버전 메인에서 사라져 버렸어요. 네이버 PC버전 메인에 마지막으로 오픈캐스트가 서비스되던 날. 제가 쿠차 여행기로 발행한 오픈캐스트가 그 마지막을 장식했어요.



무더운 여름. 유독 뜨거웠던 여름날 여행기를 쓰며 중국 여행에 대해 계속 생각하다보니 늦가을이 될 즈음 해괴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중국이 다시 가고 싶다.


분명 중국에서 방으로 돌아와 방바닥에 주저앉았을 때 중국은 절대 다시 안 가겠다고 굳게 다짐했어요. 그런데 여행기를 쓸 수록 중국으로 다시 가고 싶어졌어요.


'이것은 마약 같은 건가!'


분명히 안 좋은 곳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가고 싶어지는 것은 극도로 싫었기 때문이었어요. 아주 시원하게 싫어할 수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그 맛이 다시 그리워졌어요. 만약 다시 중국으로 여행을 간다면 보나마나 또 기분이 매우 나쁠 것이 뻔했어요. 이런저런 현상들이 싫었던 것이 아니라 그 분위기에 반감을 가졌던 것이었으니까요. 그래서 다시 가고 싶어졌어요. 현상은 쉽게 없어질 수 있지만 분위기는 그렇게 쉽게 바뀔 리 없으니까요.


인도는 어떨까?


문득 인도가 떠올랐어요. 인도 여행기는 꽤 많이 읽어보았어요. 읽을 때마다 절대 인도는 안 가야겠다고 결론을 내렸어요. 인도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를 읽어보면 한결같이 인도 가서 바람의 파이터가 빙의했는지 꼭 싸웠다는 이야기가 있었어요. 그것이 직접적으로 하나의 에피소드를 구성하고 있는지 간접적으로 살짝 언급되고 넘어가는지의 차이일 뿐이었어요. 자아를 찾겠다고 인도를 가는 사람이 많은데, 머리 뚜껑이 열려서 자아를 찾는 거 아닌가 하는 추측까지 해 보았어요. 극단적으로 분노하다 어느 순간 꼭지가 돌고 머리 뚜껑이 열리며 감정이 콸콸콸 뿜어져 나와 그 순간 숨어 있던 자아를 찾는 거 아닌가 싶었어요.


장담컨데 인도를 다녀온 사람들은 저의 중국 여행 이야기를 보며 인도는 더 엉망이라고 할 거에요. 인도 여행 후기 공통 요소 3가지가 싸운 이야기, 연착한 이야기, 구걸하는 이야기니까요. 중국 여행을 다녀오기 전에는 인도 여행에 참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데 중국을 다녀오자 드디어 인도가 궁금해지기 시작했어요. 그 나라는 대체 어떻길래 죄다 바람의 파이터 빙의해서 자아를 찾아오는 것일까?


주변에 인도에 대해 잘 아는 분이 있어서 물어보았어요.


"인구 많은 나라는 지구에 자기 나라 밖에 없는지 압니다. 이게 중화사상이라고 하는데 서남아시아에서는 인도가 중국짓해요."

"예?"


인도에 대해 여러가지 자세히 알려주시는데 그야말로 놀랄 노자였어요. 게다가 워낙 재미있게 말씀해주셔서 채팅을 하며 배꼽잡고 뒤집어졌어요.


"인도는 인종차별 없나요?"

"인도인들 동북아시아인들 무시해요."


아리아인 계통은 특유의 아리아인부심이라는 것이 미묘하게 존재하고, 우리 같은 동북아시아 사람 만나면 북동부 인도인으로 오해하고 무시하는 경우도 좀 있대요. 남쪽은 남쪽대로 드라비디안부심이 또 있대요. 특히 타밀 사람들은 타밀부심이 매우 크대요. 북부 사람들은 자기들도 침략자 혈통인데 동북부 사람 무시하고 남쪽 혈통 무시하고, 남쪽 사람들은 역사의 시작은 우리라며 북쪽사람 무시하고, 소수민족들은 이 개떡같은 나라에서 못살겠다고 독립을 하여보자 소소하게 테러를 도모한대요.


그래, 바로 이거야!


더 궁금해졌어요.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인도 여행 후기에서는 절대 보이지 않던 인도의 여러 이야기를 듣자 두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어졌어요. 미얀마, 방글라데시, 인도, 파키스탄, 스리랑카를 꼭 가보고 싶어졌어요. 이들 나라에 대해 긍정적인 뉴스라고는 접해본 적이 거의 없어요. 기껏해야 '인도의 경제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미얀마가 민주화가 되었다' 뿐. 대체 어떻길래 부정적인 뉴스와 정보만 쏟아져 나오는지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어요. 스리랑카와 미얀마는 경비가 많이 든다고 하고, 파키스탄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 때문에 치안이 불안정하다고 하니 인도와 방글라데시를 다녀오는 거야!


"야, 우리 인도랑 방글라데시 여행갈까?"

"그럴까?"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자 친구도 한 번 가보자고 했어요. 확 여행계획 잡을까 생각했어요. 순간 둘 다 동시에 이 새로운 여행 계획의 가장 커다란 문제점을 떠올렸어요.


우리 둘 다 지금 돈 없는 백수지...


둘이서 사이좋게 씁쓸하게 웃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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