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제주도

제주도의 섬 속의 섬 가파도 01 - 모슬포항에서 가파도 입도하기 (삼영호)

좀좀이 2014. 8. 19.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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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때 가파도에서 온 친구가 있었어요.


"야, 너네는 진짜로 체육 시간에 바닷가 가서 헤엄쳐?"

"너네는 진짜로 공 차면 바다까지 날아가?"


타지역 사람들이 제주도에서 왔다고 하는 질문을 우리들이 가파도에서 온 친구에게 하곤 했어요. 이 중 체육 시간에 바닷가 가서 헤엄치냐고 물어본 것은 진짜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서 물어본 거고, 공 차면 바다까지 날아가냐고 물어본 것은 장난치는 것이었죠.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제주특별자치도 부속도서에서 제주도로 온 애들은 제주도를 '육지'라고 불렀다는 것이었어요. 우리들은 제주도를 제외한 타지역을 육지라고 불렀는데, 이 섬에서 온 애들은 제주도를 육지라고 부르는 것이 황당하게 느껴졌지요.


하지만 제주특별자치도 부속 도서에 가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어요. 제가 제주도에서 학교 다닐 때 우도만큼은 제주도 내에서도 유명한 관광지였지만, 그 외 섬들은 그냥 '섬'에 불과했거든요. 마라도는 '대한민국 국토의 끝'이라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구요. 제주도도 섬인데 그 부속도서들은 가서 뭐하나 싶었어요. 2000년대 들어서 별 시원찮은(?) 곳까지 관광지로 개발되었지만, 제가 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바다는 바다, 오름은 오름'이었죠. 제가 학교다닐 때만 하더라도 당시 제주도에서 유명한 관광지는 '제주도민이 봐도 특별한 곳' 몇 곳이었어요. 요즘 보면 그렇게 오래 전부터 유명한 관광지는 오히려 너무 잘 알려져서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요. 하지만 '힐링' 개념도 없고 '스토리텔링' 개념도 없고 '감성을 자극한다'는 개념도 없고 도시화도 그렇게 높지 않던 시대에 개발된 관광지라면 그건 엄청나게 특이하다는 말이지요. 아니면 교통이 엄청 꾸져서 갔다 오는 것이 하루 일정이 되어 버리든가요. 우도가 제가 학교 다닐 때에도 유명했던 이유는 산호 해수욕장과 검은 모래 해수욕장이 있었기 때문이었고, 마라도는 '국토 최남단'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었기 때문이었고, 나머지 섬은 그냥 존재감 없는 제주도 주변에 떠 있는 섬이었어요.


추자도를 제외하면 제주도의 부속도서 중 유인도는 비양도, 가파도, 우도, 마라도가 있어요. 이 중 우도는 진짜 큰 섬으로 중학교까지 있는 섬이고, 나머지는 그냥 작은 섬들이에요. 비양도와 가파도는 솔직히 제가 학교 다닐 때 큰 존재감을 갖고 있는 섬이아니었어요. 그냥 '제주도 부속도서 중 유인도'라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지요.


그러다 가파도가 관광지라고 뉴스에 올라오는 것을 보았어요.


"이야...이제는 가파도까지도 관광지야?"


비양도에는 그래도 비양봉이라도 있으니까 오름 올라다니는 사람들이 갈 이유라도 있지, 가파도는 오름조차 없는 섬. 4월에서 5월까지 가파도에서 청보리밭 축제를 한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뭔가 특별히 끌리는 것은 없었어요. 그저 가파도까지 관광지로 소개된다는 것 자체가 신기할 뿐이었죠.


그런데 부모님께서 올레길을 다 걸으시고 제주도 부속도서에 생긴 올레길만 남았는데 같이 가보지 않겠냐고 물어보셨어요.


궁금하긴 한데...


분명히 고향 내려가면 부모님께서 같이 여기저기 돌아다니자고 하실텐데, 오름이나 바닷가보다는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섬'들이 더 가고 싶었어요.


제주도 부속 도서 중 추자도, 비양도, 가파도, 우도에는 올레길이 생겼어요. 이 중 추자도는 말이 좋아 제주도이지, 전라남도에 가까운 곳이라 당일치기가 안 되기 때문에 제외. 비양도는 부모님이나 저나 모두 시큰둥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가파도와 우도를 같이 다녀오기로 했어요.


이번에 제주도 내려갈 때 가장 중요한 계획은 오직 하나. 가파도와 우도를 가는 것. 이것은 제게 있어서도 새로운 경험이었거든요. 장마가 늦어져서 제가 내려갔을 때 비가 퍼부을 수도 있다고 했는데, 다행히 제가 내려갔을 때에는 날씨가 중산간 지역만 나빴어요.


