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베트남 쌀국수를 열심히 많이 먹었어요. 목표는 베트남 식당에 있는 쌀국수 전부 먹어보기였는데 종류가 하도 많아서 아직 1/4도 도달하지 못했어요. 메뉴판에 있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어줍잖은 베트남어 몇 단어 알게 되며 깨닫게 되었죠. 전에 이와 관련된 글을 하나 올렸었어요. 바로 베트남 볶음밥. http://zomzom.tistory.com/966
베트남어는 꾸며주는 말이 꾸밈받는 말 뒤에 붙는답니다. '해산물 국수'를 베트남식으로 쓰면 '국수 해산물'이 되는 것이지요. 태국어, 라오스어, 캄보디아어쪽은 잘 모르겠지만, 인도네시아어는 확실히 이런 식이었어요. 아직도 기억하는 것이 바로 인도네시아어 buku saya 가 직역하면 '책 나' 인데, 해석은 '내 책'이라는 것. 동남아시아언어들은 다 이렇게 꾸미는 말이 꾸밈받는 말 뒤에 오지 않나 싶기는 해요.
어쨌든, 베트남 식당에 가면 여러가지 쌀국수가 있어요. 여기서 기본적으로 알아두면 좋은 단어들로는
hải sản 해산물
gà 닭
bò 소
메뉴에 '불라불라bò' 라고 적혀 있으면 '쇠고기 불라불라' 라는 말이에요. 이것저것 시켜보고 먹어본 결과 일단 베트남 쌀국수는 bò - 즉 쇠고기를 시키면 보통은 보장되었어요. 그리고 참고로 베트남어에서 o는 '어'와 비슷한 소리가 나요. 그래서 네이버 사전을 보면 phở는 '퍼' 라고 나와 있지요. 하지만 여기서는 그냥 편의상 o를 '오'라고 할께요.
처음 생각 없이 그냥 있는대로 시켜먹던 때였어요.
phở bò 와 bún bò 는 뭐가 다르지?
물론 시켜보면 국물 색깔부터 달라요. phở bò 는 맑은 국물에 이런저런 소스를 쳐서 먹는 것이고, bún bò 는 처음부터 붉은 국물이 나와요.
'둘의 차이는 국물 색깔 차이인가?'
식당 주인 아주머니께서는 bún bò가 매운 국물이라고만 설명해 주셨어요. 그래서 그러려니 하고 계속 사먹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두근두근우체통을 통해 알게 된 한국어를 잘 하는 베트남인과 라인 메신저를 통해 대화를 하다 점심 식사 무엇을 했는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어요. 그날 마침 분 보를 먹었기 때문에 '분 보와 포 보의 차이는 국물 차이에요?'라고 물어보았어요.
- 아니에요. 면이 달라요.
그러면서 포, 분의 사진을 보여주었어요. 사진을 보니 정말 확실히 달랐어요. 제가 주문해서 찍은 사진에는 아쉽게도 면은 제대로 나와 있지 않아요. 하지만 하나씩 간단히 설명해 드릴께요.
1. 포 phở (퍼)
베트남 쌀국수 중 포는 면이 우리나라 쌀국수와 비슷한 모습이랍니다. 넙적한 면이지요. 사진 우측 상단을 보면 조금 보인답니다. 참고로 이것은 포 보.
포는 하노이 및 북부 베트남 음식입니다.
2. 분 bún
이것은 분 보 bún bò (분 버) 사진이랍니다. 아쉽게도 분은 면발이 제대로 드러난 사진을 찍은 적은 없어요. 이 사진을 통해 보여드리고 있는 것은 베트남 쌀국수의 뛰어난 가성비이죠. 4500원인데 숙주나물, 고수 인심이 좋기 때문에 숙주나물을 듬뿍 넣으면 양을 두 배로 늘릴 수 있답니다. 국물까지 다 먹으면 양이 적지는 않은데, 숙주나물을 마구 집어넣으면 양을 두 배로 불릴 수 있지요.
보는 우리나라 국수 가락과 거의 똑같아요. 맛도 식감도 거의 똑같지요. 면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 국수 먹듯 그냥 후루룩 후루룩 가볍게 먹기 좋답니다.
분은 후에 및 중부 베트남 음식입니다.
3. 후 띠우 hủ tíu, hủ tiếu
이것 역시 면을 보여주려고 찍었던 사진이 아니라 면이 잘 보이지는 않아요. 하지만 사진 왼쪽 중간 부분을 잘 보면 면발이 약간 보이기는 해요. 이것은 우리나라 당면과 조금 비슷한데, 처음에는 맛있지만 쉽게 불어버린답니다. 참고로 이것은 hủ tiếu xào에요. xào (싸오)란 '기름을 넣어 볶다'라는 말로, 해석하면 '볶은 후띠우' 이지요. 참고로 여기에 뒤에 위에서 말한 보, 가, 하이산 등을 붙일 수 있어요. 붙이면 붙인 대로 나온답니다.
후 띠우는 호치민 및 남부 베트남 음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