가파도는 모슬포항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해요. 모슬포항에서 가파도로 출항하는 배는 오전 9시, 11시, 오후 2시, 3시, 4시에 있어요.  이렇게 모슬포항에서 가파도로 출항한 배는 도착 후 손님을 태우고 바로 모슬포항으로 돌아가지요. 오전 9시 20분, 11시 20분, 오후 2시 20분, 3시 20분, 4시 20분에 가파도에서 모슬포로 가는 배가 출항해요.


가파도로 가기 위해 모슬포항으로 갔어요.


가파도로 가는 배를 타기 위한 여객선을 타기 위한 항구를 물어보며 찾는 방법은 모슬포 가서 마라도 가는 배를 어디에서 타냐고 물어보든가, 모슬포 협동조합 위판장 가는 길을 물어보면 되요.




제가 갔을 때는 10시가 넘어서 위판장이 한가했어요.


이 위판장 근처에는 마라도와 가파도로 가는 배를 탈 수 있는 모슬포항 대합실이 있어요.




이곳에서 가파도 가는 배, 마라도 가는 배 표를 구입해서 배를 탈 수 있어요. 내부에서 매표 창구는 둘이 갈라져 있어요. 가파도는 왼쪽, 마라도는 오른쪽 창구에요.


일단 이 대합실에 들어가면 승선신고서를 작성해야 해요.




이렇게 승선신고서를 작성해야 하지요. 목적지에 맞게 동그라미 치고, 저기 있는 내용을 죽 작성하면 된답니다. 그리고 작성한 승선신고서와 신분증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여권 등)을 가지고 창구로 가서 배표를 사는 것이지요.




모슬포항 자체는 그렇게 크게 볼 것은 없었어요. 그리고 배 시간도 곧 되어서 11시 가파도행 배를 타는 선착장으로 갔어요. 가파도 가는 배를 타는 선착장은 위에 나와 있는 대합실에서 나와 바로 바다쪽으로 걸어가면 있어요. 가파도 가는 배 선착장은 대합실 근처이고, 마라도 가는 배를 타는 선착장은 대합실에서 나와서 항구를 따라 쭉 걸어가야 해요.




얼마 기다리지 않아 가파도로 가기 위해 타야 하는 삼영호가 선착장으로 들어왔어요.





배에 올라타 안으로 들어갔어요.




내부는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주어서 매우 시원했어요. 그리고 제일 뒷편으로 가면 윗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있었어요. 이 계단을 통해 올라가야 갑판으로 나갈 수 있는 구조였어요.




갑판에 올라가서 보니 마라도 가는 배도 보였어요. 저 배를 타면 가파도를 거치지 않고 마라도로 들어가지요.




갑판 위에 올라가니 모슬포 수산업협동조합 위판장을 바다 위에서 볼 수 있었어요. 저것을 사진 찍기에는 아무래도 배 위가 나았어요.


마침 어선 하나가 모슬포항에 입항했어요.



입항한 선박에서 어부들이 잡은 생선을 항구로 내려놓기 시작했어요.




드디어 배가 출항했어요.




제주도가 멀어진다!


배를 타고 제주도를 떠나는 것은 정말 너무 오랫만이었어요. 아니, 제가 기억하는 그 순간부터는 배를 타고 제주도를 떠나본 적이 아예 없었어요. 이렇게 바다를 따라 제주도가 차차 멀어지는 것은 제게도 매우 신기했어요.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를 떠나는 것과는 아주 다른 느낌이었지요.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를 떠나는 것은 '눈에서 사라진다'는 느낌이라면 이것은 정말로 '멀어져간다'는 느낌.




멀리 산방산과 송악산도 보였어요. 하지만 이쪽은 맑은데 중산간은 구름이 자욱해서 산방산 너머는 보이지 않았어요.




가파도다!


말로만 듣고, 가끔 안덕 쪽으로 놀러갔을 때 멀리서 바라보던 가파도가 눈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어요. 참고로 가파도는 제주도에서 5.5km 떨어진 곳에 있는 섬이며, 1842년 이후부터 사람이 들어가 살기 시작했다고 해요.




가파도로 가는 배 갑판에서 본 바다. 바다 위에는 어선들이 떠 있었어요. 그리고 마라도로 가는 여객선은 마라도를 향해 가고 있었어요.




그리고 드디어 배가 가파도에 접안했어요.




드디어 배에서 내렸어요. '섬 속의 섬'이라는 제주도의 부속도서에 처음 발을 내딛었어요.


그리고 몇 안 되는 탑승객이 전부 내리자 가파도에서 모슬포항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이 배에 올라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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